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를 뽐뿌질 하기에 앞서
자전거 타기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용품이지만, 구매 순위에서 뒤로 밀려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품목이 펌프이다. 휴대용 펌프는 자전거 프레임에 고정하거나 가방 등에 넣어 라이딩을 떠날 수 있어 작고 가볍다. 하지만 공기주입이 원활하지 않아 라이딩 중 펑크가 발생했을 경우 비상으로 사용하는 데 만족해야 한다. 반대로 플로어 펌프(스탠드 펌프)는 살아가면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커다란 펌프를 일컫는데, 크기가 크고 무거운 만큼 공기주입도 휴대용 펌프에 비해 쉽다.
바닥에 세워서 공기를 주입하는 플로어 펌프는 매우 많은 공기량을 필요로하는 도심지에 적합한 하이브리드(시티 바이크)나 로드바이크을 타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용품이다. 플로어 펌프가 없으면 주기적으로 자전거 판매장에 들러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공기를 주입하는 번거로운 일을 반복해야 한다. 왜냐하면,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주기적으로 압력을 점검해서 부족한 공기를 주입해야 펑크를 방지할 수가 있고 같은 힘으로도 보다 먼 거리를 달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소개할 펌프는 자전거 강국 대만(타이완)의 브랜드인 지요(GIYO)의 에어 서플라이(AIR SUPPLY) GF-55PD이다. 지요는 자전거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인지도 있는 상표이며, 에어 서플라이는 이들 회사에서 내미는 펌프 모델을 말한다. 모델번호 GF-55PD는 저렴한 가격대에 훌륭한 성능으로 이미 소문이 자자한 물건이다. 비유하자면 자물쇠계의 사관절락 같은 물건이라고 보면 된다. 사관절락은 무겁기라도 하지 GIYO GF-55PD는 생김새 말고는 딱히 단점이 없다.
▲ 이 펌프는 무척이나 볼품이 없다. 펌프가 갖춰야 할 것들만 갖춰 있고 어딘가를 치장한 느낌도 없을 만큼 단순한 외형을 지녔는데, 어찌 보면 펌프 본연의 용도에는 이러한 볼품 없음이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는 2만 원 초반대의 가격을 생각한다면 들어맞을지도 모르겠다. 공기를 모두 주입하고 나서는 발로 차버려도 기분이 상하지 않을 것 같은 부담 없는 외형은 고가의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가 나를 타는 건지 내가 자전거를 타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서 균형을 찾아준다.
▲ 노골적으로 드러난 발판 아래만 봐도 이 제품이 얼마나 작은 부분은 신경을 쓰지 않는 쿨함을 지녔는지 단적으로 알 수가 있다. 발판 양 끝 부분에는 회색 고무 돌기가 있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냥 심심한 외형에 잔재미를 주기 위한 작은 요소일 뿐이다. 하지만 발을 올려서 펌프질을 해보면 미끄러지는 일이 없고, 발판의 넓이도 충분해서 펌프가 넘어지는 경우도 없어 안전하다.
▲ 손잡이의 양 끝은 사용자가 펌핑을 했을 때 양 손이 옆으로 엇나가지 않도록 고무마개 처리를 해놨다. 양손으로 움켜잡아도 불편함이 없을 만큼 크기도 넉넉한 편이다. 이 역시 그저그런 저렴한 플라스틱 재질이다.
▲ 다 쓰고 난 노즐은 펌프 상단부에 위치한 고정대에 꽂으면 된다. 이 상태에서는 펌프 손잡이가 360도로 빙빙 돌지도 않고 노즐이 거치적거릴 염려가 없어 안전하다.
▲ 몸체는 공기를 반복적으로 주입했을 때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배출 할 수 있도록 6063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알루미늄이 아니었다면 정말 볼품없는 제품이 됐을 듯 하다. GF-55PD가 비슷한 가격대의 플로어 펌프에 비해 공기가 잘 들어가는 이유는 이 몸체의 면적이 크기 때문이다.
▲ GF-55PD의 장점이라면 저가형 일반 생활 자전거에서 많이 사용중인 던롭(DUNROP) 방식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시중의 값비싼 플로어 펌프들은 던롭 방식을 배제한 경우가 많은 데에 비한다면 훌륭한 장점이라 생각된다. 여분의 노즐은 나무줄기가 나오듯 분리 되어있다. 다소 거치적거릴 수도 있는 확장 던롭 노즐은 사용할 때만 앞으로 돌려서 튜브 밸브로 향하게 할 수가 있고, 사용치 않을 때에는 클립에 고정하면 된다.
▲ 검은색 주입구는 슈레더 방식인데, 자동차에서 흔히 쓰이는 방식이다. 자전거 펌프로 자동차에도 사용할 수가 있다. 실제로 내가 사용하고 있다. 자전거 펌프에 달린 공기압 게이지를 통해서 자동차의 적정 공기압을 주입하면 문젯거리가 아니다. 아주 잘 들어간다.
▲ 일부 제품들은 주입구가 하나더라도 입구를 열어서 내부 고무를 뒤집어야 프레스타(Presta)나 슈레더(Schrader) 방식을 선택 할 수가 있는데, 이는 모습 번거롭다. 특히 다양한 규격으로 공기주입을 할 일이 잦을 경우에는 몹시 불편하다. 사실 GF-55PD의 주입구는 외형적으로는 자칫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의 밸브로 두 가지 방식을 별다른 작업 없이 단박에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방식을 아니라면 GIYO-55PD와 같이 주입구가 나뉜 제품이 좋다. 내구성이 좋으니 고장 날 염려도 없다.
▲ 프레스타 밸브에 꽂아봤다. 검은색 입구가 프레스타고, 반대편 검은색 입구가 슈레더다. 노즐을 밸브에 삽입하고 레버를 반대편으로 돌려주면 고정된다. 튜브 밸브에 엉성하게 꽂으면 공기가 튜브나 타이어 내부로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새 나오기 때문에 주의하도록 하자. 사실 여러 개의 주입구로 공기가 세어 나가지 않을까 염려도 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 노즐은 본체에서 좌우로 움직여 사용자가 펌프질할 때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를 하고 있다. GF-55PD는 공기 주입구가 여러 개로 나뉜 덕에 끝이 무겁고 자칫 거추장스럽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이 펌프가 돋보이는 장점이기도 하므로 감내해야 하는 필연적인 문제이다.
▲ 공기압 표시판(게이지) 겉을 둥그렇게 둘러싼 회색 다이얼은 손으로 돌리면 돌아간다. 붉은색의 화살표를 목표 수치에 맞춰 놓고 공기를 주입하면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편의기능이다. 공기압은 160psi까지인데, 사실 튜블라 타이어(통 타이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160psi 이상의 고압을 쓸 일은 없다. 게다가 160psi라고 표기된 것이 있는 일부 플로어(FLOOR) 펌프들은 생각보다 공기 주입이 원활하지 않은 것들도 있다. 그런면에서 GF-55PD는 정직한 제품이다.
서민 펌프의 종결자 GIYO GF-55PD
이 펌프는 아버지께 로드 사이클을 선물해드리면서 구매하게 됐다. 매장에서 자전거 미캐닉으로 일하면서도 충분히 사용을 해보았던 펌프이기에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인터넷에서는 2만 원 초반대에 구매할 수 있으므로 가격 대비 성능을 논한다면 더는 이견이 없다. 추천한다. 비슷한 가격대에 이만한 성능을 가진 펌프는 없다고 보면 된다.
라이딩 전 수시로 공기압을 확인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는 이들에게 펌프는 충분히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 자전거 옆에 멋스럽게 생긴 펌프가 있다면 충분히 보기만 해도 흐뭇한 광경을 연출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통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플로어 펌프를 구매하면 될 것이고, 굳이 외형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값싸고 우수한 성능을 원한다면 지요 GF-55PD는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사실 막 쓰다가 버려도 부담 없는 가격이다. 그런데 고장도 쉽게 나지 않을 만큼 내구성도 우수하니 더이상 자세한 설명이 무엇이 필요한가. 요즘 나오는 제품은 축구공이나 농구공에 바람을 넣을 수 있는 액세서리도 함께 구성돼 가히 서민 펌프의 종결자라 할만하다.
http://giyo.com.tw (GI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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