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아저씨 : 화가와 떠나는 자전거 여행 낭만과 현실을 넘나드는 종합 예술

자전거 아저씨 1/2 남궁문 지음/시디안_ 평점 : 100점
화가가 떠난 자전거 여행기래서 그의 그림이 상당부분 차지하는 줄 알았더랬다. 책을 받고나서는 이거 큰일 났다! 라고 마음속으로 연발했다. 무려 6년 동안의 여행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농도 짙은 에세이였기 때문. 그러나 나는 근성 있게 그와 함께 철티비를 타고 고구마와 가래떡을 점심으로 함께 먹고 찜질방에서 쪽잠을 자며 1/2권 합 무려 1200 페이지에 달하는 색다른 국토대장정을 이루었다.

여기 50대의 사춘기 소년이 있다. 그의 감수성은 10대 소녀 못지않은 감성과 세상에 때 묻지 않은 낭만과 꿈을 가졌다. 지독히도 역마살이 꼈다는 그의 여행은 지극히 충동적이다. 작은 서울의 아파트에서 그림 작업을 하다. 오늘도 훌쩍 떠나 볼까? 대부분의 떠남이 이런 식이다. 10만원대의 생활 자전거, 헬멧 대신 모자, 스포츠 글라스 대신 뿔테 안경, 전문 자전거 복장 대신 일상복, 클리트 슈즈 대신 운동화, 패니어가 아닌 짐받이에 질끈 동여맨 작은 짐꾸러미 ……. 혈기왕성한 20대가 아닌 50대의 화가 아저씨는 자전거를 타고 머나먼 여정을 떠난다.

동네 운동 삼아 다니던 자전거 마실 이 그 거리가 점점 멀어져 군 생활을 했던 추억의 장소를 찾는 것을 시작으로 서해로 남해로 동해로 하다못해 울릉도와 제주도까지 대한민국 땅덩어리 가보지 않은 곳이 이제는 손에 꼽을 만큼……. 아주 오래전 김삿갓이 걸어서 이곳저곳을 유랑하였다면 화가이자 어엿한 자전거 여행가 ‘남궁 문‘은 값싸고 무거운 생활차로 전국을 누빈다. 그렇게 그는 현대판 김삿갓 ’남궁 삿갓‘이 되어 간다.



사진, 문체, 그림이 조화롭게
그의 여행은 녹록치가 않다. 어쩔 땐 죽을 만큼 힘듦이 글과 사진으로 전해진다. 6년여의 자전거 여행 중 어찌나 늦가을과 겨울여행이 많던지 손발이 오그라드는 추위가 책에서 풀풀 사진에서 풀풀 그림에서 폴폴 전해져 눈이 시리다.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을 이겨내며 강원도 태백산맥 자전거를 끌고 힘겹게 오르면서 보는 아름다운 산새는 고통과 동반된 쾌락을 그리고 잊지 못할 추억을 전한다.

내가 본 자전거 여행기중 가장 두껍고 디테일하며 장기간의 걸친 여행기록을 담은 ‘자전거 아저씨’는 독자도 함께 하루하루를 그와 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찜질방에서 자는 남루하지만 낭만적인 자연을 벗 삼은 여행을 마치 함께 하는 것 같다. 여행 중 남긴 사진들 사람냄새 나는 담백한 문체 그리고 화가 남궁 문의 그림은 여행 에세이 그 이상의 하나의 완벽한 예술작품으로 조화롭게 버무려져 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좀 더 가볍고 좋은 자전거로 여행하고 싶다는 그는 할아버지가 되서도 자전거 여행을 하시고 싶단다. 책과 같은 지적 결과물은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지만 권당 2만5천원의 그의 여행기가 독서량이 많이 줄은 지금 세상에서 많이 읽혀나갔으면 하는 게 바램이다. 해서 ’자전거 할아버지‘라는 그의 멈추지 않는 여행기가 다시 한 번 꼭 나왔으면 한다. 또 그가 꿈꾸는 전망 좋은 집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데 작은 보탬이 됐음 한다. 뭐 하고 있는가? 자전거 회사들은 이 예술가에게 자전거와 용품을 협찬하지 않고 말이다.



종합 예술, 자전거 아저씨
길에서 우연히 생활 철티비를 타고 지나는 아저씨를 봤다. 그분들도 혹시 자전거 여행 중인 ‘남궁 문‘ 같은 자전거 아저씨가 아닐까? 나는 자전거 출근 중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다. 자전거 여행을 꿈으로 간직하고만 있는 난 그가 대단히 존경스럽다.

무거운 자전거와 짐받이에 질끈 동여맨 작은 짐 그리고 그보다 훨씬 큰 그의 꿈과 낭만은 나이를 초월한 열정을 가득 실고 떠난다. 그 어떤 오르막도 아저씨를 막을 순 없다. 페달링이 되지 않으면 자전거를 끌어서라도 함께하는 그는 자전거 여행에는 장비가 아닌 하고자 하는 의지 그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비록 빠르지 않고 조금은 불편할지라도 누가 봐도 초라할지 모르지만 그는 그 어떤 이들 보다 아름답다.

한 쪽은 낭만, 또 다른 쪽은 현실……. 어차피 우리네 인생은 그 두 가지 경계선에서 왔다 갔다 한다. 제대로 된 자전거 여행기 좀 더 색다른 에세이를 찾는다면 낭만과 현실을 넘나드는 종합 예술 ‘자전거 아저씨’와 함께 전국을 누벼 보시라 비록 음식 맛이 끝내주는 맛집, 경치가 좋은 추천 여행코스 샤방하고 알콩달콩한 핑크빛 에피소드는 없을지라도 그보다 훨씬 값진 꿈이 하나의 예술로서 아로새겨져 있으니.



http://www.artistdiary.co.kr (화가의 일기)
자전거 아저씨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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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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