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자전거 이야기 장종수 지음/자전거생활_ 평점 : 90점
지금까지 소개해온 자전거 책들과 다른 형식의 흥미로운 책이 한권 손에 들어왔다. ‘재미있는 자전거 이야기’라는 다소 보편적인 밋밋한 제목의 책 말이다. 자전거 전문지인 ‘자전거 생활’에 저자인 ‘장종수’씨가 연재했던 글들을 엮어서 출판한 책인데. 인터넷 서점 알라딘을 뒤져보니 서평이 하나도 없어 ‘나‘라도 미약하게나마 이러한 책이 있단 것을 세상에 알리고자 키보드를 두드려 본다. 첫인상이 음 글쎄. 였던 사람이라도 양파껍질을 벗겨내듯 한 꺼풀씩 알아가 보면 색다르고 깊은 매력이 있듯 본작도 자전거를 무척이나 건강하게 즐기고 있는 당신이라면 뜻 깊은 시간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주제와 달리 책의 내용의 70% 정도가 유럽의 사이클 경기 유례와 선수들 이야기들을 주로 다루고 있어 ‘뚜르 드 프랑스’와 같은 로드바이크 대회에 관심이 없는 이라면 ‘재미없는 자전거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돌려 말하자면 이 책 때문에 사이클 영상을 뒤적거리고 땀 흘리며 도로를 신나게 달릴 수 있는 로드바이크를 한 대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오를 수 있을 정도의 푹 삭혀진 값어치 있는 사이클 영웅들의 뒷 이야기들이 즐비하니 사이클에 흥미 없어도 읽어볼만 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인간이 자전거를 발명한 200여년의 역사와 유례 두 바퀴 발전사, BMX, 산악자전거, 픽스드 기어, 메신저 이야기, 자전거의 전반적인 담론까지.. 마치 오랜 시간에 걸쳐 알뜰살뜰하게 유산들을 수집한 작은 박물관을 구경하듯 화려한 겉치장 없는 담백한 이야기들은 자전거를 사랑하는 당신의 안구 라이딩을 도와준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요즘 같이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뚝딱 나오는 정보화 시대에서 아무리 동호회 잔뼈가 굵고 자전거를 오래 탔다고 하더라도 시간 내 깊게 찾아보거나 그 문화를 가까이서 접해보지 못했다면 알지 못할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많이 활자화 되어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책값을 하는 이유다.
지루해 질 틈이 없이
나는 ‘게리 피셔(gary fisher)’가 산악자전거(MTB)의 유례가 되는 자전거를 처음 만들어내 탔다는 것을, 튤리오 캄파뇰로(campagnolo)가 1920년대 자전거 선수로 활동하면서 바퀴를 손쉽게 빼고 꽂을 수 있는 ‘퀵 릴리즈(Q.R)’ 개발을 시작으로 자전거 기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새삼스럽게 알았다. “신은 인간이 힘든 인생길에서 수고와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도구로 자전거를 만들었다.”
이와 같은 멋진 어록도 자전거의 역사와 함께한 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할 수 있으므로 안구 라이딩을 해도 해도 눈이 치질 수가 없이 총 311쪽의 라이딩 거리를 거침없이 해 나갈 수 있는 것. 자전거를 소재로 하는 서적이라면 흔히 여행을 하거나 고치거나 어떤 방식으로 타야 효율적인 자전거 타기인가? 등의 내용이 대다수인데 ‘재미있는 자전거 이야기’는 수많은 안구 라이딩 코스 중 나만 알고 싶지만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싶은 '베스트 코스' 비유하자면 바로 그런 책이다. “언제가 우리 모두의 사유재산이 한 대의 자전거로 집약될 때가 오리라! 모든 기쁨과 건강, 열정, 젊음의 원천인 자전거……. 이 영원한 인간의 친구에게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