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탄 세 남자 : 영국식 유머와 재치로 가득한 재미난 독일인과 사회 풍자

자전거를 탄 세 남자 제롬 K. 제롬 지음, 김이선 옮김/문예출판사_ 평점 : 85점
최근 여행기를 주로 여러분들께 소개하여 색다른 자전거 관련 책을 찾아보다 눈에 들어온 작품이 바로 ‘자전거를 탄 세 남자’다. 여행기긴 여행긴데 ‘코믹 소설’이라고? 이거 꽤 끌리는데 하면서 접하게 됐다. 해외 서적을 많이 읽는 독서가들에게는 상당히 유명한 영국산 코믹소설의 걸작이라고 불리는 ‘보트 위의 세 남자’의 후속작이라고 하는데, 보트 위의 세 남자를 감상하지 못하고 작품을 접해서 그런지 내겐 유쾌한 풍자와 해악이 담겼다는 본작에서 결정적으로 피식하고 웃음을 지을만한 요소는 찾기가 힘들었다.

그것은 아마도 영국 사람인 저자와 나의 살아온 시대가 다르고 기본적인 정서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당신이 이 책을 읽고 나처럼 전혀 웃지 않는다고는 말을 못하겠다. 그도 그럴 것이 남들이 써 놓은 서평들을 읽어보면 재미있게 읽었다는 독서 후기가 대다수기 때문. (대부분이 저자 제롬 K. 제롬의 대표작 ‘보트 위의 세 남자’를 읽고 속편격인 ‘자전거를 탄 세 남자(Three Men on the Bummel)’를 읽은 케이스다. 즉, 웃음의 코드가 맞은 사람들이다.) 나처럼 그저 ‘자전거를 탄 세 남자’라는 제목에 이끌려 만화가 '이우일'의 익살스러운 표지 일러스트에 혹해 코믹 자전거 여행기네? 라고 접했다간 자전거 여행기다운 내용은 불과 몇 페이지 나오지도 않아 큰 실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쓰여 진지 100년이 지나도 공감
1927년에 세상을 떠난 저자의 작품들이 아직도 세계적으로 출판되고 있는걸 보면 명성이나 내공은 누가 흉내를 내도 내기 힘든 부분이라고, 이내 몰입하기 힘들었던 초반 (세 남자가 왜 자전거로 여행을 떠나게 됐는가를 알려준다.) 과는 달리 갑자기 태풍처럼 몰아치는 작가 본인이 언론사에서 일 했던 이야기와 백수가 된 사연 등을 널어놓으며 독자들에게 이 책은 전혀 정보를 주는 책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에 이른다. 책의 시작점인 프롤로그에 이러한 자신에 대한 이야기와 작품에 대한 것들을 서술하지 않고 작품 중간에 갑자기 자기 이야기를 해버리는 색다른 시도는 ‘제롬 K. 제롬’이 얼마나 하나의 스타일의 구속되지 않고 자유스러움을 추구하는지 반증해주고 있다.

그 후 이어지는 본격적인 자전거로 독일을 여행 다니며 나오는 이야기들은 꽤나 흥미진진한 요소가 많다. 정보가 있는 책이 아니라는 저자의 말과는 달리 나는 작품을 읽으며 그동안 몰랐던 독일의 문화와 기본적인 그 사람들의 정서와 성향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아무리 늦어도 1800년대 말기에 쓰인 본 작품이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그의 능력이고 시대를 앞서나간 미래를 볼 줄 아는 탁월한 시야 그리고 세상을 담백하고도 우스꽝스럽게 풀이 할 수 있는 유머 감각일 것이다.


 

담백한 독일 사회 풍자
‘자전거를 탄 세 남자’는 전형적인 자전거 여행기를 기대하고 읽었다간 “이거 뭐야~?”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내용이 구구절절 이어진다. 하지만, 그 후에 본이 아니게 몰입하게 돼 버리는 영국 사람이 보는 독일 지방 곳곳의 풍경과 그 나라 사람들의 대한 이야기는 아시아인으로서 느껴지는 이질감을 넘어선 술자리의 형님이 이야기 해주는 듯 한 가벼우면서도 담백한 사회 풍자가 담겨 있다.

‘바퀴’의 오수환 편집장님이 내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비즈니스를 하려면 세계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그래야 전 세계인들을 상대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저자에게 고맙다. 아무런 관심도 무엇도 몰랐던 독일과 독일인에 대해 이토록 알기 쉽게 얘기해줬으니 말이다. 영국식 유머와 재치로 가득한, 때로는 그 내용이 배가 산으로 가도 구렁이 담 넘어가는 진행으로 전혀 어색하지 않은 독특하고도 유쾌한 작품을 찾고 있다면, 슬금슬금 몰입되는 본 작품의 매력에 빠져보기 위해 당신도 ‘자전거를 탄 세 남자’와 함께 유쾌한 버멜(Bummel)을 떠나보기 바란다. Bummel이 뭐라고? 책을 끝까지 읽어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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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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