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역사 (두 바퀴에 실린 신화와 열정) : 자전거광이라면 소장해야 마땅한 예술작품

자전거의 역사 (두 바퀴에 실린 신화와 열정) 프란체스코 바로니 지음/예담  평점 : 95
빽빽한 활자를 가득 메운 지극히도 수동적인 책이라는 매체에서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왔었던 이성에게 첫눈에 사로잡히는 듯한 경험을 해보기란 여간해서는 힘든 일이다. 그런데 나는 글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문체가 돋보이는 유명한 저자의 작품도 아닌, 자전거 전문 서적에서 이러한 경험을 했다. 약 2년 전에 일이다. 클래식 자전거 정비로 유명한 매장을 인터뷰차 방문했었다. 인터뷰에 앞서 매장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이리저리 둘러보는 중 수리공이 택배를 받았다.

그리고 책이라고는 감히 짐작하기 어려운 크기에의 상자에서 나온 물건이 바로 <자전거의 역사>였다. 겉보기에도 일반 서적 4권 정도를 정사각형으로 합쳐놓은 듯 커다란 위용을 자랑해서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궁금한 마음에 몇 쪽을 뒤적거렸더니 마음에 파도가 밀려왔었다. 단순한 기술 서술을 늘어놓은 보통의 자전거 전문 서적이 아닌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강타했다. 이는 몇 글자를 읽어보지 않아도 본능에 따라 알 수가 있었다.


 

모든 페이지가 흑백이 아닌 형형색색으로 구성되어 알 수 없는 아우라와 함께 광택이 흘러넘쳤다. 웬만한 가방에는 들어가지 않을 정도의 위용에는 장시간 읽어도 눈이 피곤하지 않은 활자체와 지면을 가득 채우는 사진들로 비범함을 풀풀 풍겼었다. 이내 다짐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책을 주문하겠노라고, 때마침 정가는 8만 원이었지만 2만 원대 중반으로 할인했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손에 들어온 이 책은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정가에 구매했어도 후회하지 않을 하나의 예술 작품임이 명백했다. 그래서 원초적이지만 또 그렇지가 않은 자전거를 너무나도 탁월하게 잘 다룬 이 책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자전거의 역사>가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부분별 주제가 하나의 완전체를 이루는 순간 그야말로 역사 완전체를 각인시키기 때문이다.


 

위대한 도전이 낳은 인류의 명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자전거의 발명으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실마리가 됐었던 크나큰 사건들과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았다. 먼 거리 라이딩을 즐기는 사이클광들 조차도 지루해하는 프로사이클링 세계를 간단하면서도 핵심을 짚어 설명한 점도 좋았다. 이는 모든 주제마다 해당했다. 그 수준은 너무 깊지도 얕지도 않았다. 지루해지고 어려워질만하면 바다로 물 흐르듯 다음 구성으로 전개됐다. 게다가 독자가 한숨 돌릴 수 있게 양면 전체를 가득 메우는 사진들도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앞으로 더 발전할 미래의 자전거를 소재와 디자인 등의 사항들을 자세히 예상하면서 막을 내리는 점 또한 인상 깊었다.

지금도 자전거광들은 작은 부품을 바꾸거나 체력을 증진해 더욱 빨리 달리기 위해 여념이 없다. 이러한 직접적인 부분 외에 더 깊은 본질적인 지식을 쌓는 것 역시 행복한 자전거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출간된 지 4년, 한글판은 오직 3,000권 한정 인쇄한 이 책을 몰라봐 주는 시장이 안타깝다. 어쩌면 이를 누릴 기회가 남아 있다는 것이 당신에게는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자전거의 역사>는 소장하면서 두고두고 되 읽어보아도 마치, 박물관을 관람하듯 웅장함을 안겨다 줄 양서이다.



자전거의 역사 (Daum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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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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