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프레임 생각
저는 제법 넉넉한 자전거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항상 만족스러웠죠. 자전거는 사람 즉, 엔진이 가장 중요하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전거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요. 남들이 보아도 감탄사를 연발할 만큼 훌륭했지만, 프레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저의 로드 사이클은 2008년식 GTR Carbon Team으로 당시 <GT>(지티)의 최고 등급의 프레임 입니다만, 썩 좋지만은 않았어요. GT는 산악 자전거나 BMX와 같은 거친 주행 환경에서 인정받는 브랜드지 상대적으로 평탄한 길을 달리는 로드 사이클 세계에서는 그저 그런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참좋은레져>의 첼로(CELLO)가 2008년 시험적으로 GT의 로드 사이클을 최고급 모델까지 수입하긴 했었지만,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한 이후부터 보급형 모델만 전개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2008년 GT GTR Carbon Team은 당시 프로페셔널 콘티넨탈 팀이었던 젤리 벨리(Jelly Belly) 팀이 사용했던 훌륭한 프레임이기도 합니다. 과거 GT의 트리플 트라이앵글 기술이 적용된 알루미늄 프레임은 UCI Pro 투어인 뚜르 드 프랑스 무대를 누비기도 했었습니다만, 카본이 시대의 흐름이 된 이후 GT의 로드 사이클들은 주류 시장에서 많이 벗어난 모습입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GT가 로드 분야에는 산악 자전거에 비해 마케팅이나 기술 개발을 덜 한다고 보는 것이 옳겠죠.
▲ 4년간 많은 추억을 공유한 2008 GT GTR Carbon Team
그래도 과분한
GT의 로드 사이클이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상관이 없었습니다. 저는 자전거를 아주 잘 타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프레임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도 못했거든요. 판매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만큼 드물어서, 똑 같은 프레임을 탄 사람을 한국에서 단 한 명만 보았을 뿐입니다. 좋게 생각하면 희소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으로 간단한 평을 내리자면 08 GTR Carbon Team은 튼튼하지만 무겁고 부드러운 프레임 입니다.
비유 하자면 최근 속속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엔듀런스 바이크와 지오메트리만 빼놓고 비슷한 점이 매우 많다는 생각입니다. 결론적으로 늘 프레임을 바꾸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죠. 그러던 찰나 한줄기 희망이 생겼습니다. <트렉바이시클코리아>에서 ‘프로젝트원 꿈의 바이크를 디자인하라’는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개최한 것이죠. 조건은 여느 페이스북 이벤트와 같이 ‘좋아요’와 ‘공유하기’를 하는 것 입니다. 가장 큰 쟁점은 역시 꿈의 자전거를 디자인하는 것이었죠. 트렉에서 특별히 내세운 ‘프로젝트원’(PROJECT ONE) 솔루션으로 말이죠.
인연의 시작
2013 TREK WORLD 2013 KOREA에서 산악 자전거의 아버지 게리 피셔(Gary Fisher)씨와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이러한 행운이 찾아온 것을 보면, 게리 옹께서 제게 좋은 기를 주고 가셨나 봅니다. 당시 트렉 월드에서 뉴 마돈을 처음 보고 '자전거 참 잘 나왔다.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수 없이 했었죠. 비단 데칼의 변화가 아닌,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한 마돈이었기 때문이죠. 사실 저는 자전거 욕심이 크게 없었음에도 구매욕을 자극했다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지나고 나니 그게 트렉과의 인연의 시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Solid-Team Logos 무광에 검은 프레임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때가 있었습니다. 그 처럼 심플하게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Berry 컬러로 데칼 부분만 포인트를 주었죠. 오래토록 쉽게 질리지 않고 라이딩을 즐기기에는 더 없었기 말이죠.
▲ Custom Flames 주관적으로 프로젝트 원 하면 떠오는 문양이 바로 ‘불꽃‘이었습니다. 역시 Berry 색상을 포인트로 주었는데요, 이 시그니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면 트렉 로고 외에 문구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녀석을 가장 가지고 싶기도 했지요. 단순 할수록 임팩트는 떨어지지만 질리지 않으니까요. 체인스테이와 시트튜브가 이어지는 부분 정말 환상적이지 않나요?
▲ PROJECT ONE, SIGNATURE SERIES Rouleur
곧 죽어도 노랑(Jaune)
저는 위에 나열된 3가지의 디자인을 이벤트에 제출했고, 그 중 하나가 선정되었습니다. 콘셉트는 미국의 명문 NBA 농구팀 LA 레이커스(LA Lakers)를 모티브로 하였죠. 엘에이 레이커스는 제가 썩 좋아하는 팀은 아니었습니다만, 그 고유의 색 배합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노란색과 보라색을 참 예쁘게 조합해서 저지와 코트를 수놓은 팀이었죠. 또 노란색은 개인 종합 우승을 노리는 GC 라이더(General Classification Rider)의 상징이기도 했지요. 보라색은 무언가 신비로우면서도 쉽게 쓰이지 않는 컬러이기도 했구요. 일단 두 가지 색을 지정 한 다음, 마돈(Madone) 프레임에 조합을 해 봤습니다. 디자인만 3시간을 넘게 한 것 같았어요. 그렇게 찾은 맞춤형 마돈이 바로 위 이미지 입니다.
템플릿은 마돈 6 시리즈에 있는 룰러(Rouleur) 입니다. 룰러란 평지 구간에서 오랫동안 높은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선수를 말합니다. 비교적 타임 트라이얼과 원-데이(1-Day) 클래식 레이스에 강하죠. 또, 팀의 에이스를 위해 바람막이가 되거나, 브레이크 어웨이를 추격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프레임의 색 조합을 모두 마치고 톱-튜브 하단에 컬러를 정하는데 어찌나 고민이 많이 되던지요. 최대한 튀지 않으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을 포인트를 찾다보니 마침내 Metallic Chocolate가 자전거의 중심을 잡아주더군요. 특유의 반짝임도 좋았습니다.
▲ 프로젝트원의 주문방법은 두 가지 입니다. 먼저, 트렉바이시클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상단의 '자전거' 메뉴 내의 '로드' 섹션에서 '레이스 퍼포먼스' 카테고리를 선택하거나, 하단의 '프로젝트원 배너'를 선택하면 됩니다. 이어서 <시작하기>를 클릭하면 꿈의 자전거를 미리 디자인해 볼 수 있죠.
▲ 주문 제작하고 싶은 7가지 모델(Madone, Domane, Speed Concept) 중 하나를 고릅니다. 그 다음, 시리즈 혹은 시그니처 시리즈의 템플릿에 맞춰 프레임 세트의 색을 지정하고, 자신의 이름 새길 수도 있습니다. 또 구동계와 휠-세트를 선택하거나 케이블 색상과 같은 사소한 부분까지 개인화 할 수 있지요. 여담 입니다만, MTB는 언제 프로젝트 원이 적용이 될까요? 유튜브 영상을 찾다보니 산악 자전거는 언제 해줄꺼냐는 댓글이 있던데요, 그날을 학수고대 해봅니다.
▲ 모든 옵션을 충분히 개인화 했다면, <Ready to Roll> 클릭한 다음. 하단의 'Order This Bike' 에서 'Order'를 누릅니다. 그리고 실제 거주하고 있는 가장 근처의 트렉 공식 대리점을 선택하면 주문이 접수 됩니다. 모델에 따라 자전거가 도착할 때까지 여유 있게 두 달 정도 기다리시면 됩니다.
▲ 트렉 홈페이지에서 프로젝트원 주문이 어렵다면 가까운 트렉바이시클코리아 공식 대리점을 찾아 갑니다. 공식 대리점은 위와 같은 간판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있지요. http://locator.trekbikes.com/를 참고하시면 대리점 찾기에 도움이 됩니다.
▲ 트렉 브로슈어나 매장에 직접 디스플레이 된 프로젝트원 샘플을 살펴보며 색상과 부품 구성을 선택하여 딜러 전용 페이지를 통하여 주문을 합니다. 무엇보다 매장 직원을 통해 자세한 기술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지요. 사실 프로젝트원의 장점이 꿈의 자전거를 가상으로 디자인해보는 것인데, 시그니처나 톱-튜브 등에 새겨지는 데칼은 미리 볼 수 없어 색상을 올바르게 지정했는지 아리송하거든요.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식대리점을 통해 주문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 합니다.
▲ 이벤트 발표가 되었을 때는 하늘을 날 듯이 기뻤습니다. 곧장 트렉바이시클코리아의 공식 대리점인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위치한 <오케이바이크 강동점>으로 향했죠. 그곳에서 다시 한 번 주문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2달이 넘는 시간이 흘러 지난 3월 12일 제 이름이 새겨진 뉴 마돈이 손에 들어왔습니다. 뾱뾱이라고 불리는 에어캡에 돌돌 말린 프레임을 보고 가슴이 얼마나 두근거렸던지요. 특히 그 사이로 새겨진 제 이름을 보는 순간 절로 미소가 띄어졌습니다. 그리고 곧장 오케바이크 대표님과 기념 촬영을 하였죠.
▲ 보이시나요? 프로젝트 원 시그니쳐 시리즈를 선택하면, 위와 같이 원하는 문구를 톱-튜브 옆면에 새겨 넣을 수 있습니다. 제 이름을 Script 글자체로 새겨 넣었죠. 이제부터는 오직 저, 'Seungwook Lee'를 위한 마돈이 되었습니다. 영원히 저와 함께할 프레임이죠.
꿈의 자전거가 현실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렉(TREK)의 로드 사이클(마돈, 도마니, 스피드 콘셉트)들을 오직 나를 위한 세상 단 하나의 자전거로 제작 소유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기쁜 일입니다. 프레임 세트에 부착된 부품들의 등급을 마음대로 조율하고, 작은 부분 하나까지 원하는 색상으로 지정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죠. 수많은 자전거 마니아들은 완성된 자전거를 구매하여 전문 도색업체에 원하는 콘셉트로 의뢰하여 세상 유일한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날 때부터 나만을 위해 제작된 것과,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엄연한 차이가 존재하는 법이죠. 쉽게 비유하자면 성형미인과 자연미인의 차이랄까요.
프로 사이클링 경기를 보면 자전거에 선수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오랜 전통의 유럽 자전거 브랜들 역시 창업자의 이름이 흘림체로 새겨있죠. 이 처럼 시그니처(Signature)는 모든 이들의 로망입니다. 문득 프레임 바꿈질이 심한 분들에게 트렉 프로젝트원 시그니처 시리즈 프레임을 권하고 싶단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온전히 나만의 자전거가 미국 위스콘신 워터루에 위치한 트렉 본사에서 전문 아티스트들에게 디자인 되는 일. 더 이상 상상이 아닙니다. 저 역시 현실로 이루어졌으니까요. YOU DREAM IT, WE BUILD IT! 앞으로 어이질 조립기, 프레임 분석, 시승기 등을 기대해주세요.
http://www.trekbikes.com/ (Trek Bicycle Corporation)
http://cafe.naver.com/okbikestore (오케이바이크)
TREK Domane 6.2c (트렉 도마니 6.2c) (2013)
TREK Madone 4.5c (트렉 마돈 4.5c)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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