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Gary Fisher(게리 피셔)씨와 나눈 초기의 산악 자전거, 오랜 친구들, 29er 이야기

초기의 산악 자전거
아주 오래 전, 캘리포니아에 있는 자전거 매장에서 근무 할 때 일어난 일입니다. 고교 친구들과 산으로 올라가 자전거를 즐겨 탔는데, 마치 서커스와 같았죠. 산악 라이딩을 즐기다 보니 변속기와 브레이크도 장착해 봐야겠단 생각이 들어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걸 타고 리팩(Repack) 레이스에 나가 수 많은 승리를 거뒀지요. 그때 이룬 업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설이 된것이죠.

초창기 산악자전거(Mountain Bikes, MTB)는 26-36-46T의 넓은 기어비를 가졌고, 아주 키가 큰 사람에게도 대응 할 수 있도록 185mm, 180mm, 175mm의 크랭크-암 길이를 가진 TA Cyclotouriste 크랭크-세트를 사용했습니다. 또한 1.1mm의 단면을 가진 크로몰리 스틸 튜브를 사용해 두껍고 무거웠지요. 톱-튜브, 다운튜브, 시트튜브 모두 직선으로 뻗는 형태로 오늘날 MTB의 기초가 됐습니다. 다운튜브의 둘레는 31.8mm로 당시로는 획기적이었습니다.

선투어의 손가락 시프터와 앞 디레일러, 시마노의 뒷 디레일러로 구동계를 이뤘고, 아와야의 알로이 림과 휠-우드의 허브로 휠-세트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산악용 타이어가 없었기에 한쪽은 미츠비시의 크루져 용과, 나머지 한쪽은 넓은 트레드 패턴을 지닌 타이어를 사용했습니다. 첫해가 이러했고, 이듬해에는 모든 게 바뀌었지요.


 

▲ 산악 자전거의 아버지, Gary Fisher


산악 자전거 전문회사를 열다.
1979년 9월, 소액의 자본금으로 산악 자전거 전문 회사를 차렸습니다. 규모는 작았지만 열정이 가득했기에 정말 즐겁게 일했어요. 1981년, 동업자이자 명콤비 ‘Charlie Kelly(찰리 켈리)’와 함께 뉴욕바이크쇼(NYC Bicycle Show)를 5년 동안 오갔어요. 우리가 벌인 프레젠테이션은 마치 슬라이드 쇼를 연상시킬 만큼 쉽고 재미있었는데, 사용된 사진은 ‘윈디’와 ‘래리 크렉’ 커플이 작업했어요. 가장 오래된 산악 자전거 다큐멘터리 영화 ‘Klunkers(클렁커)’에 등장하는 사진들 역시 그들이 작업한 작품입니다. 아 참. ‘찰리 켈리’의 아주 친한 친구가 바로 세계적인 영화감독 ‘George Lucas(조지 루카스)’ 입니다. 우린 조지의 작업실에서 매달마다 맥주를 마시며 회의를 했어요.

뉴욕바이크쇼에는 대기업에서 온 거물 인사들이 많았어요. 그들은 우리의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매우 놀라워했죠.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였어요. 특히 일본의 기업들이 말이죠.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아주 값이 싼 비행기 티켓을 구해서는 한 해에 8번이나 일본을 다녀온 적도 있습니다. 선투어, 스기노, 이시와타, 탕게, 시마노, 파나레이서 등 많은 회사와 협력 관계를 이루었습니다. 계약 조건도 좋았고, 매번 정해진 시간에 물건들을 납품해줬기에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첫 자전거는 파나소닉에서 탄생됐어요. 부품은 니토의 핸들바, 이사와타의 포크, 탕게의 튜브를 재료로 했습니다. 프레임은 2년간 ‘Tom Ritchey(톰-리치)’가 만들었어요. 첫해엔 160대, 이듬해엔 1000대를 제작 판매했어요. 거기서 멈추질 않고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확장했죠. 이젠 세계 어디서나 산악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요. 흐뭇합니다.


 

▲ 산악 자전거의 또 다른 전설, Charlie Kelly


▲ Ritchey Bicycle Components의 Tom Ritchey


오랜 친구 Charlie Kelly, Tom Ritchey의 근황과 소중한 가족
찰리 켈리는 초창기 산악 자전거에 관한 책을 집필했어요. 돈도 많이 벌었죠. 이런 일이 있었어요.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가 찰리의 회사에서 흑인전과자를 고용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법적 조치를 취했어요. 그러나 찰리는 굴하지 않고 법정 소송에서 승소했어요. 마룬 시티의 흑인들은 이제 그를 존경하고 있습니다. 아주 멋진 친구에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톰-리치’는 부품을 만들어서 돈 방석에 앉았습니다. 아주 영리하고 디자인을 잘하는 친구죠. 저는 아주 오랫동안 톰과 함께 회사를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톰은 항상 혼자서 일 해나가는 것을 좋아했어요. 지금 그는 절대적이고 엄청난 장인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그는 저를 단 한번도 인정해주지 않았어요. 심지어 고맙다는 인사조차 하지 않았지요. 웃기지 않나요? 제가 지금의 그를 있게 했는데 말입니다.

할아버지와 어머니께서 10년 동안이나 많은 것들을 알려주신 덕분에 저는, 어떻게 해야 제품이 잘 팔리는지 잘 압니다. 할아버지는 광고기획자로 40년 동안 <Warner Bros.>(워너브라더스)에서 일하셨어요. 심지어 밖에 나가서 행동하는 법. 어떤 자세로 서 있어야 하는지, 어떻게 생각하고 말해야 하는지, 조언과 평가를 아끼지 않으셨지요. 또 어머니의 도움으로 소속돼 있던 레이싱 팀의 스폰서를 얻을 수 있었고, 언제나 승승장구 했습니다.


더 이상 볼 수 없는 다운튜브의 Gary Fisher
올해의 컬렉션에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물어봅니다. “오 게리!, 다운튜브에 당신의 이름이 없네요!”라고 말이죠. 그러나 모든 자전거들이 저의 자식과 같은 존재이고, 회사와 자전거에 대한 영향력이 건재하기에 괜찮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 받고 있으니 너무 행복합니다.

처음 <Trek Bicycle Corporation>(트렉)을 방문 한 것은 자전거 잡지 기자로 근무하고 있고 있을 때에요. 당시 위스콘스에 있는 트렉의 한 공장을 취재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트렉의 직원들이 참 좋은 사람들이라고 느꼈습니다. 어느 날 트렉은 “당신과 협력하고 싶습니다.”라며 제안을 해왔어요. 그 곳 사람들과 기업 문화가 마음에 쏙 들었지요. 그리고 꿈을 실현시켜 주리라 믿었기에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트렉과 협력한지도 20년이 다 됐네요.


 

29인치 산악 자전거의 탄생
자전거 세계는 아주 보수적 입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개척하는 것에 대해 서슴없이 욕을 할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저는 줄곧 실험을 해왔고 필요하다면 변화를 주도 했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실험을 하고 성공한다면 대량 생산을 시도해요. 다행이 실험하는 것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판매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끈임 없이 더 나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 왔기에 지금까지도 도전을 멈추질 않았습니다. 1979년 콜로라도, 아주 험하고 큰 바위들이 보이는 해발 4000m의 산 위에서 생각했어요. ‘더 큰 휠의 산악 자전거가 필요하다.’

1998년 9월 Eurobike(유로바이크)에서 오랜 지인들과 의논을 시작으로 29인치 크기에 맞는 프레임과 타이어를 제작하기에 이르렀어요. 이후 6개월 동안 지오메트리, 소재 등의 동일 한 구성을 지닌 26, 29인치 자전거를 같은 환경에서 직접 타보며 실험했어요. 심박계를 이용해 데이터를 수집했고, 축척 된 수치들을 비교했습니다. 그렇게 29인치가 26인치 자전거 보다 3~5% 더 빠르다는 사실을 알아냈지요.

2001년, 29인치 산악 자전거를 세상에 공개했어요. 사실 최고의 제품은 아니었어요. 휠-세트의 종류가 많지 않았고 개선 될 부분이 많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Union Cycliste International>(UCI)에서 26인치 보다 더 큰 산악 자전거는 없다고 규정한 것에 있었지요. 그들은 “CX(Cyclocross, 사이클로크로스)를 타는 건 보기 흉하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저는 “사이클로크로스가 달릴 수 있는 진짜 코스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 했습니다. 또 “29인치는 보다 쉽고 안전하게 트레일을 오르내릴 수 있다.”고 주장 했습니다.

UCI에서는 얼마 후 프로 팀들에게 ‘29인치를 탈 생각이 있느냐’며 설문조사를 실시했어요. 몇몇 팀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어요. 황당한 일도 있었지요. 제가 몸담고 있는 브랜드 <트렉>이 운영하는 프로 팀에서는 싫다고 반응하기도 했어요. 언제나 생각은 쉽지만, 현실로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워요. 더욱이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더 힘이 든 일입니다. 일주일 뒤, UCI는 ‘기존의 규정을 수정해 29인치 산악 자전거를 허용 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내왔어요. 그 날 너무 기쁜 나머지 자전거를 타고 트레일 꼭대기까지 올라가 신나게 내려왔지요. 그 무엇도 나를 막을 수 없듯 말죠. 너무 좋았지만 넘어지는 바람에 손목이 부러졌던 기억이 있어요. 하하.

29인치 산악 자전거는 더 빠를 뿐만 아니라 안정적이에요. 키 큰 사람들이 29인치를 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잘못됐습니다. 키가 작은 여성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은 29인치를 타고 있어요. 모든 것은 라이더 의지에 달렸습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29인치 산악 자전거를 만들고 싶습니다.

 


▲ Gary Fisher 씨와 함께


일상의 활력, 자연속의 라이딩
더 똑똑해지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으로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야 합니다. 현대인들은 스스로를 억제하고 건강을 돌보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현대의학은 몸과 마음의 건강(균형)을 무척 중요시 합니다. 균형을 잃었을 땐, 자연 속에서 자전거를 타고 웃으세요. 일상을 잊게 해주고 소중한 것들이 되살아 날 것입니다. 산악 라이딩은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건강법입니다.


<바퀴(baqui) vol.24, TREK 2013 WORLD KOREA 中 : Editor's B-Cut>
http://baqui.co.kr (Bicycle Lifestyle Magazine, baqui)


http://www.trekbikes.com/ (Trek Bicycle Corporation)
TREK Madone 4.5c (트렉 마돈 4.5c)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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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그냥 즐겨라 (JUST RIDE) : 자전거를 재미있게 타는 88가지 방법 (2014, 그랜드 피터슨)
자전거의 역사 : 두 바퀴에 실린 신화와 열정 (2008, 프란체스코 바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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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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