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얼음 위를 건너는 법 롭 릴월 지음, 김승욱 옮김/웅진지식하우스_ 평점 : 100점
나는 지금 무척 일에 지쳐있다. 반복되는 생활 속에 일탈을 꿈꾸지만 쉽지가 않다. 좋아서 해보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지만 내가 현재 종사하고 있는 직업 자체에 회의감을 느낄 때가 있다. 가끔은 내가 하고 있는 일도 여행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자전거를 타는 수많은 새로운 인물들을 만나고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이야기가 내게 있어 어떠한 환기가 있을 때 그것 또한 삶의 여행의 일부라 스스로를 자위하지만 매번 어떠한 것에 목마른 것 같다.
“사는 게 지루해졌다면 자전거를 한번 타 보라!” 본 작품의 표지 문구처럼 자전거를 탔다. 나를 자전거 판으로 이끌어준 계기. ‘두 바퀴 여행‘은 아직 시작 하지도 못하고 남의 자전거를 고치고 판매를 한다는 일. 사람에 시달리고 남들이 쉬는 주말에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이 무척이나 마음의 물을 말려가는 것 같다. 이 차오르려야 차오르지 않는 마음의 샘을 어떻게 하면 채울 수 있을까..
“지침..“ 이 또한 내가 하고 싶었던 자전거 여행에서도 그 힘듦은 마찬가지리라……. 사서 고생한다는 자전거 여행에서도 떠났을 때의 설렘.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 불안한 현실의 대한 회의, 정체성의 방황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고비가 생기는 단계가 반드시 올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떠한 것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슬기롭게 잘 이겨내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그 것을 극복하고 나면 한걸음 더 성장한 내가 있을 테니까.
우리네 삶
내가 점차 방전 상태에 다다르듯 영국의 한 청년도 마음의 물이 마를 즈음 일상의 일탈을 범하고 말았다. 평범한 지리교사 이었던 ‘롭 릴월’은 시베리아 영하 20 ~ 30도가 넘나드는 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고향 영국으로 되돌아간다. 뼈를 찌르는 듯 한 추위와 맞서 싸우며 캠핑을 하고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 한가운데서 생사에 기로에 놓이며 냉전중인 전장 한복판을 목숨 걸고 가로지른다. 안락한 방안에서 재워준 사람의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불타 없어지기도 하는 이 기가 막힌 일들 그리고 우리들이 늘 꿈꾸던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면,...
‘자전거로 얼음 위를 건너는 법‘에 이 모든 것들이 있다. 우리네 삶. 그 자체가 여기 푸욱~ 곰삭혀 있다. 수많은 자전거 여행기를 봐 왔지만 이렇게 스케일 크고 파란만장한 이야기는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도 그가 여행 중 촬영한 영상을 6부작 TV 시리즈로 만들지 않았을까?
대부분의 자전거 여행기는 참고 사진이 많지만 ‘자전거로 얼음 위를 건너는 법’은 이상하리 만큼 사진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지 않은 것은 글의 디테일과 몰입도가 뛰어나기 때문. 3년간의 하루하루 이야기는 늘 새롭고 기대가 된다. 세세한 묘사와 미세한 감정 변화는 충분히 독자의 상상만으로도 100% 만족감을 줄 수가 있다. 누군가는 단 1개월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는가 하면 누군가는 몇 달 몇 년의 이야기를 한권의 책으로 낸다. 당연히 오랜 이야기가 담근 지 오래된 포도주처럼 깊이가 있을 것. 본 작품이 그러하다.
3년간의 값진 경험
이 황당. 파란만장. 담담한 끝맺음이 있는 에세이는 여행 기록, 전체_ 시베리아에서 고향까지의 통계 치로 가늠할 수 있다. “인사법을 배운 언어 : 21개 국어, 나를 재워준 사람들 : 200명 이상, 강연 횟수 : 70회 이상, 내가 보낸 이메일 : 수천 통, 자선을 위해 모금한 액수 : 2,300파운드 이상, 총 여행 경비 : 약 8,000파운드(평생 저축한 돈), 여행 중에 타어이가 펑크 난 횟수 : 157회”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끈기를 잃지 않고, 인생에서 달성하고 싶은 목표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는 것이 바로 모험처럼 인생을 사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인생이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되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 롭 릴월
작품을 손에 넣고 단 하루도 한 구절을 빠짐없이 읽어 내려갔다. 마치 흥미진진한 시리즈물 을 보는 것처럼. 책을 덮고나면 너무나 덤덤하다. 치열했던 3년간의 여행 그 끝의 편안한 휴식은 안락하다. 그래서 본 작품에 대해 더 이상 논할게 없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3년의 값진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느낄 수 있단 것은 무척 복 받은 일이다.
그가 지나온 나라들은 우리들이 당도하고 싶지 않았던 제3국이 주류를 이룬다. 그렇기에 더 흥미롭고 ‘자전거로 얼음 위를 건너는 법’이라는 제목이 어울리는 것이다. 당신도 롭 릴월과 함께 자전거로 얼음 위를 건너보지 않겠는가? 비록 바퀴가 미끄러지고 펑크가 나더라도 그것들을 극복하면 더 나은 내가 있을 테니까.. 마치 인생이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되는 것처럼.
http://cyclinghomefromsiberia.com/ (Rob Lilwall - Adventurer, Author and Spaker)
자전거로 얼음 위를 건너는 법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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