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68번째 부엘타 에스파냐(2013 Vuelta a Espana) 퀸 스테이지로 빠짐없이 돌아보기

Review of 2013 Vuelta a España
매시즌 그랜드 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부엘타 에스파냐(Tour of Spain)의 68번째 향연이 지난 8월 24일 화려한 막을 올렸다. 빌라노바 데 아로우사(Vilanova de Arousa)에서 출발하여 27km를 내달려 산헨호(Sanxenxo)로 도착하는 스테이지 1을TTT(Team Time Trial)로서, 이날 강력한 우승후보인 빈센초 니발리(Vincenzo Nibali)의 소속팀 아스타나(Astana Pro Team)가 29분59초로 1위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이어진 스테이지 2에서는 종합 순위를 노리는 선수들의 눈치싸움이 벌어졌고, 기회를 틈타 효과적인 레이스를 펼쳤던 니콜라스 로쉬(Nicolas Roche, Team Saxo-Tinkoff)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갈랐다.


 

비고(Vigo)에서 출발한 스테이지 3은 코스 대부분이 평지로 이루어져 있어 대규모 펠로톤이 형성되었고, 이로 인해 62km를 남기고 많은 선수들이 크래쉬(충돌)에 휘말렸다. 선수들은 1km 남기고 급격히 빨라진 페이스로 해발 250m 높이의 3등급 산악구간 빌라가르시아 데 아로우사(Vilagarcía De Arousa)를 향해 내달렸다. 이를 가장 먼저 통과한 선수는 최고령 그랜드 투어 스테이지 우승 기록을 세운 크리스토퍼 호너(Christopher Horner, RadioShack-Leopard)였다. 스테이지 3의 경기 결과로 인해 빈센초 니발리와 알레한드로 발베르데(Alejandro Valverde, Movistar Team), 호아킴 로드리게즈(Joaquin Rodriguez, KATUSHA) 등 종합 순위권 선수들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스테이지 4에서는 니발리가 종합 1위로 다시 올라선 가운데 부엘타 에스파냐를 상징하는 악명 높은 언덕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스테이지 8까지 니콜라스 로쉬가 빈센초 니발리로부터 레드 저지를 가져오는데 성공했으나 선수들 간의 격차는 더욱 좁혀지면서 긴장감이 맴돌았다. 결국에는 낮은 언덕으로 구성된 스테이지 9에서 치열한 어택 공방전이 반복됐다. 선수들은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다 그린 저지를 입고 있던 다니엘 모레노(Daniel Moreno, KATUSHA)가 급경사로 이루어진 언덕을 꾸준한 페이스로 오르면서 단 1초 차이로 종합 1위에 올라섰었다.


 

1등급 산악인 알토 데 모나칠(Alto de Monachil, 해발 1,465m)과 등급 외(HC, Hors Catégorie) 산악구간인 궤야르-시에라 알토 하자라나스(Güéjar Sierra. Alto Hazallanas)가 포진되어 있는 스테이지 10은 다음날이 선수들의 휴식일이었기에 혼신의 힘을 다한 경쟁이 예상됐다. 체력을 안배하면서 모나칠 산악구간을 오른 펠로톤의 선두에는 니발리, 로드리게즈, 이반 바쏘(Ivan Basso, Cannondale Pro Cycling) 등 종합 순위 경쟁자들이 있었다. 결승선이 위치한 등급 외 산악구간이 시작되자 종합 1위였던 다니엘 모레노와 브레이크 어웨이 그룹은 남은 5km를 버티지 못하고 펠로톤에 흡수됐다. 기회를 틈탄 니발리와 바쏘 그리고 호너, 로드리게즈는 선두 그룹에서 각축을 벌였다. 4.5km를 남기고 호너는 놀라운 어택으로 브레이크 어웨이 그룹과 30초 차이로 거리를 벌렸다. 위기를 느낀 니발리는 브레이크 어웨이 그룹에서 뛰쳐나오는데 성공했지만 호너를 따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호너는 43초를 앞선 채 스테이지 10을 가져가며 레드 저지를 차지했다.


 

개인 도로 독주(Idividual Time Trail)가 벌어진 스테이지 11은 ‘스파르타쿠스’ 남 파비앙 칸첼라라(Fabian Cancellara, RadioShack-Leopard)가 평단의 예상대로 우승을 차지하며 자존심을 세웠으나 종합 순위 경쟁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발베르데는 안타깝게도 펑크로 인해 52분 52초로 들어왔고, 로쉬는 52분 48초, 니발리는 52분 25초로 종합 순위 경쟁에서의 기록을 단축했다. 하지만 레드 저지를 차지했던 호너는 53분 53초로 그간 벌려놓았던 시간차를 잃어버렸다. 결국 니발리는 종합 2위 로쉬와 33초 차이로 레드 저지를 탈환하는데 성공했고, 이를 대회 후반부까지 지켜내며 우승을 예감했다.


 

STAGE 15: Andorra → Peyragudes (224.9km)
스페인의 안도라(Andorra)에서 시작해 프랑스의 피레네 산맥에 위치한 1등급 산악구간 꼴 드 뽀드 발데(Col du Port de Baldes)와 페이헤귀드(Peyragudes)로 마무리 되는 총 225km의 장거리 스테이지였다. 레이스 초반부터 브레이크 어웨이 그룹은 최대 28명까지 나섰었으나, 결승선을 38km 남기고 알렉산드레 제니(Alexandre Geniez, FDJ), 안드레 카르도소(Andre Cardoso, Caja Rural-Seguros RGA)를 제외한 선수들은 모두 잘게 흩어졌다. 펠로톤은 팀 삭소-틴코프(Team Saxo-Tinkoff)가 이끌었고 브레이크 어웨이 그룹과의 격차는 5분20초였다. 알렉산드레 제니와 안드레 카르도소는 협력하여 꼴 드 뽀드 발데(해발 1,779m, 거리 19.2km, 경사도 6.2%-10.5%)를 올랐다.


 

이들은 일찌감치 펠로톤에서 뛰쳐나와 최선두를 이뤘었던 미켈레 스카르포니(Michele Scarponi, Lampre-Merida)와 30초로 시간차를 늘렸다. 포디엄을 노리는 니콜라스 로쉬는 댄싱과 시팅을 조합해 어택에 성공하며 펠로톤과 거리를 벌려나갔었다. 그는 스테이지 13까지 종합 1위인 니발리와 31초차로 2위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지난 스테이지에서 실망스러운 레이스를 펼쳐 4분을 잃고 말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걸고 시간단축을 해야만 했다. 꼴 드 뽀드 발데를 정복한 최선두 제니와 카르도소는 85km/h가 넘는 속도로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제니는 한 때 왼쪽 발을 땅으로 내려 속도를 줄일 만큼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었으나 유연하게 대처했고 카르도소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데 성공했다. 팀 삭소-틴코프는 올리버 자우그(Oliver Zaugg)를 로쉬에게 보내 다시금 포디엄에 대한 불씨를 살리려 애썼다. 13km를 남기고 최선두 제니는 톱 튜브에 상체를 바짝 붙인 채 추격 그룹과의 격차를 5분12초, 펠로톤과는 6분20초까지 벌리는 데 성공하며 아름다운 산골 마을 쌩 폴 듀오옐(Saint Paul D’Oueill)을 빠져나갔다.


 


선두를 추격 중인 로쉬 그룹은 한 때 의욕에 가득 찼던 호세 멘데스(José Mendes, Netapp-Endura)가 합류하기도 했었지만, 결국 빠른 페이스를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나갔다. 먼 거리를 내달린 선수들은 펠로톤에서 산발적인 어택과 흡수를 반복하며 서서히 규모가 축소되었고 종합 순위 경쟁을 벌이는 선수들만 남게 됐다. 알레한드로 발베르데는 이따금씩 강력한 댄싱을 선보이며 빈세초 니발리를 필두로한 레드 저지 그룹의 페이스를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9.9km를 남기고 리고베르토 우란(Rigoberto Uran, Sky Procycling)은 가뿐 숨을 몰아쉬며 레드 저지 그룹과의 거리를 벌리는 듯 했다. 곧이어 티보 피놋(Thibaut Pinot, FDJ)도 따라 붙었으나 그룹은 이들을 쉽사리 놔주질 않았다.


 

선수들이 페이헤귀드(Peyragudes, 1등급 산악구간, 16.7km 해발 1620m, 경사도 4.7%~13.3%)를 오르면서 뭉쳐있었던 그룹은 더욱 더 흩어졌다. 8.6km를 남기고 팀 삭소-틴코프는 로쉬를 위해 라팔 마즈카(Rafal Majka)를 추가 도우미로 지원했다. 최선두 제니는 최고속도 96km/h에 이르는 강력한 다운힐을 선보이며 스테이지 우승 의지를 불태웠다. 포디엄에 끈을 놓지 못했던 사무엘 산체스(Samuel Sanchez, Euskaltel-Euskadi)는 2.2km를 남기고 순간적인 댄싱으로 레드 저지 그룹을 잠시 흔드는 듯 했었으나, 니발리와 호너를 주축으로 한 그룹은 그를 흡수하고 말았다.


 

한편, 약 30km 가량을 성공적인 독주로 내달렸던 알렉산드레 제니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난 뒤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수줍게 스테이지 우승을 만끽했다. 팀원들의 희생으로 어택을 성공리에 마무리 했던 로쉬는 3위를 기록했으나, 포디엄 경쟁에는 한 참 모자란 10초를 줄이는데 만족해야 했다. 우승후보로 예상됐던 6명의 선수들로 구성됐던 레드 저지 그룹은 엎치락뒤치락 했었으나 결국 모범생 니발리가 4위로 골인해 종합순위 변동은 없었다. 그는 레드 저지 방어에 그치지 않고,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리며 지로 디탈리아(Giro d’Italia)에 이은 그랜드 투어 2연승에 대한 열망을 현실화 시키고 있었다.


 

STAGE 15 Winner
Alexandre Genieze (FRA) FDJ – 6:20:12

General Classification
1. Vincenzo Nibali (ITA) Astana Pro Team – 60:20:21
2. Christopher Horner (USA) RadioShack-Leopard   + 50
3. Alejandro Valverde (ESP) Movistar Team   + 1:42


 


STAGE 18: Burgos → Peña Cabarga (186.5km)
스페인 북부 부르고스(Burgos) 지역으로 이동한 선수들은 3등급과 2등급 산악구간 4개를 넘어 최대 경사도 20%에 이르는 1등급 산악구간 페냐 카바르가(Pena Cabarga) 정상에서 186.5km의 기나긴 승부를 결정지었다. 경기 초반 15명으로 이뤄졌던 브레이크 어웨이 그룹은 펠로톤과 최대 10분까지 시간을 벌렸었으나, 2등급 산악구간 알토 델 카라콜(Alto del Caracol, 해발 840m)을 오르며 5분11초까지 좁혀졌다. 46.2km를 남기고 사이먼 클라크(Simon Clarke, ORICA-GreenEdge), 바질 키리엔카(Vasil Kiryienka, Sky Procycling), 아담 한센(Adam Hansen, Lotto-Belisol)은 어택에 성공하여 최선두 그룹을 이루었다.


 

펠로톤은 모비스타가 이끌며 팀 종합우승을 위해 박차를 가했다. 선두그룹을 이루었던 3명의 선수들 중 알토 델 카라콜을 가장 먼저 정복한 바질 키리엔카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5분54초까지 격차를 벌리는데 성공해 두각을 나타냈다. 38.7km를 남겼을 때 이고이 마르티네즈(Egoi Martinez, Euskaltel-Euskadi), 앙겔 비치오소(Angel Vicioso, KATUSHA), 앵커 소렌슨(Anker Sorensen, Team Saxo-Tinkoff)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추격그룹이 형성됐다. 핸들바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풀 짚업 저지를 반쯤 내린 채 72km/h의 속도로 내리막을 질주했던 최선두 키리엔카와 추격그룹간의 시간차는 25초였다. 25km를 남기고 팀 종합 경쟁을 벌였던 모비스타와 유스카텔-유스카디가 펠로톤을 이끌었고 아스타나가 뒤를 따르는 형국은 지속됐다. 독주를 펼쳤던 키리엔카는 미로네스(Mirones) 마을 주민들의 응원에 힘을 냈고, 추격그룹은 효율적인 협력을 이뤄 그를 쫓았다.


 

스테이지를 가져갈 심산이었던 키리엔카는 17.1km를 남기고 추격그룹과 무려 1분여, 펠로톤과는 6분26초까지 벌려 기세를 높였다. 펠로톤은 60km/h에 가까운 속도로 페이스를 끌어올렸으나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반면 펠로톤에서 뛰쳐나왔던 얀스 반 렌스버그(Janse Van Rensburg, Team Argos-Shimano), 마틴 콜러(Martin Kohler, BMC Racing), 아메츠 쑤루카(Amets Txurruka, Caja Rural-Seguros RGA)는 5분여의 시간차를 극복하고 추격그룹에 합류했다. 최선두 키리엔카는 저지 뒷주머니에서 보충식을 꺼내 떨어진 체력을 채우려 애썼지만 페달은 무거워져만 갔다. 펠로톤과 추격그룹은 점차 그와의 격차를 줄이기 시작했다. 9.1km를 남기고 브레이크 어웨이 그룹을 이뤘었던 선수들이 다시 합류한 추격그룹은 사이먼 클라크, 아담 한센, 얀스 반 렌스버그를 위신하여 9명이 됐다.


 

독주를 펼치는 키리엔카는 수많은 갤러리들의 응원을 받으며 1등급 산악구간 페나 카바르가(해발 565m, 거리 5.9km, 경사도 9.2% ~ 20%)를 오르기 시작했다. 이곳은 호아킴 로드리게즈가 2010년 역대 부엘타 에스파냐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빨리 정복했던 기록이 있는 대표 산악구간이다. 5km를 남기고 추격그룹에 속했던 앵커 소렌슨은 기습적으로 무리에서 뛰쳐나와 거리를 벌렸다. 레드 저지 니발리와 28초차로 종합 2위를 기록중이었던 크리스토퍼 호너가 소속된 라디오쉑-레오파드 팀은 어느새 평지에서 60km/h, 경사도 11%에 육박하는 언덕을 20km/h 이상의 빠른 속도로 펠로톤을 이끌어 선두그룹과의 격차를 좁혀나갔다. 덕분에 시간차는 1.4km를 남겼을 때 3분42초까지 줄어들었다.


 

곧이어 1분9초차로 포디엄을 노렸던 종합 3위 알레한드로 발베르데가 회심의 어택을 시도했지만, 레드 저지 그룹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백전노장 크리스토퍼 호너는 20%가 넘는 경사를 특유의 지치지 않는 댄싱으로 니발리와 로드리게즈를 차례로 앞질렀다. 28초차로 레드 저지를 방어했던 아스타나의 니발리는 고개를 숙인 채 분투했으나 호너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호너가 미소를 지으며 격차를 벌려나가자 갤러리들은 열광했다. 결국, 그는 단 3초차로 니발리의 턱밑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하며 전 세계 프로사이클링 마니아들의 손에 끝까지 땀을 마르지 않게 했다. 한편, 40km 남겨놓고 독주체제를 굳혔던 바질 키리엔카는 내려놓았던 풀 집업 저지를 채워 입고는 키스 세레모니로 스테이지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STAGE 18 Winner
Vasil Kiryienka (BLR) Sky Procycling – 4:46:48

General Classification
1. Vincenzo Nibali (ITA) Astana Pro Team – 73:39:35
2. Christopher Horner (USA) RadioShack-Leopard   + 3
3. Alejandro Valverde (ESP) Movistar Team   + 1:09


 


STAGE 20: Avilés → Alto de L´Angliru (142.2km)
종합 우승자가 가려지는 퀸 스테이지인 동시에 가장 힘든 산악구간이라 평가 받는 랑글리루(L’Angliru)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구동계를 힐 클라이밍에 적합한 기어비로 구성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마지막 3km 구간은 경사도 20%로 극악무도하다. 레이스는 초반부터 30여명의 선수들이 그룹을 형성했고, 5명이 어택에 성공하여 브레이크 어웨이 그룹을 이뤘었다. 40km 남겼을 때 유스카텔-유스카디는 팀 종합우승을 확정 짓기 위해 펠로톤을 이끌었다.

결승선을 25.7km 남긴 지점까지 특이사항 없이 진행되었던 레이스는 브레이크 어웨이 그룹에 있었던 파올로 티라롱고(Paolo Tiralongo, Astana Pro Team)가 예상치 못한 어택으로 알토 델 코르달(Alto del Cordal, 1등급 산악구간, 거리 5.3km, 경사도 9.6~12.1%)을 올라 적막을 깼다. 그는 23.8km를 남기고 펠로톤과의 격차를 무려 5분29초까지 벌렸었다. 곧이어 브레이크 어웨이 그룹에 있던 케니 엘리쏭드(Kenny Elissonde, FDJ) 마저 뛰쳐나와 최선두 그룹에 합류했다. 둘은 협동하여 26km/h의 속도로 남아있던 알토 델 코르달을 마저 정복했다. 이들과 추격 그룹간의 격차는 24초였기에, 두 선수는 허리를 잔뜩 굽혀 60km/h 이상의 빠른 속도로 내리막을 내려갔다. 케니 엘리쏭드가 급커브를 통과했을 때 뒤 바퀴가 미끄러지면서 넘어질 뻔도 했었지만 유연하게 대처해 위기를 넘겼다.


 

11.3km를 남기고 베가 데 리오자(Vega De Riosa) 마을을 지나던 최선두 그룹과 크리스토퍼 호너가 속한 레드 저지 그룹간의 격차는 4분55초였고, 어느새 11명으로 늘어난 추격그룹과의 시간차이는 34초였다. 최선두를 이루었던 두 선수는 지속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하며 스테이지 20을 둘만의 경쟁으로 마무리하려는 듯 했다. 6.6km를 남겨놓고 최선두 그룹과 추격그룹은 18초, 레드 저지 그룹과는 2분32초로 격차는 줄어들었다. 선수들은 평균 경사도 17%에 이르는 알토 데 랑글리루(Alto de L’angliru, 경사도 13.7%~22%)의 구불구불한 언덕을 고통스럽게 오르기 시작했다. 단 3초차로 종합 2위로 하락한 니발리는 레드 저지 그룹의 후미에서 기회를 엿보다 기습적으로 어택하며 추격그룹에 합류했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호너를 필두로 한 레드 저지 그룹은 페달링에 박차를 가해 니발리의 뒤를 쫓았다. 최선두 엘리쏭드는 어느새 티라롱고를 뿌리쳤고, 움츠린 상체를 좌우로 흔들어 랑글리루를 힘차게 올랐다.

 


기습 어택에 성공했던 니발리는 앞선 선수들을 차례로 추월하며 그랜드 투어 2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경사도 21%의 언덕을 힘차게 오르며 나타냈다. 이 같은 기세라면 3초차를 뒤집고 우승을 확정 지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니발리는 4.8km를 남겨두고 힘이 다 한 듯 기세가 한 풀 꺾여 레드 저지 그룹에 흡수되고 말았다. 반대로 호너의 댄싱은 멈출 줄을 몰랐다. 한 때, 최선두였던 티라롱고 마저 흡수했다. 호너의 레드 저지 그룹은 아스타나 프로 팀에서 니발리를 돕기 위해 투입했던 야곱 풀상(Jacob Fuglsang)과 카투샤의 호아킴 로드리게즈 그리고 호너의 불꽃 페이스에 속수무책이었던 알레한드르 발베르데로 이루어졌다.


 

홀로 독주를 펼치던 최선두 엘리쏭드와 레드 저지 그룹간의 격차는 2분4초차. 3.1km를 남기고 니발리가 댄싱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리자 그를 도왔던 야곱 풀상은 그룹에서 떨어져 나갔다. 니발리는 21%의 경사를 자랑하는 극악무도한 랑글리루에서 다시 한번 순간적인 댄싱으로 호너와의 거리를 벌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 호너는 다시금 꾸준한 댄싱으로 거리 좁히기를 반복했다. 최선두 엘리쏭드는 허리를 잔뜩 굽힌 채 안개가 자욱한 랑글리루를 힘겹게 올랐다. 종합 1위 호너와 2위 니발리 그리고 4위 로그리게즈 그룹간의 격차는 18초.


여유로운 표정으로 댄싱을 하던 호너와는 반대로 어깨를 들썩이며 속도가 줄어갔던 니발리. 결국, 아스타나의 리드아웃 트레인을 가동하기 위한 전략은 경험이 풍부했던 호너의 효과적인 대응으로 실패했고, 니발리는 스스로의 체력을 갉아먹으며 기나긴 싸움에 굴복했다. 호너는 갤러리들의 열띤 응원에 힘입어 랑글리루의 지옥 같은 언덕을 순간적인 힘을 발휘해 치고 올랐다. 이에 니발리는 반응하지 못했고 격차는 12초로 더욱 벌어졌다. 호너는 우승을 예감한 듯 줄곧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는 5분여까지 벌어졌었던 최선두 엘리쏭드와의 격차를 26초까지 줄였다. 약 5km 가량을 독주했던 FDJ의 켈리 엘리쏭드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는 얼굴을 감싼 채 눈물을 글썽이며 부엘타 에스파냐의 하이라이트 스테이지 우승에 감격했다. 한편, 종합 2위 니발리와 37초까지 시간차를 벌리며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을 확정 지은 라디오쉑-레오파드의 크리스토퍼 호너는 결승선을 가른 후 주저앉아 그간의 지옥 같았던 레이스를 돌아보는 듯 했다.


STAGE 20 Winner
Kenny Elissonde (FRA) FDJ – 3:55:36

General Classification –
1. Christopher Horner (USA) RadioShack-Leopard – 81:52:01
2. Vincenzo Nibali (ITA) Astana Pro Team   + 37
3. Alejandro Valverde (ESP) Movistar Team   + 1:36


 

Final General Classification: Leganés → Madrid (109.6km)
첫 스테이지에서 197명으로 출발해 무려 144명까지 줄어든 선수들은 레가네스(Leganes)에서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Madrid)까지 109.6km의 퍼레이드를 겸한 크리테리움(Criterium)으로 3주간의 기나긴 레이스를 마무리 했다. 선수들은 이변이 없는 한 각 부분의 기록이 확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해맑은 미소를 띄우며 올해의 마지막 그랜드 투어 완주를 축하했다. 레드 저지를 확정 지은 크리스토퍼 호너는 붉은색으로 칠해진 트렉 마돈(Trek Madone)에 올라 샴페인을 음미하며 자신의 최고령 그랜드 투어 우승을 자축했다. 종합우승을 놓친 니발리와 발베르데도 아쉬움을 떨쳐내고 카메라를 향해 환한 미소로 화답했고, 선수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그들의 앞날을 축복하듯 넓고 잘 닦인 고속도로를 내달린 펠로톤은 결승선을 40km 남기고 마드리드에 들어섰다. 이때, 자비에르 아라멘디아(Javier Aramendia, Caja Rural-Seguros RGA)는 회심의 어택으로 45초차까지 거리를 벌리는데 성공했다. 곧이어 알레산드로 바노티(Alessandro Vanotti, Astana Pro Team)가 자비에르 아라멘디아 옆에 합류했다. 이들은 긴밀한 협력을 이루어 펠로톤과의 좁혀진 시간차를 벌려나갔고, 부엘타 에스파냐의 대미를 둘만의 경쟁으로 마무리하려 했다. 하지만 5km를 남기고 펠로톤에 흡수돼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올해 마지막 그랜드 투어 스테이지의 주인공이 되고픈 선수들은 젖먹던 힘까지 짜내 끊임없는 어택 경쟁을 펼쳤지만 펠로톤은 독주를 허락하지 않았다. 레이스는 결국 대규모 스프린트 경쟁으로 마무리됐다. 결승선을 앞둔 오리카-그린엣지의 스프린터 마이클 매튜스(Michael Matthews)는 이를 악물고 자전거를 좌우로 흔들더니 타일러 파라(Tyler Farrar, Garmin-Sharp)를 간발의 차로 앞섰고, 양팔을 들어올려 환호했다. 마이클 매튜스는 올해의 부엘타 에스파냐 2개의 스테이지를 자신의 이름으로 장식하는 영광을 누렸다.


 

한편, 시상대에 나란히 오른 니발리와 발베르데 그리고 종합 1위 호너는 서로에게 샴페인을 뿌려 치하했다. 이번 대회는 평단의 예상을 뒤엎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몸소 증명한 크리스토퍼 호너의 노장투혼이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대회 특성상 힐 클라이밍이 많아 화려함을 뽐내는 스프린터들의 저조한 참여율과 지난해 우승자인 알베르토 콘타도르(Alberto Contador, Team Saxo-Tinkoff)와 같은 대형 GC 라이더들의 불참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효율적인 경기 운영으로 시간차를 잘 지켜냈던 모범생 빈센초 니발리가 경쟁자로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크리스토퍼 호너의 관록의 불꽃 레이스는 부엘타 에스파냐의 짜릿한 뒷심을 전 세계 프로사이클링 팬들에게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STAGE 21 Winner
Michael Matthews (AUS) ORICA-GreenEDGE – 2:44:00


 

Red Jersey (Overall individual Time Classification)
1. Christopher Horner (USA) RadioShack-Leopard – 84:36:04
2. Vincenzo Nibali (ITA) Astana Pro Team   + 37
3. Alejandro Valverde (ESP) Movistar Team   + 1:36

Green Jersey (Points)
Alejandro Valverde (ESP) Movistar Team – 152p

Climber Jersey (King of Mountains)
Nicolas Edet (FRA) Cofidis Solutions Crédits – 46p

White Jersey (Allround)
Christopher Horner (USA) RadioShack-Leopard – 5p

Team Overall Winner
1. Euskaltel-Euskadi (ESP) – 253:29:35
2. Movistar Team (ESP)    +1:02
3. Astana Pro Team (KAZ)    +01:30


 



<온로드(onroad) vol.6, Review of 2013 Vuelta a España : Editor's B-Edition>
http://baqui.co.kr/ (Bicycle Lifestyle Magazine, Baqui)

http://www.lavuelta.com/ (La Vuel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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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RIDEWITHYOU(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국내 최초의 업사이클 테마 카페이면서, SPECIALIZED(스페셜라이즈드)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자전거 가게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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