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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클래식 자전거의 성지 시온바이크(ZIONBIKE) : Oldies but Goodies, 신하루

피아랑 2014. 9. 18. 00:26

Oldies but Goodies, 신하루
고향이 수상레저가 발달한 청평인지라 중학교 2학년 때 수상스포츠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당시 매장 사장님이 레포츠를 좋아해서 클래식 로드 사이클도 전시하곤 했다. 그 자전거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린 난, 결국 6개월을 열심히 일해 그 클래식 로드 사이클을 구입했다. 입문이 클래식이다 보니 현재 전개중인 클래식 자전거를 전문으로 하는 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서울에서 자취 생활을 하였는데, 통학용으로 자전거를 애용했다. 그러다 보니 자전거 정비에 관심이 생기더라.

처음은 자가 정비로 기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직접 구매하여 일부러 망가뜨리고 다시 고치기를 반복했다. 막히거나 사전에 알아야 할 부분은 주로 외국 웹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취득했다. 전역을 하고 나서는 곧장 아르바이트로 미캐닉 일을 시작했다. 2005년 당시 여러 일을 병행하였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미캐닉에 점차 비중을 두게 되더라.

산악 자전거 열기가 대단하던 그 시절, 대부분의 매장이 정비는 등한시 여기고 판매에만 몰두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정비를 특출나게 잘 하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겠다 싶었다. 처음에는 미캐닉 신분을 숨기고 정비에 능숙한 재야의 고수들을 찾아 다니며 공부를 했다. 부품 수리를 의뢰하여 그들의 노하우를 곁눈질로 습득하는 식이었다. 그러다 방법의 한계를 느껴 전문교육기관을 찾아가 보자 결심했다. 미국 유학길에 오를까 고민도 해보았지만, 영어보다는 우리말로 배우는 게 낫겠다 싶어 한국의 <BCI>를 찾아갔다. 그곳을 오가며 방 한편에 작은 공방을 만들어 새벽까지 정비 공부에 몰두했다.


 

평생을 일 할 수 있는 직업을 찾던 신하루는 자전거 정비에 매료되었고, 열정을 온전히 불태웠다. 세간의 주목을 받는 미캐닉으로 꿈을 이루기까지 과정은 험난했지만 열매는 무척 달았다. 성경에서 천국을 뜻하는 ‘시온’을 따서 이름 지은 그의 공방 <시온바이크>는 마침내, 클래식 자전거 마니아들의 성지로 발돋움 했기 때문이다.


 

열정이 결실로 맺기까지
교회 옥탑방 전체를 다 자전거 공방으로 개조했다. 자전거마다 종류별 정비 기술과 타는 법을 알고 싶어 모아보니 17대나 됐다. 그때 나이가 서른이었는데, 제대로 된 수입도 없어 이혼 이야기가 오고 갈 정도로 아내와 사이가 나빠지기도 했다. 결국엔 가족들 모두 자전거에 대한 나의 열정에 혀를 내두르고는 전적으로 지원했다. 덕분에 자전거와 관련된 것이면 무엇이든 자유롭고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자전거로 수입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장난 제품들을 저렴하게 매입하여 수리해서는 한 달 정도 타보고 이상이 없으면 판매하는 것을 반복하며 돈을 모았다. 그렇게 풍납동에 조그마한 공방 위주의 매장 시온바이크를 차린 거다. 사실 활동하던 동호회에서 정비 좀 하는 사람으로 명성이 있었기에 그 덕도 보긴 했다. 자전거를 새롭게 수입해서 브랜드를 론칭하는 이들에게 소정의 비용을 받고 몇 차례 컨설팅을 하면서 첫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게 차차 분해 정비 문의가 들어오면서 매장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유진바이크의 미캐닉으로 활동하며 바닥 인생을 경험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절이다. 정비 경력 4~5년차인 나를 그곳의 대표님은 신출내기라고 무시했다. 급여가 100만원도 되지 않았음에도 하루에 14시간씩 일을 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덕분에 세달 만에 팀장으로 승진하여 유진바이크에서 새롭게 오픈하는 매장들을 진두지휘 했다. 돌이켜 보면 당시의 경험이 사업을 하는데 큰 자산이 된 거 같다. 참 아쉬웠던 것은 당시 대표님이 클래식 자전거 수리를 받지 않았던 것이다. 수리를 할 때 손이 많이 가기도 하고, 교체하기에 마땅한 부품도 없어 돈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런 그의 심정을 이제는 조금이나마 알 것 같기도 하다.


 

다사다난(多事多難)
시온바이크는 공방으로 따지자면 1.5세대쯤 되겠다. 과거에도 정비를 전문으로 하는 곳은 간혹 있었다. 그들과의 가장 큰 차별화가 바로 분해정비의 정도였다. 분해 가능한 부분은 모두 세척을 하여 다시 재조립하는 과정을 인터넷에 게재했다. 손님들도 자신의 자전거가 어떠한 과정으로 작업이 되는지 알 수 있어 좋아했다. 게다가 이 작업내역들이 온라인 상으로 퍼져나가기까지 하니 홍보수단으로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덕분에 분해정비 손님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하더라.

마냥 좋은일만 있었던건 아니다. 두 가지 위기가 동시에 찾아왔다. 우선 원래 있던 작업장을 지난 2011년 9월, 지하에서 1층까지 확장했다. 그런데 계약기간이 남아 있었음에도 건물 주인이 매장을 이전하고 철거를 통보했다. 1층으로 확장한지 5개월만의 일이었다. 보증금과 같은 투자비용을 조금이라도 보상 받기 위해 1년간의 법정싸움을 벌였지만, 철저한 준비 끝에 소송을 준비한 건물주에게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고 현 매장으로 옮기게 된 어려움이 있었다.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점은 예전 지하 작업장의 누수가 워낙 심했는데, 스틸 소재의 클래식 자전거들이 손상될까봐 1년간 지하에서 먹고 자던 시절이 떠오른다. 또한 동호인들 사이에서 정비를 잘한다고 알려지니 차마 입에 오를 수 없는 소문들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을 전개하는데 있어 도움되지 않는 이들을 걸러내는 효과도 자연스럽게 보았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손님에서 특별한 인연으로
한 친구가 BB 제거를 위해 매장을 방문했다. 도저히 BB가 빠져나올 기미가 없어 작업이 힘들 거 같다고 말했더니 “아버지가 물려주신 프레임”이라며 사연을 늘어놓는 것이 아닌가. 순간 그 친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결국에는 한 달 동안 틈틈이 작업하여 BB를 말끔히 빼낸 일화가 있다. 그 친구는 이제 시온바이크의 또 하나의 가족이 됐다.

또 취미로 자전거 수집을 하시던 단골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전 세계에서 740대만 한정 판매된 콜나고-페라리 기념 모델을 시온바이크에 기증하셨다. 뿐만 아니라, 현재 내가 타고 있는 라이트스피드의 티타늄 로드 사이클 역시 그 분께서 물려주신 거다.

이 밖에도 매장 입구 한편에 걸려있는 클래식 콜나고의 이름이 ‘기증이’다. 80대 노부부가 프레임 세트를, 암 투병중인 단골 손님도 클래식 부품 몇 개를 선물했다. 감사한 마음을 표하기 위해 벽에 걸어두었더니 오가는 손님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부품을 하나 둘씩 기증하여 마침내 완성차가 됐다. 돌이켜 보면 힘든 일도 많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세월의 때 만큼 변수가 많은 클래식 정비
클래식 자전거는 제품 제원 상으로는 저가 생활 자전거 정도인데, 세월의 때가 묻다 보니 부품 호환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용기간과 부품의 상태에 따라 변수가 워낙 많아 다양한 클래식 자전거를 경험해보지 않고는 다룰 수가 없을 정도이다. 일전에 시트 튜브와 시트포스트가 고착된 손님이 있었다.

그는 이미 여러 대형 매장들에 들러 시트포스트를 빼낼 방법을 찾았지만 이렇다 할 묘책이 없었다. 결국 수소문을 통해 방문한 이곳에서 해결하였는데, 비법은 다음과 같았다. 안장과 이를 고정시키는 뭉치를 제거한 다음 커다란 몽키 스패너를 물렸다. 곧이어 프레임을 두 사람이 양쪽에서 잡았다. 이어서 시트포스트에 물린 스패너를 돌리니 우두둑 소리를 내며 자연스럽게 빠져 나왔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손님도 그제서야 감탄사를 연발하고 몹시 고마워했다.

클래식 자전거 정비에 있어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BB를 풀어내는 것이다. 특히 BB 나사산이 연질 알루미늄으로 된 경우가 많아 힘을 가하면 망가지기 일쑤다. 캄파뇰로의 구형 아테나 BB가 대표적인데, 하루 6시간을 일주일간 반복하여 고착된 부분을 조금씩 긁어낸다. 완전히 둥글게 긁어낸 다음 세밀한 드릴링 작업으로 한쪽을 빼낸다. 반대편은 백 탭을 내서 강제로 돌려 빼낸다. 주의해야 할 부분은 당연히 프레임에 손상이 가지 않게 하는 것이다.


 

클래식 정비를 위해 공구를 직접 제작
직접 제작한 공구로 정비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전문 공구는 사용률이 떨어지고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공구를 제작해 정비를 하는 편이다. 클래식 스프라켓 전용 공구의 경우 두 개의 핀이 있다. 이를 이용해 강하게 고정된 스프라켓을 풀어내려고 하면 공구가 망가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예를 들어, 체인 커터를 잘라내서 적합한 규격에 맞는 공구로 재활용한다. 사실 자작 공구도 한번 쓰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 서너 시간씩 소모되는 작업에 공임비는 2만원 정도 받는다. 이것저것 따져보면 남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한다. 이로 인해 단골이 생겨나고 매장이 알려지기 때문이다. 나의 정비철학이자 사람에 대한 투자이인 셈이다.


 

한국 자전거 업계와 문화에게 바란다
우선 자전거 업계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다. 새로운 자전거 사업을 전개하는 신생 업체 관계자들이 자전거를 많이 타보았으면 한다. 얼마 전 한 업체가 판매를 의뢰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자전거들을 가만히 살펴보니 단일 사이즈더라. 이쯤 되면 사람이 자전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자전거가 사람을 선택하게 되는 격이다. 이 같은 일이 중저가 브랜드에서 비일비재하다. 물건을 팔지 않은 매장이 유통사의 입장 해명을 해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매장들 역시 판매를 위해 스템의 길이를 줄이고 안장을 낮추면 된다는 식으로 고객들을 현혹시킨다. 잘못된 정보로 자전거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건강한 자전거 생활을 즐기고 싶은데,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둘째로 대한민국 자전거 문화에 바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술직을 천대하는 경향이 있다. 정비 손님들 대부분 이것저것 주문사항이 많다. 사실 정비내역을 따지고 보면 상당한 분량이다. 미캐닉들이 간단히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 만큼 숙달되어서다. 그런데 그것을 보고, 공임이 비싸다고 논하는 것은 섭섭한 부분이다. 가까운 중국만 해도 한국보다 공임이 비싸고, 미국은 간단 정비에도 100달러가 넘는 경우가 많다. 한편, 구력이 쌓인 동호인들은 자가 정비를 하는 이들이 많다. 또, 그 만큼 동호회 내에서 영향력이 생긴다. 이들과 어울리는 라이더들은 미캐닉의 조언보다 영향력 있는 동호인의 말을 신뢰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매장 사람들의 조언을 상업적인 멘트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어 아쉽기만 하다.

또 자신이 궁금한 사항들에 대해 방문상담을 요청하면, 나는 상담비용을 청구 할 때가 있다. 온전히 그 사람을 위해 한 두 시간씩 정성껏 할애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들은 “정비는 하지 않고 말만 했는데 왜 돈을 받냐?”고 되묻곤 한다. 따지고 보면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진료비를 내는 것과 같다. 미캐닉은 정비를 할 때는 자전거 의사이고, 피팅이나 자세 교정을 할 때에는 트레이너 역할도 한다. 구매나 조립 상담을 할 때에는 컨설턴트이기도 하다. 이러한 부분들을 헤아려주었으면 한다.


 

사람이 우선이다
자전거 미캐닉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정비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오른쪽 무릎이 너무 아픈 사람이 정비를 받으러 왔다고 치자. 그 사람을 관심 있게 지켜보지 않았다면 통증에 대한 사실은 알지 못할 테고, 그에 따른 라이딩 스트레스 역시 헤아리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분명 정상적인 정비를 했음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돼 미캐닉으로서의 자질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자전거 정비도 시간과 노력을 많이 기울이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비 후 반드시 테스트 라이딩을 해야 한다. 정비 스탠드에서는 분명 트러블이 해결되었는데, 시간이 지나 같은 문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고 자전거를 정말 좋아해야 한다. 일과 돈만으로만 가치를 따진다면 훌륭한 미캐닉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온로드(onroad) vol.3, Mechanic Blues : Editor's B-Edition>
http://baqui.co.kr/ (Bicycle Lifestyle Magazine, baqui)

http://zionbike.co.kr (시온바이크, 서울특별시 송파구 풍납동 497번지 A빌딩 지하1층 | 070-4133-7918)

관련 문화평
자전거 그냥 즐겨라 (JUST RIDE) : 자전거를 재미있게 타는 88가지 방법 (2014, 그랜드 피터슨)
로드 바이크의 과학 : 사이클의 원리를 알면 자전거가 더 재미있다 (2009, 후지노 노리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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