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자전거 도색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싶은, 풍류커스텀(PUNGNEW CUSTOM) 이승기

그림과 무대 디자인을 전공한, 이승기
고교 때까지는 그림을 그렸었고, 대학에서는 무대 디자인을 전문으로 했습니다. 그러다 동대문에서 옷을 팔아보기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지금 하는 일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자전거는 22살 때부터 픽스드 기어를 타왔습니다. 그러다 자전거를 타다 만난 지인이 디자인 감각도 있으니 자전거 도색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국내에는 자전거 전문 도색 업체가 드물어서 별다른 홍보 없이도 쉽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사업을 덥석 시작해버렸습니다.

도색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이와타 아트스쿨에서 스프레이 아트웍스 과정을 수료하고, 자전거 도색 업체인 릴리커스텀에서 실전 연습을 갈고 닦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릴리커스텀 대표가 사업체 인수를 제안했습니다. 실력은 많이 미천했지만 좋은 기회다 싶어 모은 자금을 다 쏟아서 인수를 해버렸습니다. 풍류커스텀(PUNGNEW CUSTOM)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본격적으로 도색 사업을 시작해보니 사람들에게 ‘사장이 젊고 디자인을 해서 감각이 좋다.’는 긍정적인 소문이 차차 퍼져 나가긴 했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있는 클래식 크로몰리 복원
클래식 자전거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것에 누구보다 자신이 있습니다. 데칼의 경우 원형으로 복원하기 위해 해외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자체 제작도 합니다. 또 러그에 광택을 내기 위해 박리 작업을 한 뒤 도색도 합니다. 클래식 크로몰리 프레임은 방청 작업만 잘되어 있으면 영원해요. 그래서 클래식 크로몰리를 좋아하고 복원에 자신이 있습니다.


 

끊임없는 자기계발
클리어를 올릴 때 실수를 하면 자괴감에 빠지고는 합니다. 습도와 같은 작업 환경이 일정하지 않으면 광택이 균일하지가 않아서 처음부터 재작업을 시작합니다. 또 기계적 결함이 생기면 당황스럽기도 해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돌이켜보면 훨씬 더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가 있었는데, 작업 일정 등의 다양한 변수에 쫓기면서 스스로와 타협을 자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인지했기에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기초 도료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알료, 주제 경화제 등에 대해서 더욱 자세히 알기 위해서요. 특수나 형광 도료에 관해서도 관련 서적을 보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샘플봉에 다양한 도료를 혼합해서 분사되는 양이나 강도, 원하는 색이 구현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실험하고 있습니다.


 

자식을 보내는 마음
도색을 하다 보면 마치 패션 스타일리스트가 됐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마치 꼬질꼬질한 아이에게 새 옷을 입혀주는 것 같아서요. 새 옷을 깔끔하게 갖춰 입은 자전거를 보고 만족하는 손님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한편으로 2~3주 동고동락한 아이(자전거)가 돌아갈 때면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더불어, 라이딩 중에 작업했던 자전거를 자전거 길에서 만나게 될 때면 어머니가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구석구석 살펴보기도 합니다.


 

단색 과정 조차도 가볍게 보지 말라
많은 사람이 단색 도장 과정을 쉽게 논합니다. 즉, 프레임 표면에 래커를 골고루 뿌려준 다음, 코팅 마무리로 작업이 끝나는 줄 알고 있어요. 그들에게 자전거 도색이 보통 2주 정도 걸린다고 언급하면 놀라곤 합니다. 도색을 하려면 일단 칠을 벗겨 내야 하고, 칠이 잘되게 표면 처리를 한 다음, 중도와 상도 작업을 해야 합니다. 데칼 또한 습식, 시트지 등 종류에 따른 작업시간이 천차만별입니다.

도색을 의뢰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스스로 직접 시행해봤고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에 도색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압니다. 이 때문에 책정된 공임료에 대해서 수긍을 하고 기꺼이 지급합니다. 하지만 도색을 해보지 않은 이들은 공임료에 대해서 말이 많은 편입니다. 가까운 일본이나 미국만 보더라도 단색 도장 비용이 30만 원 이상 들기도 합니다. 결코, 비싼 편이 아니란 말이죠.


 

자가 도색을 하는 이들에게 조언
박리 작업을 할 때 리무버 과정에서 마무리하면 안 됩니다. 우선 600방 거친 사포로 밀어준 다음, 1,000방짜리 고운 사포로 다시 한 번 더 마무리 표면 작업을 해줍니다. 그리고 프라이머를 올려 표면 정리를 해야 합니다. 도료는 프레임 가까이에서 분사를 하면 안 됩니다. 즉, 피막이 가득 채워지게 분사를 하지 말고 얹히는 느낌으로 해야 좋습니다.

코팅할 때에는 막 표면을 두껍게 해야 합니다. 이처럼 자가 도색은 표면정리가 성패를 좌우합니다. 마스킹 작업을 할 때에도 스스로 충분하다고 판단될 때 한 번 더 눈여겨서 살펴봐야만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또한, 금속재질 컴포넌트에 광을 내려면 컴파운드를 이용하지 말고, 시중에 유통되는 금속 광택제를 거즈에 묻혀 닦으면 효과적입니다.


 

쇳덩이가 아닌 하나의 예술품
나만의 디자인을 타인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작업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화가가 그린 그림들을 갤러리에 전시하듯이 나만의 스타일로 작업한 자전거를 전시해보고 싶습니다. 프레임 빌더들과 협업을 통해서 튜빙을 재단하고 용접을 하여 마무리 도색과정까지 소개하고 싶습니다. 또한, 탄탄한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교육도 해보고 싶습니다. 이처럼 커스텀 문화가 도색에 국한되지 않고 다방면으로 파생될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아울러 자전거가 사람이 타는 쇳덩이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품으로 가치가 부여되게끔 하고 싶습니다.


 

자전거를 즐기는 이들의 사랑방
작업자가 중급 정도의 자전거 정비를 할 수 있습니다. 또 웬만한 공구들은 무상으로 빌려주거나 간단한 정비 서비스를 해줍니다. 타 경쟁 업체들이 손 사포 작업으로 도료를 벗겨 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풍뉴커스텀은 샌드 블라스터를 이용해 깔끔하게 작업을 시행합니다. 그래서 표면이 훨씬 매끄럽습니다. 서울 영등포 문래동에 자리하고 있어 접근성도 좋습니다. 꼭 도색을 의뢰하지 않더라도 차 한잔 하면서 작업장 구경도 하며 디자인 상담을 해도 좋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자전거를 즐기는 이들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먹고 즐길 수 있는 사랑방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http://pungnew.com/ (풍류커스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문래동 1가 21-1 | 02-2678-8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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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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