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유일무이함에서 즐거움을 찾는 커스텀 전문 자전거 매장 <유니클>(UNIQCLE) 황대성

입맛대로 자전거를 꾸미는 커스텀의 세계
2009년 ‘오롯이 혼자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해보니 답은 ‘자전거’ 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소싯적부터 친구들과 함께 항상 자전거를 타 왔었기에 자연스럽게 떠오른 듯하다. 디자이너로서 10년이 넘는 시간을 몸담아왔더니 예쁜 것을 좋아함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어버렸는데, 잘 빠진 몸매를 자랑하는 자전거가 바로 ‘픽스드 기어’더라.

픽스드 기어는 어릴 적 타던 자전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보다 빠르고 재미있었으며, 몸과 자전거가 하나가 된 낯간지러운 묘한 느낌을 참으로 좋아했다. 그래서 말인데, 로드 사이클로 옮겨갔다가 자전거와 하나가 되는 특유의 참 맛을 잊지 못해 픽스드 기어 안장에 다시 오르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그렇게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듯 픽스드 기어를 즐기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라이딩을 하였고, 이내 입맛대로 자전거를 꾸미는 커스텀 세계에도 빠져버렸다.

픽스드 기어는 자전거 중에서도 커스텀 매력이 유별났다. 구조가 단순하여 조금의 변화에도 색다른 멋을 부여 할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나 역시 다양한 부품들을 조합하여 세상 단 하나 밖에 없는 특별한 자전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중고장터에 올라온 괜찮은 물건들을 모조리 매입해서는 지하주차장의 형광등불 아래에서 낚시 의자 하나 펴 놓고 매일같이 자전거를 조립해댔다. 심지어는 같은 동호회의 동생 녀석들이 “형 차 트렁크에는 자전거 매장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각종 용부품에 공구까지 없는 게 없었다. 돌이켜보면 정말 미쳐 있었던 거 같다.

그 때는 상상 속의 자전거를 만드는데 걸림돌이 없어야 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데 필요한 부품이 없으면 꿈은 그저 꿈일 뿐이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라이저-바로 라이딩을 하다 빨리 달리고 싶어서 드롭 바로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스치면 곧장 핸들 바를 바꿔야 한다는 개똥철학 역시 강했었다. 꿈꾸던 자전거가 마침내 완성이 되면 바라만 보아도 좋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전거들을 팔아서 돈도 제법 벌었다. 그럴 때 마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 같아서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차올랐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일을 할 때는 늘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스스로를 생각해 그만두었는데, 자전거를 만들면서 사막의 오아시스를 발견 한 듯 창의력이라는 샘물이 채워지는 것 같아 무엇보다 좋았다.


 

▲ 4년차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던 황대성은 어느 날 스스로를 ‘창의적이지 못해 최고가 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업계를 떠났다.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전거의 작은 안장 위에 몸을 실거나 원하는 대로 자전거를 꾸미는 것은, 늘 자신이 부족하다 여겨오던 창의적인 영감을 가져다주는 데 충분하였고, 그의 빛이 되었다.


픽스드 기어 마니아, 전문 정비에 눈을 뜨다
자전거 공학적으로 가장 간단한 구조의 싱글기어(Single Gear)를 탔었으니 별 다른 지식이 없이도 정비가 가능했다. 튜닝을 할 때 마다 필요한 정비기술은 인터넷과 책을 통해서 익혀나갔다. 크랭크를 장착하니 체인 스테이에 체인링이 닿기도 했고, 규격별 기준이 정확히 이해되지 않아 시행착오 또한 많았었다. 정비기술을 제대로 배워보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는 자전거를 타다 만난 여자친구의 영향이 컸다. 자전거 일을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고 있었는데, 그녀는 내게 “자전거를 만지는 것이, 네가 잘 하고 재미있어하는 게 아니냐”며 북돋아 주었다.

그렇게 진로를 결정하니 전문가로서 자질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초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전문교육기관인 <바이크아카데미>에서 기술을 배웠다. 이미 자전거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수 없이 반복한 터라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지만 막상 가서 배워보니,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던 의문사항들이 풀리게 되었고, 보다 넓은 자전거 세상이 있다는 것도 알게 돼 마치, 우물 안의 개구리가 밖으로 뛰쳐나간 사건이자 신선한 충격이었다.

픽스드 기어 라이더들은 자전거 정비를 다소 간단하게 여기는 친구들이 있다. 나 또한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픽스드 기어와 같은 단순한 구조의 자전거들은 많은 기술을 요하지 않는다. 기초 공구만 갖추고 있으면 간단한 정비는 할 수 있는 게 사실이니 말이다. 예를 들어, 베어링 컵과 베어링 간의 적절한 간격 유지로 최적의 구름성을 찾는 루즈 볼(Loose Ball) 베어링 정비는 사실 굉장히 미세하고 높은 숙련도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손님들이 매장 먼발치에서 미캐닉들이 작업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베어링을 넣어 덮개를 닫기 위해 적당히 돌려주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겉보기에는 매우 간단한 작업으로 생각 될 수 있기에 ‘자전거 정비 정말 별 거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을 만하다고 본다.


 

결코 쉽지 않은 직업 미캐닉
미캐닉을 노동 강도로 따지자면 전체적으로 박하다 생각한다. 일이 쉽지 만은 않다. 사람인지라 힘들면 힘든 만큼 보상 심리가 따르지 않나. 다른 직종의 사람들과 비교하면 그렇다는 거다. 남들 쉴 때 바쁘고 남들 일할 때 쉬는 것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또 일정 수준 이상의 경험이 쌓이면 미캐닉으로 있으면서도 재고 조사 및 판매 등의 전반적인 일을 모두 다 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참 간사해서 ‘일은 내가 다 하는데 돈은 사장이 다 가져간다.’고 생각 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미캐닉이 매장을 운영할 정도의 완숙 단계가 되면 매출과 순이익 정도를 가늠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금전적인 부분 외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다. 제일 큰 문제는 개인의 시간이다. 나의 경우 아침 10시에 출근하여 밤 10시에 퇴근했으니 하루를 꼬박 매장에서 보내는 셈이었는데, 연애를 하는 등의 사사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부족했었다. 이 때문에 특별한 목적이 없다면 미캐닉 생활을 버티기 힘들 수도 있다 생각한다. 물론 매장마다 근무조건이 다르니 어디까지나 참고만 하길 바란다. 또한, 매장의 전반적인 일들을 숙달하고 난 뒤에는 ‘이 생활이 쳇바퀴처럼 되풀이 되겠구나’라는 회의감에서 오는 배움에 대한 한계로 말미암아 진로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몸 담았던 <산타자바이크>는 저렴한 생활 자전거부터, 산악 자전거, 로드 사이클, 픽스드 기어 등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들을 취급했기에 편향되지 않은 폭 넓은 정비 기술을 숙달시킬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사람들의 성향들을 파악 할 수 있었던 점이다. 예를 들자면, 로드 사이클리스트들은 세심하고 무척 예민한 편이었다. 반대로 거친 험로를 주행하는 산악 라이더들은 프레임에 상처가 나도 크게 개의치 않는 등 유도리가 있었다. 또한 픽스드 기어를 타는 친구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보이는 것을 중요시 여겼다. 이 같은 이유는 해당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그에 걸맞은 생활양식으로 살아온 경우가 많았고, 더욱이 성향 또한 자전거에 따라 짙어지거나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겪어보았던 게 사업을 전개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자전거의 등급을 나누는 것은 안타까운 일
네덜란드를 보면 자전거들간의 등급이 없다. 네가 타는 자전거는 생활 자전거, 나는 고급 자전거 이런 것이 아닌 일상의 운송수단으로서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꼭 값 비싼 고급 자전거들을 많이 팔아야만 자전거 산업이 성장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남녀노소 누구나 일상생활 속에서 탈 수 있는 자전거들이 많이 보급 되어야 기반 시설이 확충 되어 자전거 인구가 증가 하고 관련 산업이 성장한다고 본다.

현재 한국 시장은 판매에만 급급하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또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값 비싼 자전거를 탄 이들이 우월한 자의식을 가지는 것 역시 문제라 생각한다. 손님이 수리 문의를 하고 자전거를 맡길 때나, 라이딩을 할 때 끼리끼리 모여서 타는 현상 역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장사를 해보니 이러한 부분들이 더욱 가슴에 와 닿더라.

사람들이 자전거의 등급을 나누는 것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당장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많은 이들이 값 비싼 자전거를 타게 되는 것이 좋다고 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잘못됐다 생각한다. 자전거는 명품 보석이 아니지 않나 편할 때 마음껏 신을 수 있는 신발이자 운동화여야 하는데, 다수의 라이더들이 마치 3캐럿 다이아몬드로 치장했다며 자랑스럽게 여긴다 말이다. 한번은 이러한 일이 있었다.

남한강 자전거길에서 라이딩을 하고 있는데, 산악 자전거를 탄 동호인들이 저 멀리서 다가오더라. 그들은 모두 정형화된 티타늄 프레임에 고급 휠-세트를 장착하고 사이클링 복장 역시 같았다. 그걸 보고 있노라니 뭐라 표현 할 수 없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오래된 로드 사이클을 탄 한 아주머니께서 동호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동호회 라이딩에 참여해봤는데 자신의 자전거 값이 저렴해서 라이딩 그룹을 좀처럼 따라가지 못했다고 했다. 자전거가 빠르고 느린 것은 순전히 타는 사람의 문제가 아닌가. 한국 자전거 문화 전반에 걸쳐 이러한 생각들이 팽배해 있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로드 사이클 비중을 확대하고 수제 프레임도 유통
매장 몫을 알아보기 위해 매일 같이 부동산에 출퇴근을 했었다. 또 장사가 잘되는 매장에 무작정 방문하여 온 종일 앉아 있어 보기도 했다. 현재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보자마자 계약을 결심을 했는데, ‘홍대거리’는 유행에 민감한 이들이 많은 번화가여서 커스텀 자전거를 판매하기에 더 없이 좋아서다. 사업자등록증이 발급 되었을 때는 ‘아! 내가 정말 사장이 되는구나.’ 라는 실감이 왔었다. 늘 꿈꾸던 일들이 하나둘씩 현실이 되어 가니까 마냥 좋았는데, 텅 빈 매장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신이 났었다. 물론, 그 밖에 각종 서류들이 발급되고 자금이 투입되면서 덜컥 겁이 나기도 했었지만 막중한 책임감을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했다. 결과적으로 지금 생활에 무척이나 만족하고 있다.

당장은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여 로드 사이클의 비중을 더욱 강화할 생각이다. 로드 사이클이 최근 엔듀런스, 란도너, 사이클로크로스 등으로 보다 세분화 되고 있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또 가급적이면 디자인이 빼어난 제품들을 위주로 취급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유니클에 방문하면 “모든 물건을 빠짐없이 다 가지고 싶다.”는 말을 듣고 싶은 바람에서다. 그러한 것들이 하나씩 쌓이면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생각한다. 이 밖에도 쉽사리 볼 수 없는 특별한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전개 하고 싶다는 커다란 꿈이 있다. 현재 판매를 진행중인 수제 프레임도 고객들이 원하는 만큼 품질이 올라온 상태인데, 당초 예상 보다 반응이 훨씬 더 뜨겁다. 브랜드는 <루키>로서 프레임 빌딩은 통해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자전거를 섬세하게 다룰 수 있는 장인의 반열에 올라서는 것 역시 미캐닉으로서 당연히 지향해야 할 부분이다.

본받고 싶은 매장은 일본의 <블루러그>(BLUELUG)와 미국의 <킨포크 바이시클>(Kinfolk Bicycle)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 그들은 모두 시작은 미천하였지만 현재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비록 규모가 작을지언정 그들이 취급한 물건이라면 깊게 따져보지 않고 구입해서 사용하면 된다는 믿음이 고객들 사이에서 매우 강하다.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사업장이 커다란 빌딩에 있다고 한들 물건을 구매하기 전 고개를 한 번 더 갸우뚱거리게 한다면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가치 철학이 있어야 전통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상호간의 단단한 신뢰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자전거를 대하는 자세에서 진정성이 묻어나야
오가며 듣는 마음을 상하게 만드는 말이 바로 “직업을 구해야 하는데, 자전거 미캐닉이나 해볼까요?”라는 물음이다. 미캐닉은 그렇게 만만한 직업이 아니라 생각한다. 우선적으로 자신만의 확고한 의지와 자전거에 대한 애착이 가득해야 즐겁게 일을 할 수 있고, 때론 높은 파도가 밀려와도 자유롭게 넘나 들 수 있다고 본다. 자전거를 대하는 자세에서 진정성이 묻어나지 않는다면 앞으로 상대해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신뢰를 주지 않을 것이고, 그것은 곧 실패를 의미한다. 건투를 빈다.


<온로드(onroad) vol.2 Mechanic Blues : Editor's Edition>
http://baqui.co.kr (Bicycle Lifestyle Magazine, baqui)


http://uniqcle.com/ (유니클,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00-23 | 02-337-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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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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