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태국의 벗들을 통한 자아성찰기

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이민영 글.사진/이랑_ 평점 : 90점
자전거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책을 검색하다 이번엔 어떤 신간이 나왔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인터넷 서점 ‘알라딘’을 뒤적거렸다. 이제는 내게 진부할만한 ‘자전거 여행’은 제쳐두고 선정을 하려해도 최근에 재미있게 탐독한 ‘시마노 이야기’와 ‘재미있는 자전거 이야기’ 같은 자전거 자체를 심도 깊게 파헤치는 작품은 가뭄에 콩나듯 출간되기에 또 다시 자전거 여행을 주제로 삼은 책을 찾는다. 어라? 물망에 떠오른 작품들 중 이름이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책이 하나 있으니 ‘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이다.

이거이거 얼마 전 읽은 ‘롭 릴월’의 ‘자전거로 얼음 위를 건너는 법’보다 좀 더 글로벌한 스케일의 에세이인가? 일단 클릭한다. 이게 뭐야. 고작 메콩강 주변의 4개국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저자의 프로필을 본다. 거참 독특한 이력 (이라고 쓰고 방황이라고 표현) 을 지니신 분이시구만 모르겠다. 큰 기대 안하고 책을 신청. 2주가 지나도 오지 않던 책이 도착하고 뚱한 표정으로 읽은 책은 묘한 이끌림으로 상당한 몰입도를 자랑하며 하루 만에 메콩강을 따라 유유히 4개국을 유랑하게 해버리게 했다.

음악, 책, 영화, 사람, 음식 등에는 초반에 확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반면 조루같이 금방 시시해지는 그런 것들이 지천에 널린 게 요즘 세상이다. 하지만, ‘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은 달랐다. 다소 싱겁게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초반부에 주저리 늘어놓던 우리 짐승급 라이더 ‘민영’씨 이거 이상하게 책이 계속 읽히네? 읽다보니 다 읽었네?


 

간이 맞게 잘 버무려
여행의 참‘맛‘ 중 가장 큰 매력은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를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선 여행자가 어떠한 운과 매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이민영 씨는 그 매력지수가 패시브 스킬로 만렙을 찍었나부다. 어찌도 이렇게 매력적인 사람들을 여행 중에 많이 만났으까?

메콩강 주변의 4개국 풍경과 문화 등은 밥반찬일 뿐이고 본작의 절대적 쌀밥 마음의 양식은 바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안주거리가 남 뒷담화 까기다. 그도 그런데 여행지에서 만난 여행자와 그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는 또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녀는 독특한 제주를 가졌다. 사람 이야기와 자기 이야기를 딱 지루하지도 않을 정도로 삼삼하게 버무리는 능력

난 책을 읽으며 인상 깊은 구절이 나오면 책 모퉁이를 접는 버릇을 지녔는데 대체 몇 페이지나 접어놨는지 모르겠다. 그중 몇 구절 풀어보자면 “우리가 할 줄 아는 건 펑크 때우기 정도야. 우린 휴가 온 거지 일하러 온 게 아니잖아. 우린 아주 천천히 다닌단다. 너도 제발 걱정은 그만해. 그 순간이 힘들수록, 고생할수록, 당황할수록 나중에 더 재미있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단다.”

“자전거 여행자는 시끄러운 모터 소리로 마을의 평화를 깨거나 오염 물질을 남기지 않고, 잘난 척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으며, 물 1잔, 빵 1조각에도 감사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면서, 자신의 몸뚱이로만 정직하게 땀 흘리며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에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활짝 열렸을 것이다.”


 

긍정적인 삶의 활력을
메콩강을 벗 삼아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듯 그 강을 지나며 많은 벗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바다만큼 넓은 자아성찰을 하게 된 저자의 2개월간의 알콩달콩 2,850km 자전거 여행기.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을 루트로 삶은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작품이니 틀림없다. (친절하게도 책의 막바지 파트에는 부록으로 여행 준비와 루트까지 자세히 설명해 놨다.)

아니! 무엇보다 긍정적인 삶의 활력을 다시 한 번 충전하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앞으로 살아가다가 작은 고민들 때문에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메콩 삼각주를 따라 페달을 밟던 평온한 기분, 메콩강처럼 막힘없이, 걸림 없이 흐르던 그 때를 떠올릴 것이다. 삶도 결국 한 지점을 향해 흘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로 세상을 건너는 법 (알라딘)

관련 문화평
자전거로 얼음 위를 건너는 법 (Cycling Home from Siberia) (2009, 롭 릴월)
일곱 개의 자전거 여행 (七つの自轉車の旅) (2008, 시라토리 가즈야)
소심한 남자의 훗카이도 자전거 여행 (2010, 최석재)
떠나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다 : 택꼬의 630일간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기 (2010, 김태현)
동갑내기 부부의 아프리카 자전거 여행 : 떠나고 싶다면 이들처럼 (2010, 이성종, 손지현)
메기와 만다라 (Catfish and Mandala) (1999, 앤드류 팸)

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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