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NAGO OVAL CX (콜나고 오발 CX) (1982)

COLNAGO OVAL CX (1982)

어떤 목적의 자전거가 필요했던 것인가_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토 사이클이 너무나 타고 싶었으나 주변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만류해서 포기해야만 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80년대 경륜 선수들을 위해 삼천리자전거에서 제작한 골드윈(GOLDWIN)을 구매해 온라인 커뮤니티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 받을만한 갱생일지를 남겼다. 당시 라이딩을 함께 즐기던 친구 녀석이 이탈리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다꼬르디(DACORRDI) 자전거를 영입하는 것을 보고 부러움에 배가 아파오더라.

그 때부터 온라인 장터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낸 끝에 발견한 1982년산 콜나고 오발(COLNAGO OVAL) CX는 반짝이는 보물이 창고 한편에서 빛을 못보고 있다는 생각에 잠 못 이루게 했다. 며칠이 지나 오발 CX를 구원해서 본연의 모습으로 빛나게 해주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판매처인 홍성으로 달려갔다. 정리하자면 골동 명품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동한 것이다.



라이더: 김현기, 주행 거리: 약 2,000km, 주행 환경: 일반도로 및 자전거도로, 관리 부위: 프레임 및 전체, 구매비용: 총 380만원, 사양: 프레임 COLNAGO OVAL CX / 포크_ COLNAGO CX / 튜빙_ Columbus Colnago OVAL Cr-Mo / 그룹 세트_ Campagnolo Super Record Pantograph / 브레이크 세트_ Campagnolo Super Record / 페달_ Campagnolo Gran Sport Pantograph / 휠 세트_ Mavic Mach2 CD2 Rims + Campagnolo Super Record Hubs / 핸들바_ 3T Mod Grand Prix / 스템_ Cinelli Colnago Pantograph / 시트포스트_ COLNAGO OVAL 20mm Pantograph / 안장_ San Marco Concor Supercorsa Red / 헤드세트_ Campagnolo Super Record


절제된 고급스러움

자전거를 고르며 가장 고민했던 점_ 골드윈은 전체적으로 크롬 도금처리를 하여 분에 넘치게 화려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날리지 않는 절제된 고급스러움의 콜나고 오발 CX가 단연코 눈에 띄었던 것이다. 신비로운 분위기도 한몫했다. 대다수의 클래식 애호가들은 유일 무일한 나만의 자전거를 갈망하는 것 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오발 CX는 80년대 초반 콜나고 프레임의 과도기적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이 드문 점도 마음에 쏙 들었다. 빛을 받으면 미간을 살짝 찌푸리게 하는 금속 부품 특유의 반짝이는 느낌을 좋아해서 오래된 부품들과 조화를 이루면 아름다울 것 같다는 확신도 함께 차올랐었다.



끊임없는 혁신

브랜드의 매력을 꼽자면_ 고급 자전거의 대명사 격인 이탈리아 브랜드 콜나고(COLNAGO)를 특별히 선호하지는 않았다. 콜나고 자전거의 우수성에 이견을 달리할 생각은 없지만, 그 만큼 높은 판매량으로 인해 희소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발 CX를 손에 넣고 브랜드의 면면을 깊게 알아보니 대단한 구석이 많아서 콜나고를 좋아하게 됐다. 과거 이탈리아에서는 프레임 빌딩을 전문으로 하는 공방들이 즐비했다. 콜나고 역시 그 공방들 중 하나였는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곳은 흔치 않더라.

콜나고가 60년의 고된 시간을 이겨내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자전거 제조회사들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끊임없는 연구개발에서 비롯된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페라리(Ferrari)나 명망 높은 디자이너들과의 협업 그리고 기념비적인 의미를 고루 담은 한정판 출시 같은 기술에 근거한 마케팅은 누구나 한번쯤 선망하는 브랜드가 되기에 충분한 힘을 실어주었다.



판토그래프(Pantograph)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자전거를 보며 가장 부러워하는 부분_ 체인링과 스템, 레버 등 콜나고 로고와 문양이 새겨진 판토그래프(Pantograph) 부품들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고서는 눈에 띄게 얇은 20mm 시트포스트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또한 자칫 잘못하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붉은색과 노란색을 고급스럽게 잘 버무려 30년의 세월이 비켜나간 아름다움에 혀를 내두르더라. 한번은 한강 라이딩을 하는데, 연세 지긋하신 할아버지께서 불러 세우신 적이 있다. 그는 콜나고 오발 CX가 82년 당시 현대자동차 포니와 값이 비슷할 정도였다고 했다. 덕분에 어르신들과 클래식 자전거를 매개로 세대간의 격차를 초월하는 값진 소통도 경험할 수 있었다.



오발(OVAL)

특징 몇 가지_ 톱 튜브를 내려다보면 보편적인 클래식 로드 사이클과 달리 타원형으로 훨씬 더 얇고 가느다랗다. 이를 콜나고는 오발(OVAL)이라 명명했는데, 전면에서 불어오는 공기마찰계수를 최대한 줄여보고자 하는 80년대 초반에 노력의 산물이다. 하지만 결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해 현재까지 통용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자전거 발전사를 되짚어 본다면 상당히 가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지오메트리를 살펴보면 톱 튜브가 이어지는 접점이 다소 높게 위치해 있어 시트튜브가 상대적으로 짧아 라이더의 무게 중심이 낮게 형성된다. 휠 베이스도 길어 민첩성은 다소 부족하나 직진성이 우수하다. 댄싱을 해보면 일반적인 크로몰리 프레임과 달리 낭창거림은 덜하지만 딱딱하고 매우 탄탄해서 힘을 잘 받아준다. 이는 에어로 형상의 튜브 때문이라 판단된다. 브리지에 장착된 뒤 브레이크 캘리퍼가 시트 튜브 방향으로 배치된 점도 참신한 시도였던 것 같다.



옅은 도장

불만도 없진 않을 것 같다_ 프레임 도장 피막이 옅게 형성되어 작은 충격에도 잘 벗겨진다. 이는 크롬 도금 특유의 반짝거림을 살리기 위해서 도색을 옅게 칠한 것인데, 환경에 따라 일반 도료로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선사하는 이점도 있다. 한편 최첨단의 현대식 구동계를 사용해보고 싶지만, 80년대 부품들과의 환상적인 궁합을 이루는 프레임 형태 덕분에 클래식 부품의 매력을 도무지 포기할 수가 없더라. 주변에서도 최신식 부품들을 절대 사용하지 말라며 말리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자전거가 나를 타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80년대 초반 캄파뇰로

컴포넌트의 특성_ 80년대 초반 캄파뇰로(Campagnolo)의 슈퍼 레코드(Super Record)는 동시대의 시마노(SHIMANO) 듀라-에이스(DURA-ACE) EX보다 내구성과 성능 면에서 앞섰다고 생각한다. 잔고장이 덜하고 변속도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당시 판매량도 높아서 정비도 수월했다. 무엇보다 콜나고 오발 CX와 외적으로 찰떡궁합을 이루어서 꽤나 만족스럽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화려함의 끝을 보고 싶은 나머지 브랜드 로고나 각종 문양이 각 부품들에 각인된 슈퍼 레코드 판토그래프 버전으로 교체를 단행했다. 오발 CX를 인수했을 때 프레임 세트가 좀 더 자신을 치장해달라며 애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해외 웹사이트를 수없이 뒤지기도 했고, 부품을 구하기 위해 해외 경매 사이트도 중독자처럼 접속했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스템부터 페달까지 콜나고만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주변인들은 부러움을 표했지만, 혹자는 혀를 차며 지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 호기심과 경탄의 뜻을 내비친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부식 방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 관리해왔나_ 오발 CX는 크로몰리 소재로 프레임 세트를 이뤄 삼대가 탈 수 있을 정도로 내구성이 뛰어나다. 하지만 습기에 약해 부식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비오는 날은 라이딩을 절대 하지 않고, 혹시나 물에 노출되었을 경우 시트 포스트를 분해하여 닦아준 뒤 뒤집어서 음지에 잘 말려준다. 


또한 도장이 무척 옅고 약해서 평소 라이딩을 하고 난 뒤에는 극세사 천을 이용해 각종 이물질을 가볍게 닦아준다. 사실 최소한의 관리만으로 마음 편하게 자전거를 타고 싶다. 그러나 시간을 내 오발 CX의 면면을 차분히 감상하며 청소하는 것도 썩 나쁘지 않더라. 도장이 벗겨지면 가슴이 너무 아프기도 했고, 상처를 지우려 터치업 페인트를 이용해 보수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세월의 흔적도 역사이자 멋이라며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혹시 자전거를 바꾸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_ 자전거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바꾸기 보다는 추가로 영입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애정을 듬뿍 쏟았던 자전거들과 몇 번의 이별을 해보니 저마다의 개성이나 특징들이 뚜렷해서 가치가 있었음을 깨닫게 되더라. 그래서 여유가 생긴다면 팔지 않고 수집하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이따금씩 오발 CX 프레임에 최신 부품들을 적용하고 싶은 욕심이 난다. 하지만 콜나고 고유의 매력이 듬뿍 베인 판토그래프 구동계를 채용했기에 완전체에 가깝다고 생각해서 더 이상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크로몰리 프레임을 추가로 구매한다면 내 몸에 딱 맞춘 수제 프레임을 바탕으로 최신 구동계를 조합하고 싶다. 장거리를 뛸 때 첨단기술의 힘을 빌려 보다 편하게 완주해보고 싶어서다. 한편으로 내구성이 뛰어난 티타늄 자전거로 금이야 옥이야 도색이 벗겨지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돼보고 싶기도 하다.



동반자

당신에게 이 자전거는 어떤 존재인가_ 이 자전거로 인해 수많은 인연들과 조우하게 됐다. 게다가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소소한 아름다움도 감상 할 수 있는 시야와 따뜻한 가슴도 가지게 됐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한강 주변의 길들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깜깜했던 내게 이곳저곳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길눈도 밝혀주었다.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했고, 집 안에서만 갇혀 지냈던 나를 밖으로 끌어내 세상과 부딪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기도 했다. 원하는 곳 어디든 쉽게 이동 할 수 있도록 기동력이라는 날개까지 달아준 이 자전거는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금속덩어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겐 그 누구보다 고마운 합을 함께하는 동반자이다.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그 만큼 까다롭고 고집이 있는 콜나고 오발 CX는 낯선 곳을 함께 할 때면 항상 주목을 받게 해줘서 자신감을 복 돋아 줬습니다. 30년의 지난 세월을 이겨낸 만큼 위엄이 넘치고 때로는 섹시하기까지 한 ‘선생님이자 멘토’ 같은 자전거로 평생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 김현기


<온로드(onroad) vol.5, 지극히 주관적인 시승기 : Editor's B-Edition>

http://baqui.co.kr/ (Bicycle Lifestyle Magazine, baqui) / 사진 : 정민철(Colon :D)

http://colnago.com/ (Colnago)
COLNAGO MASTER X-LIGHT AD20 (콜나고 마스터 엑스-라이트 AD2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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