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부] 도색 2 - 빌딩 된 수제 자전거(프레임) 표면정리부터 크롬도금, 도색, 데칼까지 입히기
봉인 해제
체레스테 색상으로 색칠을 하려던 계획을 전면 수정하면서 11부에서 풀었던 데칼의 색상과 크기 그리고 엠블럼뿐만 아니라 다른 변화도 있었습니다. 바로 크롬 마감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죠. 클래식 로드 사이클(로드바이크)의 멋을 한층 살리기 위해 러그도 함께 도색하는 것이 아닌 크롬으로 살리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피아랑의 유기농 자전거 프로젝트 프롤로그 편에서 썼습니다. “직접 도색을 배워서 하겠다.”라고 하지만, 시간이 허락하질 못했습니다.
물론, 그만큼 간절히 하고 싶었다면 없던 시간도 만들어서 했겠죠. 어쨌든 도색과정에서는 데칼 만들기와 마스킹 작업을 직업 참여한 데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제가 참여한 결과가 좋든 나쁘든 시간과 노력이 든 만큼 애착은 커졌으니 말이죠. 제가 도색 전문가는 아녀서 틀린 설명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틀린 설명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프레임 세트 표면 정리
도색을 벗겨내기 위해 리무버(Remover)와 사포 등을 이용하는 작업을 ‘박리(剝離)’라고 합니다. 글쓴이의 프레임은 새롭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도색 즉, 페인트를 제거할 필요는 없었죠. 대신에 3년간의 봉인으로 인해 프레임 전체에 녹이 폈었습니다. 풍류커스텀(PUNGNEW)에 프레임을 전달하기 이전에 사포로 표면을 한번 정리했지만, 마음처럼 잘 안 되었습니다.
만약 튜브 표면의 녹이 전체적으로 피어났을 경우 자가 도색을 시도한다면 시작부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샌드블라스트(Sand Blast)는 입자가 고운 모래를 고압의 공기를 이용해 분사하여 작업물의 표면을 고르게 정리하는 전문 장비입니다. 이 작업을 하게 되면 녹을 포함한 이물질이 제거되면서 표면이 거칠어지고 높이는 일정하게 됩니다. 도색 전 가장 중요한 작업이죠.
폴리싱(Polishing)
속칭 업계용어로 빠우라고 불리는 폴리싱 작업은 천, 가죽, 펠트 등으로 만들어진 (buff)에 연마제를 고정하여 작업물의 표면에 윤을 내는 연마 작업입니다. 크로몰리 튜브에 이 작업을 가하게 되면 샌드블라스트 작업 후 거칠어진 표면이 곱게 정리되어 광택이 나게 됩니다. 이 작업은 풍류커스텀에서 하지 않았고 전문 업체에서 진행했는데요, 기계 작업을 하다 보니 러그 등의 굴곡이 많은 표면은 섬세하게 진행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작업으로 폴리싱을 한 번 더 해줬습니다.
크롬도금(Chromium Plating)
철제 제품 표면에 크롬으로 얇은 막을 덮어씌워 부식이 잘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작업이 크롬도금입니다. 크롬도금을 하면 내구성이 좋아져 외부 자극에도 변형이 잘 일어나지 않죠. 또 외부 표면이 알루미늄보다 더 반짝여 고급스러워지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 작업 역시 크롬 도금 전문업체에서 진행됐는데요, 세척액과 도금액 순서로 담겨있다가 나오는 순서로 크롬 도금액이 고착되는 방식이었습니다. 포크(Fork)의 경우는 크롬도금만 하고 도색을 하지 않기로 했기에 이로써 완성되었죠.
▲ 크롬도금은 세척액과 도금액 순서로 담겨있다가 나오는 순서로 크롬 도금액이 고착되는 방식이었습니다.
마스킹(Masking)
마스킹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지만, 여기서는 다른 물질이 묻는 것을 막기 위해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는 것을 일컫습니다. 이 작업을 하기 전 우선 크롬도금 표면에 올라간 약품을 시너(thinner)를 이용해 제거했습니다. 그리고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해 도색이 되지 말아야 할 곳에 일일이 테이프를 붙여주었습니다. 이 작업을 얼마나 꼼꼼히 정성스레 했는가에 따라 러그 위로 드러날 크롬도금의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테이프를 손으로 적당히 뜯어 러그 등에 붙여주는데,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습니다. 시트 스테이와 체인 스테이의 크롬을 길게 살리는 방법은 뜻밖에 간단했습니다. 프레임 규격에 맞는 휠 세트를 삐뚤어지지 않게 장착한 뒤, 림(Rim)을 경계선으로 잡고 그 아랫부분은 모두 마스킹 테이프로 꼼꼼하게 처리해주면 되는 것이죠.
마스킹 작업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시트 러그와 시트 스테이의 양쪽을 정확히 같은 비율로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주는 일이었습니다. BB 셸의 러그도 크롬으로 살리고 싶었으나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화려해져 자칫 자전거가 산만해 보일까 봐 작업하지 않았습니다. 이 밖에 물통 케이지 홀의 러그도 살려주었죠. 그런데 이 부분은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물통 케이지를 꽂으니 잘 보이지가 않아서요. 참고로 마스킹 작업 전에는 BB 셸과 헤드 튜브 끝 부위 등을 막는 기구를 설치했습니다.
건메탈(Gun Metal) 색상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색상이 바로 검정 바탕에 반짝이는 펄(Pearl)이 많이 들어간 ‘건메탈(Gun Metal)’ 색상입니다. 건메탈에는 따뜻한 느낌과 차가운 느낌 두 부류로 나뉘는데요, 차가운 느낌이 나게 하려면 푸른빛을 감돌게 칠감(도료)을 구성합니다. 푸른빛이 감돌면 무엇보다 활동적인(스포티한) 느낌이 나기 때문에 한층 세련됩니다. 또 크롬 도금과 잘 어울리기도 하죠. 게다가 흰색 데칼과의 조화도 아주 뛰어나죠.
도색(Painting)
도색은 말 그대로 작업물의 표면에 페인트를 다양한 방식으로 칠하는 작업을 일컫습니다. 우선 서페이서(Surfacer)를 프레임 전체에 올렸습니다. 서페이스는 작업물 표면의 높낮이 차나 흠집을 어느 정도 보완합니다. 게다가 칠감(도료)이 서페이서 위에 한층 쉽고 단단히 안착합니다.
칠감의 발색 효과도 살려줘 도색 완성도가 높아지게 하는 기반이 됩니다. 서페이서를 올린 이후 건조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자연 건조를 할 경우 24시간을 기준으로 합니다. 열처리할 경우에는 60도에서 15에서 20분간 진행합니다.
건조가 끝났다면 다시 건메탈 색상으로 도색을 진행했는데요, 칠감을 직접 칠한다는 느낌보다는겹겹이 얹어 채우는 느낌으로 진행합니다. 도색이 완료된 후에는 다시 한 번 열처리와 자연 건조를 거칩니다. 이를 하지 않을 경우 도색 내구성에 문제가 생기므로 주의합니다.
마스킹 테이프 제거 및 도색 수정
마스킹을 할 때는 “이 정도로 충분하겠지”라는 선에서 중지하면 안 됩니다. 이때 한 번 더 살펴보지 않으면 마스킹을 해야 할 부분에 공간이 비어 도색이 되어버리죠. 글쓴이는 시간이 없어서 위와 같은 실수를 했는데요, 덕분에 풍류커스텀 측에서 후 작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붙어 있던 마스킹 테이프를 모두 제거한 뒤, 마스킹이 완벽히 되지 못해 도색이 되어버린 부분은 면봉에 시너를 붙여 세밀하게 닦아주는 수정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상당히 수고스러운 작업이죠. 이 작업을 줄이기 위해서는 마스킹을 잘해야 합니다.
데칼(Decal) 붙이기
아도비 일러스트레이터(Adobe Illustrator)로 작업 된 데칼 파일을 시트지에 출력한 다음, 커팅 플루터를 이용해 글자의 모양대로 잘랐습니다. 그리고 시트지에 출력된 글자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깨끗하게 제거한 뒤, 모눈 시트지(보조시트지)를 글자만 남은 시트지 뒷면에 붙였습니다.
이 보조시트지와 데칼을 함께 프레임에 정확히 붙여준 다음, 보조시트지만 제거했습니다. 이때, 데칼의 위치는 바이크캐드(BikeCAD)에서 가상으로 데칼을 적용할 때 측정된 수치를 기반으로 작업했습니다. 이후, 열풍기(힛건, Heat-Gun)로 열처리해 데칼이 뜨는 현상을 방지했습니다.
클리어(Clear) 작업
클리어 작업 전에는 BB 셸과 헤드 튜브 끝 부위 등에 처리해 놓은 기구들을 분리했습니다. 글쓴이의 프레임은 러그를 크롬으로 치장했습니다. 이 크롬도금은 도장보다 표면이 매끄러워 얇게 뿌려지는 감으로 작업했습니다. 만약 두껍게 작업하면 크롬도금 위에서 클리어가 흐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도색이 된 부위는 크롬보다 표면이 거칠고 점성이 있어 보다 가까이에서 두껍게 뿌렸습니다. 클리어는 두꺼워야 표면 보호가 잘 되기 때문이죠.
헤드 튜브 엠블럼(Emblem, 뱃지) 붙이기
엠블럼 작업 파일을 클리어 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풍류커스텀 측에 넘겨주지 못해 자전거 조립이 완성된 후 직접 시행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작업 된 엠블럼 파일을 레이저 프린터를 이용해 스티커 용지 위에 출력했습니다. 소유하고 있는 프린터가 상급 기종이 아니어서 인쇄품질이 좋지 못했습니다. 레이저 프린터의 성능이 우수하다면 양질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겠죠. 참고로 스티커 용지는 레이저 전용입니다.
엠블럼이 출력된 스티커 용지를 칼로 잘라 원하는 부위에 붙여도 되겠지만, 품질을 보다 높이기 위해 손 코팅 필름으로 추가 코팅을 해주었죠. 이를 칼로 잘라 헤드 튜브와 시트 튜브 하단에 붙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엠블럼의 양 끝 단의 코팅 필름만 일어나는 현상이 발생했죠.
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프레임 보호 필름을 얇게 잘라 엠블럼 양 끝단에 붙여주니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엠블럼을 부착한 지 1년이 넘은 지금도 깔끔하게 제자리에 잘 붙어 있고, 인쇄품질 역시 코팅으로 인해 변함이 없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그 어떤 과정보다, 도색
사실 일반 소비자들의 관점에서 수제로 제작된 프레임의 품질을 판단하는 기준은 용접을 얼마큼 잘했냐 등의 기본적인 부분이 아닌 도색이라고 봅니다. 어차피 빌더의 숙련도가 쌓이면 지오메트리를 라이더의 수치대로 형성하고 손질해서 용접하는 건 튼튼하게 해낼 수 있다고 봅니다. 단지 속도에 차이일 뿐이죠. 그러나 도색은 다릅니다. 마치 옷과 같이 자전거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기 때문이죠.
처음 도색과 데칼 작업이 완료된 프레임 세트를 보았을 때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스러워 흡족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니 무언가가 아쉬웠습니다. 헤드 튜브가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죠. 생각보다 헤드 튜브 엠블럼의 존재감은 무척 큽니다. 아마 다운 튜브와 시트 튜브에 데칼이 없더라도 헤드 튜브 엠블럼만 멋스러운 게 있다면 문제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로써 도색 과정도 모두 끝이 났습니다. 마지막이 될 13부에서는 쓰인 부품에 대한 이야기와 완성된 자전거를 감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http://pungnew.com (풍류커스텀)
유기농 자전거 프로젝트
8. 후 삼각 - 자전거 프레임 교정(얼라이먼트)와 시트 스테이 직접 손질해서 용접하기
9. 브레이즈 온 - 뒤 브레이크를 위한 브리지, 케이블 스톱, 물통 케이지 손질 용접하기
10. 얼라이먼트 - 프레임 빌딩의 끝. 얼라이먼트(교정)와 튜브(튜빙) 손질,탭핑,페이싱
11. 도색 - 자전거 프레임 데칼(Decal)과 헤드 튜브 엠블럼(Emblem, 배지) 직접 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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