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부] 얼라이먼트 - 프레임 빌딩의 마무리, 얼라이먼트(교정)와 튜브(튜빙) 손질,탭핑,페이싱)

그날이 오다
인생을 살다 보면 무척이나 손꼽아 기다려지는 날이 있습니다. 그러한 날들은 대부분 생의 첫 경험을 안겨다 주는 경우가 많죠. 이를테면, 생의 첫 내 집에 입주하는 날. 생의 첫차를 출고 받는 날. 첫사랑과의 첫 데이트 등이 있겠지요. 이처럼 처음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남다릅니다. 게다가 내 손으로 정성스레 하나부터 열까지 만들어냈다면 더 남다르겠죠. 바로 프레임 빌딩이 그렇습니다. 비록 도색을 하지 않아 완벽한 완성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변속기나 크랭크 등의 부품을 조립해서 타고 다닐 수 있는 세상 하나의 나만의 프레임 세트가 완성되는 날이었죠. 그날의 과정을 지금 풀어보겠습니다.



시트 튜브, 러그 손질과 완성

그 동안 시트 튜브를 지그에 고정하는 용도로 쓰기 위해 자르지 않고 있었습니다. 글쓴이가 빌딩 한 프레임은 시트 포스트를 물리기 위해 클램프를 사용하지 않고 시트 러그 자체 볼트를 이용합니다. 게다가 시트 러그 끝단이 곡선으로 이루어져 용접 후에 튀어나온 시트 튜브를 잘라낸다면 다시는 지그에 고정할 수 없겠죠. 하지만 더는 지그에 물릴 일이 없으므로 잘라도 됐습니다. 그래서 시트 러그 너머로 보기 싫게 살짝궁 튀어나온 시트 튜브를 잘라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눈 대중으로 시트 러그 위에 불필요한 시트 튜브를 톱으로 과감히 잘라주면 됩니다. 그런 다음, 둥근 줄로 시트 러그의 형태에 맞게 시트 튜브의 잔재들을 깔끔히 갈아냈죠. 마무리는 당연히 사포로 했습니다.



시트 튜브, 러그 홈 파기
시트 포스트를 시트 튜브에 물리려면 어느 정도의 탄성이 있어야 합니다. 시트 포스트 고정 볼트를 조였을 때 튜브가 안으로 오므려져 시트 포스트 물어줘야 하죠. 그러기 위해선 시트 튜브의 끝을 살짝 나눠줘야 합니다. 그동안 통기구멍을 낼 때 주로 사용해왔던 스크라이브(Scribe)로 볼트가 고정되는 부위 하단에 표시합니다.



그런 다음 표시한 부위를 전기 드릴을 이용해 구멍을 내죠. 그곳을 전기톱으로 깔끔히 잘라냅니다. 이때 그 폭이 지나치게 짧게 잘리면 시트 포스트 고정 볼트를 조였을 때, 시트 포스트가 단단히 고정되지 않으므로 조금 깊게 홈을 내줍니다.



시트 튜브 내부 정리(리밍)
아무래 좋은 튜브라도 내부가 완벽히 고를 수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시트 포스트가 삽입되는 시트 튜브 내부가 고르지 못하다면, 시트 포스트가 원활히 삽입되지 못할 뿐 만 아니라 제대로 뽑히지도 않겠죠. 그래서 전용 공구인 리머를 이용해 내부 정리 작업을 해줘야 합니다.



리머를 시트 튜브 안지름에 맞게 삽입하여 핸들을 돌려주면 절삭날이 돌아가면서 튜브 내부를 정리해주죠. 지나치게 내부를 깎아내면 라이딩 중 요철 지나거나 충격을 받았을 때 시트 포스트가 내려갈 수 있으므로 주의합니다. 작업이 완료되면 시트 포스트를 삽입해보며 내부를 더 깎아낼지 판단합니다.



헤드 튜브 손질과 완성
다운 튜브와 연결된 헤드 튜브를 잘라버리면 지그에 물릴 수가 없으므로, 다운 튜브를 잘라내지 않고 있었죠. 하지만 마찬가지로 더는 지그에 프레임을 물릴 일이 없기에 과감히 잘라냈습니다. 단 주의할 점은 헤드 튜브의 양 끝 1mm가량을 남겨둬야 표면을 고르게 만드는 페이싱 작업을 할 수가 있습니다. 톱으로 잘라낸 뒤 평 줄로 표면을 손질하고 사포로 마무리했죠. 물론, 1mm의 여유를 남겨두고 말이죠.



헤드 튜브 표면 정리(페이싱)
1mm의 여유를 남긴 튜브 표면을 말끔히 정리해야 합니다. 페이싱을 할 때는 제법 많은 힘이 가해지므로 프레임의 BB 셸을 바이스에 단단히 고정하고 작업을 진행했죠. 전용 공구를 이용해 헤드 튜브 양 끝 울퉁불퉁한 표면을 매끈하게 정리해주었죠. 작업할 때는 절삭 날이 상하지 않도록 절삭 유를 적당히 바르면서 진행합니다.



BB 셸 표면 정리와 나사산 작업(페이싱과 태핑)
어차피 도색을 할 텐데 왜 페이싱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도색을 하고 페이싱을 지나치게 하게 되면 도료가 깨지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되면 도색 전체가 일어나게 되죠. 그래서 도색을 하기 전에 페이싱을 꼭 해줘야 합니다. 이미 브리지를 장착하기 전에 간단하게 페이싱을 진행했었습니다. 이번에는 BB 규격에 맞춰 페이싱을 진행합니다. 싸이클러스(Cyclus)에 공구의 경우 페이싱과 나사산 형성 작업을 동시에 할 수가 있죠. 두 작업 다 절삭유를 충분히 도포한 채로 진행합니다. BB 러그 셸에는 이미 나사산이 형성되어있지만, 이물질이 있을 수가 있으므로 청소를 한다는 생각으로 나사산 작업을 한 번 더 하는 것이죠. 페이싱을 지나치게 많이 해버리면 BB 셸의 넓이가 짧아질 수 있으니 주의합니다.



용접물 제거와 튜브 청소
그동안 용접이 끝났을 때마다 플럭스를 제거하고 지나치게 보기 좋지 못한 용접물을 제거해왔습니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으로 최종 작업이었습니다. 동영상과 같이 각각의 튜브와 러그의 형상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줄(file)과 사포를 이용해 갈아서 제거해줍니다. 사실, 이 과정을 얼마큼 줄일 수 있느냐가 프레임 빌더의 숙련도를 나타내는 척도라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시간이 있어야 하는 작업입니다. 주의할 점은 너무 과하게 갈아내서 용접이 완료된 용접물과 플럭스를 넘어 튜브의 표면까지 갈아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언더 커팅이라 칭하는데요, 추후 도색 시 눈에 띄는 자국이 생기게 되므로 주의합니다.



프레임 최종 교정(얼라이먼트)
이미 8부에서 시트 스테이와 브리지를 장착하기 전에 1차로 프레임 교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또, 이미 교정된 프레임을 보면서 흐뭇해하려 최종 교정을 진행했죠. 정확히 수평으로 설치된 정반 위 고정 장치에 BB 셸을 적당한 압력으로 프레임이 틀어지지 않게 고정합니다.



그리고 유니버셜 서피스 게이지(Universal surface gauge)나 정밀 레벨(Angle plate), 사인 바(Sine bar), 높이 게이지(Height gauge)와 같은 다양한 측정 도구로 튜브의 균형을 확인했습니다. 만약 헤드 튜브와 시트 튜브 등의 높낮이가 다르다면 길고 둥근 나무 막대를 삐뚤어진 튜브 안에 삽입해 교정이 필요한 방향으로 힘껏 당겨주면 됩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교정과 측정을 원하는 수치가 나올 때까지 반복했습니다.



포크 최종 교정
4부에서 포크를 제작하고 이미 교정작업을 진행했지만, 다시 한 번 더 완벽한지 확인 작업을 거쳤습니다. 스티어러 튜브를 평평한 정반 위에 고정된 단단한 블록에 고정합니다. 그리고 드롭아웃의 간격을 측정하는 공구를 이용합니다. 저의 경우 로드 사이클이기 때문에 100mm의 드롭아웃 간격이 필요했습니다.



우선 공구를 스티어러 튜브와 일치하게 설정한 다음, 그 수치 그대로 드롭아웃 간의 오차가 없는지 확인합니다. 이렇게 스티어러 튜브 한 쌍의 포크 블레이드의 수평값 등을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손을 이용해 벌려주거나 오므려 손쉽게 교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포크가 최종 완성된 뒤에도 자전거를 타다가 포크 블레이드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된다면, 이처럼 쉽게 교정을 할 수가 있습니다.



완성과 봉인
약 한 달여의 시간을 들여 프레임을 만들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주위에 굴러다니는 휠 세트만 꽂아도 가슴이 마구 뛰었지만, 정작 이때까지는 직접 탈 생각은 하지 않았었죠. 행여나 내 손으로 직접 만든 프레임 세트가 부러지면 어쩌나 걱정했기 때문이죠. 그저 방 한쪽에 걸어놓고 가끔 바라만 봐도 좋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프레임을 완성하고 많은 꿈을 꾸었습니다.



어떤 부품으로 치장하면 좋을까? 데칼과 색상은 어떤 식으로 할까? 세상 가장 멋지고 특별한 자전거를 목표로 외국 서적을 뒤지기도 했었죠. 결국, 먹고 살기 바빠 설레던 순간도 잠시였고 글쓴이 피아랑의 유기농 프레임은 약 2년여간 기약 없는 기다림(과 더불어 겉은 ‘녹’이라는 꽃이 활짝 폈었습니다.)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다음 편에는 2년간의 봉인이 풀리면서 녹이라는 옷을 벗어던지고 새 옷을 갈아입는 과정을 풀어보겠습니다.



http://bikeacademy.co.kr/ (프레임 빌딩교육의 표준, 바이크아카데미)

유기농 자전거 프로젝트
6. 앞 삼각 - 프레임의 성능과 외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앞 삼각 자르고 손질하기
7. 앞 삼각 2 - 자전거 프레임의 외형과 성능에 영향을 주는 앞 삼각 세척하고 용접하기
8. 후 삼각 - 자전거 프레임 교정(얼라이먼트)와 시트 스테이 직접 손질해서 용접하기
9. 브레이즈 온 - 뒤 브레이크를 위한 브리지, 케이블 스톱, 물통 케이지 손질 용접하기

관련 문화평
자전거의 역사 : 두 바퀴에 실린 신화와 열정 (2008, 프란체스코 바로니)
바이시클 테크놀로지 (2013, 롭 반 데르 플라스, 스튜어트 베어드)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은 : 자전거와 문화에 대한 영감어린 사진 에세이 (2014, 크리스 하던, 린던 맥닐)

관련 글타래
바이크 아카데미 : 자전거 '정비(미캐닉),창업,사업,자격증' 교육기관(학원) 수료기
흥아 인도네시아(슈발베) 현장 : 고무에서 세계 최고의 자전거 타이어 되기까지
결론은 피팅이다 : 보다 과학적이고 편안한 사이클링을 논하다

관련 인물들
자전거 정비문화의 리더 : 사단법인 한국자전거미캐닉협회 '이상훈' 회장
자전거 도색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싶은, 풍류커스텀(PUNGNEW CUSTOM) 이승기

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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