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ZELLE 100 JAAR Champion Mondial JUBILE (가젤 100주년 챔피언 모델) (1992)
GAZELLE 100 JAAR Champion Mondial JUBILE (1992)
어떤 목적의 자전거가 필요했던 것인가_ 여자친구와 함께 라이딩을 즐기기 위해 미니벨로를 탔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주변의 지인들이 클래식 자전거를 한대씩 조립하기 시작하더라. 더욱이 모터사이클이 취미이다 보니 온전히 두 다리의 힘으로 나아가는 로드 사이클의 속도감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물론, 첨단 기술들이 접목된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의 최신 모델들도 눈 여겨 보았다. 하지만 카본 프레임은 비쌌고, 알루미늄 은 성에 차지가 않았다.
비용 절감과 남다른 멋을 함께 추구 할 수 있는 자전거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늘 한결 같은 매력의 수평 톱 튜브 클래식 로드 사이클이 떠올랐다. 그렇게 이탈리아 브랜드 콜나고(CONLAGO)와 보테치아(BOTTECCHIA)를 물망에 올렸지만, 제법 다양한 모델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어 마음이 다했다. 우연한 계기로 네덜란드를 방문했더니 ‘아름답고(Beautiful), 우아한(Grace)’ 의미를 내포한 가젤(GAZELLE)이란 브랜드가 있더라.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이 아니었지만 100년이 넘은 전통을 가진 네덜란드 국민 브랜드였다. 그 중 희소가치가 높은 100주년 챔피언 모델이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라이더: 유임성, 주행 거리: 약 1,400km, 주행 환경: 일반도로 및 자전거도로, 관리 부위: 프레임 및 전체, 구매비용: 총 500만원, 사양: 프레임 GAZELLE 100 JAAR Champion Mondial JUBILE / 포크_ GAZELLE 100 JAAR Champion Mondial JUBILE / 튜빙_ Reynolds 531 Managese-Moly / 그룹 세트_ Campagnolo C-Record / 브레이크 세트_ Campagnolo Chorus / 페달_ Campagnolo C-Record Aero / 휠 세트_ H PLUS SON TB14 Black 36H Rims + Campagnolo C-Record Hubs / 핸들바_ 3T Competizione / 스템_ Cinelli XA / 안장_ San Marco Regal / 헤드세트_ GAZELLE 100 JAAR Champion Mondial JUBILE Original
골머리를 앓게 한, 변속기
자전거를 고르며 가장 고민했던 점_ 주변 사람들이 일 년여 동안 매일같이 프레임과 구동계에 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고민은 더해만 갔다. 클래식 자전거는 완성차 보다는 프레임, 그에 따른 구동계, 휠 세트를 조합하는 것이 추세였으니 말이다. 프레임 세트는 희소성과 과하지 않은 멋을 지닌 가젤 100주년 챔피언 모델로 이미 정해놓았으나 변속기 선택이 골머리를 앓게 했다.
불편하지만 클래식 감성이 짙게 묻어나는 가젤 로고가 양각으로 새겨진 다운튜브 시프터와, 편리하지만 지극히 현대적인 듀얼 컨트롤 레버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과거 캄파뇰로(Campagnolo)의 최상급 그룹세트였던 C-레코드(C-Record)를 좋은 조건에 구입하게 되면서 현대기술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라이더의 감에 의존하는 프릭션 모드 다운튜브 시프터로 변속하고 있으면 라이딩 파트너들과의 거리가 단숨에 멀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해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125년의 역사
GAZELLE 브랜드의 매력을 꼽자면_ 먼저 2017년을 기준으로 125년째나 되는 브랜드 역사를 꼽고 싶다. 100주년이었던 1992년 당시 네덜란드의 공주 마그리트(Princess Margriet Francisca)로부터 지난 100년 동안 국민들에게 자전거를 대중화시킨 공로로 훈장을 수여 받았다. 세계적으로 유서가 깊은 자전거 회사들은 생활 자전거를 생산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가젤은 생활 자전거가 시작이었다.
물론, 현재 브랜드 콘셉트를 달리해 더치 바이크(Dutch Bike)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말이다. 가젤의 자전거들은 특히나 절제된 화려함이 돋보이는 것 같다. 아울러 피에트 펠레(Piet Pelle) 꼬마 캐릭터는 1930년부터 가젤을 홍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 꼬마가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동안 가젤 자전거의 매력을 한층 더 부각시키는 기법으로 TV 광고를 했었는데, 특유의 익살스러운 생김새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차대번호 1992100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자전거를 보며 가장 부러워하는 부분_ 저마다의 매력이 깊게 배어 있는 클래식 로드 사이클의 세계에서 똑같은 모습을 한 자전거를 만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모델은 네덜란드 국기 색을 형상화한 탓에 각 튜빙들이 화이트와 블랙 그리고 레드와 블루컬러로 칠해져 있다. 자칫하면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으나 가까이서 살펴보면 무척 오묘한 분위기의 고급스러움을 연출하여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 같다. 또한, 캄파뇰로의 C-레코드 그룹세트로 구성하여 90년대 클래식 콘셉트를 완성했다. 결정적으로 차대번호가 ‘1992100’이다. 풀이하자면 1992년, 100주년을 맞이한 가젤의 400대 한정모델 중 100번째 생산품으로 가치가 더하는 것 같다.
피로감이 덜하다
특징 몇 가지_ 오래 전, 각종 모터스포츠와 뚜르 드 프랑스 우승차에 쓰인 레이놀즈(Reynolds) 531 망가니스-몰리(Managese-Moly) 튜빙으로 제조되어 소재마저도 비교적 흔치 않고, 무게 역시 가볍다. 주행감은 크로몰리와 비슷한데, 페달을 힘껏 굴리면 힘을 단단하게 받아줄 뿐만 아니라 차체가 낮게 가라앉아 속도가 유지되는 느낌이 일품이다. 댄싱을 할 때는 마치, 내가 ‘쿵!’ 하면 프레임이 ‘짝!’ 하는 합으로 탄성이 전해진다. 고르지 못한 노면 위를 달릴 때는 장거리에 적합한 포크 레이크와 531 튜빙의 특성 때문인지 피로감이 덜하다. 언덕을 오를 때에도 묵묵히 힘을 받아줘 믿음직스럽다.
불만도 없진 않을 것 같다_ 올해로 스물한 살이 되는 프레임인지라 도색이나 스티커가 벗겨져 세월의 흔적이 깊다. 그래서 연식에 비하여 관리 상태가 훌륭한 프레임들을 보고 있자면 부러운 마음도 든다. 컴포넌트 역시 90년대에 맞는 콘셉트로 구성하려다 보니, 마땅한 물건을 구하더라도 상처나 유격 등의 하자는 피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규격이 워낙 다양해서 부품간의 원활한 조합을 위해, 알게 모르게 정비 공부도 많이 했다.
장거리 투어, 거친 레이싱에 적합
컴포넌트의 특성_ 구동계는 클래식하면서도 반짝이는 감이 있는 은색 계열의 부품들로 구성했다. 안장과 바테잎 그리고 휠 세트는 묵직한 분위기 연출을 위해 검정색으로 통일하여 정돈했다. 클래식 휠 세트의 경우 은색 림이 흔하기 때문에 각별히 검정색을 고집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검정색 림과 타이어가 일체감을 이룬 모습이 마음에 든다. 더욱이 원하는 부품들로 조립을 한 휠 세트여서 유지보수도 한결 쉽다. 하지만 14mm의 낮은 림 높이와 무거운 무게 때문인지, 약간의 무른 감이 있다.
네덜란드 프레드스타인(VREDESTEIN)의 피암만트 듀오콤프(FIAMMANTE DuoComp) 타이어는 100km 가량을 주행해 본 결과, 접지력이 우수하고 공기압을 175psi까지 넣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 산마르코(San Marco)의 리갈(Regal) 안장은 클래식한 외관에 이끌려 구입했지만, 막상 앉아보니 무엇 하나 흠 잡을 게 없다고 생각된다. 더욱이 적당한 쿠션과 페달을 돌릴 때 허벅지가 쓸리지 않아 장거리 투어, 거친 레이싱 모두 알맞은 팔방미인이라 본다.
본연의 모습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 관리해왔나_ 최대한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 중이다. 스틸 소재의 프레임이라 부식이 발생하지 않도록, 매년 분해정비 후 프레임 방청 작업을 하고 있다. 또 도색이 벗겨진 부분은 투명 매니큐어로 살짝 덧칠하여 더 이상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한다. 페인트를 덧칠하면 오히려 표면 상태가 나빠질 것 같아서인데, 나이테라 여기고 감수하고 있다. 또한, 스포크 장력상태를 주기적으로 파악하고 구동계를 깨끗이 청소한 뒤 정기적인 윤활을 해준다. 자가 정비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 했을 때에는 곧장 단골 매장으로 향하여 정비를 한다. 이 모든 문제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비오는 날 라이딩은 피하고 최대한 깨끗하게 타려 노력하고 있다.
평생 함께하고 싶다
혹시 자전거를 바꾸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_ 가젤 100주년 챔피언 모델은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으로 구입했기 때문에 바꾸고 싶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마음 그대로 100주년 기념 저지와 물통, 쪽모자 등도 함께 수집하여 간직하고 있다. 늦은 새벽 작은 방안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이 자전거를 조립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하지만, 최첨단 기술이 접목되어 있는 피나렐로(PINARELLO)의 도그마(Dogma)나, BMC의 SLR01과 같은 풀 카본 로드 사이클을 한대 더 들이고 싶은 생각은 있다. 또 단순한 아름다움을 머금은 클래식 싱글기어, 어떠한 길도 거침없이 소화하는 산악 자전거도 경험해보고 싶기는 하다.
매개(媒介)
당신에게 이 자전거는 어떤 존재인가_ 모터사이클로 교감을 나누던 인연들이 이제는 클래식 로드 사이클까지 공통의 관심사를 확대하여 유대감이 더욱 끈끈해졌다. 자전거는 누구나 쉽게 탈 수 있어서 그 인연들의 친인척들과도 가까워졌으니 행복하다. 무엇보다 이 자전거가 매개가 되어 4년간 사귀었던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성공했다. 늘 자전거를 타고 싶어 하던 여자친구가 어느 날, 가젤 100주년 모델을 보고 클래식 로드 사이클에 부쩍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선물하면서 프로포즈를 하자는 계획을 세워, 콜나고의 클래식 프레임을 바탕으로 각 부품들을 진땀을 빼가며 몰래 구입하여 조립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반포 한강공원에서 완성된 자전거를 선물하였고, 그녀가 지나는 길목에는 지인들이 피켓을 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촛불을 밝혔다. 함께한 추억들을 상영하며 공개 프로포즈 했더니 여자친구가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의 표정과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처럼, 가젤 100주년 모델은 사람과 사람을 아주 단단하게 이어주는 매개체라 여겨진다.
“늘 빠른 것에만 익숙했던 내게, 가젤 100주년 챔피언 모델은 느림의 미학을 알려주었으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수많은 인연과 건강을 선물했습니다. 혹시라도 자전거를 타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녀석을 깨끗하게 닦아 벽에 걸어두고 싶은, 평생을 함께할 ‘첫 애인이자 반려자’ 같은 자전거 입니다.” - 유임성
<온로드(onroad) vol.4, 지극히 주관적인 시승기 : Editor's B-Edition>
http://baqui.co.kr/ (Bicycle Lifestyle Magazine, baqui) / 사진 : 정민철(Colon :D)
http://gazellebikes.com (Royal Dutch Gaz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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