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그들이 마성의 두 바퀴 자전거의 매력에 빠지기 까지 : 개미지옥에서 튜닝의 끝 순정
문득 떠오른 자전거
봄에는 야외 나들이가 제 맛이다. 답답한 자동차가 내키지 않을 때 문득 자전거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걷거나 뛰기보다 빠르고, 좁은 골목길 사이를 유유히 누빌 수 있으니 그간 지나쳤던 작은 풀잎마저 새로이 보인다. 게다가 친환경적이고 운동까지 되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집 한편에 녹슬어 있던 자전거를 타 보니 녀석에 매력에 빠지고 말아 제대로 된 놈을 구매하자는 마음이 생겼다. 자전거 매장에 들러 실한 녀석을 골랐더니 백만 원이란다. 값이 비싸서 그런지 야외에는 묶어놓지도 못하고 항상 실내에 모셔다 놓는다. 자전거를 탔다가 식당에서 밥이라도 먹을라치면 눈에 밟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다.
달라지기 시작한 시야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길에 다니는 자전거를 보는 시야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전거 타는 친구들을 사귀고 싶어 동호회에 나갔더니 수백만원에서 천만원을 호가하는 자전거들에 기가 죽는다. 게다가 무리를 이뤄 라이딩을 해보니 괜히 나만 후미로 처지는 것 같다. 낑낑대며 열심히 쫓아 가보았지만 자전거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도무지 앞서 나간 사람들이 잡히질 않는다. 동호인들의 자전거를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뭔가 다르긴 한 거 같다. 바퀴 한 벌에 200만원이 넘는단다. 타이어만 해도 한 벌에 20만원을 호가한다. 자동차 타이어보다 비싸다.
바라만 보아도 뿌듯한
요즘 자전거를 자주 타다 보니 엉덩이가 아파 안장을 바꾸기로 마음을 먹었다. 5만원 선에서 40만 원대까지 다양한데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 이리저리 정보를 검색하고 매장에 들러 조언도 구해보니 각양각색의 용품들이 눈에 띄어 나도 모르게 양껏 구매해버렸다. 노란색의 자전거에 맞게 물통 케이지도 달고, 그립과 안장을 바꾸었더니 녀석이 더 새로워 보인다. 집 안에 고이 모셔놓고는 한껏 치장된 모습을 한참 동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뿌듯한 마음이 든다.
조금 더 가까워 짐
구동 부품으로 연결된 케이블의 색상을 교체하면 좀 더 멋있어 보일까 싶어 금색 케이블도 사왔다. 들리는 소문에는 케이블 교체는 정비에 대해서 조금만 공부하면 할 수 있을 정도란다. 과감히 케이블을 잘랐는데 끝단이 상해버렸다. 게다가 온라인상에 게재된 정비법을 참고해보지만 변속 트러블이 가시질 않는다. 그렇게 온 집안을 난장판을 만들어 놓고서야 전용 공구와 전문 지식의 필요성을 느낀다. 전문가에게 맡길걸 하는 후회도 들지만 녀석과 좀 더 가까워 진 거 같아 한편으로는 괜찮다며 자기위안을 해본다.
▲ TREK PROJECT ONE MADONE(트렉 프로젝트원 마돈), SIGNATURE SERIES Rouleur
더 없이 소중한 두 바퀴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주변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누구는 어떤 자전거로 바꾸었니, 구동계는 무엇이니 말이다. 어느새 머릿속은 온통 자전거로 가득 차 버렸다. 업무시간에도 자전거 관련 정보들을 검색하고, 라이딩 일정이 잡혀있는 주말이 기다려진다. 유명하다는 힐 클라이밍 코스를 차례로 정복하는 성취감 또한 일품이다. 허벅지가 쫄깃해지고 심장이 터져 버릴 듯한 쾌감은 묘한 중독성이 있다. 어느새 자전거를 구입한 비용만큼 튜닝 비용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타던 자전거를 팔고 튜닝 비용과 합쳐 새 자전거를 샀더라면 더 싸고 완성도가 높았을 법하다. 그래도 그 만큼 손과 마음이 많이 갔으니 더 없이 소중한 두 바퀴다.
http://www.trekbikes.com (Trek Bicycle Corporation)
TREK Domane 6.2c (트렉 도마니 6.2c)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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