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그리운 여행 허문수 지음/미네르바_ 평점 : 75점
요즘같이 추울 때 말고, 꽃향기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 부는 계절이나. 감성 돋게 만드는 독서의 계절 가을이면, 자전거 여행을 한번 떠나볼까 생각을 한다. 자전거 여행이란 것이 그리 거창하지도, 어쩌면 많은 준비도 필요치 않은 참 건강 담백한 것 인데. 어찌도 몸과 마음 그리고 물건까지 많은 준비가 필요했던지, 떠나기까지의 과정은 왜 그리 길었던지. 돌이켜보면 참 부질없더라. 속세를 탈탈 털어버리고 찌든 때를 쫙- 뺄 수 있는 행위가 바로 자전거 여행이 아니던가.
그렇게 담백하고 소탈하게 여행을 다녀온 청년이 있으니 <낯설지만 그리운 여행>의 저자 ‘허문수’ 씨다. 그는 2년전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알톤 생활 자전거에 살림살이를 질끈 동여매고는 56일 동안의 전국일주 떠나왔다. 한 여름 제주도에서 만난 사람들과 아름다운 추억들, 평생 기억에 남을 우도의 일출과 같은 행복했던 일들. 아무도 없던 해변에서 깜깜한 밤을 홀로 보내야 했던 외로움. 그리고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도와줬던 많은 사람들 이야기가 소박하게 담겨 있다.
가장 재미난 부분 1부 제주도 여행기인데, 이 책의 백미다. 나 또한 제주도 일주를 해 보았기에 그 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더라. 허나 육지로 올라온 2부부터는 빠른 전개와 특별하지 않은 일과들에 몰입도가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낯설지만 그리운 여행’은 정말 쉽게 잘 읽히는 책임은 분명하다. 허나 깊이가 얕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더라.
인터넷 커뮤니티에다 저자가, 6개월간 방안에 박혀 집필에 매진 했으나 분량의 대부분을 편집과정에서 삭제했다는 글을 보았다. 그 내용들을 좀 더 함축적으로 넣었다면 보다 실한 여행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든다. 후반부로 갈 수록 중반부까지의 잔재미가 확실히 덜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의 56일 전국일주 코스는, 누구나 한번쯤 쉽게 시도할만한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것을 시작으로, 육지로 들어와 완도에서 서울까지, 동해에서 부산까지 시계방향으로 국토를 종주하는 긴 여정이다. 나 또한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자전거 위에 올라, 언제가 전국일주를 할 예정이기에 그의 소박한 이야기들이 남일 같지는 않더라.
당장 떠나라는 용기를 복돋아 줄
저자는 56일의 여행을 끝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여전히 나약하고 어리석은 인간에서, 용감하고 하루를 투쟁으로써 살아갈 준비가 되었다. 한 가지 일에만 매일매일 열심히 노력한다면 그 일의 성과는 날이 갈수록 쌓이고 쌓여, 어느새 내가 전국을 돌 수 있었던 것처럼 성공을 나에게 선사할 것이다. 나는 이제야 그것을 알았다. 내가 긴 시간을 투자해서 알아냈던 것처럼 그 기억은 내 평생에 남아 나를 일깨어주고 끊임없이 부채질해 줄 것이다.”
곳곳에 양념처럼 뿌려진 직접 쓴 시와, 콤팩트 카메라로 담아낸 세상 풍경들은 한방울의 기름기도 포장기도 없다. 덕분에 독자들이 떠나고 싶은 자전거 여행의 대리만족을 보다 쉽게 느낄 수 있는 매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농익은 철학과 현란한 글재주, 황금 같은 정보는 없어도 진정성은 담겨 있다. 비록 당신이 전국일주나 세계를 탐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짧은 기간의 일탈을 준비하고 있다면 낯설지만 그리운 여행은 분명, 지금 당장 떠나라는 용기를 북돋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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