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속살 : 자전거로 도시를 누비며 속살을 들춰 남은 사진으로 남긴 글
도시의 속살 김대홍 지음/포토넷_ 평점 : 75점
어렷을적 내가 살던 동네 어귀에는 도랑물이 흘렀는데 그곳에는 도롱뇽, 개구리, 소금쟁이 등 다양한 생명이 살았다. 그러나 그 도랑가는 이내 동네 도로를 늘린다는 계획 하에 복개천이 되어버렸다. 그 도랑은 흘러 하류에서는 하천이 되었는데 그곳 또한 복개천이 됐고 복개 공사를 하고 있을 때 동네 친구들과 함께 도랑 탐험대를 결성하여 라이트를 들고 장화를 신고 탐험을 하던 기억이 난다. 내가 이 이야기로 시작을 여는 것은 어느 곳이든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추억과 변화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김대홍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삼각형이라고 불리는 접이식 자전거 ‘스트라이다’를 타고 대중교통과 연계를 해가면서 한국의 도시와 마을 20곳의 감춰진 속살을 들춰낸다. 도시도 우리 내 삶과 같다. 한때는 눈부시게 화려한 시절이 있었고, 아픔이 있으며, 쇠퇴기가 있다 그렇게 도시는 태어나고, 자라며, 성숙하고, 나이 든다. 도시의 속살은 역사 기행이기도 하면서도 에세이기도 한 크로스오버적인 성향이 강한 작품이다. 하나의 도시가 성장한 배경 등의 뒷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나의 문화 유적 답사기’를 읽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할 정도로 역사에 많이 치우쳐 있는 게 개인적인 아쉬운 점이긴 하나.
더 알고 싶어지다
저자의 기획 의도나 관심사가 아무래도 그러한 부분을 많이 생각하지 않나 추측할 수 있다. 다른 이들의 서평을 읽어보아도 이러한 의견을 표출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책의 구성상 역사외의 도시의 듣기 힘든 진부하지 않은 담백한 뒷이야기를 전반적으로 앞쪽에 배치해 책 읽는 재미에 빠지게 하고 마무리 파트인 ‘도시 곱게 나이 들다’에서 역사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니 책을 덮을 즈음에서 몰입도가 많이 떨어지는 면이 있단 것.
카메라 자전거와 기행을 떠나긴 하지만 도시의 속살에는 카메라 그리고 자전거가 없다. 사실 자전거 이야기는 끝맺음에나 볼 수 있고 카메라로 담은 사진들은 대부분 글로 풀어놓거나 조그마한 스냅 샷이 전부이기 때문에 저자 김대홍 자신의 주관적인 도시 느낌보다는 객관적인 시점의 시선 강한 본 작품을 읽다보면 잔재미가 덜하다는 것 또한 크나큰 아쉬움이다.
카메라, 자전거와 떠나는 우리 도시 20이라는 부재처럼 자전거와 사진을 책의 전면에 배치하였다면. 자전거 이야기는 몰라도 좀 더 양질의 깊이 있는 사연이 있는 사진의 비중이 더 높았더라면 (분명히 보충 사진이 많긴 하나 무언가가 싱겁다.) 잔재미와 독자들이 그 사진을 보고 장소를 기억하거나 책과 함께하는 여행을 하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무엇이 어찌됐든 ‘도시의 속살’을 읽으면 저자가 가본 도시들을 가보고 싶어지고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관해서도 알고 싶어진다.
도시의 뒷 이야기들
여행과 기행의 절묘한 조화 그리고 도시와 역사가 어울린 본 작품을 읽다보면 천천히 답사를 하지 않으면 알지 못할 곱게 나이든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서나 들을법한 삭힌 이야기들을 알 수 있단 것이 ‘도시의 속살’의 가장 큰 매력이다. 좀 더 색다른 컨셉의 에세이를 한번 접해보고 싶다면 도시의 속살은 당신의 기대의 충분히 부흥 할 수 있는 작품이나
나처럼 어렷을적부터 국사와 같은 옛 이야기를 다룬 과목을 싫어했던 사람이라면 몰입이 힘들어질 수도 있을게다. 도시와 어울리는 카메라로 흔적을 남긴다. 그 사진들을 되짚어 보며 자전거로 다녔던 장소들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문자화 시키는 저자 김대홍을 잠시나마 떠올려 본다. 두 바퀴를 타고 카메라를 들춰 메고 도시 구석구석을 음미하는 여유롭고도 건강한 모습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