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쿠바 여행 : 미지의 세계로 떠나자! 지금 보다 더 나은 생을 위해
자전거 타고 쿠바 여행 문종성 지음/가이드포스트_ 평점 : 75점
쿠바를 들어 봤어도 어디에 있는지 이 나라가 북한과 함께 유일한 사회주의 공화국이란 것을 아는 이는 관심이 없다면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쿠바라는 나라 자체보다 혁명을 일으킨 ‘체 게바라(Che Guevara)‘의 얼굴과 이름이 더욱 널리 알려진 아마추어 야구 최강 국가. 이 정도가 중앙아메리카 서인도 제도 가운데 가장 큰 섬인 쿠바 섬과 그 주변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아메리카대륙 최초의 공산국가 ’쿠바(Cuba)‘를 아는 우리들의 일반적 모습이다.
사회주의 국가는 상대적으로 여러 가지 면으로 낙후된 게 일반적이니 그런 쿠바를 여행하는데 얼마나 애로사항이 많겠는가? 게다가, 자전거는 기본이고 운동과는 전혀 친하지 않은 모습의 20대의 곰간지 (체구가 큰 사람이 자전거를 타면 그 모습이 곰이 자전거를 탄 것 같다고 해서 부르는 말) 청년과 함께 라니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쿠바 횡단을 함께하는 동행자(자기보다 나이 어린 동생)를 항상 존댓말로 존중하며 쿠바를 횡단하면서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실감나는 사진과 함께 단출하게 풀어간다. 책의 구성에서 각 에피소드가 시작되기 전 명언이나 속담이 사진과 함께 실려 있는데 잘 알지 못했던 쿠바의 소소한 일상과 더불어 동기부여가 되는 말들은 가슴속에 각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한 점들은 칭찬하고 싶다. 비전 청년의 마인드 또한 훌륭하다. 하지만..
디테일한 쿠바를 기대했다면
요즘 책값이 비싸다. 이 책 또한 정가 14,500원으로 싸지 않다. 풀 컬러의 질 좋은 종이를 사용해 쿠바 여행에서 저자가 뷰파인더를 통해 담은 사진들로 가득 차 있기에 그럴 만도 하다. 그렇다고 글쓴이는 전문적 사진가도 아니기에 그 사진의 질이 크게 훌륭한 것도 아니다. (그 기준을 논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 점이 여행기와 함께 엮이는 실감나는 장면으로서 좋은 것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책을 한번 쫙 넘겨본다면 내용의 빈약함에 세세한 쿠바 그리고 쿠바인들의 문화와 삶을 알 수 있고 깊이 있는 자전거 여행기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가 있다.
책의 프롤로그는 한 달간 여행이라고 쓰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의 홈페이지 (vision-trip.net) 를 방문해 보면 쿠바를 17일간 1100km의 거리를 횡단했다고 기록해 놓았다. 17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 일정이다. 그 기록이 한권에 책으로 나왔기에 내용이 그리 대단치도 못하고 빈약할 수밖에 없다.
자전거 여행은 자전거를 타고 일정에 맞춰 그 거리를 주행하는 것에 50%가 넘는 시간을 소모 한다. 물론, 17일간의 기록을 이 정도의 볼륨감으로 기록하였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긴 하다. 그 일정상 한계가 바로 약 400페이지에 이르는 겉으로 보기엔 두껍지만 큰 깊이가 없는 여행기의 어두운 단면이다.
프로젝트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가볍게 기분 전환을 하고 싶고 북한과 함께 전 세계 유일의 공산주의 국가 쿠바를 조금이라도 친근하게 느끼길 바란다면 이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있고 전문적인 쿠바 여행기를 기대한다면 덤으로 쿠바 여행 코스와 관광 명소까지 알고 싶다면 큰 실망을 할 수 도 있다. 화장실 놔두고 큰일을 볼 때마다 읽어도 일주일 안에는 무리 없이 소화 할 수 있을만한 책이 바로 ‘자전거 타고 쿠바 여행’이다.
무엇이 어찌 됐든, 여행기는 여행을 꿈꾸는 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안겨주고 새로운 꿈을 가져다준다. 비전 청년 또한 이 쿠바 횡단기를 통해서 그의 글과 사진을 보는 독자에게 그러한 기본적인 조건은 만족시켜주니 할 일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바람이 있다면 그가 하고 있는 6년의 세계일주가 끝이 나고 그 프로젝트의 결실로 한권에 책으로 나온다면 정말 평생 소장하고 가슴이 남는 작품이라고 느껴지는 그런 양서가 나오길 희망한다.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을 그의 자전거 세계 일주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자전거 타고 쿠바 여행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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