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자전거 정비문화의 리더 : 사단법인 한국자전거미캐닉협회 '이상훈' 회장 인터뷰

자전거 업종에 종사하고 싶다면
햇살 좋은 7월의 주말 한강의 자전거 도로는 ‘바퀴’를 굴리는 이들로 넘쳐났고 햇살은 뜨거웠다. 그렇게 도착한 양평동에 위치한 바이크 아카데미에서 그를 만났다. 곱슬곱슬한 머리에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인 그가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가끔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기도 웃음꽃을 피우게도 했다.

수준 높은 자전거 정비 기술 전도사에서 이제는 한국 자전거 미케닉들의 권익과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자전거 기술인의 정당한 대우에 힘쓰는, 자전거 정비 교육기관 ‘바이크 아카데미’의 대표이자 행정안전부 소속 ‘사단법인 한국미캐닉협회’ 회장 ‘이상훈’씨를 만나 그가 대중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마음껏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한민국의 자전거 관련 업종에서 종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본다면 유익하고 재미난 시간이 될 것이다.


 

Q. 만나뵈서 반갑습니다.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게 된 계기가 있으실 텐데요?

A. 누구나 그렇듯이 자전거와의 인연은 어렸을 때의 추억과 연결되어있습니다. 중학교 시절 아버지가 사주신 싸이클로 (당시 어머님의 반대가 심했던 걸로 기억) (웃음) 동네를 돌아다니며 자랑하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만 해도 흙길이 많아서 펑크가 나면 자전거포에 끌고 가 펑크를 때우는 모습을 지켜본 적도 많았습니다. 시험 기간 독서실에 타고 가서 분실된 이후 럭셔리 한 자전거와의 인연은 더 이상 없었습니다.

흔치 않은 자전거였기 때문에 동네를 돌아다니면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방과 후에 동네 담벼락을 기웃거렸지만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그 사건 이후 자전거 분실에 대한 분노, 아버지의 꾸지람 등이 섞이면서 남의 자전거를 훔칠 계획을 세우기도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30대가 되면서 여의도에서 아내와 가끔 타던 자전거가 점차 운동으로 발전하면서 자출족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약 40분 거리의 출퇴근 시간동안 한강의 풍광들이 사계절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자전거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Q. 양평동까지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세요. 자출을 하면 어떤 점이 좋나요?

A. 자출의 유익함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하지 않아도 되고 교통제증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기름 값 굳어서 좋고 무엇보다 한강의 풍광을 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창릉 천에서 시작해서 방화대교, 가양대교, 성산대교, 양화대교까지의 자전거길이 상당히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Q. 로비에 자전거가 참 많은데요. 현재 굴리고 계시는 바퀴(자전거)들 소개 해주세요.

A. 출퇴근에는 주로 로드차를 이용하게 되는데 윌리어(Wilier), 후지(Fuji), 스캇(Scott) 등이 있습니다. 교육 교재용으로 구입하거나 기증받은 것들인데 다양한 자전거를 접해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산악용으로는 캐논데일 러쉬(Cannonedale Rush), 메리다(Merida) 프레임의 조립차 등이 있습니다. 올마운틴에는 러쉬 프레임에 폭스 탈라스 서스펜션(FOX TALAS Suspension) 를 장착하고 다닙니다. 완성차를 타기도 하지만 대부분 부품을 이것저것 섞은 조립차가 더 많군요.




Q. 자전거 미캐닉 분야에서는 조예가 깊으신데, 아주 좋은 자전거를 타시는 것 같지는 않으세요.

A. 좋은 자전거의 기준이 최근에는 가격적인 부분으로 거의 굳어진 듯해서 씁쓸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 만큼의 값어치를 하기는 합니다만 그것은 경기력에 영향을 받는 프로 선수들에게 해당되는 경우일 듯 싶습니다.  또한 아마추어 이면서도 준 프로의 경기력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자전거인의 경우 보다 경량화 되고 정교한 부품에의 관심이 가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보통의 자전거 생활을 즐기는 일반인의 경우 고가의 부품보다는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의 관심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 자전거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타는 즐거움에 의미를 둡니다. 얼마짜리 자전거가 아니라 나에게 자전거란 무엇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자전거를 타는가?



Q. 하시던 일을 관두고 자전거 쪽 일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왜 하시게 됐나요?

A. 전자공학을 전공해서 IT업계에 첫 발을 내밀긴 했지만 공학 엔지니어로써 큰 보람을 느끼진 못했습니다. 이 후 사업기획, 마케팅 분야로 관심을 갖고 일을 하면서 사업이 구성되고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벤처기업으로 옮길 당시 자전거로 출퇴근 하면서 이직을 결심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벤처분야에서의 어려움을 통해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몸소 체험했습니다.

직접 회사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처절하게 느낄 당시 자전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늘 타고 다니던 자전거가 제2의 인생으로 출발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인 거죠. 사실, 당시의 상황이 돌파구를 찾던 시기였기 때문에 자전거가 정말 좋아서 라기 보다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자전거를 선택했습니다.



Q. 자전거 전문 매장 ‘바이크루즈’를 설립하셨습니다. 샵을 운영하시다가 관두신건가요?

A. 사실, 처음에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자전거 샵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법인형태로 출발을 했습니다. 이 후 동업관계의 어려움으로 변화를 겪게 되면서 방향 수정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정비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나와 같은 생각으로 출발한 사람들의 상황을 돌이켜 보며 교육 사업까지 생각하게 된 겁니다.



Q. “자전거 정비학원을 할 겁니다.” 했을 때 주위의 반대도 있었을 텐데요.

A. 사실, 반대보다는 그게 뭔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자전거가 교육할게 뭐가 있냐고요.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은 전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저도 자전거 매장을 시작할 때 정비의 중요성을 거의 모를 정도 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가능성이 더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모르는구나 내가 빨리 알려야겠다.....


 

Q. BBI 과정을 수료하셨습니다. 그곳 소개와 교육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 올해로 설립 36년이 되는 미국의 자전거정비 교육전문 기관입니다. 미국 내에 유명한 자전거정비교육기관으로 두 곳이 있는데 다른 한 곳은 UBI(United Bicycle Institute) 입니다. BBI는 바넷 매뉴얼이라는 자전거정비 분야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다른 나라에서도 번역본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그 내용이 방대합니다.

미캐닉의 기초에서 부터 서스펜션 까지 총 4권, 약 2500페이지가 넘는 정비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BBI에서 강조하는 중요한 철학중 하나는 “훌륭한 미케닉은 항상 똑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입니다. 자전거는 과학적이기 때문에 원칙과 매뉴얼에 입각한 정비과정을 거친 결과물은 항상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또한 자전거 정비의 매력입니다.

최대 16명이 한 번에 수강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3명의 강사가 수업을 진행합니다. 바넷은 교육을 주관하지 않고 매뉴얼의 업데이트와 신제품의 테스트, 공구제작 업무만 담당 합니다. 가끔 교육장 앞에 있는 꽃밭을 가꾸기도 하구요……(웃음)
 
교육과정은 BRO(Bicycle Repair Overhaul), 피팅, 서스펜션, 샵 매니지먼트, 휠 빌딩 등으로 구성되어있고 모든 과정을 수강하기 위해서는 약 3주가 필요합니다. 숙박은 교육장 옆의 Lodge(BBI에서 운영)에서 해결하는데 교육생의 경우 할인혜택이 있습니다. 콜로라도가 로키마운틴 산맥을 따라서 형성된 곳이기 때문에 Red Rock Mountain 등 유명 관광지입니다. 한인교포가 운영하는 모텔도 있으나 거리가 멀어서…….


 

Q. 미국 콜로라도 BBI 수료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일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A. 고등학교 영어교사인 할머니 한 분. 미국 대륙 동-서 자전거 횡단 목표를 세우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자전거 정비 교육을 받는 것. “혹시 자전거를 타고 가다 문제라도 생기면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고…….” 한국을 대비해서 생각해 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 나이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자전거가 웬 말.그렇다 치더라도 정비는……. 그냥 동네 자전거포(웃음)에 가서 해결하면 될 것을…….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을 확인해 본 시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의 불허하더라고요.

A. 플로리다에서 선장 질을 하는 할아버지……. 비싼 돈 주고 자전거를 샀는데 정비하러   다니기 멀어서 본인이 직접 정비하려고 왔답니다. 위의 할머니와 동급.

A. 텍사스 출신의 아저씨. 부시와 동향이라는 이 양반, 고집이 장난 아닙니다. 바로 다음에 강사가 설명할 내용을……. 수업시간에 궁금한 게 있으면 꼭 물어 봐요. 바로 다음에 매번 반복되자 교육생들은 포기 했어요.

A. 캐나다에서 온 청년. 샵에서 미케닉으로 근무하는데 샵 이름이 사무라이(Samurai)……. 그냥 이름이 그렇다네요. 다운힐 선수로도 활동. 귀국 후 이메일 보냈더니 스페인에서 열린 다운할 경기에 참여중이라며 다음에 보자고……. (허탈)

A. 30대 후반의 뉴욕출신 워렌……. 다니던 직장 관두고 자전거 미캐닉을 취업하려고 수강 40대 중반의 외모로 인해 취업걱정이 되던 친구였어요. 레드락 마운틴 라이딩때 그 친구가 헬멧을 빌려 주었는데 선 바이저를 깜빡하고 돌려주지 못해서 뉴욕에 갈 기회가 되면 꼭 돌려주기로 했어요. 뉴욕에 꼭 가봐야 하는 이유 생겼어요. (웃음)


 

Q. BBI의 교육이 모두 영어로 이루어질 텐데 애로사항이 없으셨는지? 영어를 잘 하시나봐요.

A.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동안 영어를 붙잡고 살았는데 그 정도는 하지 않나요?  중학생 시절부터 봐온 비디오(불법) 덕분에 상황에 따른 내용파악은 때려잡아도 90% 이상의 확률, 취업대비 토익시험 준비하면서 800점대를 웃도는 점수로 득의양양 했으나 직장에서 미국 애들 만나고 술 먹고 하면서 단어 몇 개로 두어 시간 때우는 법을 통해 제2외국어 날로 먹었습니다. 회사 업무상 해외출장의 복을 타고나 항공 마일리지 좀 쌓았죠.(제주도 동료 결혼할 때 마일리지로 다녀왔어요.) 구어체 영어는 3형식 문장만 잘 알아들으면 굶어 죽지 않음. 그리고 미국인 입장에서 외국인을 대하면 쉬운 말로 풀어줘요.



Q. BBI 수료중 가장 힘든 교육과정이 있었다면 어떤 과정 이었나요?

A. 개인적으로 샵을 운영하다 갔기에 왠만한건 섭렵했고. 체인라인이라는 과목이 있는데……. 이게 체인의 위치에 따른 상대적 값을 측정하는 과정이라 쫌 헤맸어요. 게다가 잘 사용하지도 않는 BB(Bottom Bracket) 를 종류별로 계산을 하래니……. 과정별로 매뉴얼(2000페이지 넘는)을 보고 숙제를 제출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저녁 6시 쯤 끝나고 숙소 돌아와 저녁 먹고 숙제하면 12시 넘기기 일쑤. 취업 시험 볼 때도 그렇게 안 했는데…….


 

Q. 바이크아카데미 교육을 해보기로 하죠. 어떻게 진행되고 어떠한 특징이 있나요?
A. BBI 교육을 받으면서 국내에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맘을 먹었을 때, 바넷 매뉴얼 몇 장을 번역해서 바넷에게 보여줬어요. 대뜸 한다는 말이, ‘이게 번역이 잘 됐는지 어떻게 아냐?’ 한글을 모르는 줄 깜빡했지요. (웃음) 콜로라도에 사는 교포들 수소문해서 부탁할 만한 사람 섭외 후 다시 설명을 달아서 보여줬더니, 한 번 진행해 보라더군요. 어차피 하다가 포기할 거라는 투로…….

사실, 한국에서 온 교육생 중에 나 말고도 매뉴얼 번역에 욕심 낸 사람이 몇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모두 중도에 포기했고, 사실 나도 그 중에 한 사람 입니다. 그런데, 교육을 하다 보니 바넷 매뉴얼의 한글판이 있다 해도 별 인기가 없었을 듯해요. 분량이 너무 많고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죄다 들어가 있으니 두어 장 읽다가 포기하게 됩니다.


Q. 자전거 정비 학원을 운영하면서 힘든 시기도 있었고 기쁜 일도 있었을 텐데요?
A. 사실 요즘이 힘든 시기 입니다.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학원, 게다가 학원등록도 되어있지 않는 불법 교육시설 등으로 정비교육에 대한 시선이 오로지 돈벌이로만 비춰지는 듯해요. 정비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얕은 기술적 지식으로만 덤비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분야를 막론하고 이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속물주의, 저속한 자본주의의 전형이기도 하지요.

선도하고 개척하는 사람들을 밀어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네가 하면 나도 한다는 식의 분위기가 근본적인 기술의 축적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 합니다. 미국의 경우 그 넓은 땅 덩어리에 자전거정비교육기관 딱 2곳. 역사가 최소 25년은 되었고. 기술에 대한 깊이와 노력을 인정해 주고 더 수준 높은 교육을 기대하는 문화를 기대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일까요?



Q. 바이크 아카데미가 올해로 3년째 접어들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수료생 얘기 해주세요.
A. 모든 수료생이 기억에 남지.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잖수……. 굳이 꼽으라면 행복한 자전거 대표로 계신 1기 이병익 선배. 대학 동아리(딴따라 그룹사운드) 1기 선배이기도 하고 기타 악기 파트 1기 선배이기도 하고 참 인연이 많은 선배인데 나한테서 교육받은 1기 수료생이 그 선배라니……. 세상 참 아이러니 해요. 벌써 20년 지기가 되었습니다.

네. (90학번이니까…….) 다음에는 지금 중계동에서 자전거 사업을 하고 계신 5기 이건화 대표. 섬유 사업 쪽에서 대박 나신 후 제2의 대박 아이템을 찾아 만나게 되신 분인데 특이하게도 금속 알레르기가 있으신 분이죠. 교육 받는 내내 공구를 안 만지려고 해서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는 공구만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하더군. 자전거 사업을 하려는 거지 정비를 하려는 게 아니라며.

지금은 샵에서 펑크 때울 때 꼭 장갑을 끼운다고 (웃음)……. 자전거 샵을 시작할 때도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동시에 지점 비슷하게 여러 개의 샵을 운영할 정도로 사업수완이 좋으신 분이에요. 지금 사단법인 협회에 이사로 참여하셔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세요. 다음은, 인천에서 오신 안 모 씨…….


 

Q. 교육에 꼭 필요한데 구하기 어려웠던 물건이 있나요? 아끼는 것이 있으신지요?

A. 국내에 유명 공구 수입상이 있어서 일반적인 공구를 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아요. 자전거에 의외로 특수(전용)공구가 많은데 그거 구하는 재미가 쏠쏠 합니다. 이름을 모르는 경우 이미지 검색을 수십 페이지씩 하거나, 수 십 군데 사이트에서 겨우 찾았는데 재고가 없거나, 겨우 구했는데 규격이 맞지 않거나, 정말 하루 종일 하나의 공구를 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적도 있어요. 눈 빠지는 줄 알았네? 공구에 관심 갖고 빠지다 보면 어떤 경우는 공구는 있는데 정비할 교재가 없더라는……. 여러 일들이 있고 개인적으로 독일 공구가 튼튼하고 묵직해서 좋아해요.


 

Q. 바이크 아카데미 교육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교육 과정은 어떤 것인가요?

A. 휠 빌딩과 서스펜션 과정. 휠을 제작하는 작업 중에 스포크의 길이를 계산할 때 피타고라스 정리를 활용하는 내용이 있는데 수학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 꽤 많더군요. 휠 제작은 종속변수가 많기 때문에서 헷갈려 하지만 방법을 익히고 나면 매력이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휠 빌딩과 관련된 책을 써보고 싶어요. 서스펜션 과정도 재미있는 분야긴 한데 기름을 만져야 하기 때문에 조금 지저분해 질 수 있어요. 자전거에 적용되는 서스펜션 메커니즘의 대부분이 모터 싸이클 또는 픽업트럭 쪽에서 왔기 때문에 까다롭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 많이 연출 됩니다. 최근에 리어 샥에 쓰이는 질소 충전기와 어댑터를 구했는데 위험하더라구요.


Q. 정비 강사를 키우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꿈을 이루신거 같습니다.

A. 아직 꿈을 이룬 건 아니고, 강사의 자질을 가진 친구를 키우는 중인데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훈련 중임. 훌륭한 정비는 손 기술만으로 되는 건 아니고 타는 사람을 배려하는 인간적인 마음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BS 성공예감에 방영된 바이크아카데미 8기 수료생 '강변MTB 황덕하'님 성공 이야기 일부


Q. 정기적으로 새로운 사람들과 3주간의 시간을 가지십니다. 많은 인맥이 있으실거 같아요.
A. 현재 까지 180명이 되었네요. 핸드폰 주소록을 한 참을 넘겨야 찾을 수 있을 정도에요. 사실, 아카데미를 하면서 힘든 점은 매번 같은 내용을 무한 반복해야 한다는 점 입니다. 하지만 매번 다른 사람들과 다양한 방면에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간접적인 경험까지 할 수 있으니 행복한 일이에요. 어디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하루 8시간 이상 매일 만나면서 친해 질 수 있겠어요? 1년이면 거의 100명에 이르는 인맥 입니다. 개업식때 인사 못 드리는 곳도 많아요. 미국이나 캐나다 쪽에 가 있는 수료생들한테 전화 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2010 하이서울자전거대행진 무료 자전거 정비센터 자원봉사 활동


Q. 2010년 행정안전부 소속 '사단법인 한국자전거미캐닉 협회(KBMA)' 회장이 되셨습니다.

A. 사실, 협회가 만들어진 계기는 우습게도 직업적 계급차이 때문이에요. 협회 이전에 수료생 모임이라는 모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있었어요. 매달 모임이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샵 사장(오너)과 미캐닉(직원)의 신분차이(?)가 서로를 어울리지 못하게 막는 걸림돌이 되어 가고 있더라구요.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잖아요. 어쩔 수 없는 거거든요. 사장은 경영의 어려움, 고충. 이런 게 주제가 되고 직원은 업무의 어려움, 급여의 불만 뭐 이런 것들이다 보니 노사가 한 자리에 모여 웃을 수 없게 된 거죠. 동기생 선,후배 관계로 시작은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기생이 사장과 직원으로 만나게 되는 자연스런 현상이 모임을 방해하고 있어서 뭔가 다른 형태, 즉 동등한 입장으로 만날 수 있는 형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형님들의 의견을 모아 협회 형태를 고민하게 되면서 그렇다면 뭔가 유의미한 일들을 도모 볼 수 도 있지 않을까 해서 일이 커진 겁니다.

협회를 준비하면서, 그것도 바로 사단법인 형태로 추진하면서 무모한 일이라는 걸 깨닫기 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어요. 이사회 구성부터 정관작성, 행정안전부 법령조사 등 정부에 공식적인 법인으로 등록하기 위한 행정절차가 그렇게 복잡하고 까다로운지 몰랐고 더군다나 법무사를 쓰지 않고 직접 진행하다보니 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모르는 건 부딪히면서 깨닫자는 주의라 또 하나 배우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했어요. 협회의 목적은 자전거 정비 자격과 관련해서 향후 국가공인 자격으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해나가고 취약한 미캐닉의 권익을 보호하는 사업을 벌일 예정 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자전거정비가 하나의 문화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Q. 협회에서 주관하는 자전거 정비 기능사 자격시험에 대하여 이야기 해주세요.

A. 자전거 정비기능사는 안전과 관련된 자전거정비항목에 대해서 제조사의 매뉴얼에 입각한 정비절차, 안전검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준전문가 수준의 자격자로 1급, 2급으로 나누어집니다. 먼저 2급 자격에 대해 지원 가능한 자격요건은 샵 경력이 6개월 이상이거나 자전거정비교육 기관에서 80시간 이상 교육을 받은 자에 한해 시험 응시가 가능하고 1급은 2급 자격 취득 후 1년 이상 해당 직종에 종사하거나 자격요건을 충족할 시 응시 할 수 있도록 해서 자전거 정비기술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정과정을 통해 자전거 정비 전문가를 배출할 계획이에요. 기능사 이후에는 기사 자격에 대한 검정절차를 만들어서 프레임 제작 까지 할 수 있는 보다 수준 높은 전문가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많아 질 수 있도록 할 계획 입니다.


Q. 관련 분야에 일들을 해 나가고 계시고 있으신데, 본직인 교육 쪽에 소홀해지지 않나요?
A.
교육은 밥벌이니 소홀 하면 안 되고……. 강사를 잘 키워서 나보다 더 잘하는 교육 전문가를 양성해 나가고. 협회일은 어느 정도 나의 역할이 한계에 오는 시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때에는 그에 맞는 능력을 가진 분들에게서 도움을 받아야 겠지요.


Q. 대한민국 자전거 문화에 대해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A. 아직 문화가 없어요. 자체적으로 태생한 문화가 없다보니 외국 문화를 들여와서 따라 하기 바쁜 거지요. 개인적으로 ‘피아랑닷컴'이나 바퀴’ 같은 매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전거를 하나의 문화코드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나름대로의 문화가 만들어 질 텐데, 아직 까지 정부나 기업의 입장은 활성화와 수익만을 바라보는 상황이고 이것이 어느 정도의 시점에서 자연스럽게 문화 쪽으로 넘어가 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전거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와 보급방향이 가격과 사양이 아니라 문화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다양한 질문에 대한 진솔한 답변 감사합니다. 향후 계획이나 목표 한마디 해주세요!

A. 국내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자전거 정비 매뉴얼이 없음을 개탄하며 출판을 목표로 정비 책을 집필 중이에요. 한국에서 최초로 정비 책을 낸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안 팔리면 어떡하지?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 무료 배포!


 

꿈을 펼칠줄 아는 리더
자전거를 타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됐고 만남을 가졌다. 그 사람들 중 나쁜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함께 땀 흘리며 좋은 시간과 세상을 공유하면서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그렇게 만난 자전거인들 중 내게는 좀 더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될 이상훈 원장. 누구나 가슴속에 꿈을 가지고 산다. 내가 만난 ‘이상훈‘이라는 사람은 가슴속 꿈을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실현시켜 나가는 인간미 가득한 개척자라고 느꼈다. 아직은 열악한 대한민국 자전거 미캐닉들의 권익과 체계를 바로 잡는데 많은 기여를 해줬으면, 그의 앞날에 항상 행복과 웃음으로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http://bikeacademy.co.kr (정비교육의 표준 : 바이크 아카데미)


바이크아카데미 : 프로페셔널 미캐닉 프로그램(전문가 과정) 수료기

관련 문화평
시마노 이야기 : 동네 철공소에서 자전거 업계 1위가 되기까지 (2003, 야마구치 가즈유키)
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 (It's not about the bike) (2000, 랜스 암스트롱, 샐리 젠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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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발베 타이어 생산 공장 : 100% 수제 튜블러 타이어 튜브 제조,개발,품질 검사 (2부)

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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