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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자전거는 내 삶의 일부, 자전거로 음식을 배달하시는 전원식당 김수철님의 이야기

피아랑 2016. 1. 2. 05:59

자전거는 내 삶의 일부, 전원식당 김수철님의 이야기
언제부터 백반 집을 운영 
올해로 25년째, 워낙 오래되서 이 동네 토박이들은 우리 집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야. 요 일대를 많이도 옮겨 다녔어. 처음에는 15평으로 시작해서 30평, 한창때는 42평에 직원 4명이 상주했을 정도로 번성했어. 하지만 욕심이 지나쳐서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했고, IMF가 터지는 바람에 부채를 감당하지 못했지.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뛰어들어 버릴까도 고민도 했어. 모진 풍파를 겪고 난 뒤, 비록 작은 식당을 꾸려나가고 있지만 그래도 행복해.



전원식당’이란 이름에 특별한 의미  <전원일기>(田園日記) 드라마에서 영감을 얻었어. ‘전원’이란 어감이 참 편안하고 친근하잖아. 쉽게 잊혀지지도 않고 부르기도 쉬워서 25년 전부터 <전원식당>으로 간판을 걸었지. 그래서인지 찾아오는 이들 모두 사회의 때가 덜 묻고 착한 것 같아.



과거에는 어떤 일을  아내가 아가씨 때부터 미아리에서 식당을 했어. 우연히 아내의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다가 술 한 잔하고 그러다 눈이 맞아서 결혼에 골인하게 됐지. 당시에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 결혼 후에도 직장 생활을 유지하다 퇴직과 함께 식당 일을 돕기 시작했어.





손님들이 즐겨 찾는 음식  장사가 잘 될 때는 생선구이로 유명했었지. 지금도 어르신들 대부분은 생선구이를 찾으시고, 젊은이들은 오징어볶음을 즐겨 찾아. 또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고향의 맛’이라 칭찬해. 하지만 전원식당을 떠올리면 마땅히 생각나는 대표메뉴가 없어 고민이야. 두루두루 맛있다고 볼 수 있는데, 진짜 비결은 싱싱한 재료지.



자전거 배달을 시작하신 계기
 여느 식당처럼 오토바이를 이용했었어. 그런데 국과 반찬을 포장해서 오토바이로 배달하다 보면 그릇이 쏟아지는 경우가 많더라고. 시동도 걸어야 했고 헬멧을 쓰고 벗는 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어. 게다가 머리가 눌리니 헤어스타일이 구겨졌고, 여름에는 덥기까지 하더라고. 겨울에는 미끄러워서 넘어지면 팔, 다리가 부러지니 위험했지. 결정적으로 오토바이를 6개월 만에 도둑맞아 자전거가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대체하게 된 거야.



자전거 음식배달의 좋은 점
 같은 메뉴라도 쟁반에 잘 차려서 배달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크다고 봐. 오토바이 배달은 빠르고 팔이 덜 아파 좋았지만, 철가방에서 그릇을 하나씩 내놓는 게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 밥과 반찬들이 쟁반에 가지런히 놓여있어야 비로소 백반처럼 보이잖아. 모름지기 자전거로 천천히 배달하면 음식들이 흐트러지지 않아서 좋아.



큰 쟁반을 한 팔로 들어서 배달  특별히 연습하거나 배운 것은 아니야. 쟁반을 하나씩 쌓아 올리다 보니 요령이 생긴 거야. 보통 쟁반 하나에 4~5인분 기준의 백반 메뉴를 구성해. 반찬을 가운데 놓고, 미지근한 것을 양쪽으로 놔서 균형을 맞추지. 뜨거운 밥이나 국이 쟁반 한 가운데 있으면, 여름철에 특히 자리를 못 잡기도 해서 도무지 들 수가 없어. 방법은 아래부터 무거운 순으로 쌓고, 손가락과 손바닥을 활짝 펼쳐 쟁반을 받쳐야 돼.



쟁반의 수가 많아지면 힘들어  한창 때는 20개까지 쌓아서 근방에 있는 한국체육대학교까지 배달했었어. 이제는 나이도 있고 어깨가 아파서 무리야. 특히, 뚝배기가 있으면 균형 잡기가 힘들어서 근거리 위주로 주문 받아서 걸어가. 자전거로 배달하다 상대의 과실로 쟁반을 쏟은 경우도 많아. 약속시간에 맞춰서 도착해야 하는데, 사고 유발자들 대부분이 이 동네 노인이나 어린 아이여서 잘잘못을 따져 물을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해.



자전거가 건강에 도움돼  9년 전에 종합검진을 받다 좁쌀 같은 종양이 발견되어 제거했어. 남들은 시간 내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나는 눈만 뜨면 타니까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아도 건강한 것을 미루어보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특별한 일화  자전거를 일곱 대 정도 잃어버렸어. 식당 앞에 세워뒀는데, 어린이들이 타고 가기도 했고, 심지어는 자물쇠로 잠가도 가져가더라고. ‘여자나 차는 남에게 빌려주지 말라’는 옛말이 있잖아. 나는 자전거도 한 번 빌려준 적이 없어. 특히, 어려울 때 함께 했던 자전거가 가장 기억에 남아. 지금은 잃어버려도 다시 장만 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만, 그땐 정말 속상했었어. 매일같이 바퀴 살 사이를 먼지 한 점 없이 닦아주곤 했었는데 말이야. 한 때는 자전거보다 치장한 액세서리들이 값이 더 나간 적도 있었어. 후미등과 백미러를 양쪽으로 부착하기도 했고, 참 기가 막혔지.



알아보는 사람들  자전거 위에 올라 한 팔로 쟁반을 받치고 배달하는 모습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제법 있어. <전원식당>이라는 표기가 자전거나 옷 어디에도 없는데, 기꺼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야.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같이 “자전거로 배달하는 식당 맞지요?”라고 물어봐. 주변 사람들은 묘기 대행진에 나가라 성화도 했어. 하지만 막상 TV를 보니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 엄두가 나질 않더라고



가장 힘든 부분  백반 집은 매일같이 많은 양의 설거지 거리와 일고여덟 개의 밑반찬을 만들어야 해서 노고가 만만치 않아. 내일은 어떤 반찬을 준비해야 할지, 식재료를 구매할 때는 양까지 신경 써야 해. 음식이 남으면 썩잖아. 무엇보다 남녀노소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 총 여덟 반찬이 있으면 네 가지는 마른반찬으로 하는 등 나름의 공식으로 음식 비율도 맞춰.



가장 힘이 날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 한마디가 갈수록 삭막해지는 세상 속에 따스한 위로와 힘이 되더라고. 누가됐든 편안히 배불러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첫 손님이 아직까지 잊지 않고 찾아오기도 해. 동네 주민들 모두 10년 이상 거래를 유지했지. 한 단골손님은 IMF로 어려울 때 그 자리에서 선뜻 500만원을 빌려주기도 했다고. 게다가 이웃들이 주말농장에서 재배한 채소들을 가져다 주는 경우도 있어. 나도 실컷 먹지만 손님과 함께 나누는 기쁨이 크지.



자전거란 어떤 의미  삶의 일부야. 자전거를 타고 백반 배달을 하니 삶이 영위됐어. 자전거는 늘 곁에 있어주었지. 때로는 너무 많이 사용해서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해. 앞으로도 자전거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을 것 같아. 더 늙기 전에 가족들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떠나보고 싶어.



<바퀴(baqui) vol.28, 바퀴와 사람들 : Editor's B-Edition>
http://baqui.co.kr/ (Bicycle Lifestyle Magazine, baqui)

전원식당: 서울시 강동구 성내1동 464-31 (02-471-8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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