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부] 도색 - 자전거 프레임 데칼(Decal)과 헤드 튜브 엠블럼(Emblem, 배지) 직접 제작하기

Celeste
프레임 빌딩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바이크캐드(BikeCAD)로 지오메트리를 설계함과 동시에 자전거의 색상과 데칼의 위치 글씨체 등을 가상으로 적용해 보았습니다. 자전거에 처음 입문했을 때부터 타고 싶었던 브랜드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의 비앙키(Bianchi)인데요, 마치 자동차 애호가들이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를 타는 순간을 상상하는 것처럼,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들은 누구나 비앙키 자전거를 타는 꿈을 한 번쯤 꾼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앙키 자전거가 유럽산 고성능 자동차들처럼 특별히 성능적으로 뛰어나서 혹은 엄청나게 고가이거나 물건을 구하기 힘들어서가 아닙니다. 가격이 타 브랜드와 비교하면 아주 비싼 거도 아니며, 성능이 역시 엄청난 것도 아니죠.



단지 비앙키만의 고유 색상이라 할 수 있는 체레스테(Celeste Green, 하늘빛)가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브랜드에도 이와 비슷한 색상의 자전거가 많습니다. 그러나 비앙키만의 영롱함은 흉내를 낼 수가 없었죠. 마치 세계의 유수 가전업체들이 애플(Apple)의 디자인을 따라 하지만 정확히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다른 것처럼 말이죠. 그렇습니다. 클래식 스타일의 크로몰리 비앙키 자전거를 구매하면 해결될 일이었습니다.



▲ 체레스테 색상과 1차 데칼을 적용한 바이크캐드 상의 설계도


그러나 달랐죠. 글쓴이가 글쓴이의 몸에 맞게 한 땀 한 땀 땀 흘리고 손도 베어가면서 제작한 프레임이었기에 세상 그 어떤 프레임과 비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체레스테의 로망을 글쓴이의 자전거에 적용해보기로 했죠. 결과적으로 프레임을 다 완성하고 데칼과 도색까지 모두 처음 설계한 대로 할 줄 알았습니다.



▲ 비앙키의 붉은색 데칼을 참고한 첫번째 결과물


프레임 데칼(Decal)
글쓴이는 원색을 좋아하는 편이었습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만, 단색을 선호하게 되었죠. 찾아보니 클래식 비앙키도 파란색이나 검은색 데칼외 붉은색도 사용했단 것을 알게 됐죠. 그 형태를 그대로 따라 하기로 마음먹고 데칼을 포토샵으로 제작했습니다. 자전거에서 데칼이 일반적으로 배치되는 다운 튜브와 시트 튜브 그리고 헤드 튜브, 심지어는 포크용 데칼까지 말이죠. 사실 시트 튜브와 다운 튜브용은 금방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블로그 로고와 같은 글자체에 비앙키의 붉은색 데칼처럼 겉에 노란색 외곽선 처리만 하면 됐었죠. 그러나 헤드 튜브는 아니었습니다.


▲ 첫 번째로 만든 헤드 튜브 엠블럼


헤드 튜브 엠블럼(Emblem)
자전거 데칼을 만들어보셨나요? 단언컨대, 데칼 만들기에서 헤드 튜브 엠블럼을 만드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포토샵은 조금 다룰 줄 알았지만, 전문 자전거회사들처럼 무언가 상징물이 될만한 것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았죠. 특히 엠블럼은 금속으로 만들어야 좋은데요, 주물로 찍어내야 해서 대량생산이 아닌 오직 글쓴이의 자전거만 위하기는 금전적인 부담이 있었죠. 첫 헤드 튜브 엠블럼은 프레임 데칼은 만들면서 단순히 영어 스펠링만 이리저리 조합한 것이었습니다.


▲ 두 번째로 만든 헤드 튜브 엠블럼


며칠이 지나고 제대로 만들어보자 싶어 포토샵을 다시 켰죠. 금속 느낌은 내고 싶었기에 테두리를 하고 바탕에 회색 그러데이션 처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100% 수제 자전거임을 강조하기 위해 ‘100% handmade’ 문구를 넣고는 글쓴이가 태어난 년도 와 지역을 써넣었죠. 지금 보니까 참 중화권의 삼류 스티커 같습니다. 첫 번째 엠블럼을 만들고 가만히 보고 있자니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프레임 빌딩 프로젝트명을 ‘유기농 자전거 프로젝트’로 정했으니 무언가 상징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었습니다. 그래서 ‘PROJECT ORGANIC’과 그에 걸맞게 풀잎 형상을 배경으로 깔고 ‘piaarang bicycle’이라는 문구를 넣었죠. 결론적으로 둘 다 참 유치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때 바로 데칼 제작에 돌입했다면 두 번째로 만든 엠블럼을 사용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3년 묵혔던 그 세월이 행운으로 작용한 셈이죠.



▲ 3년간의 봉인으로 녹(부식)이 폈던 글쓴이가 만든 수제 프레임


약 3년간의 봉인
프레임을 완성하고 곧장 잡지사의 기자로 일했습니다. 생활이 바빠 완성한 프레임을 돌볼 시간이 나지 않을뿐더러 트렉(TREK)의 카본 로드 사이클 마돈(Madone)을 영입하면서 크로몰리는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회사를 퇴사하고 해외취업을 위해 영어공부를 1년 하는 동안에도 프레임은 잊고 살았죠. 덕분에 총 3년간 글쓴이가 직접 만든 프레임의 튜브 표면에는 노란 녹(부식) 꽃이 활짝 피어 있었죠.

사실 내외부에 녹이 펴도 내구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대단히 강한 스틸 소재의 합금이고 단지 표면의 녹일 뿐이니 말이죠. 이 문제는 튜브가 공장에서부터 유통될 때 처리되어 있던 녹 방지 화학물질을 사포로 다 닦아버렸으니 피어난 것이죠. 어찌 됐든, 플럭스를 바르고 용접하려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색칠을 하기 전 샌드 블라스트(Sand Blast)로 표면 가공을 하니 문젯거리가 될 것은 아니었습니다.



▲ 캐나다 캘거리(Cagary, Alberta)의 노즈 힐 공원(Nose Hill Park)에서 직접 만든 수제 자전거와


애마야 함께 가자
2014년 말 캐나다행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고 해외취업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계획은 한국에서 취업에 성공해서 자전거 미캐닉으로 현지 매장에서 일하는 것이었죠. 자기소개서(Cover Letter)와 이력서(Resume)를 작성하고 포트폴리오도 만들다 보니 내 손으로 직접 만든 프레임 세트가 떠올랐습니다. 이 또한 특이한 이력이다 싶어 자전거를 완성하기로 마음먹었죠. 내 자식과 같은 존재와 함께 지구 반대편 땅을 누비는 일은 정말 멋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던 풍류커스텀의 이승기 대표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그와 여러 가지 논의를 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글쓴이는 포스트 비앙키를 가슴속 깊이 꿈꾸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풍류커스텀(PUNGNEW)에는 현재 체레스테 칠감(도료)이 없다고 준비할 부족하다 말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색상을 찾던 중 다른 고객이 의뢰했던 자전거가 작업장에 건조되고 있던 것을 발견했고 그 색상으로 하기로 마음먹었죠. 바로 최근 자동차 색상으로 인기가 높은 Gun Metal(건메탈)이었습니다.



▲ 건메탈 색상과 바뀐 데칼이 적용된 바이크캐드 상의 설계도


계획의 변경
이미 만들어진 데칼을 그냥 사용해도 되지만 건메탈 색상에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데칼을 직접 만들겠다는 제 의견을 존중했던 풍류커스텀의 작업속도는 제 생각 이상으로 빨랐습니다. 어느 겨울날 카페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승기 대표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그는 말했죠. “파일 보내주세요. 데칼 작업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급하게 카페에서 데칼을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 최종적으로 선정된 프레임 데칼


우선 이미 데칼을 완성해놓고서도 다시 만든 이유는 파일이 울산집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되어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트 튜브와 다운 튜브의 데칼 제작은 간단했습니다. 바이크캐드로 이미 설계된 파일을 불러온 뒤 건메탈에 어울리는 색상으로 가상 적용만 하면 됐기 때문이죠. 그렇게 다운 트뷰와 시트 튜브용 데칼 제작은 간단히 이뤄졌습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외곽선과 포크 데칼이 없어졌을 뿐이죠.



▲ 에디 먹스의 클래식 바이크 중에는 그의 사진을 헤드 튜브 엠블럼으로 채용한 모델이 있습니다.


Eddy Merckx X Eddy Lee
가장 골머리를 썩였던 부분은 헤드 튜브 엠블럼이었습니다. 캐나다행을 결정짓고 나서도 영어 이름도 제대로 정하지 못한 상황이었죠. 사실 영어 이름을 사용하기 싫었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철수나 영희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했죠. 하지만 글쓴이의 한국 이름은 외국인이 소리내기에는 객관적으로도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그래서 영어 이름을 만들기로 마음먹었죠. 글쓴이는 마침내 영어 이름을 떠올리게 됩니다. 바로 에디 리(Eddy Lee)인데요, 별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지로 디탈리아와 뚜르 드 프랑스에서 각각 5번이나 우승한 사이클 전설 에디 먹스(Eddy Merckx)가 떠올랐기 때문이죠.



▲ 에디 먹스의 엠블럼을 패러디한 글쓴이의 수제 자전거 헤드 튜브 엠블럼. 혹자는 영정 사진 같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캐내디언 친구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에디 먹스는 은퇴 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전거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에디 먹스 자전거들은 그렇지 않지만, 과거에는 에디 먹스의 사진을 헤드 튜브 엠블럼으로 사용하기도 했었죠. 글쓴이는 바로 그것에서 영감을 떠올렸던 것입니다. 금속으로 엠블럼을 만들기엔 무리가 따랐지만, 개성 있는 자전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글쓴이의 영어 이름 역시 에디로 짓고 헤드 튜브 엠블럼도 사진을 넣기로 했죠. 그리고 그해 여름에 촬영한 여권 사진을 넣은 엠블럼으로 만들었습니다.



▲ 참고로 엠블럼의 적당한 실제 크기를 찾기 위해 대략적인 치수를 반영한의 빈 종이를 잘라 헤드 튜브에 직접 맞춰보는 식으로 가늠했죠.



데칼과 엠블럼 제작에 사용된 것
바이크캐드는 가상으로 글씨체를 튜브 위에 적용해보기 좋았습니다. 게다가 위치도 수치상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실제 데칼을 튜브에 붙일 때 유용합니다. 또한, 커팅 플로터를 사용해 데칼을 실제 크기로 잘라내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인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Adobe Illustrator)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다운 튜브와 시트 튜브용 데칼은 시트지에 인쇄했고요. 보조 시트지(모눈 시트지)가 사용됐습니다. 엠블럼의 경우 도색 작업이 완료된 후 개인적으로 작업해 따로 붙였습니다. 인터넷에서 제법 유명한 스티커 전문업체에 회색 테두리만 은박지처럼 반짝거리게 할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온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직접 대형할인점에서 스티커 용지를 구매해 컬러 레이저 프린터를 이용해 출력했습니다. 스티커의 손상 방지와 입체감을 위해 손 코팅 필름을 이용해 겉면 처리를 했고요. 다음 12부에서는 주 된 내용일 도색 외 데칼 붙이기에 대한 내용도 구체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http://pungnew.com (풍류커스텀)

유기농 자전거 프로젝트
7. 앞 삼각 2 - 자전거 프레임의 외형과 성능에 영향을 주는 앞 삼각 세척하고 용접하기
8. 후 삼각 - 자전거 프레임 교정(얼라이먼트)와 시트 스테이 직접 손질해서 용접하기
9. 브레이즈 온 - 뒤 브레이크를 위한 브리지, 케이블 스톱, 물통 케이지 손질 용접하기
10. 얼라이먼트 - 프레임 빌딩의 끝. 얼라이먼트(교정)와 튜브(튜빙) 손질,탭핑,페이싱

관련 문화평
자전거의 역사 : 두 바퀴에 실린 신화와 열정 (2008, 프란체스코 바로니)
바이시클 테크놀로지 (2013, 롭 반 데르 플라스, 스튜어트 베어드)

관련 글타래
바이크 아카데미 : 자전거 '정비(미캐닉),창업,사업,자격증' 교육기관(학원) 수료기
트렉 프로젝트 원 마돈(TREK PROJECT ONE, MADONE) 커스텀 프레임 제작에서 수령까지
결론은 피팅이다 : 보다 과학적이고 편안한 사이클링을 논하다

관련 인물들
자전거 도색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싶은, 풍류커스텀(PUNGNEW CUSTOM) 이승기

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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