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전거(로드 사이클)의 힐 클라이밍(업힐,언덕 오르기)과 잡지 마감의 상관관계

잡지 만드는 일 또한 언덕 오르기와 같더라.
다리는 뻐근해지고 허벅지는 쫄깃해지는 힐 클라이밍의 매력은 결국, ‘성취감’이라 본다. 가파른 언덕길을 심장이 터질 듯 오르다 보면, 어느새 이마를 타고 흘러 내려오는 동그란 땀방울로 시야는 흐릿하게 가려진다. 아득해진 정신을 옳게 부여잡으려 애쓸 때 환각에 취한 듯한 몽롱함은 색다른 카타르시스다. 그래서 우린 소문난 언덕들을 찾아 정복해 가곤 한다.

어느새 반년 넘게 에디터로 살아보니 잡지 만드는 일 또한 바퀴를 굴려 가파른 언덕 오르기를 하는 것과 같더라. 정성스레 만든 책 한 권이 세상 속으로 나오기 까지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면, 기획회의는 페달을 밟을 장소를 물색하는 것과 같고, 사람을 섭외하거나 자료를 수집하는 일은 정해진 장소 안에서 새로운 코스를 개척하는 것과 같더라. 코스가 정해졌으면 본격적으로 바퀴를 굴려야 할 터. 머릿속 생각들을 글로써 한자 한자 녹여내는 것은 언덕 오르기의 시작점에서 다리를 휘휘 젓는 행위와 일맥상통 한다. 책을 좀 더 생동감이 있게 가꿔주는 각양각색의 사진들을 편집하는 것은 댄싱을 치며 땅을 박차고 나가는 살아있는 활력소다.


 

▲ 북악산에서 TREK PROJECT ONE MADONE(트렉 프로젝트원 마돈)을 타고


마감이라는 통곡의 언덕
이 밖에 요소들에서도 힐 클라이밍과의 공통분모들을 찾을 수 있는데, 바로 에디터의 상태이다. 기나긴 마감의 늪을 빠져 나와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 에디터는 어떠한 언덕이라도 정복할 기세로 살아있는 눈빛과 쫄깃한 허벅지를 뽐낸다. 하지만 언덕길의 종단과 같은 마감이 다가 올수록 흐려지는 초점과 뭉쳐가는 근육은 높은 경사 구간을 오르는 클라이머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특히 데드라인이 임박 했을 때는 속칭 ‘깔딱 고개’라 하는 앞바퀴가 들릴 듯한 언덕을 애써 오르는 느낌인데, 어서 이 순간이 지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기나긴 오르막이 있으면 페달을 젓지 않아도 시원한 바람을 맞이할 수 있는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다. 우린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며 언덕을 오른다. 잡지 에디터 역시 마찬가지다. 창작의 고통을 극복하고 마침내 당당히 기명이 된 한 권의 책이 손에 들어오는 순간, 그것은 마치 아이를 출산한 산모의 느낌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렇게 오늘도 난 신나는 내리막을 고대하며 마감이라는 통곡의 언덕을 오른다.



<바퀴(baqui) vol.26, Editor's Talk>
http://baqui.co.kr (Bicycle Lifestyle Magazine, Baqui)


http://www.trekbikes.com/ (Trek Bicycle Corporation)

TREK Domane 6.2c (트렉 도마니 6.2c) (2013)
TREK Madone 4.5c (트렉 마돈 4.5c)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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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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