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시클 테크놀로지 : 자전거 프레임의 역사부터 작은 볼트까지 한 권에 녹여낸 종합선물

바이시클 테크놀로지 맥롭 반 데르 플라스&스튜어트 베어드 지음/월드원  평점 : 88
이명박 정권 때 자전거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한국에도 수많은 관련 서적이 발간됐다. 자전거 정비서적을 필두로 여러 지역을 무대로 한 여행서까지 그 범위는 확장됐다. 관련 모든 분야의 시장이 확대되면서 책의 내용도 다양해지고 그 질도 점차 올라갔다. 자전거의 기술을 다루는 다수의 전문 서적들은 필연적으로 중복되는 요소를 지니긴 했지만, 저마다의 논리와 데이터 그리고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는 아마도 콘텐츠 겹치기를 피하기 위한 출판사의 철저한 시장조사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바이시클 테크놀로지(BICYCLE TECHNOLOGY)는 이러한 국내 자전거 서적분야의 종합선물 세트 같은 느낌을 줬다. 기계공학자로서 평생을 살아온 롭 반 데르 플라스가 수 십 년간 축척해온 관련 지식과 경험을 바탕을 녹여내서 일게다.


 

전문 지식부터 생활 친화적인 팁까지
우선 최근 등장하는 관련 신기술 대부분이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왜 과거에는 사용되지 않고 지금에 와서 신기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어서 책 전반에 걸쳐 자전거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현대식 자전거를 구성하는 프레임, 바퀴, 조향장치, 구동장치, 브레이크, 서스펜션, 심지어는 너트 및 볼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부품을 낱낱이 분석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제품에 적용된 소재의 특성, 기술 및 원리, 역사적 배경 등도 상세히 설명했다. 이유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서 무작정 순서대로 따라 하게 만드는 기존 자전거 정비서와는 달리, 왜 그렇게 해야 되는지, 어느 정도 조절해야 되는지, 그리고 위급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도 상세히 기술했다. 더불어 실전 라이딩 경험이 풍부한 스튜어트 베어드가 공동저자로 참여해 자전거와 인간동력의 효율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어떻게 하면 자전거를 효율적으로 탈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풀어주었다.


 

나의 경우 이미 많은 관련 서적들을 접했고, 미캐닉을 했었기 때문에 새롭지 못한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들과 다르거나 완전히 새롭게 알게 된 지식도 있었다. 프레임의 강성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프레임의 디자인에 문제가 없다는 가정하에 에너지 손실률을 측정한 결과, 페달에 전달되는 거의 모든 에너지가 뒷바퀴로 전달되었다.

다시 말해, 자전거의 유연성으로 인한 에너지 손실률은 다른 원인에 의한 손실률과 비교할 때 무시할만한 수준이다. (중략) 프레임의 강성이 만드는 차이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기분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왜냐하면, 딱딱한 자전거를 타면 자신이 더 빨리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만큼 더 빨리 페달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 말고도 가죽 안장을 길들이는 법과 같은 좀 더 생활 친화적인 팁도 상세히 기재되어 좋았다.


 

알고 싶을 것이 있을때 마다
세상에는 완벽한 게 없으니 당연히 주관적인 아쉬움도 있다. 주제별로 다양한 내용을 함축적으로 넣으려다 보니 글로써 입체적인 내용을 풀어놓았는데, 이해가 쉽지 않았다. 이 책의 뒷부분에 서술된 탠덤이나, 리컴번트 그리고 세발자전거의 역사와 기술들은 기존에 보지 못한 색다른 내용이어서 참신했다. 무려 약 600p에 달하는 두께는 첫인상부터 선뜻 책장을 넘기기 힘든 지루함을 안겨다 줄 수가 있다. 그러나 책장 속에 책을 비치해두고 자전거를 즐기면서 틈틈이 알고 싶은 것들이 생기면 꺼내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방법으로 읽더라도, 지식 습득에 지장이 없으니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바이시클 테크놀러지를 모두 읽고 정비기술의 비약적으로 상승한다거나 사이클링 실력이 느는 효과는 당장에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일단 각 주제의 요점들만 잘 축약해서 책 전체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전거에서도 대표 주제를 콕 선정해 집중적으로 풀어낸 관련 서적과 함께 구매해 상호 보완을 해간다는 생각으로 찬찬히 읽어나간다면 더 효과적인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바이시클 테크놀러지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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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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