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oother is Faster
‘북쪽의 지옥’이라 불리는 가장 악명 높은 클래식 레이스 파리-루베(Paris-Roubaix)는 울퉁불퉁하고 먼지투성이인 자갈길 즉, 코블스톤(Cobblestone)이 즐비한 파베(Pave) 구간을 무려 27번이나 지나야 한다. 만약 이를 일반적인 레이싱 타입의 로드 사이로 이 길을 지난다면 라이더의 피로누적은 상상 이상이며, 자전거 역시 각종 잔 고장으로 몸살을 앓기 일쑤다. 그저 가볍고 단단하고 빠르기만 하다면 파리-루베와 같은 원데이(1-Day) 클래식 레이스는 말 그대로 생지옥이나 다름이 없다.
결국 이 지옥을 지배하기 위해 스페셜라이즈드는 엔듀런스 바이크 ‘루베(Roubaix)’를 탄생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자사의 산악 자전거 서스펜션 ‘FSR’이 추구하는 가치 ‘부드러울수록 빠르다’가 모든 라인업의 대표 슬로건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전 방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살펴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파리-루베 대회를 석권한 루베 시리즈의 성공적인 데뷔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더욱이 클래식의 황제 톰 보넨(Tom Boonen)은 지난해 봄에 열린 투어 오브 플랜더스 포디엄에 올라 축배를 들었고, 이어 개최된 파리-루베마저 50km가 넘는 구간을 단독으로 질주하는 압도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통산 4번째 우승을 달성해 루베의 네 번째 진화 ‘SL4’를 사이클 마니아들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시키기 충분했다.
Size-Specific Engineering
스페셜라이즈드가 루베를 진화시키며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Size-Specific Engineering’프로젝트이다. 이미 자사의 모든 카본 프레임들은 제조에 앞서 각 사이즈별 튜빙의 굵기나 적층을 변화시키는 등 특별한 설계 즉, ‘FACT(Functional Advanced Composite Technology, 기능성 첨단 복합소재 기술) 카본’ 방식으로 제작이 이루어져 왔다. 루베 SL4 역시 다운튜브, BB쉘, 톱튜브의 비틀림과 휘어짐을 방지하여 순발력을 높이기 위한 E390 카본을 적용하는 한편, BB쉘과 체인스테이를 일체화시켜 페달링으로 가해지는 라이더의 힘 전달력을 극대화 했다. 시트스테이는 낮은 탄성계수와 높은 인장강도의 E240 카본을 사용해 노면의 진동을 보다 유연하게 대처 할 수 있도록 성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루베 SL4는 프레임 사이즈에 따라 포크 스티어러 튜브의 하부를 최적화 하였다. 사이즈가 작은 경우 측면 강성이 강해지는 것을 방지하여 부드러운 주행을 실현하였고, 반대로 큰 경우에는 강한 힘에도 단단히 버틸 수 있도록 비틀림 강성을 강화한 것이다. 이는 모든 프레임에 공통적인 규격의 포크를 사용하는 보편적인 자전거들에서 나타나는 ‘라이더의 체구에 따른 강성 과다 혹은 부족 현상’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49-52 사이즈에서는 1-1/8 인치, 54-56 사이즈에서는 1-1/4 인치, 58-61 사이즈에서는 1-3/8 인치의 스티어러 튜브를 사용한 특별한 포크를 채용한 결과다.
Zertz 진동 흡수 시스템
고르지 못한 노면으로부터 오는 충격으로 인한 라이더의 피로를 최소화 하는 것은 엔듀런스 바이크가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이다. 이를 위해 스페셜라이즈드는 노면의 상태에 따른 라이더의 피로 누적치를 정밀히 측정한 결과, 포크와 시트스테이 그리고 시트포스트의 일부 카본 층을 잘라내고 엘라스토머(점탄성체)를 삽입함으로써 무게를 줄이는 동시에 지면의 충격을 눈에 띄게 완화시켜 편안한 라이딩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이는 마치 산악 자전거가 서스펜션을 통해 직접적으로 노면 충격을 걸러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전작인 루베 SL3는 작은 구멍을 내어 엘라스토머 장치인 Zertz(져츠)를 볼트 방식으로 고정하였으나, 새로운 루베 SL4는 알루미늄으로 틀을 잡아준 다음, 고무 재질의 댐퍼가 둘러싸는 형태로 보다 넓고 단단하게 고정하였다.
이로 인해 뒷바퀴로부터 전달되는 노면의 진동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시트스테이가 전작인 SL3 보다 곧게 뻗을 수 있게 되었음은 물론, 대부분의 엔듀런스 바이크들이 시트튜브와 시트스테이가 이어지는 접합부를 잔진동 흡수 차원에서 하나의 형태로 두텁고 넓게 설계하는데 반해, 루베 SL4는 속도를 중요시하는 톱-엔드 레이싱 바이크 ‘타막(tarmac) SL4’ 처럼 시트스테이의 상단 접합부를 절개하였다. 이는 시트스테이에 위치한 Zertz가 이미 충분한 완충기능을 하기에, 종합적으로 프레임의 강성 향상과 경량화에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은 것이다.
Endurance Geometry
자전거 프레임은 각 부분의 길이와 각도 변화를 통하여 보다 부드럽고 장거리에 적합한 자전거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 소위 ‘엔듀런스 지오메트리’라 칭한다. 루베 SL4는 자사의 톱-엔드 레이싱 바이크 타막 SL4(49사이즈 기준)의 지오메트리를 기반으로 하여 BB의 위치를 지면과 가깝게 형성하여 체인스테이가 길어졌고, 총 휠-베이스가 13mm 더 넓도록 설계되어 안락한 승차감을 부여했다. 또한 25mm 높게 형성된 헤드튜브와 미묘하게 형성된 슬로핑 톱튜브로 인하여 허리를 심하게 굽히지 않고도 공기역학적인 자세뿐만 아니라, 오랜시간 고된 라이딩에서도 정적이며 편안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더불어 헤드튜브의 각도를 가파르게 형성하여 길어진 포크레이크 49mm를 더해 무겁고 둔해진 핸들링을 보완한 치밀한 엔듀런스 지오메트리를 종합적으로 완성하였다.
승리의 루베
SL4를 기반으로 한 루베 SL4의 진화는 마치 코브라 형상을 띈 점감식 헤드튜브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는 톱튜브와 다운튜브가 연결되는 헤드튜브의 부위를 두텁게 강화한 것으로서 보다 정교한 핸들링과 부드러운 라이딩을 위한 수직 탄성 증가로 프레임 강성이 향상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더하여 라이더의 폭발적인 스프린트시 발생하는 미세한 떨림으로 인한 힘 손실을 미연에 방지했고, 자전거가 나아갈 때 형성되는 공기 마찰력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보았다. 또한, 변속과 제동에 영향을 주는 케이블을 프레임 내부로 지나게 설계해 한결 같은 조작감을 선사한다.
특히 드롭아웃의 내부를 비워 경량효과는 물론, 시마노의 전동 그룹세트 듀라-에이스 Di2에 완벽한 대응을 위해 다운튜브와 시트튜브에 배터리와 앞 디레일러 장착 홀을 배치하였다. 이 밖에 라이더의 페달링 전달력을 온전하게 보전할 수 있는 오버사이즈 세라믹 베어링 BB와, 장거리 라이딩에서 안락함을 제공하는 인체공학적인 카본 드롭-핸들바, 투페 RBX 프로 안장(Toupé RBX Pro) 등은 루베 SL4가 어떻게 길고 거친 클래식 레이스들을 지배해 왔는지 여실히 알 수 있는 진면목들이다. 스페셜라이즈드의 아버지 마이크 신야드(Mike Sinyard)는 루베 SL4를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에서 “현시대에 존재하는 카본 프레임 중에서 단연 최고”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온로드(onroad) vol.2, The Endurance : Editor's B-Edition>
http://baqui.co.kr/ (Bicycle Lifestyle Magazine, Baqui) / 사진 : 정민철(Colon :D)
http://www.specialized.com/ (Specialized)
Specialized Langster New York (스페셜라이즈드 랭스터 뉴욕)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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