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알루미늄 볼트의 교훈 : 자전거 부품 가볍다고 무조건 좋은게 아닙디다. (개정판)

웃지 못 할 이야기
알루미늄 볼트는 가볍다는 장점이 있지만, 머리가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나는 그 알루미늄 볼트로 인해 컴프레션 플러그(카본용 해바라기 정도로 이해해주면 되겠다.) 헤드캡 볼트 머리가 뭉둥거려지는 바람에 포크에 유격이 생긴 채로 컴프레이션 플러그를 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포크 유격을 없애기 위해 강하게 체결하지도 못하는 빼도 박도 못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얼마 전에 있었다.

지인, '원동'형은 나에게 그날 Ritchey Logic WCS 스템 신품과 중고 시마노(Shimano) 105 클릿 페달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나에게 넘겨주셨다. 나는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받은 즉시 스템을 교체하기로 마음먹고 장착되어 있던, 컴프레이션 플러그와, Ritchey PRO 스템을 빼내고 WCS 스템으로 교체 후 다시 역순으로 조립한 후 업그레이드를 마무리 하였다.

비극의 시작은 원동형의 시승. 그는 나와 신체 사이즈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이 자세로 피팅이 맞나 저 자세로 피팅이 맞냐며 시범을 보이고 타 보였는데, 다 타고 나서는 "아랑이 헤드셋이나 잘 조였냐?" 라며 앞 브레이크를 잡고 포크 쪽을 흔들흔들 해보았다. 불행히도 유격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헤드셋과 포크에 유격이 있으면, 안전에 대단히 좋지 않다.) 나는 헤드셋 포크 유격에 대한, 대단히 민감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에 대한 에피소드는 내 가슴속 주홍글씨처럼 깊게 쓰인 이야기인데 나중에 한번 그 썰을 풀어보기로 하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도록 하자.


조금씩 조금씩 뭉둥거려진
트라우마 때문인지 나는 민감하면서도 신속하게 유격을 없애기 위해 헤드캡의 볼트를 육각 렌치로 힘을 주며 꽉 조여주기 시작했다. (포크의 유격을 없애려면 헤드캡 볼트로 조여서 위에서 강하게 압박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점차 헤드캡의 볼트의 나사는 조금씩 조금씩 뭉둥거려지기 시작했고, 나는 이러다가 "빠가나는거 아니야?(직역 : 나사산이 마모되다.)"라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 중간에 멈췄다.

그러나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요단강'을 건넌 '알루미늄 볼트'를 나는 다시 빼기로 마음먹고 풀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더욱더 힘없이 뭉개지는 볼트를 보니 안구의 습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재미있으라고 안구의 습기고, 사실. 약간 당황스럽긴 했지만 마음은 편했다. 이유는 계속 보면 알게 된다.

사실, 알루미늄 볼트의 머리는 'PZRacing Race Carbon 컴프레션 플러그'를 처음 구매해서 장착을 할 때 부 터 조금씩 뭉개져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헤드캡(Headcap)의 모양새를 가지런히 맞춘다고 수십 번 돌렸다가 풀었다 가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볼트의 육각 모양은 점점점 원형에 가깝게 변했고, 나는 그 모습을 애써. 부인하려 했다.


 

엄청나게 뭉개진, 'PZRacing Race Carbon : 1+1/8 카본 포크용 컴프레션 플러그, 해바라기'의 볼트 머리 당시의 황당하고도 어이없는 상황을 잘 전해주고 있다.

구세주
나는 함께 있는 "원동형, 랫서팬더형, 곰탱창완이형"에게 "형! 볼트가 안 돌아가요!"라고 말했고. 형들은 다가와 내 상황을 파악하시고선 어처구니없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구세주 능력자(?) 일급 미캐닉 원동형이 있잖은가! 그는, 내가 소속된 동호회에서 스트라이다(STRiDA)를 그 누구보다 잘 고치고 다양한 스킬들로 많은 자전거들을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킨 용자다.

그 볼트를 빼지 못하면 '컴프레션 플러그'를 아예 전문샵이나 공업사에서 날려버리던지 등의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처절한 순간이었다. (그 상태로는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도 없는 상태니 말이다.) 당신은 상상이 가는가? '컴프레션 플러그'가 포크에 박혀서 나오지 않는 그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을. 앞서 우리는 1급 미케닉 원동형을 언급했다. 그는, 육각 렌치를 헤드캡의 볼트에 꽂은 다음 망치로 내려치는 등의 노력을 1시간 동안 아끼지 않았는데 (필자의 자전거는 풀 카본 로드바이크다.)

그런데 그런 과격한 퍼포먼스가 마음이 아플 만도 했는데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던 이유는 역시 내 가슴속 깊게 새겨진 주홍글씨와, 원동형의 실력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트'는 '해볼 테면 해봐라!'는 듯이 계속적으로 자신의 살을 뱉어내었다. 팬더 형은 그 광경을 보고 한마디 했다. "역시. 나는 절대 알루미늄 볼트 안 써, 티타늄이나 크로몰리 볼트 써야지!"라고, 또 한마디를 더 했는데 "너는, 역시 헤드셋이랑 궁합이 안 맞구나~"

용자 '원동'형은 그러한 고난도의 작업에서도 헤드캡의 재질이 카본(Carbon)이라며 최대한 상처를 내지 않고 볼트를 어떻게든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셨다. 그렇게 1시간이 좀 지났을까 기진맥진한 원동형은 마지막 수단으로 별 모양의 렌치를 알루미늄 볼트 머리에 힘껏 꽂았고 망치로 무지막지하게 내려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볼트와 톡스렌치를 하나의 몸으로 만든 후, (톡스 렌치를 다시 뽑는데 잘 뽑히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잘 박혔다.) 힘껏 돌리더니 제살을 뱉어내며 영원히 뺄 수 없을 것 같던, 볼트도 GG를 치고는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와! 형! 돌아가요!"라고 기쁨의 외침을 입 밖으로 내뱉던 기억이 난다.

 


▲ 알루미늄 볼트 대신, 강력한 내구성의 크로몰리 볼트로 바꿨다. 무게가 좀 더 나가긴 하지만 튼튼



▲ 어쩌다 보니 헤드캡이 뒤집힌 채, 장착이 되었다. 그러나 헤드캡을 바로 맞추겠다고 다시 풀고 조이고 반복하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또 다른 트라우마가 생겨버렸다.


소중한 교훈
그렇게 진을 다 빼고 볼트를 빼주신 원동형은 나에게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 마라!"라고 진담 반 농담 반으로 강력한 한마디를 전한 훈훈한 이야기. 나는 집으로 돌아갈 때 텅 빈, 헤드캡 부위에 손가락을 넣고 자전거를 끌바하면서 돌아갔는데, (그 기분이 묘~했다.) 집에 도착하여 볼트만 순정 헤드셋의 장착되어 있던, 크로몰리 볼트로 바꾸고 헤드캡을 체결하였다.

카본 헤드캡을 다시 재활용 할 수 있게 섬세한 작업을 해준 원동형에 대한 감사를 다시 한 번 하면서 말이다. 그때 손저울로 크로몰리 볼트와 처참하게 뭉개진 알루미늄 볼트의 무게를 비교해보니 어찌나 단 몇 그람 차이가 아쉽게 느껴지던지……. 몇 번이고 뭉개진 알루미늄 볼트를 보며 알 수 없는 여운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난다.

많은 자전거 매니아들은 단 1그람의 경량을 위해 크나큰 자금을 투자하고 멀쩡한 크랭크와 디레일러등에 구멍을 뚫어가며 경량에 애를 쓴다. 하지만, 적당히 해야지 자칫 잘못하다간 나처럼 본이 아니게 "돌아올 수 없는 요단강"을 건너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말 것이다. 그때 나는 두 가지를 깨달았다. 자전거는 정말로 튼튼하다. 망치로 무자비하게 내리쳐도 말이다. 그리고 알루미늄 볼트 두 번 다시 쓰나 봐라! 마지막으로 그 한 몸 바쳐 참된, 교훈을 알려준 알루미늄 볼트의 애도를 표하며.



컴프레션 플러그 구조
여기서 부터는 샵에서 프로미캐닉으로 실장을 지내고 난 뒤 원인을 말자고자 한다. 참 위 일화처럼 어처구니없던 내가 샵 실장까지 지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일단 카본 스티어러 튜브에 사용하는 컴프레이션 플러그는 6~7mm 육각렌치가 들어갈 정도의 대형 볼트가 먼저 체결이 되고 커다란 볼트 가운데를 보면 작은 볼트가 다시 지날 수 있도록 나사산이 난 홀이 존재하는데 그 사이로 5mm 육각 볼트가 헤드캡과 함께 체결되는 형식이다.


즉, 베이스가 되는 대형 볼트를 먼저 확실하게 헤드셋의 유격이 없도록 체결해주고 여기서 컴프레션 플러그에 중요한 역할은 끝난다. 끝나는 이유는 역삼각형 모양으로 생긴 탑캡을 지지해주는 머리부가 조여지면서 컴프레션 링을 벌리고 (상하단 둘다 역 삼각형 모양으로 되어 있다. 아래위에서 동시에 힘이 가해짐) 스티어러 튜브를 채워주는 동시에 위로 끌어올리기 때문. 후에 조여 주는 5mm 육각볼트와 헤드캡은 그저 데코레이션으로 여기고 탑캡의 새겨진 데칼의 방향을 맞춘 후 적당한 힘으로 체결하면 된다.


베이스가 되는 볼트를 먼저 조여 주는 이유를 또 다르게 말하자면 그렇게 해야 컴프레션 링(익스팬더 링)이 벌려지며 스티어러 튜브 내부를 꽉 물게 되어 스타너트(해바라기)의 역할을 하게 될뿐더러 카본 스티어러 튜브에 컴프레션 플러그를 쓰는 가장 큰 이유인 밖에서 스템을 조였을 때 카본 스티어러 튜브가 크랙이 가지 않도록 내부에서 강하게 지지해주는 다르게 말하면 속을 꽉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그림을 첨부했다. 바로 위 내가 설명한 글과는 살짝 다른데 나는 PZRacing Race Carbon 1+1/8 CR2.2A과 이와 같은 형태를 취하는 다수의 컴프레션 플러그를 기반으로 설명한 것이고 위 그림에서 필자가 말한 것과 가장 큰 차이점은 내부 및 탑캡 볼트 규격과 전체적인 컴프레션 플러그의 틀이 다소 다르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근본적인 원리는 같다.

크로몰리 볼트의 놀라운 강성
과거 내가 경량을 위해 제공되는 토크치가 매우 낮은 탑캡용 알루미늄 볼트를 가지고 오버토크로 헤드셋 유격 없이 해결하려 했으니 볼트 머리가 마모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중심이 되는 큰 볼트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았는데 탑캡 볼트로 아무리 조여 봐야 완전히 꽉 벌어지지 못한 컴프레션 링이 헤드셋이 유격이 없어지도록 압력이 가해지는 것은 한계가 있다.

더욱이 황당하고 놀라운 것은 크로몰리 볼트의 튼튼함이다. 원칙을 무시한 채 헤드셋 유격을 없애기 위해 탑캡의 5mm 크로몰리 볼트를 그렇게 강하게 조여 대는데도 머리가 뭉개지지 않고 버틴 것을 보면 참 크로몰리가 강성이 우수하긴 하구나 싶다. 여하튼 과거 자전거에 대해 아무거도 모를 때 쓴 글들을 보면 참 쪽팔린다.

깔때기(자화자찬) 하나 대자면 여기서 일급 매키닉이라 칭하던 원동형은 과거 내가 샵에서 공구를 다루던 모습을 보곤 감탄을 내뱉었다. 그렇게 공구를 못 다루고 고압 타이어에 공기를 넣으려다가 자전거펌프 압력하나 못 견디고 튕겨 나가던 나. 볼트 야마내고 펑크하나 제대로 때우지 못하던 나. 사람은 다 배우면 된다. 하면 된다! 사람 앞일 아무도 모른다. 개정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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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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