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닝] SCOOMA (1982) : 모터바이크를 연상케하는 일본의 접이식 미니벨로 스쿠마

SCOOMA (1982)
일본 스쿠마(SCOOMA)사의 이 접이식 하이텐강 미니벨로는 마치 모터바이크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핸들포스트와 매우 단순한 프레임 접이 구조를 하고 있다. 특히 클래식한 외관에 비하여 가격이 매우 경제적이고, 국내에서는 쉽사리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희소가치를 가지며 튜닝 마니아들의 갱생 욕구를 자극한다.


 

하이텐강 특유의 단단함과 미끈한 질감이 느껴지도록 시트포스트, 핸들포스트와 같은 프레임의 상단부는 크롬 도금처리를 하였다. 반대로 구동 부품들이 장착되어 있는 프레임의 하단부에는 고급스러운 붉은 빛으로 치장하여 절제되어 있는 화려함을 뽐냈다. 또한, 보다 나은 성능의 부품들로 업그레이드하여 발군의 달리기 성능을 도모했다.


 

두 바퀴 위에 올라 페달을 굴리는 것 보다, 두 손으로 직접 드레스 업과 성능을 더하는 작업에 성취감을 느낀다는 진현수 씨는 “자전거는 평범한 삶의 일탈”이라며 수줍은 속내를 내비쳤다. 이어 그는 “명품 미니벨로의 대명사인 몰튼(MOULTON)에 자신만의 개성을 흠뻑 담아 보고 싶다.”며 자전거 튜닝 마니아로서 앞으로의 계획을 덧붙였다.


 

스쿠마의 매력은 무엇일까?
스쿠마는 판매가 중단 된지 오래되어 상태가 양호한 물건이 흔치 않다. 국내에서도 한두 대의 극소량만이 몇 해에 걸쳐 장터에 모습을 드러낼 정도이다. 나의 경우 해외 웹사이트에서 클래식 미니벨로를 검색하다 스쿠마라는 자전거가 있단 걸 알게 되었다. 특히나 양 갈래로 뻗어 나온 웅장한 핸들포스트가 인상적이었고, 16인치의 작은 바퀴를 지녔지만 날렵하면서도 중후함이 느껴지는 프레임 형태가 묘하게 매혹적이었다. 플라스틱 휠에 변속기가 없는 저가 자전거의 전형적인 구성과, 완성도 역시 떨어져 갱생 욕구가 불타올랐던 것이 매력이었다. 또한, 시트포스트의 상단부가 뒤쪽으로 제법 많이 꺾어져 편안함 승차감을 선사한다.


 

게다가 접이식 미니벨로의 대표주자인 브롬톤(BROMPTON)에 비해서도 부족하지 않은 접이 방식은 무척 간편하다. 몸 중심부를 눌러 핸들을 잡고 뒤로 당기면 접혀버려 휴대면에서 단연코 가격대비 최고이다. 반면에 태생이 저렴한 생활 자전거이다 보니 용접부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또 양 갈래의 핸들포스트가 얇고 긴데다 높낮이 조절이 불가능해 핸들링이 미세하지 못하다. 결국, 아쉬운 부분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스쿠마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희소성 때문이다.


 

튜닝 비용과 내역이 궁금하다.
준비기간만 6개월에, 전체적으로 약 100만원이 들었다. 국내에서 유일무일 한 스쿠마 튜닝인데, 순정에 가까운 스쿠마를 구입하기 위해 정보를 물색해보니 대만 스쿠마 마니아들의 활동이 가장 활발하더라. 하지만 순정 상태의 스쿠마는 쉽사리 찾을 수가 없었으며 가격 역시 100만원대로 비쌌다. 일본으로 눈을 돌려 알아보니 20만원대의 순정 스쿠마가 매물로 등록되어 곧장 구매대행을 했는데, 운송료를 포함해서 40만원 정도 쓴 것 같다. 변속기는 다양한 코스를 편안하게 누비기 위해 9단의 입문형 로드 사이클 구동계인 시마노 소라(SHIMANO SORA)를 10만원 선에서 해결했다.


 


휠 세트와 크랭크 세트는 키네틱스(Kinetix)의 OEM 브랜드인 라이트프로(Litepro)에서 제작판매 하는 것이다. 불현듯 기다란 핸들포스트와 순정의 두꺼운 타이어를 떠올려보면 모터바이크를 콘셉트로 한 접이식 미니벨로가 아니었을지 짐작해본다. 페달은 스트라이다(STRIDA)에 주로 쓰이는 접이식 알루미늄 페달로 선택했다. 접이 시 발판이 양 갈래로 벌어지는 형태이고, 힘 전달력과 생김새도 좋아 마음에 든다. 전조등은 클래식한 생김새가 눈에 차 4천원에 구입했다. 성능은 한강에서 존재감만 알릴 정도로 미천하다. 조목조목 따져보면 갱생에 기본이 되는 주요 부품들을 모두 대만에서 공수하였다. 물건 값이 워낙 저렴하고 종류도 많기 때문인데, 자전거 튜닝을 즐기는 이라면 대만 시장을 주목하길 바란다.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나?
색을 벗겨내기 위해선 장착되어 있는 부품을 모두 탈거하고 리무버를 이용해야 한다. 이때 용액이 피부에 닿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이어서 사포질을 하는데, 수양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정신건강에 좋더라. 또한 순정 상태의 브레이크 캘리퍼가 워낙 오래된 방식이어서 롱-리치 듀얼 피봇 캘리퍼로 교체하는데 시행착오가 많았다. 특히 뒷브레이크의 경우는 판매되고 있는 브레이크들 모두가 호환되지 않아 BB쉘에서 체인스테이로 이어지는 부분에 브레이크 포스트에 알맞는 스틸 파이프를 덧대어 용접해주었다. 그랬더니 브레이크 패드가 림에 닿더라.

 


내가 구입한 스쿠마는 싱글기어라서 케이블 가이드가 한쪽 밖에 없었다. 때문에 변속기를 장착할 때 이어질 케이블들을 깔끔히 처리할 방법을 모색했다. 문득 케이블 가이드를 반대편에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떠올라 변속 케이블보다 조금 더 굵은 파이프를 구하여 잘라낸 후 용접했다. 또 1차 갱생 후 라이딩을 했을 때 순정 시트포스트가 너무 짧아 마치 어린 아이가 자전거를 탄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상단부가 뒤로 치우친 기다란 시트포스트를 찾아보니 도무지 구할 수가 없었다. 묘책으로 매장에서 프레임 구경에 맞는 시트포스트를 구입하여 잘라낸 다음 순정 시트포스트에 전기용접으로 이어 붙였다. 스쿠마에 알맞은 기성품들을 구하기 쉬웠다면 이러한 작업들은 필요 없었을 텐데,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다보니 갱생 기간이 길어졌던 것 같다.


 

핸들포스트를 잡아주는 장치가 독특한데?
양 옆으로 올라온 핸들포스트 사이에는 마땅한 고정대가 없어 주행감이 불안정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만인들의 스쿠마 갱생 사진을 살펴보니 핸들포스트 사이에 지지대를 만들어 놨더라. 이 지지대를 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또 직접 만들었다. 본래의 용도는 건설현장에서 케이블을 양 옆으로 연결하여 장력을 조절해주는 장치이다. 이 장치의 양 끝 고리 중 한 모퉁이를 잘라 핸들포스트를 접을 때 지장이 없도록 했다. 또한 반대편은 늘 고정이 되어 있도록 한 다음, 핸들포스트에 고리 장치를 용접하여 이어 붙였다. 덕분에 라이딩 시 안정감이 좋아졌다.


 

도색에 대하여 할 말이 많을 거 같은데.
브롬톤을 도색한 적이 있었다. 값비싼 자동차용 래커로 작업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도료가 떨어져 나가더라. 그래서 한통에 2만 6천원짜리 고강도 래커를 스쿠마에 사용하기로 했다. 총 3통 정도 썼으니 10만원 정도 든 셈이다. 부품을 모두 탈거 한 상태에서 프레임만 도색했고 마스킹을 하지 않아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도색 노하우는 ‘절대 급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른 이들이 1m 거리에서 래커 한 통을 다 사용할 동안, 나는 두 세통을 쓴다고 보면 된다.


1m 보다 더 먼 거리에서 골고루 분사해주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며 건조한다. 이렇게 하면 도료가 흘러내리거나 뭉치지 않는다. 다음 작업은 표면을 건조시킨 후 클리어를 올리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도막을 형성하는 클리어 작업은 굉장히 오래 걸리고 보호필름을 붙였다가 땠을 때 도장까지 함께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해결법으로 클리어 작업을 하지 않고 투명 래커로 마무리 해준다면 훨씬 높은 완성도를 더할 수 있다. 도색은 시간 싸움인 것을 잊지 말자. 시간 여유를 충분히 가지고 임했으면 한다.


 

크롬 도금은 어떻게 작업 했나?
장식 도금의 경우 반짝임이 매우 돋보이나 비용이 비싸며 소량은 작업을 해주지도 않는다. 반대로 공업 크롬은 저렴하고 소량 작업도 해주어서 마음에 들었다. 기간은 한 달 정도 걸렸는데, 크롬 도금에 대한 공부를 더하고서 작업을 의뢰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크롬 도금을 하기 위해 도료를 벗겨낼 때 사포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크롬 도금은 도막이 강한 반면, 표면이 굉장히 얇다. 때문에 표면이 조금만 거칠어도 결과물이 좋지 못해 샌드 블라스터와 같은 전문 기구로 표면을 고르게 만드는 게 관건이다.


 

나만의 관리법이 있다고?
라이딩이 끝나면 바퀴와 시트포스트 등을 분리하여 골고루 닦아준다. 다음 라이딩에 지장이 없도록 완벽히 준비를 해놓아야 마음이 편해서다. 자전거 정비는 특별히 배우지 않았지만 어떠한 물건이 있으면 분해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정비 기술을 익힐 수 있었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분해를 할 때 사진으로 기록해두는 편이다. 덕분에 처음 보는 물건도 별다른 사고 없이 분해 조립을 해왔었던 것 같다. 스쿠마의 경우 일본에서 올 때부터 직접 분해하여 조립했기에 어떤 곳에 어떤 부품이 장착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접이가 이루어지는 힌지를 깨끗이 청소하고 구리스를 듬뿍 도포하여 미세소음을 방지하는데 중점을 두고 관리하고 있다. 또한 배관에 두르는 마감재를 이용하여 접이시 톱튜브에 상처가 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였다.


 

오랜 시간 공을 많이 들였는데 아쉬움은 없는가?
갱생이 완료됐음에도 16kg의 무게가 아쉽다. 좀 더 가볍다면 접이 상태에서 운반이 쉬울 텐데 말이다. 크랭크 세트도 보다 좋은 것으로 교체하고 싶다. 그런데, 스쿠마의 태생이 저가 자전거이다 보니 호환되는 External Cup Type BB(BB 쉘 외부에 베어링 컵이 장착되는 BB)가 없더라. 지금 사용하고 있는 4각 BB도 여러번의 시행착오 끝에 알맞은 것을 찾은 것이다. 또한 현재의 모습이 지겨워지면 단색이 아닌 화려한 그러데이션 처리를 한다거나 프레임 각 부위별로 색상을 다르게 해볼까 한다.


 

자전거 갱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우선 갱생을 목표로 한 순정 자전거의 기본 부품들이 온전히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오래되고 대중화되지 않은 자전거일수록 마땅한 부품과 정보가 없어 작업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누군가 갱생을 마음먹고 있다면 웬만해서는 말리고 싶다. 모든 작업들을 일일이 신경 써야 한다. 또한,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예상보다 훨씬 많이 금전이 든다. 원하는 모습대로 작업이 완료됐을 때 뿌듯함만큼 시간이 소모되고, 스트레스도 많이 쌓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갱생을 하겠다면 남이 하지 않은 것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반드시 맛보기 바란다. 세상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자전거. 남들과 모양은 같을 수 있지만 색상이나 그 외에 모든 것들이 오직 나를 위한 맞춤형이니까 말이다.



<바퀴(baqui) vol.27, Before & After : Editor's B-Edition>
http://baqui.co.kr/ (Bicycle Lifestyle Magazine, baq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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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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