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K 728 (트렉 728 여행용 자전거, 클래식 투어링 바이크) (1982)

TREK 728 (1982)
어떤 목적의 자전거가 필요했던 것인가_ 전문 사진가로 활동하면서 브랜드 화보촬영을 계기로 자연 속에서 일상을 환기하는 캠핑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그 중에서도 오토캠핑보다는 친환경적이고 꾸러미도 적은 백패킹(Bag Packing)을 선호하게 됐다. 클래식 자전거 2대를 보유할 정도로 두 바퀴를 좋아하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자전거 여행에도 관심이 갔다. 그러자 가죽 패니어가 장착된 아름다운 투어링 자전거에 포트폴리오 북을 넣어 클라이언트를 만나러 가는 환상이 생기더라.

해외 경매 사이트에서 괜찮은 물건을 적당한 가격에 낙찰 받는 것 역시 또 다른 취미인데, 언젠가 영입할 것이라고 마음먹었던 투어링 자전거가 등록된 것을 보고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누가 봐도 매력적인 물건을 망설이는 사이에 놓쳐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었으니 말이다. 올 가을에는 날씨가 더 쌀쌀해지기 전에 트렉(TREK) 728에 올라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라이더: 최지원, 주행 거리: 약 500km, 주행 환경: 일반도로 및 자전거도로, 관리 부위: 프레임 및 전체, 구매비용: 총 180만원, 사양: 프레임 세트 _TREK 728 / 튜빙_ Reynolds 531 Double-Butted Manganese Molybdenum / 변속 레버_ Suntour Barcons / 앞 변속기_ Huret Successs / 뒤 변속기_ Huret Duopar / 크랭크_ Sugino Aero Mighty Tour 28-45-50T / 카세트_ Suntour Ultra 6 14-22T / 브레이크 세트_ Gran-Compe 450 / 페달_ SR SP-11 / 휠 세트_ Rigida Alloy 16 - 22  700c Rims + Suzue Hubs / 핸들바_ Cinelli 1-A / 스템_ Cinelli Colnago Pantograph / 안장_ Brooks Professional / 헤드세트_ Tange Levin / 중량_ 약 15.0kg


희소성

자전거를 고르며 가장 고민했던 점_ 국내에서 흔치 않은 모델들을 중심으로 물색했다. 곧고 가늘게 잘빠진 크로몰리(Cr-Mo) 튜빙을 바탕으로 톱 튜브가 수평인 고전적인 형태의 프레임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첨단의 기술이 집약된 최신 모델보다 성능은 다소 떨어질지라도 지나온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해 알아 갈수록 깊이가 묻어나는 80~90년대 클래식 자전거들을 선호했다.


아울러 스틸 튜브를 정교하면서도 단단하게 이어주는 러그(Lugs), 장인의 땀방울이 깃든 은빛 구동계 등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있어야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짐받이가 기본적으로 장착돼 패니어 같은 여행용 액세서리를 편리하게 장착 할 수 있어야 했고, 어떠한 지형의 먼 거리를 달릴 때에도 편안해야 했다.



자전거에 대한 확고한 철학

브랜드의 매력을 꼽자면_ 얼마 전 부엘타 에스파냐(Vuelta a España)에서 크리스토퍼 호너(Christopher Horner, RadioShack-Leopard) 선수가 트렉의 톱 엔드 로드 사이클 마돈(Madone)에 올라 최고령의 나이로 월드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과거의 사례들을 비추어 보아도 많은 선수들이 트렉 자전거를 타고 다양한 대회를 석권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부터 프로 선수들까지 포용 할 수 있는 폭 넓은 라인업을 세계적으로 구축한 점 역시 신뢰의 바탕이 됐다. 기업 역사를 살펴보아도 트렉은 단순히 뛰어난 기술이나 마케팅만이 아닌, 오랜 역사와 자전거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되어 왔더라. 사회적 공헌에도 노력하는 점 역시 브랜드에 대한 호감이 더욱 깊어지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편안한 승차감과 뛰어난 활용성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자전거를 보며 가장 부러워하는 부분_ 세상에 태어난 지 32년이나 되었음에도 말끔한 관리 상태에 놀라워했고, 트렉 클래식 투어링 자전거가 국내에 흔치 않기에 신기해했다. 특히 야간에는 은빛의 구동계와 물받이, 짐받이가 도시의 화려한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감탄사를 연발했다. 프레임에 칠해진 도료에는 은은한 펄이 들어가 있어 가까이서 보고 있노라면 마치 공예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클래식 자전거들은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신기종에 비하여 불편한 구석들이 많기 마련이다. 하지만, 트렉 728은 목적 자체가 장거리 여행용이어서 각종 액세서리 장착이 용이하고 승차감을 우선시하는 지오메트리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많은 클래식 자전거 마니아들이 편안한 승차감과 뛰어난 활용성에 부러워하더라.



편안함과 빈티지함
특징 몇 가지_ 트렉 728에 쓰인 레이놀즈 531은 영국의 존 레이놀즈(John Reynolds)가 1935년에 선보인 크로몰리 스틸 튜빙으로서 보급형 자전거 프레임의 대명사였다. 이 튜빙은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서 평지를 달릴 때 가속을 받아 탄력이 붙기 시작하면 지면에 낮게 깔리는 듯한 주행감이 일품이기 때문에 먼 거리를 달리는 투어링 자전거에 적합하다.

더불어 BB의 높이가 낮게 위치해 체인스테이가 길어져 휠 베이스가 넓고, 포크 레이크 역시 크다. 이로 인해 순발력은 다소 떨어지나 우수한 승차감으로 단점을 상쇄했다. 또한, 헤드튜브가 길어 드롭바를 잡아도 일반적인 로드 사이클과 달리 허리를 많이 굽힐 필요가 없어 피로가 덜하다.

헤드배지는 1976년 트렉이 창립한 이례 1983년도까지 사용한 두 번째 로고로 세월의 흔적이 적당히 묻어나 빈티지한 멋을 더한다. 아울러 BB쉘과 시트스테이 시작부에 트렉 로고가 음각으로 새겨져 현 시대의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와는 상반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느리다. 무겁다.

불만도 없진 않을 것 같다_ 고가의 클래식 자전거들은 겉보기에는 특유의 고급스러움으로 인해 좋아 보일 수도 있으나 개별적인 부품들과 세부적인 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세월의 때를 고스란히 느낄 수밖에 없다. 소음에서부터 변속 트러블 그리고 세게 쥐어야 하는 브레이크 레버 등 요즘 자전거와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정도로 불편하다. 하지만 애초에 오래된 자전거라고 인정하고서 즐기기 시작한다면 대부분의 불만은 사라진다. 


굳이 따져보자면 무게가 꽤나 무거워 들어서 옮겨야 할 때 한숨이 절로 나온다. 또 다운튜브 하단에 물통 케이지를 장착하면 체인링에 닿는데, 아마도 트렉 728 형태에 맞는 케이지가 따로 존재하는 것 같다. 클래식 자전거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은 지나온 시간을 음미하면서 세심하게 변속을 하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제동을 걸어 미리 속도를 늦춰 느리게 라이딩을 한다면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더라.



시대를 거스르는 편리함

컴포넌트의 특성_ 스기노(Sugino)의 에어로 마이티 투어(Aero Mighty Tour) 트리플 크랭크 세트의 가장 작은 톱니개수는 28개로 이루어져 6단에 최대 22T에 불과한 선투어(Suntour) 울트라 6 스프라켓의 단점을 슬기롭게 극복했다. 때문에 크로몰리 프레임과 짐받이, 물받이 등이 더해져 비교적 무거운 완차 무게임에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언덕을 오를 수 있다.

클래식 자전거들은 대부분 다운튜브에 장착된 변속레버를 이용해 변속 하는데, 라이딩 중 핸들바에 있던 손을 다운튜브로 향해야 해서 불편하다. 특히, 언덕을 오르거나 내려갈 때에는 제법 위험해서 변속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트렉 728에 채용된 선투어 바콘스(Barcons) 바엔드 쉬프터는 핸들바 끝에 장착돼 다운튜브 쉬프터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했다. 게다가 레버에는 작은 문양이 새겨져 있어 예술적인 완성도까지 더했다.

1970년대의 프랑스 자전거 부품 회사인 휴렛(Huret)의 디레일러 성능은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으나 형태가 고전적이고 시중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어 마음에 든다. 안장은 약 반세기 전에 개발된 브룩스 프로페셔널(Brooks Professional)로 측면이 비교적 날렵하게 디자인돼 주행 중 페달링 간섭이 적다. 또 안장가죽을 레일에 고정하기 위한 작은 리벳의 형태도 마음에 든다.



부식 방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 관리해왔나_ 프레임을 새롭게 도색 하거나 최근에 출시된 첨단의 그룹세트를 장착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와 3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보냈던 그 시절 그대로의 모습을 최대한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고 싶다. 프레임 재질이 습기에 약한 크로몰리이기 때문에 방청제를 이용해 부식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또한, 물받이와 짐받이가 장착된 투어링 자전거는 잦은 충격으로 볼트가 조금씩 풀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소음과 사고의 원인이 되기에 연결부위를 주기적으로 확인해가면서 정비하고 있다.



자연친화적인 이동수단

혹시 자전거를 바꾸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_ 이미 영국의 미니벨로 스트라이다(STRiDA)와 일본의 간 웰 프로(Gan Well Pro) 로드 사이클 그리고 바쏘(Basso)의 타임 트라이얼(Time Trial)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여행용인 트렉 728이 추가된 상태여서 자전거를 특별히 바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추가로 영입하고 싶은 프레임이 있는데, 88년 대구의 작은 공방에서 만들어진 수제 크로몰리 프레임 가야스(GAYAS)를 손에 넣고 싶다.

그리고 현재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프레임은 이탈리아의 카사티(CASATI)에서 만들어진 최상급 모델 골드라인(Gold Line)이다. 내게 자전거는 일상생활에서의 자연친화적 이동수단이기 때문에 가볍고 성능이 우수한 풀 카본 로드 사이클을 굳이 타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카사티 프레임이 내 인생의 마지막 자전거가 아닐까 싶다.



셔츠, 격식과 일상의 양면성

당신에게 이 자전거는 어떤 존재인가_ 1982년생인데, 트렉 728 역시 같은 해에 세상의 빛을 봐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 사람에 비유하자면 젊음을 지나치게 유지한 것 같아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앞으로도 여행과 일 그리고 일상생활 어디에서나 재미있는 추억들을 공유해나가고 싶다. 트렉 728은 내가 생각하는 자전거의 본질 즉, 자전거의 일상화라는 기본적인 용도에 가장 충실한 것 같다. 


평소 셔츠를 즐겨 입는 편이다. 셔츠만큼 격식을 갖출 수 있으면서 일상생활에서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양면성을 겸비한 패션 아이템은 드문 것 같다. 몸매에 맞게 매끈하게 떨어지는 옷은 착용자의 매력을 한껏 살려준다. 자전거 또한 마찬가지라고 본다.

격식을 갖춘 정장이나 전문 사이클링 웨어를 갖춰 입고 728에 올라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아 셔츠 같은 자전거라고 생각된다. 이는 728이 짐받이와 물받이를 제외하면 여타 클래식 자전거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업무를 위한 회의, 일생생활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얻는 지인과의 술자리, 여자친구와의 데이트 등 그 어떠한 자리에 참석할 때에도 훌륭한 이동수단이 되어주는 트렉 728은 실용성과 멋스러움을 겸비한 가장 애착이 가는 자전거입니다." - 최지원


<온로드(onroad) vol.6, 지극히 주관적인 시승기 : Editor's B-Edition>

http://baqui.co.kr/ (Bicycle Lifestyle Magazine, baqui) / 사진 : 정민철(Colon :D)

http://trekbikes.com/ (Trek Bicycle)
TREK Domane 6.2c (트렉 도마니 6.2c) (2013)
TREK Madone 4.5c (트렉 마돈 4.5c)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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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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