블라인드 테스트
자전거 매니아(자덕후)들이 모이면 하는 놀이 중 하나가 두 손으로, 동일한 용도의 경쟁 부품(컴포넌트)을 눈을 감고 양손으로 교체해서 들어보는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 놀이다. 지금 '이 웃기지도 않는 기가 찰' 논란의 소지가 될 포스팅도 그런 일을 계기로 무심코 기획되었다. 자전거에 빠질수록 무게에 대한 집착은 심해진다. 투자금이 높아질수록 자전거의 부품은 가벼워만 진다.
페달 역시 마찬가지다. 비싼 놈이 내구성도 강하고 가볍다. 물론, 구름성. 라이더의 힘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받나? 등의 문제가 있겠지만, 시마노 클리트 페달의 경우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게"다. 그래서 이 넌센스(Nonsense) 같은 포스팅도 쓰이게 됐다. 얘기를 하자면 이렇다. '원동'형의 집 지하실에 몇몇 자전거 덕후들이 모였는데, 시마노(SHIMANO)의 클릿(Cleat, 클리트) 페달(SPD-SL) PD-R540 페달과 Ultegra(울테그라) 페달(Pedal) 'PD-6620'과의 블라인드 테스트가 진행됐다.
몇몇 사람 중 '랫서팬더'형도 두 눈을 감은 채 얹혀 있는 두 가지의 페달을 양손으로 교체해 들어보며 이것이 더 가볍다. 라고 말을 했는데 가볍다라고 말을 한 모델이 가장 저렴한 시마노 입문용 클릿 페달인 'PD-R540'이 아닌가? 그 외 몇몇 사람도 R540이 더 가벼운 거 같다며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나는 전자저울을 구입했다. 그 다음날 저울을 들고 원동형의 집에 놀러 갔고 때 마침 그의 집에는 내 자전거에 달려있던 105페달을 포함해 PD-R540, PD-5610(105), PD-6620(Ultegra), PD-7810(DURA-ACE)이 모두 한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닌가! 자덕후인 나 '피아랑'과 '원동'형은 페달을 들고 매의 눈으로 구석구석 살펴보며 중요한 '무게'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PD-R540] 힘 받는 면적이 상위 등급 페달과 차이가 나는 게 단점
SHIMANO SPD-SL 'PD-R540' (시마노 로드 클릿 페달 'PD-R540') 입문용 페달이다.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인터넷에서 최저가 4만 1천 원대로 판매 되고 있다. R540만 SPD-SL 중 홀로 디자인이 달라 (구형 시마노 로드 클릿 페달 디자인이다.) 자세히 보지 않고는 페달의 등급을 구별 할 수 없는 '105 ~ DURA-ACE'와는 달리 확연히 구분이 간다. 블랙(Black) 모델과 실버(Silver)가 존재.
R540이 '105 ~ DURA-ACE'까지 모델들과 가장 성능상 차이 나는 것은 바로 페달을 밟을 때의 힘 받는 면적의 차이다. R540을 쓰다가 105 (PD-5610)모델로만 넘어가도 확연히 발에 감기는 느낌이 다르다. 클릿 신발이 아닌 일반 신발에서 더욱 차이가 많이 느껴진다. 그러니 금전적으로 쪼들리지 않다면 로드 사이클링 클리트 입문용으로는 무조건 '105'부터 시작하시길 바란다. 신품을 기준으로 R540과 105는 가격도 한 2만원 차이 밖에 안 난다.
▲ PD-R540의 분해도 : 페달의 바디 디자인(이 차이가 크다.)이 틀릴 뿐 기본적인 설계와 스핀들 구조는 울테그라(PD-6700)까지 별반 차이가 없다.
[R540 스펙] Model Number : PD-R540 / Series : SHIMANO / Pedal System : SPD-SL / Cartridge Spindle : yes / Spindle Material : chrome-moly / CleaRetention Indicatort : yes / Cleat Retention Adjuster : yes / Spindle Thread : BC 9/16" x 20 T.P.I. / Pedal Body Material : aluminum , painted
▲ SHIMANO SPD-SL 'PD-R540'의 스펙상 평균 무게는 330g이며, 실측 무게는 '328g'이다. 실측 기준으로 105 페달 '8g', 울테그라 페달 '10g', 듀라-에이스 페달 보다 '50g' 더 무겁다.
[PD-5610] 가격대 성능비가 가장 우수한 105
SHIMANO SPD-SL 'PD-5610 (105)' (시마노 싸이클 클릿 페달 'PD-5610 (일공오, 백오)') 105 페달은 시마노의 클릿 페달 중 가장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한 모델이다. 이 모델부터 최상위 등급인 듀라-에이스까지 페달의 디자인이 동일하다. 인터넷 최저가 6만원 중반 대에 신품을 구매 할 수 있다.
▲ PD-5610의 분해도 : 몇몇 부품이 없거나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ULTEGRA의 페달과 차이가 없다.
[PD-5610 스펙] Model Number : PD-5610 / Series : 105 / Pedal System : SPD-SL / Cartridge Spindle : yes / Spindle Material : chrome-moly / Cleat Retention Indicator : yes Cleat Retention Adjuster : yes / Spindle Thread : BC 9/16" x 20 T.P.I. / Pedal Body Material : aluminum , painted
▲ SHIMANO SPD-SL 'PD-5610'의 스펙상 평균 무게는 322g이며, 실측 무게는 '321g'이다. 실측 기준으로 R540 페달 보다 '7g' 가벼우며, 울테그라 페달 '3g', 듀라-에이스 페달 보다 '42g' 더 무겁다.
[PD-6700, PD-6620] 105와 한끗 차이 가격은 두배 혹은 그 이상 '울테그라'
SHIMANO SPD-SL 'PD-6700 (Ultegra)' (시마노 사이클 클릿 페달 'PD-6700, PD-6620 (울테그라)') 페달은 가격대비 성능비가 가장 떨어진다. 신 모델인 PD-6700은 바뀐 게 디자인 밖에 없으면서 (디자인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도장이나 데칼의 색이 바뀐 정도) 가격은 PD-6620에 비하여 5~6만원 더 비싸다. 실로 터무니 없다. 인터넷 최저가 PD-6700 14~16, PD6620 10만원 대에 신품을 구매 할 수 있다. (2012년 내용추가 : 새롭게 출시된 신형 울테그라는 페달의 재질과 디자인이 바뀌고 무게가 상당히 가벼워졌습니다. 덕분에 가격이 상당히 올라갔습니다.)
▲ PD-6700의 분해도 : 스크롤링을 하면서 105 페달(PD-5610)의 분해도와 비교해보길 바란다. 차이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PD-6700 스펙] Model Number : PD-6700 / Series : ULTEGRA / Pedal System : SPD-SL / Cartridge Spindle : - / Spindle Material : chrome-moly / Cleat Retention Indicator : yes / Cleat Retention Adjuster : yes / Spindle Thread : BC 9/16" x 20 T.P.I. / Pedal Body Material : aluminum , painted
▲ SHIMANO SPD-SL 'PD-6700'의 스펙상 평균 무게는 314g이며, 실측 무게는 '318g'이다. 실측 기준으로 R540 페달 '12g', 105 페달 보다 '3g' 더 가벼우며, 듀라-에이스 페달 보다 '40g' 더 무겁다.
▲ 3그램 가벼운 원인은 바로 붉은원 안에 있다.
ULTEGRA 페달이 105 페달 비하여 실측 3g 더 가벼운 이유
사진 (좌 : 105 / 우 : 울테그라)에서 보듯 105 페달은 페달 알루미늄 바디의 부분 두 곳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데 반하여, 울테그라의 페달은 두 곳이 모두 뚫려 있다. 이 것이 울테그라 페달이 105에 비하여 부품을 몇 개 더 썼음에도 가벼워 진 이유다. (듀라-에이스 페달도 울테그라와 마찬가지로 되어 있다.) 확인된 바는 없지만 프로 선수 중에 시마노 105 페달을 쓰는 선수도 있다고, 힘을 더 잘 받기 위해서라나 뭐라나
[PD-7810] 부드럽다. 가볍다. PD-7810 (DURA-ACE)
SHIMANO SPD-SL 'PD-7810 (DURA-ACE)' (시마노 로드 클릿 페달 'PD-7810 (듀라-에이스)') 페달은 가장 성능이 좋고 비싸다. 페달 축의 모양도 페달의 전체적인 설계와 디자인이 같은 105, 울테그라와 확연히 달라, 구름성과 부드러움 그리고 가벼움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인터넷 최저가 24만원 정도로 신품을 구매 할 수 있다.)
▲ PD-7810의 분해도 : 페달 축의 회전 성능도 극한까지 추구하여 매우 부드럽고 라이더의 힘을 확실하게 전달한다. DURA-ACE 베어링 부는 ULTEGRA, 105 모델과는 다른 디자인으로 콘솔에서 페달 축 사이의 거리를 약 2mm 접근할 수 있어, 안정성을 높혔다.
[PD-7810 스펙] Model Number : PD-7810 / Series : DURA-ACE / Pedal System : SPD-SL / Cartridge Spindle : - / Spindle Material : nickel plated chrome-moly / Cleat Retention Indicator : yes / Cleat Retention Adjuster : yes / Spindle Thread : BC 9/16" x 20 T.P.I. / Pedal Body Material : aluminum , painted
▲ SHIMANO SPD-SL 'PD-6700'의 스펙상 평균 무게는 278g이며, 실측 무게는 278g이다. 실측 기준으로 R540 페달 '50g', 105 페달 '43g', 울테그라 페달 보다 '40g' 더 가볍다.
SHIMANO SPD-SL은 모든 등급이 알루미늄 바디와 크로몰리 스핀들 사용
많은 이들이 시마노의 로드 클릿 페달(SPD-SL)이 등급이 다를 수록 사용된 바디의 재질이 달라지는 줄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가장 저렴한 PD-R540 부터 비싼 PD-7810(DURA-ACE) 까지 모두 알루미늄, 페인트(Aluminum / Painted) 재질과 크로몰리(Chrome-moly) 재질의 스핀들(Spindle)을 사용하고 있다. (단, 듀라-에이스의 스핀들이, '니켈 플레이트 크로몰리'로 조금 다르다.) 즉, 가격에 비해 속은 별반 차이가 없단 말 (2012년 3월 내용추가 : 신형 울테그라부터 카본으로 재질이 바뀌었습니다.)
▲ 자전거 부품은 비싸질수록 필요 없는 부분을 없애거나 구멍을 뚫어 가볍게 한다.
DURA-ACE 페달이 ULTEGRA에 비하여 40g이나 가벼운 이유
'PD-7810 (DURA-ACE)' 클릿 페달은 페달 축의 재질이 'nickel plated chrome-moly'이며, PD-R540부터 PD-6700(Ultegra, 울테그라) 페달까지와 달리 축의 한가운데가 조금 더 뚫려 있어 (육각렌치가 들어가는 부분 그 이상으로 구멍이 나 있다.) 가장 많은 부품으로 조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측 278g로 울테그라 페달의 비하여 40g이나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스핀들 내부를 깎아내었다고 얼마나 가벼워 지겠어 하겠지만 축이 크로몰리인것을 감안하면 양쪽 해서 40g 충분히 납득이 간다.
▲ 105 부터 DURA-ACE 까지 터무니없이 뻥튀기 되고 있는 페달 가격
객관적으로 두 세배의 가격을 지불한 만큼 성능이 느껴는가? 가치가 있는가?
내가 이 포스팅을 쓰게 된 결정적 계기는 가격대비 성능이다. 다른 나라에서 시마노 클릿 페달이 얼마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 한국에서의 가격이 중요하다. 여긴 한국이니까 말이다. SHIMANO에서도 SPD-SL 페달의 사용자들의 의구심을 확실히 풀어주기 위해 페달 분해도와 하위 모델과의 사용된 부속물의 비교표까지 표기해 놓았다.
그러나 사용된 파트가 몇 개 없고 조금 다르다고 해서 두 세배의 가격을 주고 구매할 만큼 성능차이가 나는가? 주관적인 생각으로는 아니다. 객관적으로 당신이 봐도 두 세배의 가격을 지불한 만큼의 가치가 느껴지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왜? '페달'가지고 그러느냐?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맞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고 보니. 크랭크, 레버, 브레이크암 등도 페달과 별반 차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마노의 울테그라나 듀라-에이스 페달이 유독 가격 거품이 심하고, 가성비가 떨어지기에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 PD-5610 (105)는 가격대 성능비가 가장 합리적이다. 이것은 페달뿐만 아니다.
시마노 로드 클릿 페달을 구매할 생각이라면 105나 DURA-ACE로
당신이 시마노 클릿 페달을 어떤 모델로 구매할 것인가? (중고건 새거건) 고민하고 있다면, 해답은 105 (PD-5610)다. PD-R540과는 외형부터 모든 것이 완벽히 차이가 난다. 넓은 형태의 바디는 라이더의 힘을 효율적으로 받는다. 이 장점은 듀라-에이스까지 동일, 클릿 슈즈가 아닌 일반 운동화로 밟아보면 그 차이는 더 느껴진다.
혹은, 돈을 더 보태어 (최저가 기준 18만 원 정도 더해야) DURA-ACE (PD-7810) 페달을 구매하라! 울테그라 페달은 105의 비하여 신품이 약 4~8만 원 정도 더 비싸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체감상 느껴지는 실질적 메리트는 단 3g 경량과 ULTEGRA라는 데칼이다. 부품이 105의 비하여 몇 가지 다르고 더 쓰였다곤 하지만 4~8만원 값어치를 하는 구성은 절대 아니다.
▲ 105 에서 듀라-에이스까지 6만원에서 24만원 까지의 차이 '블라인드 테스트'로 맞출 수 있나?
페달링과 굴림성 발바닥 느낌만으로 등급을 맞출 수 있는가? 아니요!
당신이 SHIMANO 105 부터 듀라-에이스까지 페달을 보지 않고 페달링을 했을 때 구름성과 발바닥에 닿는 느낌으로 SPD-SL 페달의 등급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Yes or No 나는 No라고 본다. 그렇다면 페달을 105 (PD-5610)로 구매하고 남는 18만원 (신품 최저가 기준)으로 다른 부품을 바꿔주는 게 당신에게 다가오는 실질적 체감 성능으로는 더 가치 있지 않을까?
듀라-에이스 페달이 상당히 가볍고, 좋긴 하지만 경량을 생각하고 시마노 페달을 구매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시마노 SPD-SL 페달의 장점은 '클릿 뽕'의 내구성에 있다. 무게를 추구한다면 다른 회사를 알아보시라 시마노와 비교가 되지 않는 가벼움을 자랑한다. 물론 당신의 자전거가 더 이상 바꿀게 없을 정도의 하이엔드라서 듀라-에이스 급의 페달을 장착하지 않으면 자전거에게 미안해지는 상황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http://www.shimano.com (SHIM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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