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은(My Cool Bike) : 낭만과 추억이 깃든 이 건강한 탈 것을 위한 에세이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은 크리스 하던, 린던 맥닐/이케이북  평점 : 80점
한국에 출간된 대부분의 자전거 관련 도서는 본질을 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전거의 역사나 정비를 주제로 한 실용서, 더하여 자전거를 탄 여행기와 효과적인 사이클링을 위한 운동법도 다수를 이룬다. 이는 자전거가 바깥바람을 맞으며 인간의 힘으로 달려야 하는 순수한 탈 것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근 10여 년간 한국의 자전거 문화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많은 종류의 관련 서적들이 출간되었다. 그중에서도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은>은 두 바퀴의 낭만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하고 있다.



이 책은 자전거 여행기와 같은 수필 형식의 낭만과는 그 틀을 조금 달리한다. 저자가 이야기의 주인공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다. 몸에 쫙 달라붙는 기능성 소재의 옷을 입고 최첨단 소재의 자전거에 올라 흠뻑 젖으며 속도를 즐기는 스포츠 사이클링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호감을 사기 힘든 요소가 있기도 하다. 거친 산길을 요리조리 피해 내려오는 산악자전거 애호가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모두에게는 나름의 낭만이 있고 자전거에 대한 추억이 있다. 거기에 이 책이 논하는 이야기가 논하는 힘이 있다.

누구나 자전거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넘어질 듯 비틀거리는 자전거에 추진력을 얻기 위해 페달 위태롭게 밟았던 첫 자전거 타기. 저녁노을이 질 무렵 동네를 에둘렀던 순간들. 퀴퀴한 고무 냄새가 짙게 밴 자전거포에서 마음에 들어 했던 애마를 골라 마치, 고성능 자동차를 뽑은 양 당당했던 순간들. 그렇게 아꼈던 애마를 도둑맞아 밤잠 못 이뤘던 기억들 말이다. 이렇듯 이 책은 자전거를 좋아하는 바로 우리 이야기다. 그것을 더 고급스러운 사진과 글귀를 이용해 유럽과 북미 문화 잘 버무려낸 책이라 볼 수 있다.



사실 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영감을 얻기 위해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을>을 구매하고 완독했다. 결과적으로 목적에 맞게 국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자전거 문화와 사례가 담겨 있어 한 두 가지의 영감을 받는 데 성공했다. 따스한 색감의 사각의 큰 사진 배열과 월간 자전거 생활 김병훈 발행인의 옮김으로 알기 쉽게 풀어낸 설명이 좋았다. 하지만 콘텐츠의 깊이가 얇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마치 주제곡만 좋은 대중가수의 앨범처럼 시작은 좋았으나 읽어야 할 장이 줄어들수록 신선함이 사라졌다고나 할까. 이 정도의 콘텐츠는 사실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줄 안다면 충분히 온라인에서 접할 수가 있다. 한층 더 깊게 말이다. 그래서 약간의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아마도 종이가 가져다주는 아날로그 한 느낌을 자전거가 역시 함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 역시 그러한 감성을 충분히 지녔으니까. 간만에 자전거를 책을 읽으면서 커피 한잔 하고 싶어졌었다. 좋은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 아끼는 자전거를 살랑거리게 타고 가 진하게 내린 커피와 함께 사진과 글을 음미하면 훌륭할 자전거 책이다. 게다가 저마다 자전거를 왜 좋아하는가에 대한 자신의 물음을 다시금 일깨워 줄 수 있는 계기도 덤이다.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것은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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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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