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시작
내겐 3대의 자전거가 있다. 로드사이클, 20인치 접이식 미니벨로 그리고 스트라이다(STRiDA). 저마다 장단점이 확실하고, 많은 추억들이 담겨 있다. 그런데 영입된 순서나 가격 같은 계급장 다 떼놓고 가만히 살펴보면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한 녀석은 바로 ‘스트라이다’다. 2년 전, 부산에서 처음 스트라이다를 데려왔다. 판매자로부터 건네받은 은빛깔의 녀석 위에 올라타 자갈치 시장과 남포동 일대를 누빈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서울로 올라와 자전거 정비 공부를 시작 했었다. 대중교통과 연계가 편리할 것이라는 이유로 구입한 이 삼각형의 자전거는, 당시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의 당산까지 다니는 열차에 매일같이 나와 함께 했었다. 그리고 고향인 울산으로 돌아가 자전거 매장에서 일을 할 때에도, 사람들과 술 한잔 기울일 때에도 항상 나의 발이 되어 주었다. 게다가 녀석은 지난 2011년 12월, 제주도 1132 일주도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완주하는 여행도 무사히 마치게 해주었다.
접이식이라 좋고, 나쁘고
접이식이라는 이점 때문에 선박 빼고는 안타본 운송수단도 없다. 탁탁 접어서 밀고 다니면 언제나처럼 사람들은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때로는 “얼마에요?”라는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근 한 달간 머물고 있는 좁고 답답한 고시원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며, 새로운 일터 <바퀴> 편집부를 오가는 수고도 해주고 있다. 가끔씩 속 썩힐 때도 있다. 특이한 구조로 인해 헤드 소켓의 볼이 빠져 삼각형의 프레임이 일자로 쫙 벌어질 때면, 사람 많은 거리에서 몸체를 뒤집어 놓고는 목을 힘껏 밟아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내가 가진 자전거 중 가장 편했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알루미늄 몸체와 벨트식 체인 설계로 부식에 대한 부담도 없고, 트랜스포머처럼 재빨리 접히니 도난 걱정도 없다. 기어비가 좋아 속력도 제법 잘난다. 그래서 나는 늘 주위 사람들에게 스트라이다를 생활형 자전거의 최고봉이라고 치켜세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리는 같았다.
나 홀로 객지 생활이 힘들 때면, 가끔씩은 스트라이다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러나 말 못하는 녀석은 언제나 고개를 한쪽으로 돌린 채 묵묵부답 부동자세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같이 몸으로 대화를 나눈다. 내가 페달을 강하고 경쾌하게 밟으면 녀석도 신나서 빨리 움직여주고, 힘없이 휘휘 저을 때는 서두르지 않고 느릿느릿 박자를 맞춰준다. 그 힘의 강도는 내 감정의 상태와 일맥상통한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리는 같았다. 사무실 한편에 세워져 있는 녀석을 슬며시 바라본다. 지난 2년간 나를 방방곡곡 싣고 다니며 고생 많이 한 녀석의 몸에는 고양이가 할퀸 듯한 상처가 곳곳에 나있다. 이 글을 다 쓰고 녀석의 몸을 차근차근 쓰다듬고 닦아 줘야겠다. 오늘의 내가 있게끔 많은 일들을 함께해준 녀석에게 나의 첫 편집후기를 바친다.
http://baqui.co.kr (Bicycle Lifestyle Magazine, Baqui)
STRiDA 5.1 (스트라이다 5.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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