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바이크의 과학 : 땀방울 깊게 배인 데이터와 경험에 입각한 로드 사이클 백과사전
로드 바이크의 과학 후지노 노리아키 지음/엘빅미디어_ 평점 : 88점
자전거에 입문한 초창기 생각이 나. 접이식 미니벨로를 사이클 흉내를 내. 나름 미니스프린터라고 타고 다니던 추억. 동호회서 그룹라이딩에 나섰을 때 옆으로 그가 미끄러지듯 지나가면 기를 쓰고 쫓아가려 해보았지. 입 거품은 떨어지고 체력은 방전되어 점점 멀어지는 날렵하고 아름답던 그대……. 아득해지는 거리만큼 커져만 가는 당신을 가지고 싶다는 갈망 그 이름 찬란하여라 ‘로드바이크’
당신을 마음에 품는 계기는 참으로 다양하지.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그 아름답고도 미끈 가느다란 라인 그와 더불어 도로의 불어오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자유를 느끼게 해주는 속도감과 비례하는 터질 듯 한 허벅지와 심장, 우리는 그렇게 사이클을 타게 되고 몸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아름답고 가벼워지는 그대 위에 앉아 침을 흘리며 피똥 싸듯 페달을 휘젓지
하나의 도시와 또 다른 도시를 이어주는 100km 이상의 먼 길을 떠나면서 우리 내 인생사 같은 언덕을 넘고 잠깐의 쉼이 있는 내리막을 내려오고 두 개의 언덕을 넘다보니 자연스레 내가 이 아름다운 녀석을 잘못된 방식으로 타고 있단 걸 깨달게 되지. 다리가 왜 이렇게 아프지? 코너링을 하는데 남들보다 무섭고 뒤처지지? 케이던스가 뭘까? 젖산이라고 하는데 이건또 무엇이고? 속도를 더 내기 위한 효과적인 자세는? 파워미터는 뭘까?
수많은 의문들은 머릿속을 뒤덮고 인터넷을 뒤적이지, 수 없이 많은 정보가 바다위에 둥둥 떠오르지만 그 지식의 깊이는 한 없이 얕은 게 대부분. 그럴싸한 정보도 데이터에 입각하지 못할 뿐 누구를 통해 듣고 자기 나름의 방식을 찾아 그걸 풀어놓은 것이 대부분이지. 나 또한 그 범주에 크게 벗어나지 못해 자전거를 참으로 모를 적 써놓은 글을 읽어보면 한 없이 부끄러워지지.
데이터와 경험에 입각한
이 책은 물 건너 왔지. 마치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 지필 한 듯 어려운 용어들이 가득해 아무리 풀어내봤자 갓 사이클의 재미에 눈을 뜨기 시작한 초급자들이 읽기에는 몰입되려하다 그만, 수많은 계산식과 과학적인 분석에 하품이 나오게 될 거야. 물 건너 온 덕에 번역자가 자기만의 식으로 2차 필터링을 거치다 보니 용어 자체나 설명이 산만한 감이 없지 않지
자전거를 제법 공부하고 있는 내 머리에도 콕콕 박히지 않고 걷도는게 대부분인걸. 이를테면 휠 빌딩에 대한 설명도 마찬가지지 나는 이미 휠을 짤 줄 알고 어디가 힘이 받고 텐션 밸런스는 어떻고 하는 것을 아는 프로미캐닉인데도 말이야. 어찌 보면 이 책은 아이러니한 부분이 많기도 하지
저자 “후지이 노리아키”씨가 사이클링에서는 그저 순수한 매니아 차원의 동호인일 뿐인데 이러한 방대한 정보를 자기만의 스타일로 풀어내다보니 더욱 그러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멋진 책임은 분명하고 두고두고 되뇌어 읽기도 좋아. 그만큼 처음 봐서는 확 오지 않으니까. 국어로 출간된 사이클 전문 서적 중에 이렇게 땀방울 깊게 배인 노가다성 짙은 데이터와 경험에 입각한 책이 또 있을까?
지상의 날개를 사랑스럽게 움직이는 법
“2년쯤 전에 통근 루트를 좀 더 업다운이 있는 코스로 바꿨다. 자동차의 통행이 거의 없는 그곳을 달리다 보면 들리는 것은 바람소리뿐. 밤에 어두운 골짜기를 향해 내려가는 다운힐은 우주로의 다이브. 전신을 대기에 맡기며 오르는 고개는 공기의 계단. 자전거는 마치 쇠로 만든 날개 같다. 원컨대 전 세계 있는 지상의 날개들이 좀 더 착하게 움직여서 더욱 사랑스러워졌으면 좋겠다. “ (로드바이크의 과학 317p)
내가 아무리 이 책에 대해 왈가왈부해도 로드바이크의 과학을 대안할만한 사이클링 전문 서적은 한국에 거의 없다고 생각해. 당신이 사이클 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거나 로드를 좀 더 잘 타고 싶고 과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싶다면 차근차근 나처럼 눈 부릅뜨고 너 죽고 나죽자는 식으로 덤비지 말고 음미하듯 한글자씩 읽다보면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어느새 당신 몸에 배여 누구나 존경하는 로드바이크 동호회 에이스로 거듭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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