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통 (Phantomschmerz, Phantom Pain) : 누구나 아파하고, 이겨내야 할 통증

Phantomschmerz

감독.마티아스 엠케/출연.틸 슈바이거, 야나 필라스키_ 평점 : 85점
디씨인사이드 자전거 갤러리에서 '자전거 덕후' 영화라며 독일 영화 '환상통'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자전거'가 나오는 가? "그래. 나도 봐야지." 단순히 '자전거'가 등장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생에 처음으로 독일 영화를 봤다. 또한, 블로그에 너무 용품 관련 글만 주구장창 포스팅 하다보니 자전거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컨텐츠로 삼는 본 블로그가 자전거 용품 전문 리뷰 블로그가 되고 있는것 같아. '두바퀴 문화평'이라는 컨텐츠를 만들었다. 자전거를 소재로 한 다양한 문화 작품들을 감상하고 앞으로 그에 관해 포스팅 할 계획. '환상통'이란? 작품 속에서도 용어 설명을 의사가 해주는데 "어떤 사고나 수술로 몸의 일부를 잘라낸 후에도 그 고통을 겪었던 부위가 계속 아프고 쑤셔오는 증세"를 칭한다.



실화를 토대
주인공 '마크(틸 슈바이거, Til Schweiger)'는 글을 쓰는데 특별한 재주를 가졌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원고 거절을 당한 상처를 가진 후, 글쓰기를 중단. 취미는 로드바이크 라이딩이며, 딸을 하나 둔 이혼남이지만, 아이 양육비를 몇 개월치나 밀리는 경제적으로 별다른 능력 없는 남자다. 매우 남루한 별다르게 가진 것 없는 '마크'는 여성들을 특이한 입담으로 작업하는데 뛰어난 스킬을 지녔으며 그녀들은 그러한 그의 매력에 빠져 훌렁훌렁 잘도 넘어온다. (극중 그의 작업에 넘어오지 않는 여성이 없다. 진심으로 부럽다.)

남들에게 허구와 사실을 적절히 조합한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좋아하며, 다른 이들도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긴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차를 팔고 구매한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귀가하던 도중 사고가 난다. 그로 인해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다리를 절단한다. 그에게는 돈 많고 능력 있는 헌신적인 친구가 있으며, 마크에게 최고급 의족을 사주는 등 아낌없는 지원을 쭉~ 해준다.

마크는 절단된, 다리와 지나간 상처들을 환상통으로 느끼며 힘든 나날을 보내지만 결국 아픔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이었던 곳을 의족을 한 채 자전거를 타고 오르며, 글 쓰는 것에 대한 용기를 심어준 사랑하는 그녀에게 나와 함께 여행하자며 고백 한다.줄거리를 아름답지 않게 요약하자면, 별 능력 없는 이혼남이 친구 잘 만나서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그런 스토리라. 영화의 제목처럼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환상적인 스토리기도 하다.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 각색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기에)


 

누구나 살면서 환상통을 느낀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신체를 꼭 절단하지 않더라도 큰 범주에서 따지자면 환상통과 같은 증세를 느끼며 살아간다. 쉽게 표현하자면 '트라우마'라고나 할까? 내가, 로드바이크를 입문하고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가드레일을 박고 반대편 너머로 뒤집어진 적이 있다.

헬멧을 쓰지 않고 머리를 땅에 박았음에도 불구하고 겨울철 땅에 떨어진 낙엽과 흙, 쓰레기 등이 쿠션 역할을 해. 아무런 외상을 입지 않음은 물론이고. 나의 자전거 또한 멀쩡했다. 그 후, 아주 오랫동안 다운 힐을 할 때면 항상 남들보다 느리게 내려갔다. 뿐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떠한 장소에서 고백을 했다, 거절당하게 되었다든지, 추억을 함께 하던 장소를 이별 후. 거닐 때 우리는 '아픔'을 느낀다. 지금 언급한 이 예시들이, '환상통'과 일맥상통 하지 않는지. "당신은 지금 어떤 환상통을 앓고 있는지?"


 

색다른 즐거움
자전거를 좋아하고 즐겨 타는 나로서는 이 영화를 보며 상당히 인상적인 몇몇 장면들이 있었는데. 맥주를 무척 즐기는 나라 '독일' 영화답게 도로 라이딩을 하면서도 물통 케이지에 병맥주를 꽂아 놓고 마시며, 아픔을 견뎌내는 모습은, 신선한 컬쳐쇼크를 가져다주었고 (나도 해보고 싶은데, 갈매기 모양의 카본 물통 케이지라 규격화된, 물통 말고는 꽂히지가 않는다. 그렇다고 규격화된 자전거 물통에 맥주를 담는 것은 썩 내키질 않는다.)

주인공이 라이딩 할 때마다 쓰는 캄파뇰로(Campagnolo)의 '쪽모자'가 간만에 지름신으로 다가왔고(캄파놀로 쪽모자가 이렇게 이뻣다니! 어머, 이건 사야해!) 영화의 마지막에서 '의족'을 한 채 업힐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보며 나 또한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길고 높은 업힐을 하면서 보았던 아름답던 세상 풍경들을 다시금 기억나게 해주었다. (경사가 높은 업힐을 하면 힘들어서 주변 경관이 아무리 좋아도 눈에 들어오지 않기는 하지만.)


 

조금 더 밝은 빛의 계기
시종일관 영화의 장르 '드라마'에 알맞게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과 멋을 내지 않아도 멋진 배우 '틸 슈바이거'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지 모르는 이 작품도 어느새 끝을 향하고 있다. 영화는 분명히 중심 틀을 잡고 연관되게 쭈욱 스토리를 진행하기는 하지만 묘하게 집중이 안 되는 측면도 있으며 (대사가 독일어라서 그런지, 한글 자막 번역이 약간 디테일이 떨어지는 맛이 있어서 그런지) 마지막에 갑자기 멜로물로 전환되며 끝을 맺어버리는 생뚱맞음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 하겠다. (물론, 님도 보고 뽕도 따는 해피엔딩이지만)

자전거를 좋아하고 특히 '로드바이크'를 타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당신의 가슴에 큰 울림을 가져다주지 못하더라도 은은한 커피향과 희미한 담배연기 같은 감성을 자극해 줄 것. (자전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보는 재미가 20% 감소할지도, 사실 국내에 정식 개봉도 안 된 이 작품에 대한 누리꾼들의 평가는 크게 좋지 못하다. 하지만, 나는 자전거 덕후. 자전거 나오면 그냥 하악~) 지금 어떠한 일 때문에 극복해야나가야 할 문제점들이 있다면, 당신에게 조금 더 밝은 빛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건, 당신이...
마지막으로, 그의 딸이 아버지인 마크에게 시를 써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 있다. '마크'와의 추억으로 인해, 쓴 딸의 시(주인공은 이 시로 인해 시련을 극복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맞이한다.)를 올리며, '틸 슈바이거' 주연 '환상통'에 대한 '두바퀴 감상평'을 마친다.(이 앞뒤 안 맞는 시는 영화를 보면 이해가 될 것. 자전거 덕후인 당신을 위한 스페셜한 선물, 구하기 힘든 환상통 '한글자막'을 첨부 "당신의 글은 나를 잠들게 하고, 전 세상이 조화롭길 바래요. 우리가 공작새와 다리 얘길 하며 웃던 때를 떠올립니다. 전 혼란스러워 지겠죠. 하지만 내가 일어나고 모든 게 잘 된다면, 그건 당신이 내 이마에 입 맞춰 주었기 때문입니다."



환상통 (Phantom Pain, 2009) (네이버 영화)
자막 다운로드 (환상통 한글 자막)

관련 문화평
새크리파이스 (サクリファイス) (2007, 곤도 후미에)
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 (It's not about the bike) (2000, 랜스 암스트롱, 샐리 젠킨스)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茄子 アンダルシアの夏) (2003, 키타로 코사카)

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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