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s In, More Out
2009년, 클래식 레이스의 황태자라 불리는 파비앙 칸첼라라(Fabian Cancellara)의 <Radioshack-Nissan-TREK> 팀으로의 이적은 세상에 없던 자전거를 창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트렉>의 엔지니어들에게 “코블스톤(Cobblestone)과 같은 요철 코스를 보다 빠르고 편하게 달릴 수 있게 해 달라”며 목소릴 높였다. 결국 트렉은 이 까다롭기로 정평난 스위스 근육남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했고 ‘승차감은 부드럽게, 적은 힘으로 더 큰 파워’라는 의미의 ‘Less In, More Out’이라는 슬로건을 모토로 신차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어 트렉은 북프랑스 지방의 파베(Pave)와 같은 코블스톤 구간을 미국 현지에 구현해 냈다. 그리고 이어진 가혹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셀 수 없이 반복했고,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 후 분석에 분석을 거듭했다. 마침내 지난 봄, 칸첼라라는 트렉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도마니(Domane)’에 올라 스트라데 비앙케(Strade Bianche) 클래식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도마니 탄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드높였다.
ISO Speed 메커니즘
편안한 승차감과 빠르고 뛰어난 반응성과 같은 레이싱 감성, 이 상반된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잡아낸 도마니의 핵심 기술은 ‘ISO Speed’에 있다. 다수의 엔듀런스 바이크들이 프레임 단면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카본재질의 변화 및 프레임 곳곳에 완충 기능을 적용 할 때 트렉은 새로운 시도를 했다. 하나의 완전체로 생산되는 일반적인 카본 프레임 제조 공법과는 달리, 시트튜브와 톱-튜브 사이에 공간을 띄어주고 ‘ISO Speed 디커플러’를 그 접점에 삽입하여 보다 물리적인 움직임이 가능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카트리지 베어링과 액슬을 이용한 조인트 기술로서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하고 정비도 용이한 새로운 메커니즘으로서 풀-서스펜션 바이크의 피봇(Pivot)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ISO Speed 디커플러의 성능
고무로 제작된 실링은 완충 작용시 흔들리는 시트튜브와 톱-튜브의 마찰로 인한 프레임 손상을 방지하고, 카본으로 제작된 커버는 미려한 외관을 뽐냄과 동시에 도마니 프레임의 핵심 부분인 만큼 이물질로 인한 오염과 부식 또한 막아준다. 그렇다면 ISO Speed 디커플러의 실질적인 기능은 무엇일까? 자전거가 코블스톤과 같은 요철구간을 지날 때에는 차체에 지속적으로 강한 상하 충격이 가해지는데, 그 충격은 곧 라이더의 엉덩이를 통해 허리로 전해져 결국 온몸에 피로가 누적 되는 것이다. 이 때 노면으로부터의 충격을 라이더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시트튜브가 앞뒤-상하로 움직여 완충작용을 하고, 프레임의 다른 부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다. 수직방향으로 동일한 하중을 가한 내부 실험결과 기존 트렉의 탑-엔드 레이싱 자전거인 마돈(Madone)의 시트튜브가 약 23mm가량 움직이는 반면, ISO Speed 디커플러가 장착 된 도마니의 시트튜브는 무려 36mm나 여유를 보여 차체와 라이더가 받는 스트레스 수치를 획기적으로 낮추었음을 입증했다.
ISO Speed 포크와 ISO Zone 핸들바
ISO Speed 기술의 도입으로 인해 넓어진 포크 레이크(Rake) 충격 흡수도는 상당히 높아진 반면, 핸들링은 마돈(Madone)에 비해 둔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포크 끝에 위치한 드롭아웃의 각도를 뒤로 향하게 했고, 헤드튜브의 각도 역시 가파르게 하여 핸들링 기능을 바로 잡는 데 성공하였다. 더불어 자사의 컴포넌트 브랜드 <본트레거>(bontrager) 핸들바 윗면과 드롭에 젤 패드를 첨가하여 거친 도로에서 상체로 전해지는 충격 역시 감소시켰으며 패드의 소재 역시 땀에 젖지 않는 ‘클로즈드 셀 폼(Closed-Cell Foam)’으로 제작되어 쾌적한 라이딩이 가능해 졌다.
Endurance Geometry
도마니의 지오메트리를 살펴보면, 일반적인 레이싱 바이크에 비해 낮게 위치한 BB로 인해 체인스테이가 다소 길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투어링 바이크의 지오메트리와 비슷하기도 한데, 도마니는 이러한 투어링 바이크의 장점인 안정성과 편안함을 가져가는 대신, 단점인 무겁고 둔한 핸들링을 보완하기 위해 헤드각도를 가파르게 형성하는, 즉 ‘엔듀런스 지오메트리(Endurance Geometry)’를 적용했다. 또한 레이싱 자전거로서의 반응성을 높이기 위해 헤드튜브와 다운튜브, BB, 그리고 체인스테이로 이어지는 프레임 하부 강성을 강화한 ‘파워 트랜스퍼 컨스트럭션(Power Transfer Construction)’을 적용하였는데, 이는 쉽게 말해 라이더가 페달을 밟았을 때 차체가 힘에 대한 반응을 즉각적으로 할 수 있도록 순발력과 민첩성을 한층 강화 한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E2 비대칭 테이퍼 헤드튜브’를 통해 프레임 전체 강도를 6%, 포크 강성은 3% 증가시켰다.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기존 트렉의 탑-엔드 레이싱 바이크 마돈과는 매우 다른 지오메트리를 형성하고 있지만 제품의 사이즈는 동일하다는 것에 있다.
클래식 황태자의 애마
도마니의 프레임은 기존의 레이싱 테크놀로지에 각종 완충 기능까지 더했음에도 1,050g(56 사이즈 기준)밖에 지나지 않는다. 프레임에 통합된 ‘3S 체인 키퍼’는 체인이 BB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전자 드라이브트레인 통합 시스템’은 전자식 구동계 역시 깔끔하게 장착이 가능하게 설계 되었다. 또한 부드럽고 완만한 케이블 라인을 도모한 ‘퍼포먼스 케이블 라우팅 시스템’은 케이블의 대부분이 프레임 내부로 지나가게 만들어 에어로 효과는 물론 시각적으로도 미려함을 돋보이게 했다. 더하여 ‘보다 가볍게, 보다 강하게’라는 슬로건에 걸맞는 ‘BB90’과, 내장형 케이던스/스피드 센서인 ‘Duo Trap’ 시스템은 잘빠진 몸매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알찬 기능을 조합시켰다고 본다. 이 밖에도 도마니의 면면을 구석구석 살펴보면 기막힌 라이딩 밸런스를 위해 트렉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 꽤나 많다. 클래식 레이스의 황태자 파비앙 칸첼라라는 도마니를 타고선 “지금까지 코블스톤에서 탔던 자전거 중, 가장 인상적이다!”라는 멘트를 남겼다.
<바퀴(baqui) vol.24, The Endurance : Editor's B-Edition>
http://baqui.co.kr/ (Bicycle Lifestyle Magazine, Baqui) / 사진 : 정민철(Colon :D)
http://www.trekbikes.com/ (Trek Bicycle Corporation)
TREK Madone 4.5c (트렉 마돈 4.5c)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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