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부부의 유라시아 자전거 여행 : 거침없이 방황하고 뜨겁게 돌아오라 - 더 뜨거웁게

거침없이 방황하고 뜨겁게 돌아오라 이성종&손지현 지음/엘빅미디어  평점 : 86
캐나다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째 되지도 않는 날 오랫동안 책장에 꽂혀있던 책 하나를 발견했다. <거침없이 방황하고 뜨겁게 돌아오라>다. 지금 이때처럼 이 책명이 내 이야기 같았던 적이 없었다. 내겐 지난 2년이 참으로 숱한 노력과 눈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치 내 이야기 같은 책 한 두 쪽을 넘겨보니 저자의 자필 사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See you in Canada(캐나다에서 만나자)라는 메시지. 그때는 그랬다. 한 치 앞이 불투명했던 나날들, 이제 그때 목표했던 것들을 어느 정도 이루고 났더니, 내 나름대로 거친 방황을 마치고 뜨겁게 돌아왔다는 안도와 다가올 불투명한 미래를 실감했다. 이왕 책장을 펼친 김에 이들의 유랑기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불과 하루 만에 완독을 한 지금. 왜 이들이 이렇게 무거우면서도 뜨거운 문구를 책의 제목으로 사용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됐다.



여담이지만 이들의 신간이 나올 즈음 공동저자인 손마담(손지현)과 연락을 간간이 주고받았었다. 그녀는 출판사에서 전달해준 표지 시안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고 있었는데, 내게도 그 주제에 관한 조언을 구했었다. 사실 나는 그때 이 책의 캘리그라피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다 읽어보니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거침없이 방황한다는 문구에 걸맞은 캘리그라피여서다. 하지만 독자들은 완독 전에 책을 구매한다. 대충 내용을 훑어보거나 출판사에서 정리해놓은 간략한 소개 글 등의 정보로 구매 여부를 결정한단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책의 표진 상당히 중요한데, 사실 실구매층 독자를 잡아 끌기에는 표지 글자체가 주목도가 여전히 떨어지지 않은가라는 개인적인 의견을 고집해본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동갑내기 부부는 자전거 여행에 관심이 있어야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제법 깊은 내공의 소유자들이다. 이미 이들의 결과물인 ‘책’도 이번 편을 포함해 3권이 될 만큼이니 말이다. 이들 부부는 내 친구이기도 한데, 자신들의 여행 철학에 대한 자부심이 늘 대단했다. 언제나 믿음직하면서도 자기 주관이 뚜렷한 이대장(이성종)과 귀여우면서도 어느새 대한민국 아줌마가 다 되어버린 오지랖 넓은 손마담은 이번 여행에서 비로소 내가 만나보았던 그들의 캐릭터가 완성되었다는 것을 완독 후 알 수 있었다. 전 작에서의 이들 부부의 여행기가 젊은이의 패기와 열정이 가득 담긴 날 것의 매력이 있는 모험기였다면, 이번 <거침없이 방황하고 뜨겁게 돌아오라>는 어느새 결혼 5년 차가 훌쩍 지나버린 이들 부부가 현실 삶을 마주하는 성찰기라 감히 말하고 싶다.



이혼 위기를 겪으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나 또, 여행지에서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이 책을 쉬지 않고 읽어내리게 하는 마법의 주문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터키, 아르메니아, 이란,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에 이르는 유라시아 여정이다. 이들 제3의 국가들은 한국인으로서의 출입이 쉽지 않기에 다른 여행기에서는 볼 수 없는 귀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다. 게다가 아름다운 풍경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 생생하게 잘 묘사해 읽는 내내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의 요동도 쳤었다.

동갑내기 부부 자전거 여행기에는 항상 여행 팁도 빼먹지 않고 부록으로 수록하고 있는데, 이번 작 역시 마찬가지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각국의 바자 정보까지 알짜배기들이었다. 또 이들의 발자취 아프리카 편과 워킹 홀리데이(호주, 뉴질랜드) 편을 읽어본 나로서는 작가로서의 이들의 필력도 점차 향상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중견 가수의 최신 앨범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여행기를 선택할 때 어떤 이들은 여행지의 정보 취득을 위해 혹은 일어난 다양한 꺼리나 저자의 감정변화들과 같은 소소한 재미에 이끌리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요소들을 두루 갖추었다고 볼 수가 있다. 앞서 발매된 책 두 권을 이미 읽은 독자 즉, 이들의 팬이라면 동갑내기 부부의 내면 성장에 함께 기뻐하는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http://coupletourist.com (동갑내기 부부의 세계로 가는 자전거 여행)
거침없이 방황하고 뜨겁게 돌아오라 (알라딘)

관련 자전거
PELIZZOLI, AQUILA DELL’EST 686 (2011)

관련 문화평
동갑내기 부부의 워킹홀리데이 자전거 여행 : 호주 & 뉴질랜드 (2011, 이성종, 손지현)
동갑내기 부부의 아프리카 자전거 여행 : 떠나고 싶다면 이들처럼 (2010, 이성종, 손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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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얼음 위를 건너는 법 (Cycling Home from Siberia) (2009, 롭 릴월)

관련 용품들
B&W 항공기용 바이크 박스 (B&W International Bike Box)
티레벨 허큘러스 확장형 45L 백팩 (T-LEVEL Hercules 45L Expandable Backpack)
티레벨 인피니티 롤탑 43L 백팩 (T-LEVEL Infinity Roll-Top 43L Backp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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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헤드락' 자전거 휠, 안장 + 싯포스트 도난 방지 스큐어 락 (Pinhead Lock : 3 Pack Lock)

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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