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크리파이스(Sacrifice) : 로드레이스를 통한 희생과 헌신에 대한 작은 일깨움

サクリファイス

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시공사_ 평점 : 85점
블로그를 하고 나서 가장 좋아진것은 독서량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리라. 나는 자전거에 관심이 많고, 피아랑닷컴은 '자전거'를 주력 컨텐츠로 삼고 있기 때문에 너무나 코드가 잘 맞아 뒤도 안돌아보고 구매하였고 이틀만에 단숨에 읽어버렸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잡으면 단숨에 읽히는 책. 로드레이스는 한국에서는 전혀 인기도 없고 골수 매니아들이 존재하는 스포츠다. 

본작은 그런 싸이클 대회나 자전거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서도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그들은 다들 재미있게 읽었다고 서평을 써 놓았다. 책의 표지 홍보 문구에는 "2008년 일본 서점직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이라는 타이틀 까지 달고 있으니 도대체 얼마나 교훈적이거나 감동이 있고 재미가 있길래? 서점 직원들이 팔고 싶어 할까? 너무너무 궁금해 미칠지경이었다. 나는 자전거를 좋아하기에 그리고 싸이클의 매력에 빠졌기에

본격적인 책의 대하여 쓰기 전에 자전거 매니아로서 싸이클 애호가로서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다면, 책 표지에 헬멧하나 안씌우고 일러스트를 그려 놨다는 것이다. 작품의 내용이 싸이클 대회의 선수들의 희생과 승부를 다룬 이야기라면, 최소한 싸이클 선수를 일러스트화 시키는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긴 머리를 늘어뜨린 미소년틱한 표지 그림은 전혀 작품의 내용과 연관성이 없다.

랜스 암스트롱의 자서전 "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을 읽어보면 뚜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 TDF)등의 세계적인 대회의 인상적인 에피소드와 이야기들이 사실적으로 적혀 있다. 나는 그의 자서전을 통하여 로드레이스에서 사용 되는 전문적인 용어를 배웠고, 싸이클 경주라는 스포츠에 대해 빠져들게 되었다. 본작은 내가 싸이클을 타고 또 그러한 용어나 기술 전략들을 조금이나마 알고서 읽는 책이였기 때문에 자전거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 비하여, 훨씬 빨리 몰입 할 수 있었으며, 흥미를 느꼈다.


 

희생
이 작품을 요약하자면, 주인공 '시라이시'를 축으로 소속된 팀. "오지"의 소속 선수들의 갈등과 희생 그리고 '시라이시'의 인생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품을 쓰기전, 작가 '곤도 후미에'는 제법 싸이클 경주에 대한 연구와 관련 용어들에 대하여 많은 자료 수집과 공부를 했다고 생각은 되나 그 깊이가 아주 깊지는 않다.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하는 유망주 육상선수 '시라이시'는 달리는것을 좋아하는 것이지, 일등을 하기 위해 달리는것은 아니었다. 그러한 육상 스포츠의 회의를 느껴 굳이 자신이 '일등'을 하지 않아도 그 영광과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팀 스포츠 '로드레이스(프로싸이클 선수)'로 전향을 하게 된다. 그렇게, 팀 입단 2년만에 '뚜르 드 자퐁(Tour de Japon, TDJ)"에 출장하며. 에이스 '이시오'를 어시스트 하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의도된 바와 다르게 시라이시는 종합 1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주변 동료들로부터 '이시오' 선배에 대한 안좋은 옛 이야기 그리고 유럽 선수로부터 스카우터 제안을 듣고 여러가지 심리적인 갈등을 느낀다.

그렇게, 주인공 '시라이시'를 중심으로 중간에 감초처럼 섞인 첫사랑과의 재회와 싸이클 선수였던 하반신 불구가 되어 버린 그녀의 남자의 옛 이야기, 그리고 매 경기에서 팀의 에이스이자 선배 '이시오'의 우승을 위해 헌신하는 어시스트들(싸이클 대회는 혼자만 잘 한다고 절대 우승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팀 동료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항상 남들의 헌신으로 가장 빛나던 자리에 있던 에이스 '이시오'도 마지막에는 후배들의 선수 생명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그들만의 '새크리파이스'(Sacrifice)'를 다루고 있다.


 

로드레이스라는 스포츠를 몰라도 훌륭한 몰입감과 큰 재미를 주는 작품이지만, 팀내 에이스 '이시오' 선배의 크나큰 반전의 내용이 나오는 마지막에 다다를 때 즈음에는 갑작스럽게 너무 급하게 마무리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것은 왜 일까? 물론, 질질 끌지 않고 깔금하게 마무리한다는 매력도 있겠지만 말이다. (새크리파이스는 번외편 격인 중편이 있다고. 그리고, 얼마전 속편까지 연재가 시작 되었다고 하니 마지막 부분의 다소 급한 마무리도 어느정도 수긍이 가기는 한다.)

사실, 다른 이들은 '새크리파이스'를 보고 어떠한 여운을 느꼇다고 했다. 나 또한 아주 재미있게 단숨에 읽어버리긴 했지만 어떠한 큰 여운을 느끼기에는 작품에서 다루는 '희생'에 대한 표현이나 묘사가 조금 부족하지 않나 쉽다.(이것은 상대적이긴 하다.) 그래서 내겐, 솔직히 말하자면 아시아에서는 비주류 스포츠인 로드레이스를 다룬 아주 재미있고 깔금한 일본 소설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왜? 이 작품이 "2008년 일본 서점직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이 되었는지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살짝 의외다.


 

훈훈한 여운
팀내 에이스를 우승 시키기 위해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끌어주는 어시스트들의 희생과 헌신이 있는 '로드레이스', 자전거를 타 보았다면 흔히들 '피빨기'라는 자전거 동호인들의 용어가 있다. 앞사람에게 가까이 붙어 자전거를 타면 바람의 저항을 최소한으로 받기 때문에 본인은 힘을 적게 쓰는 것이 바로 '피빨기'이다. 이것 또한, 앞사람의 희생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사에서도 누군가의 희생이 있기에 지금 나와 당신이 밥을 먹고 공부를 할 수 있고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들은 작품의 인물들과 같이 에이스이자, 어시스트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본 작품은 소재도 명확하고 캐릭터들간의 색과 특징도 특별하다. '새크리파이스'는 2007년 제10회 오야부 하루히코상, 같은 해 제5회 서점 대상 2위에 빛나는 제법 커리어가 화려한 작가 '곤도 후미에'의 작품이니 만큼 상당한 매력을 가졌다. 자전거를 좋아하고 싸이클을 타고 있다면, 혹은 빠른 몰입감을 제공하는 좀더 새로운 소재를 다루는 일본 소설을 찾고 있다면 '새크리파이스(Sacrifice)'는 반드시 한번은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행여나 필자처럼 여운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속도감 있는 전개와 로드레이스에 대한 제법 디테일한 묘사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재미는 보장 되어 있다. 책장을 모두 덮는 순간, 당신의 일상에서의 가까운 가족, 친구들, 직장 동료의 희생과 헌신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청량음료와 같이 상쾌하면서도 훈훈한 여운을 남겨주는 '새크리파이스'로 치열한 '로드레이스'의 매력에 빠져 보는것은 어떨까?



새크리파이스(サクリファイス)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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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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