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SPEED ARENBERG (라이트스피드 아렌버그) (2002)
LITESPEED ARENBERG (2002)
어떤 목적의 자전거가 필요했던 것인가_ LITESPEED ARENBERG(라이트스피드 아렌버그)를 조립하기 전 뚜렷한 개성의 풀 카본 로드 사이클과 풀-서스펜션 산악 자전거를 가지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옷 차림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자전거를 타던 시절이 그립더라. 평페달과 같이 부담 없는 구성으로 언제든 달릴 준비가 돼 있으면서 일정수준 이상의 성능을 갖춘, 한가로운 주말의 한강 라이딩에서 사진 속 피사체가 되어 줄 아름다운 몸매의 로드 사이클이 필요했다. 조목조목 되짚어 보니 ‘모든 것을 갖춰야 했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라이더: 조현수, 주행 거리: 약 1,200km, 주행 환경: 일반도로 및 자전거도로, 관리 부위: 적절한 시기에 소모품교환, 구매비용: 총 400만원, 사양: 프레임_ LITESPEED ARENBERG 2002 / 포크_ Ritchey Comp Carbon Fork 1-inch Alloy Steerer / 튜빙_ LITESPEED 3AL/2.5Va Titanium / 변속 레버_ Campagnolo Chorus 10 Speed / 앞-뒤 변속기_ Campagnolo Record / 크랭크_ Campagnolo Centaur Ultra Torque 34T x 50T / 카세트_ Campagnolo Record 12-25T / 페달_ MKS SYLVAN Stream Silver / 휠 세트_ Campagnolo Shamal 12 HPW Clincher / 핸들_ Richey Logic Classic / 스템_ THOMSON Elite X2 Road / 시트포스트_ Nitto 626 Dynamic / 안장_ fi’zi:k Arione k:ium / 헤드세트_ Cane Creek 100 Classic 1-inch Threadless
관리 쉬운 티타늄
자전거를 고르며 가장 고민했던 점_ 최우선적으로 고민했던 것은 성능이 아니었다. 프레임의 형태와 주행감 그리고 관리 편의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하다 보니 티타늄(Titanium) 프레임이 눈에 들어오더라. 하지만 아쉽게도 검색 실력의 한계인지, 내 마음에 쏙 드는 논-슬로핑(수평) 톱-튜브의 티타늄 프레임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더라. 더욱이 사이즈까지 따져보아야 하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수개월 간 삼고초려 했더니, 하늘도 감동한 것인지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라이트스피드 아렌버그를 손에 넣게 되었다.
전통 스타일을 고집하는 라이트스피드
LITESPEED 브랜드의 매력을 꼽자면_ 오랜 시간 원하는 물건을 찾아내기 위해 공을 들였더니 어느새 <LITESPEED>사의 티타늄 로드 프레임이 두 대씩이나 옆에 있더라.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편애하지는 않았다. 마린(MERLIN)이나 세븐 사이클스(SEVEN CYCLES) 그리고 무츠(MOOTS), 인디펜던트 패브리케이션(INDEPENDENT FABRICATION)의 티타늄 프레임들도 만듦새가 정말 훌륭하다 생각한다. 도리어 요즘 나오는 라이트스피드의 지오메트리가 좀처럼 받아들이기가 힘들더라. 뻣뻣하게 각지고 왜곡된 튜빙과 미끄럼틀을 타야 할 것만 같은 슬로핑의 톱-튜브는 클래식한 매력을 좋아하는 내 눈에 가시일 뿐이었다.
성능이나 라이딩 편의성을 따져본다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을 진 모르겠으나, 내가 티타늄 로드 사이클에 기대하는 것들은 그런 게 아니었다. 과거의 라이트스피드 티타늄 프레임들을 참 좋아했는데, 특히 2000년도에 출시한 하드테일 산악 자전거 TANASI(타나시)를 늘 꿈꿔왔을 정도다. 티타늄 프레임의 기술혁신을 이끌어 가는 브랜드로서 그들의 노하우와 전통은 여전히 독보적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라이트스피드의 창업자이자, 현재 린스키(LYNSKEY)사의 대표인 David Lynskey(데이비드 린스키) 씨가 만든 최신 프레임 역시 나와는 맞지가 않더라. 아무래도 나는 오래 전에 출시한 클래식 티타늄 프레임만 타야 할 운명인가보다.
소재의 특유의 매력과 부드러운 주행감
많은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부분은_ 출시 당시 ARENBERG(아렌버그)는 라이트스피드의 상급 프레임이 아니었기에 특별히 내세울 게 없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한대 더 보유하고 있는 Vortex(볼텍스)가 상급 티타늄 프레임으로서 성능을 앞세운 레이싱 바이크라면, 아렌버그는 보다 범용적인 모델이라는 생각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파리-루베(Paris-Roubaix, France)’ 대회의 코스 중 아렌버그 숲길이 있는데, 이를 모델명으로 사용한 것을 유추해 봤을 때 노면 상태 상관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엔듀런스 바이크(Endurace Bike)가 아닐까 한다. 주위 사람들은 깔끔하게 떨어지는 용접 부와, 티타늄 소재의 살아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고는 감탄사를 내 뱉는다. 또한 은빛 컴포넌트에서 다가오는 고급스러운 통일감과 단순함에 은은한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자전거의 특징을 몇 가지_ 3AL/2.5Va 티타늄 튜빙으로 완성한 로드 사이클은 확실히 주행이 부드럽고 장시간의 라이딩에도 피로가 덜 한 것 같다. 또 코블스톤(Coblestone)과 같은 거친 노면에서 전해지는 충격을 만족스럽게 걸러준다. 하지만 체중을 실은 강한 댄싱에 즉각적인 반응, 즉 순발력이 떨어지고, 어떨 때는 휘청거리는 느낌도 있어 극한의 속도를 내야 하는 레이싱 바이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고속에서의 속도유지 또한 카본 프레임에 비해 부족하기는 하지만, 내가 원하는 레이싱 감성은 속도가 아니기에 단점이 아닌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매력인 것이다.
무겁고 포크 선택 폭이 좁아
불만도 없진 않을 것 같다_ 최근 개발 출시되고 있는 티타늄 프레임에 비해 무거우며, 헤드튜브의 굵기가 1인치로 좁은 편이어서 포크 선택의 폭이 넓지 못하다는 것이 불만이다. 가뜩이나 외관적인 통일감을 부여하기 위해 크로몰리(Cr-Mo) 소재의 포크로 교체를 생각 중인데, 부식이 염려되어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다.
컴포넌트의 특성은_ 과도기적인 성향을 지닌 컴포넌트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클래식한 외관을 지녔지만 성능은 최신의 것들과 견주어봐도 전혀 손색이 없고, 관리 또한 편리하기 때문이다. 은빛깔이 유난히도 은은하고 변속기 조작이 감미로운 캄파뇰로(Campagnolo)사의 그룹세트와 12개의 스포크로 구성 된 독특한 스타일의 샤말(Shamal) 클린처 휠-세트는 최신의 샤말 울트라(Shamal Ultra)와 비교해 보아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구름성을 나타내 마음에 쏙 든다. 무엇보다 휠-세트의 변화로 자전거의 전체적인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크게 깨달았다. 하지만 경량을 추구한 설계로 인해 충격을 받았을 때 림이 좌우로 뒤틀리지 않을까 신경 쓰일 때가 있다.
여유로운 산책 같은 라이딩을 추구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 관리해왔나_ 라이딩 중에도 카메라를 꺼내 스치는 풍경과 역동적인 인물 촬영을 즐기다 보니 안정적인 자세가 무척이나 중요하더라. 그래서 스페이서를 삽입해 핸들바를 높여주었고, 90mm의 스템을 이용해 내 몸에 딱 맞는 자전거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또 회사가 가까워 자출을 많이 하는데, 토스트랩을 사용해보니 심심찮게 구두가 상하더라.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접지력이 우수한 평페달로 바꿔주었다. 정리하자면 여유로운 산책 같은 라이딩을 추구했다고나 할까? 늘 실내 보관을 습관화하고 건식 체인오일만 사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혹시 자전거를 바꾸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_ 지난 봄, 아렌버그를 처분하고 클래식 크로몰리 로드 사이클로 전향하려 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녀석과의 이별여행으로 나섰던 강변길에서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크로몰리 로드 사이클을 추가로 영입하는 것이 옳다.’고 마음이 바뀌더라. 아렌버그보다 나와 잘 맞는 찰떡궁합의 자전거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마니아가 만족 할 만한 최상의 자전거 수는 언제나 기존 보유대수 +1 이라고들 말하지 않나.
완전한 휴식
당신에게 이 자전거는 어떤 존재인가_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한가?’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자전거 위에 올라 감성 충만한 사진을 찍고 있을 때더라. 누구나 무언가에 깊이 빠져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지 않나. 녀석과 함께 여정을 떠났다는 것은 여럿이 아닌 혼자만의 여유로움을 뜻한다. 바쁘게 달려온 일상을 잠시 멈추고, 보고 싶은걸 원하는 만큼 보고 느낄 수 있는 라이딩. 라이트스피드 아렌버그는 가장 좋아하는 순간, 완전한 휴식을 함께 하기 위한 자전거다.
“제겐 멋진 카본 로드 사이클이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하지는 않죠. 멋진 것도 가지고 싶지만, 특별한 건 반드시 지니고 싶습니다. 늘 함께하고 싶다는 것이죠. 아렌버그는 제게 그런 특별함 입니다.” - 조현수
<온로드(onroad) vol.1, 지극히 주관적인 시승기 : Editor's B-Edition>
http://baqui.co.kr/ (Bicycle Lifestyle Magazine, Baqui) / 사진 : 정민철(Colon :D)
http://litespeed.com/ (Litespeed Bicy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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