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의 계기
캠핑이라고는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했던 과거의 기억 외에 예전에 몸담았었던 매체에서 맡았던 ‘바이킹 캠퍼스(Biking Campers)’ 꼭지가 전부였다. 그래도 2년여의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꼭지 진행을 위해 캠핑을 다녔으니 장소를 물색 섭외하고 사이트를 구축하는 행위는 몸에 익었다고 생각했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 숙박 시설을 검색해보고 있자니 가격이 만만찮다. 이 가격이면 캠핑용품을 사서 경치 좋은 곳에서 묵고 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관련 포럼 게시물에서의 다수 캠퍼들의 캠핑 입문 이유가 성수기 숙박비를 아껴보기 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울의 한강 등 가까운 공원에서 그늘막으로 시작하는 이들도 적잖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 가이드 웨빙을 설치하고 그것에 맞게 폴대를 설치하는 게 우선 순서다.
선택의 이유
각종 살림살이를 자동차에 실어서 야영장에 도착해 지정 구역에 장비를 펼치는 오토캠핑은 취향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오토캠핑장은 많은 캠퍼를 받기 위해 나무를 자르고 그 위에 파쇄석을 뿌려 놓았다. 그래서 그늘이 적다. 자연과 한껏 다가가야 한다는 철학. 오토캠핑은 내가 생각하는 야영의 본질과 가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모텔비에 버금가는 사설 캠핑장의 비용도 언짢았다. 그래서 사설 캠핑장 보다 저렴하지만, 자연과 가까운 휴양림을 택했다. 휴양림 데크는 작다. 자연스레 작은 텐트와 함께 최소한의 짐을 꾸리는 미니멀 형식의 캠핑 스타일을 추구할 수밖에 없게 됐다.
통풍이 원활하도록 반 이상이 메쉬로 이루어진 이너 텐트를 폴대에 걸어준다. 이너텐트는 성인 두 명이 두발을 뻦고 백팩 등의 귀중품을 넣은 채 잠을 청하기 적당한 크기다. 사실 남자 둘이 자기엔 썩 좋은 느낌은 아니며 커플용으로 알맞다.
라이더 텐트
우선 오프로드 라이더는 혼자서 하는 설치가 제법 쉽다. 가이드 웨빙을 바닥에 깔고, 팩 다운을 한다. 그러고 나서 이너 텐트를 걸고 플라이(Fly)를 씌우면 되는 단순한 구조이다. 다른 제품에도 다 있는 전기 선을 위한 장치나 작은 수납공간 그리고 통풍구, 하늘을 볼 수 있는 작은 TPU 투명창 등도 마련되어 있어 텐트로서의 구색은 잘 갖추고 있다. 이너텐트를 설치하지 않고 플라이만 사용하면 쉘터로도 사용가능하다. 설치보다 해체는 더 쉽다. 게다가 예쁜 전용 가방은 양옆에 버클로 만들어진 끈이 있어 부피를 최소화할 수 있다.
덕분에 자전거의 뒤 짐받이에 싣기도 쉽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용물의 부피 특히, 길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달렸다. 제공되는 팩과 폴대 등의 모든 물건을 포함해서 무게가 4kg가량에 지나지 않으므로 미니멀 캠핑이나 자전거 캠핑에 부담이 없다. 사실 짐의 무게가 무거우면 캠핑을 할 때는 편리하나 설치와 해체 후 이동이 고역이다. 이 때문에 캠핑은 가고 싶은데 선뜻 나서지 못하는 캠퍼들의 아우성을 간간이 듣기도 했다.
플라이를 씌어주고 내부에 있는 벨크로와 버클 등의 연결하면 완성된다. 텐트 색이 밝기 때문에 금방 때가 타는 것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프로드 라이더와 4번 정도 캠핑을 함께 하고 났더니, 다음 텐트는 어두운색으로 선택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 내부에서 본 전실 상단부와 결로 방지를 위한 통풍구
▲ 전면 출입구를 말아 올리거나 업라이트 폴대 두개와 스트링 2줄을 준비하면 그늘을 더 늘릴 수가 있다.
자전거, 커플, 솔로 캠핑에 알맞은 전실
전실의 공간은 성인 두 명이 미니멀 캠핑을 위한 작은 테이블을 하나 놓고 의자에 다리를 펴고 담소를 나누기에 부족하지 않다. 비가 와도 넉넉하지는 못해도 전실에서 생활이 가능하다. 본래 이 공간은 자전거를 놓는 공간이다. 여행용 자전거를 놓으면 혼자서 생활하기에는 다소 협소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자전거 여행 중 소중한 애마를 비바람과 도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자전거를 잠시 밖에 이동시켜두고 전실에서 태양을 피해 휴식을 피해도 되니 말이다. 특히 브롬톤과 같은 접이식 자전거를 여행에 이용할 경우 요긴할 것으로 생각된다. 자전거를 작게 접어 전실 한쪽에 주차해 두고 라이더 역시 생활을 할 수 있어서다.
4면(앞, 양 옆, 뒤) 개방 가능하다. 사실 텐트의 구조를 보면 콜맨 웨더마스터 듀오돔과 그 구조나 크기가 비슷하다. 듀오돔의 3계절 경량 버전이라고 보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 오프로드에서는 아마도 틈새시장을 공략해 자전거나 바이크(오토바이) 매니아들을 공략해 라이더라고 텐트 이름을 지은 듯싶다.
미니멀 캠핑과 자전거 여행
네파(NEPA)의 형제 브랜드로 2015년 야심 차게 시장에 선보였던 오프로드(OFFROAD)는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경기 불황에 맞물린 아웃도어 시장의 침체를 이겨내지 못했다. 덕분에 정가 50만 원에 이르던 이 제품은 10만 원대에 재고 정리됐다. 누군가 이 텐트를 10만 원대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면, 구매를 고려한다면 망설이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물론, 사후 지원은 포기하는 것이 옳겠다. 그런데도 남녀 커플이 단둘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혹은, 홀로 출정을 갈 때 부담 없는 오프로드 라이더 텐트는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데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 같다.
PELIZZOLI, AQUILA DELL’EST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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