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다른 체인스테이
체인 스테이는(Chainstay)는 뒷바퀴의 축(Axle)과 보텀 브래킷(BB, Bottom Bracket)을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단순히 한 쌍의 튜브가 길게 뻗어 있어서 그 용도와 만듦새가 무척 단순해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시중에 판매되는 고가 자전거들의 경우 튜브의 형태나 각도, 길이 등에 변화를 통해 라이딩 목적에 맞는 성능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라이더의 피로도나 힘 손실이 감소하기도 하고, 순발력이 향상되거나 되려 기동성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물(흙)받이(펜더, Fender)나 자전거용 여행 가방(패니어, Pannier) 장착 여부 그리고 크랭크 세트 사용 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까지 합니다. 이렇듯 겉과 속이 다른 복잡 미묘한 체인 스테이를 제작해 보겠습니다.
재료 준비
전통적인 형태(클래식) 크로몰리(Cr-Mo) 로드 사이클(로드바이크)용 체인 스테이를 만들기 위해서 헨리 제임스(Henry James)의 드롭아웃(Drop out)과 보텀 브라켓 그리고 트루템퍼(True Temper)의 체인 스테이용 튜브 한 쌍을 준비했습니다. 체인 스테이용 튜브는 리어 드롭아웃으로 향할수록 폭이 줄어드는 형태를 취했죠. 게다가 BB 쪽은 타원 형상으로 타이어가 닿지 않도록 제작됐습니다.
이 밖에, 제작되는 체인 스테이의 수치가 도면과 정확한지 재차 확인하기 위해서 설계도 준비 역시 필수죠. 튜브 세트가 준비되면 녹(Rust) 방지를 하기 위해 코스몰린 등의 약품을 세척제로 깨끗이 닦아내야 합니다. 튜브의 내외부의 그리스를 닦아내지 않는다면, 용접 도중 뜨거운 열로 인해 그리스가 타면서 연기가 발생합니다. 그리스를 닦아낸 튜브는 2주 이내에 빌딩 작업에 돌입해야 합니다.
수치에 따른 변화
체인 스테이를 처음 설계를 할 때, 튜브는 곧게 뻗은 형태 그리고 길이는 410mm로 정했습니다. 로드 사이클의 체인 스테이 길이는 일반적으로 400mm에서 470mm까지 형성되는데요, 짧을수록 속도를 중요시하는 레이싱에 적합하고, 길수록 장거리 여행이나 생활용 자전거에 적합합니다.
좀 더 설명을 보태자면, 체인 스테이의 길이가 짧을 경우 프레임 신축성에 따른 에너지 손실이 감소해 민첩성이 증가합니다. 또 무게가 줄어 언덕 오를 때도 좋습니다. 반대로 길 경우 지면 충격 흡수성이 향상 되고, 무거운 기어비에서도 무게 분산이 쉬워 승차감이 좋습니다. 3단 크랭크를 사용할 수도 있죠.
물(흙)받이와 패니 어 등의 액세서리 장착도 쉽습니다. 글쓴이 설계한 자전거의 체인 스테이 길이는 410mm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형태의 물받이 장착은 불가능하죠. 휠을 분리하거나 장착할 때에도 타이어 공기를 빼야 해 불편합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한 것은 무게가 가벼워지고 민첩하며 날렵해 보이기 때문이었죠. 마치 고정 기어(픽스드 기어, 픽시) 자전거처럼요.
이미 도면에 그려놓은 체인 스테이는 실제 재료의 굵기 등의 정보가 반영돼 설계되었습니다. 튜브를 체인 스테이가 그려진 도면 위에 정확히 일치시켜 대어 보며 리어(뒷) 드롭아웃이 삽입될 깊이와 각도 등을 펜으로 표시했습니다.
드롭아웃을 위한 공간 확보
체인 스테이가 단단히 고정될 블록에 튜브를 수직으로 바이스에 고정했습니다. 그리고 리어 드롭아웃이 삽입될 탭의 깊이만큼의 홈을 만들었습니다. 체인 스테이용 튜브당 총 두 개의 홈이 필요합니다. 튜브 표면에 표시한 만큼 알맞게 톱질을 한 후, 롱 노우즈로 이리저리 잡아당겨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어서 생성된 공간에 알맞은 줄(File)을 찾아 내부 면을 적당히 갈아줍니다. 이때 리어 드롭아웃은 앞 포크의 드롭아웃처럼 정방향 즉, 수직이나 수평으로 삽입되는 것이 아닌 적당히 기울어진 채로 고정되어야 합니다. 완성된 자전거의 체인 스테이를 상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그 모습이 BB로부터 체인 스테이 튜브가 V자 형태로 넓게 퍼져나가지만, 리어 드롭아웃은 수직으로 고정돼 뒷바퀴를 정확히 잡아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도가 필요한 겁니다. 이를 위해 설계 도면에서 도출한 값만큼 내부 경사면을 만들었습니다.
모양 만들기
이제 모양을 낼 차례입니다. 사실 포크를 만들 때 드롭아웃을 장착했었는데요, 그 방법과 전체적으로 유사합니다. 다만 리어 드롭아웃은 각도가 필요하므로 조금 더 까다롭죠. 비스듬히 바이스에 고정한 튜브를 각도기를 통해 각을 측정한 후 값을 메모해놓습니다. 이유는 반대 면과 나머지 체인 스테이 튜브 역시 같은 각도 값을 적용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죠. 즉, 순전히 성능과 상관없는 모양 때문입니다. 그리고 적당한 넓이의 평 줄을 이용해 단면을 갈아줬습니다.
둥근 줄을 이용해 평 줄로 만들었던 경사면의 중심부를 갈아내면 한층 멋스러워집니다. 최종적으로 드롭아웃을 삽입해 형태를 확인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세밀한 작업을 더 해줍니다. 또한, 용접물이 들어갈 튜브 외면뿐만 아닌 내면도 사포를 이용해 깨끗이 닦아냈습니다.
수평 드롭아웃의 문제점
제가 사용한 드롭아웃은 수평으로 휠 세트의 차축(액슬, Axle)이 고정됩니다. 그래서 체인 텐션(장력) 조절의 폭이 수직 드롭아웃보다 넓지만, 휠을 탈부착하기가 불편하고, 장착 시 매번 삐뚤어지지 않게 중심을 잡아줘야 합니다. 게다가 휠이 라이딩 중 강력한 힘을 받으면 BB 쪽으로 이동하기도 해서 힘껏 고정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위 사진과 같은 수평 드롭아웃은 전통적인 형태로 모양새가 좋아 보이기는 하지만 실용성이 떨어져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드롭아웃을 용접하기 이전에 체인 스테이가 BB에 삽입될 부분의 폭을 측정합니다. 이 값을 반영해 픽스쳐에 고정해야 추후 드롭아웃을 용접고 BB를 고정할 때 문제가 생기질 않습니다. 우선 BB 러그의 체인 스테이 튜브 한 쌍이 삽입될 내면 양 끝을 측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값을 반영해 픽스쳐에 깨끗하게 손질된 리어 드롭아웃과 튜브 한 쌍을 고정했습니다. 드롭아웃을 고정할 때에는 더미(Dummy)를 이용해 작업 중 방향이 틀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튜브 표면 이물질 제거
참고로 용접하기 전에는 솔벤트 또는 산(acid)으로 세척 과정을 거처야 합니다. 그리고 오일류가 표면에 묻어 있다면 접착성이 감소하고 많은 연기가 발생합니다. 검은 코팅이 되어 있는 튜브는 사포나 샌드 블라스터로 표면 처리를 해야 합니다. 또한, TIG 혹은 실버 브레이징(은 용접)만 가능한 스테인리스 스틸의 경우 표면에 니켈 옥사이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반드시 제거해야 합니다.
주의사항과 참고사항
리어 드롭아웃 용접은 상당히 많은 간격을 메우는 작업입니다. 속이 텅 비어 있는 체인 스테이 튜브보다 드롭아웃은 내부가 꽉 차있는데요, 70에서 80%의 열을 드롭아웃 위주로 가해줘야 합니다. 바이스에 물리고 작업할 경우 체인 스테이를 픽스쳐에 물린 채 반드시 수직으로 고정해야 합니다.
플럭스 선택과 주의사항
동을 이용한 자전거 프레임 빌딩에 적합한 반죽 상태의 플럭스(페이스트 플럭스, Paste Flux)는 흡수력은 떨어지지만, 물에 잘 녹아(수용성) 용접 후 제거 작업이 필요치 않습니다. 접합부에 플럭스를 바를 때의 주의할 점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몇 센티 더 넓게 발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뜨거운 접합부위에 새로운(젖은) 플럭스를 바르면 절대 안 됩니다. 그래서 용접 중 플럭스가 부족하지 않게 충분히 바르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용될 용접봉은 용접 전 수세미와 같은 도구를 이용해 깨끗이 닦아 줍니다.
동 용접, 속 불은 짧지만 뜨겁게
동 용접은 은보다 높은 온도에서 가열해야 합니다. 그래서 산소와 아세틸렌을 적절히 조절해 속 불이 은 용접보다 짧지만, 화력이 강하고 뜨겁습니다. 불꽃이 가해지는 부위가 광택이 나기 시작하면 동(bronze) 용접봉 하나를 다 쓸 정도로 삽입하기 시작합니다.
드롭아웃 용접
우선 리어 드롭아웃의 측면 두 부분씩 총 네 곳을 간단하게 접합합니다. 튜브 끝을 둥글게 깎아서 다듬은 중심부를 기준으로 용접봉의 삼 분의 일 정도의 동을 튜브 안으로 밀어 넣어 메꿔줍니다. 튜브 내부가 일정 부분 메꿔지면, 처음보다 좀 더 윗부분을 기준으로 용접봉을 녹여 부드러운 경사면이 형성되도록 마무리합니다.
금속에서 작고 밝은 푸른 빛이 보이면 과열됐다는 신호이므로 주의합니다. 가열된 부분에서 동이 녹을 때 주변부에 충분히 열을 가해주지 않으면 용접물이 그냥 덮어지는 포켓(Pocket) 형태가 되어 내구성이 떨어지게 되므로 이 역시 주의합니다.
작업이 끝나면 체인 스테이를 여전히 수평으로 고정한 채, 혹시 메워지지 않은 공간이 있는지 확인하면서 확실히 마무리합니다. 모든 작업이 완료되면 고정장치에서 바로 분리하지 말고 몇 분 정도 여유를 가지며 식혀줍니다.
불필요한 용접물 제거
용접이 끝났으면, 굳은 플럭스와 불필요하거나 보기 좋지 않게 돌출된 용접물들을 제거하는 작업을 거칩니다. 종류에 따라 물로 제거 가능한 플럭스가 있고 아닌 것이 있습니다. 물로 플럭스 제거가 쉽지 않을 경우 다양한 형태의 줄(file)과 사포를 이용해 갈아서 제거해줍니다.
사실, 이 과정을 얼마큼 줄일 수 있느냐가 프레임 빌더의 숙련도를 나타내는 척도라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입니다. 주의할 점은 너무 과하게 갈아내서 용접이 완료된 용접물(필렛)과 플럭스를 넘어 튜브의 표면까지 갈아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언더 커팅이라 칭하는데요, 추후 도색 시 눈에 띄는 자국이 생기게 되므로 주의합니다.
BB 셸에 삽입될 단면 손질하기
드롭아웃 용접을 끝냈으니 반대편에 있는 BB 쪽 튜브 끝을 설계도면의 수치만큼 손질해야 합니다. 우선 BB 러그 셸 사이에 들어갈 튜브의 반경을 넉넉하게 잡고 사포질해주었습니다. 튜브의 외경을 줄여주는 동시에 표면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이죠. 이 작업 중에 튜브를 BB 러그 셸에 넣어 매끄럽게 삽입될 수 있는지 확인 작업을 수시로 거칩니다.
도면에 설계한 길이 이상의 튜브는 과감히 잘라줘야죠. 방법은 간단합니다. 튜브를 BB 러그 셸에 삽입한 채, 잘라야 할 부분만큼 펜으로 표시해줍니다. 그리고 튜브를 쉽게 자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위(스니프, Snip)를 이용해 곡선 형태로 잘라줍니다.
스니프로 곡선 형태로 잘라줬다면, 둥근 줄(Round file)을 이용해 자른 부분을 부드럽게 반복 손질합니다. 둥근 줄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다른 형태의 줄 그리고 사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B.B 러그 셸 손질하기
BB 러그 셸 역시 내부를 손질해줘야 합니다. 사포나 줄로 해줘도 좋지만, 작업 효율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전기 다이 그라인더(Electric die grinder)로 내부를 손질해주었죠. 이렇듯 튜브와 BB 러그 셸 내면에 용접물이 충분히 통과할만한 틈이 생길 정도로 반복 손질을 해주었습니다.
손질된 BB 러그 셸과 그렇지 않은 BB 러그 셸을 비교해보면 확연히 그 차이를 확인할 수가 있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줄질과 사포질이 프레임 빌딩의 반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잘라낸 튜브를 BB 러그 셸 내부에 삽입해보고 필요에 따라 더 잘라야 할 부분이 있다면, 튜브 표면에 얇은 펜으로 표시합니다. 그리고 둥근 줄과 사포로 면을 다듬어 줍니다. 이 작업을 반복해 크랭크 세트 장착을 위한 BB를 체결할 시 내부 간섭 문제가 없도록 했습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많은 손길이 있어야 하는 체인 스테이
사실, 자전거라는 큰 틀 안에서 체인 스테이와 리어 드롭아웃은 크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글과 사진으로 펼쳐 놓고 나니 참으로 많은 손길이 필요하단 걸 되새김할 수가 있었습니다. BB와 체인 스테이를 용접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실 것입니다. 우선 앞 삼각 즉, 프레임의 중심이 되는 헤드 튜브와 다운 튜브 그리고 시트 튜브를 손질하고 용접한 뒤에 완성된 체인 스테이와 BB를 결합해주는 것이 순서기 때문입니다. 다음 편에는 앞 삼각(헤드 튜브, 다운 튜브, 시트 튜브)을 손질하고 용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bikeacademy.co.kr/ (프레임 빌딩교육의 표준, 바이크아카데미)
유기농 자전거 프로젝트
3. 공구 - 자전거 프레임 빌딩에 반드시 필요한 공구와 픽스쳐(Tools & Fixtures)
4. 포크 - 클래식 스타일의 크로몰리 포크(Fork) 설계하고 용접하기
6. 앞 삼각 - 자전거의 성능과 외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앞 삼각 자르고 손질하기
7. 앞 삼각 2 - 자전거 프레임의 외형과 성능에 영향을 주는 앞 삼각 세척하고 용접하기
관련 문화평
자전거의 역사 : 두 바퀴에 실린 신화와 열정 (2008, 프란체스코 바로니)
로드 바이크의 과학 : 사이클의 원리를 알면 자전거가 더 재미있다 (2009, 후지노 노리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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