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JUST RIDE(저스트 라이드) 자전거, 그냥 즐겨라 : 자전거를 보다 색다르게 타는 88개 방법

피아랑 2014. 6. 24. 01:04

저스트 라이드(JUST RIDE) 자전거, 그냥 즐겨라 그랜트 피터슨 지음/월드원  평점 : 85
어린 시절 두 발을 땅에서 띈 채 온전히 부모의 손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자유로움을 느끼는 첫 순간이 자전거 타기라고들 한다. 야외 활동하기 좋은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에는 마치 연어가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회귀하듯, 다 자라버린 어른들이 자전거 매장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고심 끝에 고른 자전거 위에 올라 페달을 연신 굴리며 때 묻지 않은 환한 미소를 다시금 짓는다. 자전거의 힘이다. 그러나 이내 순수했던 목적은 사라지고 마치, 취업 경쟁에 나선 졸업반 대학생처럼 스펙 올리기가 일쑤다.

그것이 장비, 운동량이 됐든 무한 경쟁체제로 돌입한다. 화려하게 치장된 자전거에 올라 연신 몸체를 흔들어 대면서 고삐를 올리고 나서야 비로소 우월한 듯 말이다. 자전거 관련 서적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방법으로 타야 더 효율적이고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가를 다루는 데에 혈안이 돼 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살펴보아도 제품 추천이나, 라이딩 방법 등의 정보를 공유하기에 여념이 없다. 모두가 더 빠르고 좋은 것을 찾고 있다. 나 역시도 여기까지 언급한 내용과 일맥상통하다.


 

<저스트 라이드(JUST RIDE) 자전거, 그냥 즐겨라>는 지금까지 말했던 썰 풀이와는 다소 상반되는 내용의 책이다. 저자 그랜트 피터슨은 머리말부터 언레이서(Unracer)를 위해 '자전거를 재미있게 타는 88가지 방법'을 집필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모두 빠르고 더 멀리 달리며, 더욱 전문화된 장비를 선호하는 레이서(Racer)를 표방할 때. 일상생활에서 재미있고 실용적인 것을 추구하는 저자는 그 방법을 읽기 쉽게 풀어놓았다. 그가 주장하는 이유와 논리는 1970년 4월 이후 매일 자전거 타기를 멈추지 않고, 1975년부터는 관련 업계에서 종사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결코 간과할 수가 없다.

그랜트 피터슨은 ‘왼쪽 크랭크의 페달 장착 부분 바깥 면에서 오른쪽 크랭크 페달 장착 부 바깥 면까지의 거리’를 의미하는 용어인 ‘Q 팩터’를 1991년에 처음으로 사용했다. 업계에서 널리 통용되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을 정도라면 그의 내공을 짐작할 수가 있다. 그래서 책의 내용은 모두 군더더기가 없고 간결해다. 때문에 전하고 싶은 말들을 핵심만 짚어서 효과적이다. 자전거 전문 서적들이 대체로 어려운 용어들을 길게 늘어뜨리거나 자세하게 설명해서 자칫 지루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지루함을 어디서도 느낄 수가 없다. 물론, 독자가 더 깊이 알고 싶어하는 내용은 다른 자료를 참고해야 하겠지만, 주관적으로 동호인 수준에서는 <저스트 라이드>의 수록된 정보만으로도 대회 입상을 비롯한 즐거운 자전거 생활에는 부족함이 없지 싶다.


 

나는 다량의 자전거 관련 서적을 읽어보았고 또 공부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새로이 접하는 유용한 정보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인 PBH(Public Bone Height)를 요약해서 소개한다. “평평한 막대 2개와 금속 줄자 1개를 준비한다. 줄자를 막대에 건다. 평평한 바닥 위에서 다리를 25cm 벌린 채 맨발로 선다. 막대 양다리 사리에 넣고 최대한 끌어 올린 후 바닥까지의 거리를 측정한다. 3번을 반복 후 가장 높은 수치에서 11cm를 빼면 크랭크의 중앙에서 시트 튜브와 평행한 안장 최상단까지의 높이 즉, 안장높이가 산출된다.” 이렇듯 간단하면서도 유용한 정보가 있는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것들도 있다.

이는 프로 사이클리스트들을 동경하는 동호인들의 모습을 겨냥한 주관적인 의견이 다분해서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은 아니라고 할 때 맞다고 주장할 줄 아는 자전거 책이 한국에 출간됐다는 것은 반갑기 그지없다. 조금씩 한국 자전거 문화가 성장을 하고 있음을 방증해서다. 자전거를 여유롭게 타기보다는 빠르게 달리는 것에 익숙해졌을 때, 라이더들 간의 경쟁에만 심취했을 때, 장비 값이 웬만한 승용차 가격을 넘나들었을 때. 그 모든 것들에서 회의감이 물릴듯이 몰려올 때. 많은 금전을 지출해서 변화를 모색하기보단 이 책으로 알지 못했던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 누렸으면 한다.



자전거, 그냥 즐겨라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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