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부] 조립 - 직접 설계 용접한 수제 자전거 프레임(빌딩), 조립 완성하여 시승하기

목표에 대한 아쉬움
자전거가 완성되자 뛸 뜻이 기뻤습니다. 직접 신체 치수에 맞춰 설계하고 깎아내서 불까지 지폈지만, 두 눈으로 보기에 이렇게 멋스러울지 기대하지 않았었으니까요. 사실, 1부 프롤로그 편에서의 꿈은 상당히 원대했습니다. 국토종주를 하고 프레임 빌딩 이야기가 포함된 여행기를 출간해보고 싶었죠. 물론 지금 그 목표들이 중단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차근차근 천천히 한 발짝씩 내디디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전거가 완성되고 한 달도 안되 캐나다로 날아가 함께 지냈습니다.

사실 자전거가 프레임을 설계하면서 머릿속으로 그렸던 그림대로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톱 튜브가 1.5의 경사가 생기기도 했고, 부품의 구성 역시 달라졌죠. 처음 빌딩을 할 때만 해도 정통 클래식 로드바이크 스타일로 만들어보겠다는 목표가 있었죠. 구성을 캄파뇰로(Campagnolo)의 그룹셋과 유럽 산 핸들바와 안장 등에다 휠셋도 직접 짜서 장착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자전거를 만들고 해외취업에 곧장 성공했기에 마음에 드는 부품을 찾아 조립할 시간이 부족했죠. 그 때문에 당장 수급 가능한 부품들도 자전거를 조립하기에 이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미 만든 프레임은 어떻게 할 수가 없지만, 부품은 마음만 먹으면 교체할 수가 있으니까요.



Shimano Ultegra 6600, 6700 Group-Set
구동계는 세계 최고의 자전거 부품 회사 중 하나인 일본의 시마노(SHIMANO) 구동계를 선택했습니다. 선택의 특별한 이유는 저렴하고 성능이 좋았죠. 오래전 GT의 로드 사이클을 구매했을 때 장착돼 있던 울테그라(ULTEGRA) 6600등급의 풀셋중 STI 레버와 뒤 디레일러를 사용했죠. 나머지 부품은 중고로 팔거나 다른 자전거에 장착했죠. 나머지 구성을 채우기 위해 지인에게서 저렴하게 매입한 울테그라 6700 풀셋중 레버와 뒤 디레일러만 제외한 모든 부품을 조합했습니다. 한 세대에 걸친 제품이고 단수 역시 10단으로 같아 세팅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구성하고 가만히 보니 마치 의도적으로 프레임의 색상에 맞춰 구동계를 구성한 듯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크롬도금이 되어 있는 체인스테이와 시트 스테이에 부드럽게 연결되는 6600 리어 드레일러는 일품이었죠. 부드러운 생김새와 적당한 광택은 다분히 의도적인 구성 같아 보였습니다. 변속 케이블이 핸들바 밖으로 빠져나오는 STI 레버 역시 클래식 스타일이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이 밖에 나머지 짙은 회색의 6700 구동계들은 프레임의 건메탈 색상과 끝내주는 궁합을 이뤄냈습니다.



MICHE Supertype Aero Seatpost
성능과 무게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크로몰리 사이클은 특유의 감성으로 타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 특이한 외형의 미케 슈퍼타이프 에어로 시트포스트는 나름대로 무게 줄이기에 신경을 쓴 것 같습니다. 안장이 물리는 아랫부분이 자연스럽게 20mm의 셋백(Set back)이 되면서 4개의 구멍이 나 있어 한층 멋스럽죠. 제조사에서 밝힌 무게는 265g로 전혀 가볍지 않습니다. 만약 구멍마저 막혀 있다면 더 무거웠겠죠.

이 시트 포스트를 선택한 이유는 잡지사에 다닐 때 클래식 자전거를 주로 찾아 촬영하고 인터뷰하는 꼭지를 진행했는데요, 섭외했던 동호인의 자전거에서 눈여겨보고는 점 찍어놨었습니다. 단지 모양 때문이에요. 특징이라 하면 안장 도난방지 장치가 있어서 탈부착이 다소 번거롭습니다. 특별한 잠금장치가 있는 것은 아니고요. 그저 드물게 쓰이는 육각 렌치가 필요하고 구성이 일반적인 시트포스트와 달라서 도둑놈이 안장을 빼려고 해도 난감해할 소지가 다분해서죠.



Campagnolo C Record Headset
그렇습니다. 본래 구상했던 콘셉트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유일한 부품.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캄파놀로 C 레코드 헤드셋입니다. 고향인 울산에서 미니벨로(Minivelo)를 한창 즐길 때 같은 동호회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 녀석에 매입했죠. 돈을 아끼기 위해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리다가 운이 좋게 얻어걸린 케이스입니다. 사실 책정하던 예산보다는 제법 비쌌죠. 그래도 어차피 나사산 방식의 헤드셋을 장착하는 김에 클래식 스타일을 추구하자 싶었는데, 이에 부합했죠. 사실 외관은 마음에 듭니다. 그러나 세월의 때가 있는 만큼 불편함이 존재합니다. 특히 외부로부터 이물질 유입을 막아주는 더스트 씰(Dust seal)의 상태가 좋지 못해 포크(Fork)를 장착 한 채로 헤드셋의 나머지 부품을 조립할 때 제법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Cinelli 1A Road Stem
운이 좋게 헤드셋과 스템은 단박에 해결됐죠. 헤드셋을 판매한 같은 친구에게서 영입했으니까요. 시간이 촉박했었기 때문에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자전거에 제법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들어봤을 치넬리(Cinelli)의 제품이었고 외형 또한 고전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어 마음에 들었죠. 적당한 광택의 매끈한 표면도 좋았습니다.


대부분 퀼(Quill) 스템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1A 역시 가지고 있었죠. 볼트를 체결하다 보면 머리가 마모되는데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적당한 토크로 고정하면 핸들바나 스템이 강하게 체결되지 못합니다. 라이딩 중 힘을 받으면 핸들바가 좌우로 돌아가거나 아래로 내려가 버리는 것이죠. 어쩔 수 없이 힘껏 볼트를 조이다 보면 머리가 마모되고 마는 것이죠. 어떤 이들은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티타늄 소재의 볼트로 교체하기도 합니다. 디테일은 치넬리 로고가 상단부에 작게 새겨진 것이 다인 깔끔한 스템입니다.



Cinelli Giro D'Italia Alloy Drop Handlebar
인터넷 장터에서 가장 저렴한 핸들바를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사토리(Satori)나 니토(Nitto) 등의 제품이었죠. 이들 중고품의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그에 맞는 상태를 지녀 내키지 않았습니다. 이리저리 지인들에게 수소문하다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자전거 테마 카페인 <벨로마노>의 서천우 대표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제법 오랜 시간 캐나다로 가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는 이야기를 했었기에 글쓴이의 사연을 알고 있던 그는 선뜻 프레임 완성 기념 선물로 치넬리의 지로 디탈리아 핸들바를 주겠다고 말했죠.


그렇게 스템과 핸들바과 동일 브랜드로 맞춰질 수가 있었습니다. 형태가 클래식 스타일이기 때문에 사실 라이딩을 할 때 편의성은 최신의 제품에 비해 떨어집니다. 하지만 측면에서 바라본 로드 사이클은 핸들바 생김새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불만은 없습니다. 변속레버를 조금 더 위쪽에 장착하면 불편함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핸들바의 새겨진 디테일이 제법 멋스러운데요, 전조등 등의 액세서리를 장착하니 빛이 바래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Shimano DURA-ACE 7900 C50 Wheel-Set
이 휠셋을 구매하였는지도 벌써 2016년을 기준으로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글쓴이가 이 듀라-에이스 휠셋을 구매하고 났더니 시마노에서 11단 구동계를 출시했습니다. 마빅(Mavic)사의 오래된 휠셋처럼 스페이서만 이용하면 11단까지 사용 가능하지도 못해 그 쓰임새가 한정적이죠. 50mm 카본 하이(High) 림의 고성능 제품이긴 하지만, 튜브를 사용하는 클린처 방식이어서 편리합니다.


하지만 자사의 튜블러 방식은 물론이며 경쟁사의 제품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무겁습니다. 시마노 제품답게 무난합니다. 사실, 하이 프로파일 휠셋을 장착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로우(Low) 프로파일의 클래식한 형태의 휠셋를 생각했었죠. 하지만 듀라-에이스 7900 휠셋을 클래식한 크로몰리 프레임에 장착했더니, 이 모델도 나름 세월의 때가 묻어 훌륭한 어울림을 보였습니다. 아마도 특별히 기교를 부리지 않은 휠셋의 데칼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추후 휠셋은 직접 짜서 장착할 계획입니다.



Problem Solvers Front Derailleur Braze-On Adapter
프레임 빌딩을 할 때 앞 디레일러용 브레이즈 온 러그(Lug)를 부착하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러그 자체가 쇳덩이라서 무거웠습니다. 이 정도의 무게라면 밴드 타입의 디레일러를 사용하는 게 낫겠다는 확신이 섰었죠. 아무리 밴드 타입이라도 강한 내구성과 가벼운 무게를 겸비한 알루미늄일 테니까요.


그런데 예정에도 없던 신품 급 울테그라 6700 그룹 셋을 지인으로부터 구했고, 앞 디레일러는 브레이즈 온 타입이었죠. 장착 방식만 다른 제품을 교환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번거로웠죠. 그래서 브레이즈 온 타입의 어댑터를 구매한 것입니다. 일단 색상이 검정이라 마음에 쏙 듭니다. 시트 튜브의 건메탈 색상과 이질감이 없죠. 무게도 시트 튜브의 지경 34.9mm를 위한 제품을 기준으로 29.7g에 지나지 않아 가볍습니다. 만듦새도 뛰어나 권할만한 제품입니다.



Jagwire M5 Mickey Barrel Adjuster (with Frame Stop)
보통 대형 브랜드의 완성차가 아닌, 프레임 셋만 구매해도 케이블 장력 조절기는 동봉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글쓴이는 직접 프레임을 만들었으므로 장력 조절기가 있을 수가 없죠. 자전거의 변속, 브레이크 케이블 브랜드로는 매우 유명한 잭와이어(Jagwire) 신뢰가 갑니다. 재질이 금속이기 때문에 크로몰리 프레임과 잘 어울리고 내구성도 뛰어나죠. 게다가 장력 조절기 하나당 7.05g으로 가벼운 편입니다. 사용해보지 않았지만, 범용적인 M5 규격의 나사산을 사용해 장력 조절기만 분리해 다른 부품과 조합할 수도 있죠.



그 밖에 것들
KCNC의 경량 퀵 릴리즈는 티타늄 액슬을 사용해서 보기와 달리 매우 튼튼한 편입니다. 수평 드롭아웃을 사용한 바람에 뒷 바퀴에 토크가 많이 가해지면 틀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퀵 릴리즈를 강하게 고정 할 수 밖에 없는데요, 무척 가벼운 무게에도 불구하고 튼튼해서 믿음이 갑니다.


카본 물통 케이지는 5년 전에 구매한 중국산 입니다. 가볍고 튼튼하지만 물통을 지나치게 꽉 잡습니다. 그래서 물통이 눌립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 형태가 돌아오기는 합니다. 물통은 스페셜라이즈드(Specialized)의 퓨어리스트 입니다. 상당히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테이프는 리자드스킨(Lizard Skin)의 충격 흡수 기능이 있는 제품인데요, 가격이 제법 비쌉니다. 솔직히 아주 좋은지는 모르겠습니다.



True Temper Tubes
프레임의 튜브가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트루템퍼(True Temper)의 제품이라 성능 면에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생활하면서 트루템퍼의 튜브를 사용한 자전거를 보기도 했고, 금속으로 된 일상생활 제품에 쓰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트루템퍼의 골프 샤프트(Golf shaft)는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동호인들 사이에서 선호가 높은 콜럼버스(Columbus)가 아니어서 아쉽기는 했지만, 프레임 빌딩을 할 당시에는 그런 걸 개의치 않았습니다. 자전거 프레임 빌딩을 위한 트루템퍼의 튜브 셋은 포크와 러그를 제외하고도 등급에 따라 200~300 USD대로 경제적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시승기
사실 지오메트리가 시중에서 상당히 찾기 힘든 구성이라 그 느낌이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습니다. 행여나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했죠. 그러나 먼 타국에서 많은 추억을 만들면서 글쓴이의 두 손으로 직접 만든 자전거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내리막에서는 410mm의 체인스테이 때문엔지 일정한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가다 속도가 붙으면 뒷바퀴가 바깥으로 흐르면서 앞바퀴가 안쪽으로 향하는 오버스티어 성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75mm의 낮은 드롭아웃 덕에 내리막에서 중심을 잡기 쉬웠고, 낮아진 무게 중심에서 오는 이점은 내리막과 평지구분 없이 페달을 밟을 때 좌우로 흔들리는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언덕을 오를 때나 댄싱을 할 때는 방정맞은 느낌이 없이 차분했습니다. 그러나 반응성은 카본 프레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무뎠으며 낭창거림 있었습니다. 직진성은 우수한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헤드 튜브의 각도를 급하게 형성한 덕분인지 어느 정도의 민첩함도 갖추고 있었죠. 비유하자면 대형 스포츠 세단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제 설계부터 시승까지 먼 여정이 마침표를 찍고자 합니다. 유기농 자전거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직접 짠 휠셋으로 교체를 할 계획이며, 이 자전거에 올라 국토종주도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bikeacademy.co.kr (프레임 빌딩 교육의 표준, 바이크아카데미)
http://pungnew.com (커스텀 페인팅, 풍류커스텀)
http://velomano.com (카페 벨로마노)

유기농 자전거 프로젝트
9. 브레이즈 온 - 뒤 브레이크를 위한 브리지, 케이블 스톱, 물통 케이지 손질 용접하기
10. 얼라이먼트 - 프레임 빌딩의 끝. 얼라이먼트(교정)와 튜브(튜빙) 손질,탭핑,페이싱
11. 도색 - 자전거 프레임 데칼(Decal)과 헤드 튜브 엠블럼(Emblem, 배지) 직접 제작하기
12. 도색 2 - 빌딩 된 수제 자전거 표면정리부터 크롬도금, 도색, 데칼까지 입혀 완성하기

관련 문화평
자전거의 역사 : 두 바퀴에 실린 신화와 열정 (2008, 프란체스코 바로니)
바이시클 테크놀로지 (2013, 롭 반 데르 플라스, 스튜어트 베어드)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은 : 자전거와 문화에 대한 영감어린 사진 에세이 (2014, 크리스 하던, 린던 맥닐)
자전거 과학 : 라이더와 기계는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가 (2013, 맥스 글래스킨)

관련 글타래
결론은 피팅이다 : 보다 과학적이고 편안한 사이클링을 논하다
손수 만든 수제 자전거로 누빈 캐나다 밴프(Banff) 국립공원 관광과 첫 라이딩

관련 부품들
케이씨엔씨 초경량 큐알 레버 스큐어 (KCNC Skewers Q.R)
스페셜라이즈드 퓨어리스트 x 스타벅스 물통 (Specialized Purist x Starbucks Water Bottle)
카본 물통 케이지 (Carbon Water Bottle Cage)

관련 인물들

자전거 도색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싶은, 풍류커스텀(PUNGNEW CUSTOM) 이승기
자전거 정비문화의 리더 : 사단법인 한국자전거미캐닉협회 '이상훈' 회장

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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