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사이클 시크(CYCLE CHIC) : 단상과 시가 담긴, 고품질 도시 자전거 애호가 화보(사진집)

피아랑 2016. 11. 14. 18:58

사이클 시크(CYCLE CHIC) 미카엘콜빌레-안데르센/북노마드  평점 : 80점
음악에는 장르가 있다. 부드러운 선율이 흐르는 클래식이나 날이 잔뜩 선 록, 메탈 그리고 그루브가 끝내주는 힙합과 흥겨운 댄스처럼 자전거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부드러운 질감의 소가죽을 이용한 안장과 그립 등으로 치장한 자전거는 마치 클래식 음악 같다. 흙먼지 날리는 거친 산길을 빠르게 내려오는 산악자전거는 강력한 메탈 음악에 비유할 수가 있다. 둔탁한 비트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힙합이나 댄스 뮤직은 자전거를 패션으로 승화시킨 픽스드 기어와 같다. 이뿐만이 아니다. 각각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의 성격도 다르듯이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자전거는 많은 부분에서 우리 삶을 풍족하게 해주는 문화와 결을 같이한다.



책의 제목인 <사이클 시크>(CYCLE CHIC)는 2006년 덴마크의 도시 설계 전문가이자, 사진작가인 미카엘 콜빌레-안데르센이 처음 만든 개념이다. 도시적인 스타일링과 자전거 타기를 하나로 묶은 패셔너블한 일상 그 차제를 일컫는다. 비록 페달을 효율적으로 밟지 못해도 좋다. 짧은 치마에 높은 하이힐을 신은 건강한 허벅지를 채 빌딩 숲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여자. 깔끔한 정장 차림에 광을 한껏 낸 구두를 신고 짙은 선글라스와 포마드로 치장한 채 출근하는 남자. 문뜩 거리를 걷다 이들을 바라보면 건강하며 친환경적이고 멋있기까지 하다. 이들은 도시에서 단순히 자전거 족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저자는 자신의 블로그 ‘코펜하겐사이클시크(copenhagencyclechic.com)’에 이들의 일상을 사진으로 남겨 기록해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이 책 사이클 시크를 낸 것이다.



사실 전문 복장을 한 채 고가의 고성능 자전거를 즐기는 이들이 보기에는 자칫 자전거 타는 이들을 분류별로 나열한 의미없는 화보로 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자전거를 탄 여성들은 무척이나 건강하며 매력적이기 때문에 이 이책에서 절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자전거 탄 걸(Girl)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는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읽은 책이기보다는 보는 책으로 규정하는 게 맞다. 사진에 대한 설명도 고작 패션에 대한 이야기가 다수를 이루어서다. 출판사는 이러한 쟁점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어판에 각종 문학상을 받은 시인이자 극작가 김경주의 풍부한 문학적 표현을 양념처럼 첨가해냈다. 그런데도 사실, 개인적으로 책을 단박에 읽어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쩌면 도시 자전거 애호가들의 반복되는 패턴의 스타일을 보는 것은 지루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사업적 영감을 얻거나 선진 자전거 문화를 접해보자는 애초 의도에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래도 이렇게 고품질의 도시 자전거 애호가들의 사진을 모아 놓은 책은 아마도 시중에 없을게다. 그래서 이 책이 보다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참고로 여전히 저자의 블로그 코펜하게사이클시크에는 사이클 시크를 실천하는 이들의 건강한 모습들이 갱신되고 있다. 아무튼, 인터넷 이미지 검색을 통해 자전거 탄 멋쟁이들을 공들여 수집해 보고 있다면 사이클 시크를 집어 드는 것은 어떨까. 간간이 새겨진 깊이 있는 단상과 지면으로 보는 멋쟁이들은 디지털과는 맛이 다르다. 자전거는 아날로그이니까.



사이클 시크(Cycle Chic) (알라딘)
copenhagencyclechic.com (Cycle C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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