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S OF ROAD : ADDICT_애딕트, PROPEL_프로펠, TARMAC_타막, DOMANE_도마니

LORDS OF ROAD
허벅지가 쫄깃해지고 심장이 터져버릴 듯한 쾌감으로 아득해지는 속도감을 맛보고 난다면 도로 사이클의 매력에서 도무지 헤어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신세계’라 한다. 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지 못한 신사들을 위해 더욱 범용적이면서도 멋스러운 로드 사이클 4대를 선정했다. 그리고 코끝을 자극하는 꽃 내음이 완연한 봄날. 매끈한 사이클링 웨어를 잘 차려 입은 채, 여성의 잘록한 허리만큼이나 매혹적인 4대의 로드 사이클 위에 올라 힘껏 흔들어 보았다.


 

Cilmb: SCOTT ADDICT TEAM ISSUE
교차점에 들어간 불필요한 카본 원사들을 11%가량 제거해 강성은 유지되면서 무게를 줄일 수 있는 IMP(Integrated Molding Process) 카본 기술을 개발해 7년 전, 선보인 에딕트(Addict)의 몸체 즉, 프레임은 790g으로 지구촌 사이클광들의 눈을 번쩍이게 했다. 이는 스캇이 업계에서 초경량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로부터 6년 뒤, 몇 차원 진보된 완전 새로워진 에딕트는 프레임과 포크가 8%나 더 가벼워졌다. 게다가 이미 업계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고강도 카본 섬유를 독자적으로 개선한 HMX 기술을 적용해 동일한 조건에서도 20% 이상 높은 인장 강성 154GPa과 강도 2,950MPa 그리고 약 14%나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이는 에딕트의 쓰인 카본 원사가 더욱 단단하고 얇은 지름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프레임과 뒷바퀴의 연결 지점의 뒤틀림을 방지하는 시트 스테이는 수직 충격이 가해질 때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돼 노면 충격을 원활히 흡수한다. 이 같은 원리를 앞바퀴가 고정되는 포크에도 함께 적용해 라이더가 앞으로 나아갈 때 느껴지는 진동 역시 효과적으로 상쇄했다. 또 상대적으로 힘이 많이 가해지는 헤드 튜브의 하단부를 넓히고 상단을 좁히는 비대칭 형태의 헤드 튜브 덕분에 라이더가 핸들바를 부여잡고 강하게 자전거를 흔들 때 손실되는 힘을 최소화했다. 이는 급하게 꺾어지는 위험천만한 커브에서도 안정적인 코너를 구사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눈에 띄는 부분은 자사의 에어로 로드 사이클 포일(Foil)에서 볼 수 있었던 공기역학적인 튜브이다. 가벼운 무게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나은 결과물인 에딕트는 포일보다 좌우는 넓고 앞뒤로는 짧은 튜브를 채용했다. 이 때문에 원형 튜브를 채용한 과거의 에딕트보다 공기 마찰계수를 13%나 줄일 수 있었다. 지오메트리 역시 허리를 자연스럽게 굽힐 수 있는 공격적인 설계로 라이더는 보다 자연스럽게 마주 불어오는 공기저항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질 수가 있다. 얼핏 보면 심심해 보일 수도 있는 모양새에도 이유가 있다. 칠감에도 무게가 있기 때문인데, 에딕트는 칠의 무게마저 꼼꼼하게 확인해 가장 가벼운 검은색과 최소한의 데칼만으로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이 날카로운 야생마를 타고 도심의 언덕을 힘껏 올랐더니 양다리 사이에서 내 몸처럼 반응하는 단단한 차체가 제법 인상적이었다. 순간적인 힘으로 페달을 강하게 짓누르자 지면을 박차고 나가는 것이 마치 움츠리고 있던 치타가 땅을 펄쩍 뛰어 오르는 듯했다. 그래서 자전거가 언덕에서 나를 끌어내리는 불쾌함을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녀석과 함께라면 이 세상 모든 힐 클라이밍과 맞딱드려도 두려울 게 없을 것 같았다. 이처럼 에딕트는 앞바퀴가 들려 뒤로 뒤집힐 듯한 극악무도한 언덕 중독자들의 최종병기인 셈이다. 무게는 6.17kg, 가격은 995만원


 

Sprint: GIANT PROPEL ADVANCED SL 3
프로펠(Profel)을 구석구석 살펴보면 마치 전투기를 연상시키는 날렵한 외형이 인상적이다. 자이언트(GIANT)의 전문기술팀은 공기 흐름을 수치화시켜 분석하는 전산 유체역학 조사를 기반으로 한 풍동실험을 통해 자전거가 나아갈 때 생성되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튜브 형태를 고안해 냈다. 이처럼 프로토타입 개량 연구를 88번이나 거듭한 결과 40km 이상의 거리를 시속 40km로 달렸을 때 12초에서 최대 36초까지 기록단축을 할 수 있었다.

카본 프레임을 제작하기 위해선 설계된 자전거의 형태가 새겨진 금형에 카본 원사를 채워 넣고 굽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붕어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이 금형 하나의 가격이 5천만 원 정도인 것을 고려한다면 프로토타입을 88번이나 개량해가며 실험하기 위해서 자이언트가 프로펠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었는지를 단적으로 짐작할 수가 있다. 특히 자이언트만의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된 레진에는 미립 중합체가 첨가돼 카본 원사 적층 과정에서의 접작체 불균형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충격저항과 완성도가 우수하다.

원사 역시 길게 이어진 연속 섬유구조를 띄어 불필요한 재료의 쓰임을 방지했다. 그래서 100g에 가까운 다이어트 효과를 보았다. 아울러, BB 쉘이나 시트 튜브 이음새와 같은 힘이 많이 가해지는 결합 부분을 뜨거운 열과 강한 압력으로 접착해 보다 가볍고, 강한 접합부를 지니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로드 사이클 프레임보다 앞 삼각의 범위를 크게 만들어 타임 트라이얼(TT) 자전거에 가까운 형태를 띠게 됐는데, 직선 주로에서 흔들림이 덜하고 안정적이어서 같은 힘으로도 더욱 빠르고 멀리 달릴 수가 있다.

프로펠의 지오메트리는 로드 사이클의 표준에 가깝다. 즉, 안정적인 주행과 코너링을 도모하면서도 강한 강성과 최소한의 공기마찰계수를 지닌 형태로 라이더의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뼈대가 되는 프레임뿐만 아니라 작은 부분마저도 주도면밀히 깃들여 있다. 포크와 시트 스테이를 닮은 뛰어난 제동력을 가진 전용 스피드 컨트롤 브레이크 세트와 일체형 시트포스트 그리고 핸들바와 스템 등도 공기역학적인 형태를 하고 무게를 줄여 높은 달리기 성능을 위했다. 좌우로 넓어진 BB 쉘은 라이더가 페달을 강하게 밟을 때 생겨나는 추진력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고, 헤드 튜브를 비대칭으로 성형해 강한 핸들링을 온전히 받아준다. 전동 그룹세트에 대응하는 케이블 경로는 군더더기가 없어 완벽하다.

마치 한 마리의 야생마를 연상시키는 프로펠에 올라 핸들바를 힘껏 흔들어 보았다. 경량에 치중한 자전거에 비한다면 반응성은 조금 더뎠지만, 추진력을 얻어 앞으로 튀어 나가는 성능은 단연코 으뜸이었다. 한번 붙은 속도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고, 가속이 붙은 상태에서도 페달에 힘을 더하면 순식간에 빨라졌다.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아메리카 머슬카에 가깝다고나 할까. 체인 스테이에 부착된 라이드 센스 무선 데이터 전송장치는 ANT+ 규격의 사이클링 컴퓨터와 호환되고, 최고급 컴포넌트를 부착했음에도 가격마저 비교적 경제적이다. 프로펠은 선두를 이끌어가는 라이더의 한계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무게는 7.24kg, 가격은 540만원


 

All-round: SPECIALIZED S-WORKS TARMAC SL4
스페셜라이즈드(Specialized)의 모든 카본 프레임들은 제조에 앞서 각 크기별 튜빙의 굵기나 적층을 변화시키는 등 특별한 설계 즉, FACT(Functional Advanced Composite Technology, 기능성 첨단 복합소재 기술) 카본 방식으로 제작이 이루어져 왔다. 타막(Tarmac) SL4 역시 다운튜브, BB 쉘, 톱 튜브의 비틀림과 휘어짐을 방지하여 순발력을 높이기 위해 11r 카본을 적용하는 한편, BB 쉘과 체인스테이를 일체화시켜 페달링으로 가해지는 라이더의 힘 전달력을 극대화했다. 또한, 프레임 크기에 따라 포크 스티어러 튜브의 하부를 최적화했다. 차체 크기가 작은 경우 측면 강성이 강해지는 것을 방지하여 부드러운 주행을 실현했고, 반대로 큰 경우에는 강한 힘에도 단단히 버틸 수 있도록 강성을 강화한 것이다. 게다가 이전 모델인 SL3에 비해 앞바퀴가 체결되는 포크의 무게가 무려 10%나 가벼워졌다.

SL4의 진화는 마치 코브라 형상을 띈 점감식 헤드 튜브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는 톱 튜브와 다운 튜브가 연결되는 헤드 튜브의 부위를 두텁게 강화한 것으로서 보다 정교한 핸들링과 부드러운 라이딩을 위한 수직 탄성 증가로 프레임 강성이 향상되는 효과를 보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톱 튜브는 앞쪽으로 갈수록 위로 불룩해지는 형태를 지녀 비틀림 강성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라이더가 폭발적인 스프린트를 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떨림으로 인한 힘 손실을 미연에 방지했고, 앞으로 나아갈 때 형성되는 공기 마찰력을 상쇄시키는 효과를 보았다.

시트스테이의 굵기가 얇아지고 간격은 넓어져 커브나 내리막에서의 주행감이 한층 안정되기도 했다. 반대로 체인스테이는 더욱 두꺼워져 급격한 경사를 내려오면서 제동을 가할 때 차체가 미세하게 떨리는 현상을 효과적으로 잡아냈다. 이밖에, 변속과 제동에 영향을 주는 케이블을 프레임 내부로 지나게 설계해 한결같은 조작감을 선사한다. 특히 드롭아웃의 내부를 비워 경량효과는 물론, 라이더의 페달링 전달력을 온전하게 보전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한 오버사이즈 세라믹 베어링 BB와 FACT 카본 크랭크 세트 그리고 공기역학적인 형상으로 림 하단부가 넓게 형성된 로발 CLX 40 휠 세트로 인해 더욱 정확하고 빠른 핸들링이 가능하다. 휠 세트 허브 축에 삽입된 세라믹스피드(CeramicSpeed)의 세라믹 베어링은 전보다 향상된 폭발적인 가속도와 속도 유지력을 선사한다.

타막은 이미 월드투어에서 다수의 우승을 차지한 세계적으로 검증된 모델이다. 시승했을 때도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팔방미인의 모습을 보였는데, 레이싱 성향을 강하게 지녔음에도 엔듀런스 바이크 못지않은 편안한 승차감으로 신체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프레임이 마냥 부드럽다는 의미가 아니다. 민첩한 반응성을 위해 단단하면서도 적당히 부드럽다는 말이다. 사이클리스트들에게 익히 알려졌듯 타막은 가벼운 무게와 빠른 강성으로 언덕과 내리막 그리고 평지 어디서든 적합한 종합 우승을 노리는 라이더들을 위한 종합선물세트였다. 가격은 930만원


 

Endurance: TREK DOMANE 4.7
클래식 레이스의 황태자라 불리는 파비앙 칸첼라라(Fabian Cancellara, Trek Factory Racing)는 세상에 없던 자전거를 창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트렉(TREK)의 엔지니어들에게 “코블스톤(Cobblestone)과 같은 요철 코스를 더 빠르고 편하게 달릴 수 있게 해 달라”며 목소릴 높였다. 트렉은 이 까다롭기로 정평 난 스위스 근육남의 의견을 수렴했고 ‘승차감은 부드럽게, 적은 힘으로 더 큰 파워’라는 슬로건으로 신차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북프랑스 지방의 파베(Pave)와 같은 코블스톤 구간을 미국 현지에 구현해 가혹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셀 수 없이 반복하며, 수많은 자료를 수집 후 분석에 분석을 거듭해 마침내 도마니(Domane)를 탄생시켰다.

편안한 승차감과 빠르고 뛰어난 반응성. 이 상반된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잡아낸 도마니의 핵심 기술은 ISO Speed에 있다. 시트 튜브와 톱 튜브 사이에 공간을 띄어주고 카트리지 베어링과 차축을 이용한 디커플러를 삽입해 반영구적이고 정비도 용이해 획기적이다. 이와 더불어, 완충 작용 시 흔들리는 시트 튜브와 톱 튜브의 마찰로 인한 프레임 손상을 방지했음은 물론, 이물질로 야기된 오염과 부식 또한 걱정 없다. 코블스톤과 같은 요철구간을 지날 때에는 차체에 지속적으로 강한 상하 충격이 라이더의 엉덩이를 통해 허리로 전해져 결국 온몸에 피로가 누적된다. 이때 노면으로부터의 충격을 라이더에게 직접 전달하는 시트 튜브가 앞뒤-상하로 움직여 완충작용을 하고, 프레임의 다른 부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다.

지오메트리를 살펴보면 일반적인 레이싱 바이크에 비해 낮게 위치한 BB로 인해 체인스테이가 다소 길어졌다. 이는 안전성과 편안함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넓어진 포크 레이크로(Rake) 앞에서 가해지는 충격 흡수도가 상당히 좋아졌지만 무겁고 둔한 핸들링을 보완하기 위해 헤드 각도를 가파르게 형성해 이를 최대한 상쇄했다. 또 반응성을 높이기 위해 헤드 튜브와 다운 튜브, BB, 그리고 체인스테이로 이어지는 프레임 하부 강성을 높였다. 이 때문에 페달을 밟았을 때 차체가 힘에 대한 반응을 즉각적으로 할 수 있게 돼 예상보다 순발력과 민첩성 그리고 가속력이 훨씬 뛰어났다. 핸들바 윗면과 드롭에는 젤 패드를 첨가해 거친 도로에서 상체로 전해지는 충격 역시 감소시켰으며, 패드는 땀에 젖지 않는 소재로 제작돼 쾌적한 라이딩을 선사했다.

프레임에 통합된 3S 체인 키퍼는 체인이 BB 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해 초를 다투는 치열한 레이스에서 기재 고장을 막아주고, 내장형 케이던스/스피드 센서인 Duo Trap 시스템은 잘빠진 몸매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알찬 기능을 조합한 것이다. 울퉁불퉁한 요철 길에서도 충격을 고르게 흡수하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던 도마니는 하루 200km가량의 먼 거리 라이딩을 즐기거나 안락한 승차감을 원하는 이들에게 알맞다. 자전거는 녹초가 되더라도 라이더는 끝까지 편안하다. 가격은 338만원



<젠틀맨(Gentleman) Vol.20 APRIL 2014, LORDS OF ROAD : Writer's B-Edition>
http://gentlemankorea.com (Gentleman) / 사진 : 이승복

TREK Domane 6.2c (트렉 도마니 6.2c)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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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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