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자전거 김성만 글.그림/책세상_ 평점 : 95점
한동안 자전거 여행기를 읽지 않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새 장소에서 지나치기만 했던 책한 권이 발견됐다. ‘달려라 자전거’다. 굳이 제목을 기억했던 게 아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으론 썩 마음속에 들어오지 않는 표지 때문, 어렴풋이 저 책은 표지가 진부해 읽고 싶지 않은 관념화 되어 버린. 그 어떤 지식기반 컨텐츠보다 책은 자신의 상품가치 전달을 위해 포장이 중요하다.
헌데 이 녀석 겉이 너무 진부하다 “어~어……. 당신. 혹시 누구 아니요? “ 멋없이, 오래갈 인연은 잔잔하게 찾아오기 마련. 내게 김성만의 ‘달려라 자전거’가 ”거기! 그러지 말고 찬찬히 읽어보래도“ 라고 소리 없이 말 걸어 왔듯 말이다. 그래! 오랜만에 여행기 한번 읽어 볼까? 활기를 뛴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니 너무나 강렬한 인상파! 경상도 사나이 김성만 락 스피릿을 뽐내며 자리하고 있다.
대학에 가고 직장을 구하기 위해 판박이 같이 살아가는 이 땅의 사람들처럼 살지 않기 위해 대학을 일찍 때려치우고 세계 일주 여행 계획을 세우곤 자금과 체력을 위해 5년간의 부사관 생활을 자처했단다. 이거 뭔가 종자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 이 사람 문체 되게 딱딱하거나 읽다 금세 눈꺼풀이 감길 만큼 재미없지 않을까? 겉과 다른 감성글귀에 역시 대세는 ‘융합‘이야~라며 입 꼬리를 올리곤 이내 몰입하기 시작한다.
남은 두께만큼 늘어나는 안타까움
일정과 여정이 길다면 작품 선택에 있어 일정부분은 검증 됐다 할 수 있다. 그 만큼 저자가 본 것과 느낀 것이 많기에, 책 한권에 수놓아진 글의 빛이 반짝 일수밖에 없다는 것. 마치 대자본이 투입된 초호화 블록버스터가 재미나 감동 혹은 볼거리를 충족시키듯. 긴 시간을 가지고 초장거리 이야기를 기록한 작품은 그만큼 볼거리가 많다.
중국,티베트,네팔,인도,파키스탄,이란,터키,그리스,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에서 보낸 1년하고도 4개월의 기록은 시간의 흐름 장소의 변화에 따라 지루할 틈이 없다. 글쓴이의 피로도, 감정 변화 묘사는 독자의 몰입도를 배가시킨다. 그것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부딪혀 새로운 여행방식을 채득하고 자아를 찾아 성장시키는 저자만의 지극히 남성적이면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진중함속에 묻어나는 진정성 때문이라
대부분의 작품들은 남은 책장 두께가 줄어둘수록 드디어 끝나가는구나……. 라는 지루함과 동기를 동시 부여하지만 ‘달려라 자전거’는 더 이상의 내용이 없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성만 그와 여행을 더 하고 싶은 안타까움 말이다. 그와 함께라면 지구 한 바퀴가 두렵지도 졸리지도 눈꺼풀이 자동으로 감기지도 않을 텐데.
도전적인 삶과 여행
"아프면 성장한다고 한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그중 쉬운 일도 있고 어려운 일도 있다. 아프지 않은 일도 있고 너무 아파 참을 수 없는 일도 있다. 어느 날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겪게 되었다고 하자. 너무나 힘들고 어렵고 아파서 포기하고만 싶어지는 일 도망가고 싶을 것이고 도망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벗어난다면, 그것을 경험하지 못하고 이겨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 일에서 매번 도망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견뎌내고 참아내고 이겼다고 치자. 너무나 혹독해서 그 일을 겪은 뒤에 절망적인 육체와 정신만 남았다고 치자. 그러나 최악의 상황을 견뎌낸 자는 이제 그 이상의 일도 그 이하의 일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최악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기에 이제 그는 못해낼 일이 없다." (214쪽 중)
당신이 자전거 세계 여행을 꿈꾸거나 일상의 탈피를 통한 동기를 부여받고 싶을 때. 뭔가 도전적인 힘을 받고 싶을 때. ‘달려라 자전거’는 지금껏 열심히 뛰어 휴식이 필요한 당신의 일상에 충전재로 다시 멀리 뛸 수 있게 해주는 힘을 부여해주는 자양강장제 같은 작품 되겠다. 읽은 내내 기분이 좋았고 힘났으며 앞으로 펼쳐질 그의 여정이 궁금했다. 표지는 진부하지만 내용은 진보한 달려라 자전거를 타고 상하이서 리스본까지 도전적인 삶과 여행이 무엇인지 겪어보시길!
달려라 자전거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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