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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 실내 자전거 거치대 겸 수납장(책장) : DIY 가구 설계하고 만들어서 공간 되찾기

피아랑 2016. 10. 22. 15:16

자전거 보관의 문제
자전거를 타지 않을 때 어떻게 보관하는가? 자전거는 길고 얇아서 보관이 쉬운 것 같지만, 또 그렇지 않다. 핸들바의 스템을 풀어 최대한 바퀴와 수평이 되도록 조절하면 되지만, 탈 때나 보관할 때마다 스템을 다시 풀었다 조였다 하는 행위는 참으로 번거롭기 그지없다. 자전거 거치대를 구매해서 집 안에 주차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이지만, 위 공간 활용이 애매하다.

왕자행거와 같은 저렴하고 설치 해제가 쉬운 옷걸이를 거치대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불안하기도 하고 무언가 멋스럽지가 않은 것이 현실. 핀터레스트를 검색해보면 나무로 만든 확장형태의 수납 실내 자전거 거치대가 즐비하고 또 시중에는 판매도 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싼것이 현실. 그래서 직접 만들어 보았다.



스케치업을 이용해보니
처음에는 노트에 연필로 만들 가구의 형상과 수치를 설계했지만, 만들고 싶은 대상이 고도화될수록 손설계는 한계가 있겠다 싶어 건축과 인테리어 등에서 폭넓게 쓰인다는 전문 프로그램인 구글 스케치업(Google SketchUp)을 공부하게 됐다. 컴퓨터로 디자인된 도면은 이 작품을 만들고 나서 연습 삼아 그려본 것이다.

스케치업은 세계 곳곳에 걸친 사용자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구성요소(컴포넌트)를 내려받아 구상하고 있는 가구나 인테리어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 치수를 토대로 자전거 구성요소만 걸이에 걸어 보는 등 결과를 가상으로 알 수가 있어서 손으로 설계할 때 알 수 없는 불안 요소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레드파인을 선택한 이유
나무는 소나무의 한 종류인 레드파인(Red Fine)을 사용했다. 삼나무보다 무겁고 약간 더 비싸지만 튼튼하다. 레드파인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프레임의 톱 튜브를 고정 걸이에 거치할 때 부러지지 않는 내구성이 필요해서였다. 소중한 애마가 떨어져 다치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지 않나.



지금도 목공 초보지만 당시에는 작은 책상 위 연필꽂이 두 개를 만들고 나서 처음으로 가구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던 시기여서 톱을 다룰 때 긴장을 많이 했다. 가장 우려했던 점은 원목 자재가 비싼 편이라 재단을 잘못해서 설계한 수치와 맞지 않아 쓸모가 없어질 때 고스란히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이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신중하게 작업하려 했다.



설계도대로 재단한 목재들을 조립할 때 혼란이 가지 않도록 표면에 표기했다. 요즘에는 표면에 하지 않고 옆에다가 한다. 사포로 다시 갈아내기가 번거로워서다.



양옆을 지지할 기다란 옆 판에 우선 칸막이가 삐 뚫게 설치되지 않도록 정확한 수치대로 장착될 위치를 표시해주었다. 이 때는 직각자가 유용했다.



표면에 목재용 접착제를 바르고 손가락으로 잘 펴 발라준 다음 타카를 이용해 약식으로 고정했다. 그리고 전동 드릴에 이중기리(이중비트, 사라기리)를 장착해 목재용 나사못(피스)이 정확하게 들어가도록 길을 만든 후, 전동 드라이버로 고정했다. 처음으로 목재에 구멍을 뚫고 나사를 조였기 때문에 시간이 제법 걸렸던 기억이 있다. 특히 목재는 약해서 드릴 날(기리)의 방향을 수평으로 잡지 못했을 경우 나무가 갈라지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나사못을 박기 위한 구멍과 목재 표면에 난 상처는 목다보와 메꾸미(우드필러)를 이용했다. 목다보를 장착하기 전 접착제를 구멍에 도포 후 고무망치로 두들겨 고정했다. 튀어나온 목다보는 작은 톱으로 잘라냈고 상황에 따라 재사용했다. 작은 틈들은 목재 메꾸미로 메꾸었다.



목재의 옆면을 마무리 가공해주지 않으면 걸치어 가구를 사용하다 손이 빌 수도 있다. 그래서 마감은 필수다. 나는 트리머를 이용해 각 면에 부드러운 곡선을 주었다. 그러나 초보자였던 나는 목재의 결 방향을 무시하고 모두 트리머를 사용해버려 목재가 상처를 입는 실수도 범했다.



튀어나온 목다보와 메꾸미 그리고 지저분한 것들은 사포로 표면을 정리했지만, 아직 진하게 표기된 부분은 덜 정리가 되었다. 1차 적으로 수납장(책장)은 만들었으니 이 가구의 가장 중요한 점인 자전거 거치대를 서둘러 만들기로 했다.



가장 중요했던 거치대 작업
애초 설계를 할 때는 어떻게 해야 자전거를 안전하게 거치할 수 있는지 제법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또한, 자전거가 어떠한 충격에도 움직임이 않고 안정적으로 지지대 위에 있어야 했기에 고정 장치가 필요했다. 이를 나무토막으로 할지, 경사를 줄지 고민했었다. 이때는 스케치업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몰랐던 때여서 그저 막막했다. 결론은 설계 때 내구성을 위해 6cm가량의 높이를 확보한 자재를 원형으로 직소기를 이용해 자르기로 했다.

주위에서 둥그런 뚜껑이 달린 통을 찾았고 별다른 생각 없이 그것에 맞게 원을 그렸다.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무엇보다 시중에 판매되는 어떠한 자전거라도 웬만하면 거치가 가능한 넉넉한 폭과 넓이를 원했다. 결과적으로 직소기를 처음 사용해봤기에 가이드라인보다 크게 원이 형성되었지만 만족스럽다.



지지대를 수납장에 고정 할 때는 목재용 접착제를 옆과 아랫면 즉, 모든 닿는 면에 고루 발랐다. 게다가 이를 지지해주는 선반은 나사못을 면마다 3개씩만 박았던 것과 달리, 4개씩 고정해 내구성을 높였다.



나무는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으면 결에 따라 휘기 때문에 다리가 없이 바닥에 평평하게 두면 완성된 가구가 수평을 이루기 힘들다. 그 때문에 다릿발을 양면에 설치해 안정감을 부여했다.



초보자로서 재단할 때 생성된 높낮이 차를 최대한 없애기 위해 사포질을 열심히 했고, 표면 정리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완성하고 바닥에 세워보니 뿌듯하기 그지없었다. 어서 빨리 집으로 가져가 자전거를 거치해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자금을 아끼려는 마음도 있고, 페인트값도 알아보니 만만치 않았다. 귀찮기도 해서 원목용 바니쉬만 바르기로 했다. 사실 나는 나무 그대로가 전해주는 색상이 좋기도 했다. 바니쉬라도 바르지 않으면 나무 표면의 습함에 대한 내성과 외부에서 오는 충격에 대한 내구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물과 바니쉬 1:3 비율로 섞은 다음 스펀지 붓(폼브러쉬)로 고루 펴 발라주었다. 1차 도포와 건조 후 2차 도포를 했다. 그리고 가는 사포로 표면을 정리해주었더니 매끈해졌다.



당초 서랍장을 달기로 했던 부분은 굳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만들지 않았다. 사실 서랍장 만드는 게 초보자가 하기에는 어려운 작업이라 하기도 했고, 굳이 내용물을 숨길 생각도 없어서였다. 또한, 아래 공간이 깊고 크기 때문에 온전히 그 광활함을 활용하고 싶었다.



직소기로 자른 표면은 전동 톱으로 자를 때와 달리 표면이 거친데, 이를 사포로 정리해 자전거를 거치할 때 상처가 나지 않기 마감처리 했다.



죽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는 대안
완성된 작품을 집으로 가져오는 길은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처럼 설렜다. 어서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자전거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가구에 걸어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마침내 걸이에 거는 순간, 잠깐 혹시나 나무가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쓸데없는 우려에 불과했다. 


사진보다 더 지저분했던 방 베란다는 제법 깔끔해졌고 어지러이 널브러져 있었던 소품들도 제법 정리가 됐다. 특히 자주 쓰는 자전거 관련 용품을 수납하니 보기가 좋았다. 자전거가 공중에 떠 있으니 그 아랫공간과 바퀴 양옆 뒷공간 활용도 탁월했다. 자전거가 작은 방에 3대나 주차가 되어 있었는데, 로드 사이클 한대가 없어지니 방이 훨씬 깔끔해졌기에 뿌듯했다. 


일반적인 형태의 수납장이나 테이블은 사실 직접 만드는 것보다 구매하는 게 저렴하고 만듦새도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전거용 원목 가구들은 찾는 이가 많이 없어 주문이 올 때 제작해야 하고, 시장도 크지 않아 가격이 재료에 비하면 거품이 제법 많이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직접 제작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게다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색다른 뿌듯함도 덤이다.



http://wotake.co.kr (우타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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