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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SIN Time Trial (로신, 로씬 타임 트라이얼) (1980s)

피아랑 2016. 12. 17. 00:07

ROSSIN Time Trial (1980s)

어떤 목적의 자전거가 필요했던 것인가_ 호기심에 이끌려 자전거를 하나 둘 구매하다 보니 어느새 용도별로 보유해놨더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사롭지 않은 특별한 자전거에 끌리기 시작했다. 남과 다르면서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자전거가 필요했던 셈이다. 거기엔 이상하리 만치 같은 것을 싫어하는 성향도 비롯됐다. 게다가 세월의 흔적을 잔뜩 머금은 클래식함도 지녀야 했다. 그렇게 다양한 조건들로 걸러내다 보니 1980년대의 클래식 타임 트라이얼(Time Trial) 프레임이 눈에 들어왔다.



라이더: 정민수, 주행 거리: 약 1,200km, 주행 환경: 일반도로 및 자전거도로, 관리 부위: 프레임 및 전체, 구매비용: 총 420만원, 사양: 프레임 ROSSIN Time Trial / 포크_ Italia Handmade / 튜빙_ COLUMBUS SL / 그룹 세트_ Campagnolo Chorus – Graphite Finish / 크랭크 세트_ Campagnolo Chorus 53-39T – Graphite Finish / 카세트_ Regina CX-S 11-23T / 페달_ SHIMANO Dura-Ace PD-7400 / 휠 세트_ Custom Building(Front), Campagnolo Ghibli(Rear) / 핸들바_ Nitto RB021 / 스템_ 3T Quill Stem / 안장_ Selle Italia Flite / 헤드세트_ Campagnolo Record


성능보다는 외형

자전거를 고르며 가장 고민했던 점_ 프레임의 재질, 구동계의 등급, 휠-세트의 성능 보다는 첫 눈에 반할만 한 마성의 매력을 지닌 자전거를 원했다.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고백을 받았을 때 고민하게 만드는 그런 여성을 남자들이 꿈꾸는 것 같은 이치였다. 흔치 않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뻔한 프레임 세트와 구동계는 참기 힘들다. 물론, 자전거를 처음 시작할 때는 뻔한 것이 좋다. 원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모델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언제든지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가 찾는 클래식 타임 트라이얼은 달랐다. 전적으로 성능보다는 외형이 중요했다.



색다른 시선과 실험 정신

ROSSIN 브랜드의 매력을 꼽자면_ 각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전성기가 있다. 라이트스피드(LITESPEED)의 경우 프레임 빌더 데이비드 린스키(David Lynskey)가 근무하던 초기 시절이 가장 전성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여전히 좋은 프레임을 만들고 있지만 당시 보다는 품질이 덜한 것 같아서다. 로씬(ROSSIN)은 한국 내에 유통된 적이 없어 인지도가 낮다. 세계적으로도 아는 사람만 아는 브랜드이다. 창립자 마르코 로씬(Marco Rossin)은 콜나고(Colnago) 공방의 프레임 빌더 생활을 하다 독립하여 로씬을 창업했다.

1970~80년대 공기역학(Aero Dynamic)의 대한 개념이 탄생하면서 로씬은 짧게나마 전성기를 맞이했다. 1976년 프랑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는 로씬의 이름이 새겨진 프레임을 가장 쉽게 볼 수 있었다. 속도유지를 하기 위한 디스크 휠(Disc Wheel) 역시 로씬의 아이디어다. 모두들 체인링에 드릴링 등을 가하여 경량화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로씬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에 잠겨 있었다. 이처럼 자전거를 바라보는 로씬의 색다른 시선과 실험 정신을 높게 평가한다.



국내 유일 로씬 타임 트라이얼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자전거를 보며 가장 부러워하는 부분_ 로씬(로신)의 타임 트라이얼 프레임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소개하면 모두들 놀라워한다. 로씬의 에어로 다이내믹 프레임, 캄파뇰로 코러스 그라파이트(Campagnolo Chorus Graphite) 그룹 세트 구성은 어쩌면, 세계에서 유일할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모습을 완성하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특히 클래식 타임 트라이얼 프레임은 현역 라이딩이 가능한 물건이 있더라도 사이즈가 커서 한국인들이 범접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이 프레임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앞으로도 일반 사이즈의 클래식 타임 트라이얼 프레임이 더 희귀해지기를 바란다. 그래야 이 프레임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오를 것이 아닌가.



언덕길에서 곡 소리 난다

특징 몇 가지_ 바람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오메트리라 몸을 전방으로 많이 숙여서 탈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언덕이 나타나면 곡소리가 날 정도로 힘들다. 남산을 두 번이나 쉬어 가면서 올랐을 정도니까 말이다. 힐 클라이밍에서 일반 로드 사이클을 100%의 기준으로 둔다면 이 로씬 타임 트라이얼 프레임은 60% 밖에 클라이밍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평지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속이 붙으면 날카로운 칼 날로 물을 가르는 듯 끝내준다. 바람을 가르는 게 바로 이 느낌인가 싶다. 일반 로드 사이클 보다 30%의 평지 주행성 향상을 보인다. 클래식 자전거가 이렇게 잘나가도 되나 싶을 정도이니 말 다하지 않았나.


불만도 없진 않을 것 같다_ 딱 한 가지가 있다. 에어로 다이내믹 프레임이 다른 클래식 자전거에 비하여 왜 이렇게 물건이 귀한지 의문이 풀리는 부분인데, 튜빙 사이를 이어주는 접합부가 점점 떨어져 나가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튜빙을 이어서 용접하고 난 뒤 특별한 소재로 붙여놓은 방식이다 보니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자전거를 강하게 다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에어로 접합부가 사라지면 프레임 고유의 느낌이 없어질 것 같아 불안하다.



그라파이트 그룹 세트

컴포넌트의 특성_ 남들과 다른 것을 추구하다 보니 캄파뇰로의 코러스 그라파이트 그룹 세트로 조립을 하였다. 은색의 구동계가 주류를 이루던 1980년대, 묵색으로 마무리한 한정판이다. 그래서 물건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성능은 색상만 다를 뿐 차이가 없다. 당시 기준가격으로 그라파이트 버전이 1.5배 정도 더 비쌌었다. 뒷바퀴는 캄파뇰로의 지블리(Ghibli) 디스크 휠이다. 방패 문양이 인상적인 모델인데, 지극히 주관적으로 캄파뇰로 디스크 휠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된다. 80년대 타임 트라이얼에 가장 많이 보급되었던 모델이기도 하다. 때문에 당시의 감성을 맛보고자 하는 이들이 이 휠을 사용해 자전거를 꾸미는 실정이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 관리해왔나_ 스틸 계열의 부품들이 습기에 노출되면 부식이 진행되기 때문에, 항상 건조한 장소에 보관하려 노력한다. 자전거에 물이 튀었을 때나, 세차 후에 건조를 꼼꼼히 한다. 사실 BB까지 분해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나, 현실적으로 너무 번거롭지 않나. 그래서 택한 것이 시트포스트를 분해하는 것이다. 육각렌치만 있다면 누구나 손쉽게 작업이 가능하다. 시트포스트를 제거한 후 프레임 내부를 충분히 건조해준다. 드라이기를 시트튜브 입구에 대고 있으면 금세 프레임이 뜨거워져 도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주의하면서 관리하고 있다.



Di2 구성으로 맞추고 싶어

혹시 자전거를 바꾸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_ 자전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전거를 바꾼다기보다, 한대 더 들이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아무래도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자전거를 조립했더니, 말로는 표현 못할 애착이 있다. 이 자전거에 필요한 부품들을 낙찰받기 위해 들인 공을 다시금 떠올려 보면 정말 아득하다. 


만약 한대 더 조립한다면 시마노(SHIMANO)의 전자식 그룹 세트인 듀라-에이스(DURA-ACE) Di2 구성으로 맞추고 싶다. 변속 속도와 단수를 사용자의 취향대로 세밀하게 조절할 수는 있는 점이 마음에 쏙 든다. 특히 단 수에 따라 앞 디레일러가 알아서 움직이는 오토트림 기능이 정말 좋았다. 앞 디레일러와 체인 간의 간섭 문제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라이딩에 더욱 집중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획기적인 일인가.



불알친구

당신에게 이 자전거는 어떤 존재인가_ 자전거 마니아들은 해외 장터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를 일컬어 ‘개미지옥’이라 표현한다. 그 만큼 중독성이 강하고, 또 쉽지 않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이번 로씬 타임 트라이얼 프레임을 완성시킨 것이 내가 겪은 가장 길고 큰 개미지옥이 아니었다 싶다. 클래식 마니아들은 같은 꿈이 있다. 자신의 자전거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다. 나이가 들어 자전거를 못 타게 되었을 때 아들, 딸 혹은 손자, 손녀가 창고에 있는 자전거를 보고 보물을 발견 한 듯 놀라운 표정을 지을 것을 떠올려보면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세상 어딜 가도 볼 수 없는 자전거. 변속 호환성이 지켜지는 선에서 보다 특별한 자전거를 조립하기 위해 2012년 봄에서 초가을까지 각고의 노력을 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 만큼 애정이 듬뿍 묻어 있다. 바람을 가르는 첫 경험을 선사해준 로씬 타임 트라이얼은 평생 잊지 못할 ‘불알친구’이다. - 정민수


<온로드(onroad) vol.3, 지극히 주관적인 시승기 : Editor's B-Edition>
http://baqui.co.kr/ (Bicycle Lifestyle Magazine, baqui) / 사진 : 정민철(Colon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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