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와 만다라 : 나를 찾는 자전거 여행 - 미국, 베트남, 교포, 가족, 삶 그리고 나

메기와 만다라 앤드류 팸 지음, 김미량 옮김/미다스북스_ 평점 : 100점
우리나라의 국화는 ‘무궁화’다. 국어(國魚)는 무엇일까? 베트남에서 나라 대표 물고기를 정한다고 하면 ‘메기’가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하천에서 강에서 그리고 정원의 작은 연못에서도 베트남인들은 ‘메기’를 키우고 또 메기가 많다. (베트남의 푸세식 화장실에서 인간의 배설물을 받아먹는 것도 메기이다. 이 사실을 모두 이 책에서 알았다.) 작가 ‘앤드류 팸’의 어머니는 ‘메기’를 이용해 마술 같이 맛있는 요리를 잘 하신다. 글에서 ‘메기’는 상징적인 의미로 베트남의 실상과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 매개체로 자주 등장한다.

‘만다라’는 불교에서 행자가 명상을 통하여 우주의 핵심과 합일하고자 하는 깨달음의 안내도라고 한다. 나는 불교를 믿지 않으므로 그 깊이와 상징성을 가늠 할 순 없지만 이렇게 묘하게 잘 어울리는 두 단어를 씀으로서 작가는 ‘메기‘를 모국인 베트남과 자신에 비유하고 ’만다라‘를 자아 성찰 또는 깨달음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들 여행을 하고 싶어,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며 대리만족을 느끼기 위해 여행기를 읽는다. 적어도 나는 그랬고 그동안 그래 왔다. 하지만 ‘메기와 만다라’는 그런 나의 고정관념을 바꿔주는 작품이었다. 대리만족과 일탈이 아닌 글쓴이의 고민과 성찰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이었다고나 할까? ‘메기와 만다라’는 자전거를 타며 멋진 풍경을 지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를 낭만적이게 풀어놓을 것을 기대했던 나의 바램을 철저히 비켜나간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자전거 여행
‘환태평양 목소리상 (키리야마상)’ 수상작이라는 이력 하나만으로 무언가 굉장한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자전거 여행기를 기대하고 책을 입수한 내게.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어지러이 오가는 독특한 구성으로 흥미진진한 여행담에 빠져들 만하면 상징적인 제목과 물음, 여운이 남는 끝맺음을 하고선 그의 옛 기억의 조각을 (베트남 탈출기, 가족사 등) 풀어 놓는 패턴을 반복한다.

나는 작품에 중반까지 좀처럼 깊게 빠져들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전반적인 책의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지 않고 무턱대고 읽게 된 나의 잘못이다. 클래식 음악을 록으로 알고 듣게 된 것과 같다.) 그것은 나의 초점이 온통 작가의 굴곡 많은 가족사와 베트남인들의 삶 보단 '자전거 여행'이라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기인한다. 메기와 만다라에서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자전거’는 그냥 작가의 이동수단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메기와 만다라는 미국 국적의 베트남 교포 ‘앤드류 팸’의 자신의 정체성과 추억들을 찾아 떠나는 1년간의 모국 여행기이자 에세이며 오늘날의 베트남을 투시하는 다큐멘터리다. 그는 단순히 베트남을 여행하러 온 세계 최강대국 미국 사람이 아닌 자아를 찾기 위해 온 가난한 나라 베트남의 피가 100% 섞인 ’교포‘이다. 그에 눈에 비춰지는 동포들의 삶과 현실은 기대치에 턱 없이 미치지 못하는 누가 봐도 초라하고 비극적이며 실망스럽고 애절하다.

나는 베트남에 전혀 관심이 없다. 앤드류 팸의 가족이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망명하게 된 계기인 베트남 전쟁을 잘 몰랐으며, 베트남이란 국가를 아주 몰랐다. 하지만 이제 나는 베트남에 대해 따스한 연민을 느낀다. 밤을 새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눈 내게 치부를 보여준 나라로서 베트남은 내 가슴 깊이 새겨졌다. 작품은 자연스레 베트남 사람들의 문화와 가난한 삶, 국민성과 전통까지……. ‘왜 한국 남자들에게 꽃다운 나이의 베트남 처자들이 돈에 팔려 시집오는지’ 이해하게 되는 단계에 이르며 그들의 삶과 실상을 여과 없이 알려준다.


 

교포들의 삶
우리들은 TV에서 재일 교포에 대한 특별 방송이나 시사 프로로 교포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가까운 예로는 ‘추성훈’ 선수를 통해서도 그렇다. 교포들을 향한 시기와 차별. 살고 있는 나라와 자신의 뿌리인 조국. 어느 곳에서도 속할 수 없는 그들의 비애를 교포가 아닌 우리는 알 수 없다.

메기와 만다라의 작가 미국 국적의 베트남 교포 ‘앤드류 팸’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작가는 미국에서는 백인과 흑인들에게 무시당하는 베트남 사람 혹은 아시아인으로서 베트남에서는 교포는 부자라는 그릇된 인식으로 그를 대함으로서 그는 미국과 베트남 어디에서도 안식처를 찾지 못한다.) 그가 베트남을 1년간 자전거 여행하며 느끼는 성찰의 시간으로 독자는 한 핏줄인 교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그들의 처지를 다시 한 번 상기 시키게 된다.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메기와 만다라 (Catfish and Mandala)’ 안에는 삶, 사랑, 가족, 죽음, 가난함, 꿈 등 인간이 고민하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연어가 험난한 바다를 지나 태어난 강을 다시 찾아오듯이 작가는 메기가 되어 먼 바다를 건너 태어난 땅 ‘베트남’을 다시 찾았다. 그는 말한다. “나는 카멜레온이다. 최고의 카멜레온은 중심이 없고 순간의 자신보다 더 진실한 자신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뿌리 찾기인 베트남 자전거 여행의 끝자락에서, 그는 카멜레온에 비유하며 “미국과 베트남 그 사이에서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리고 베트남을 떠나기 전 베트남 친구에게 “더 나는 미국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며, 그의 집인 미국으로 돌아간다.

어지러이 널려 있는 퍼즐 조각처럼 구성된 작가의 살아온 나날들과 그의 가족사, 베트남에서의 1년간의 자신을 찾아 떠내는 자전거 여행기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흡수하고서야 숨 가쁘게 달리고 난 뒤 호흡을 고르듯 비로소 하나의 완벽한 작품으로 완성이 되었다.

베트남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촌을 좀 더 색다르게 느끼고 싶고, 교포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거나 교포로서 자아 정체성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메기와 만다라’는 때로는 해학적이고, 시적이며, 섬세하고도 가슴 깊은 메시지를 전달해 줌으로서 마지막을 장을 덮고 ‘앤드류 팸’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마치는 그 순간, 산꼭대기에 올라가 산 아래를 바라 볼 때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스러우면서도 은은함이 찾아온다.



메기와 만다라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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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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