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문화 매거진 '바퀴(baqui)' 사람 냄새나는 무가지, 잡지 에디터가 되다.

작은 소망이 이루어졌습니다
나는 월간 '페이퍼(PAPER)'라는 20대 취향의 문화 잡지를 정기 구독한다. 창간한지 15년이 지난 '페이퍼'는 많은 유명인을 배출한 중견 잡지다. 지금보다 좀 더 어렸을 적엔 순수하게 그 잡지가 좋아서 였고, 지금은 나이가 들고 세월의 때가 묻을수록 잃어가는 사춘기 시절의 감성과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애독한다. 페이퍼를 읽으면서 단 한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매거진에 글을 기고 해봤으면 하는 꿈이라기보다는, 작은 바램이 있었는데 그러한 소망이 이루어졌다.

자전거에 대해 전혀 모르던, 내가 자전거 블로그 '피아랑닷컴'을 시작한 것도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별일 없이 산다.'처럼 별일 없이 자전거 타다 시작했고. 잡지 에디터가 되어버린 계기도 '별일 없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8대 도시 주요 자전거 가게, 카페, 영화관 등지에 배포되고 있는 무가지 '바퀴'의 블로그 에디터가 되어버린 사연은 이렇다.

우연한 계기로 인연이 된 '이홍건'님이 전화로 뜬금없이 '바퀴(baqui)'라는 무가지를 2010년 1월 창간을 목표를 하고 있는데. 함께 바퀴를 굴리지 않겠냐고 (글을 기고했으면) 하신다. 아이쿠, 나야 영광이라고 했다. 그렇게 나도 크게 두껍지 않은 소탈한 '바퀴'의 페달에 살포시 손과 발을 얹게 됐다.



▲ <바퀴> 창간호에 실린 나의 글은 '랜스 암스트롱' 자서전, 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 냄새나는 정감 가는 매거진
사실, 나는 바퀴가 무가지(무료 신문)라고 하기에. 부동산 소식이나 구인 소식들이 올라오는 그러한 다소 너덜너덜한(그러한 매체를 비하 하는 것은 아니다.) 분위기의 자전거를 소재로 한 소박한 자전거 신문인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발행된 결과물을 접하니 매우 세련되게 잘 나와 마치 내가 낳은 자식을 보듯 흐뭇한 건 왜 일까? 사실, 바퀴가 'the bike'나 '자전거 생활'같은 오랜 전통을 가진. 유명한 유료 자전거 월간지에 비한다면 양과 질이 비교적 부족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건, 사람 냄새가 나서 일게다.

첫째. '바퀴'라는 이름부터 정감이 간다. 둘째. 책을 펼치면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자전거와 관련된 일러스트가 무척 구성지다. 셋째. 편집장의 인사말부터, 각 필진들의 글이 소탈하다. 그도 그럴 것이 타 매거진에 비해 한 분야의 전문서적을 접하는 느낌이 아닌 부담 없이 대할 수 있게 독자의 거부감을 낮췄다. 즉, 자전거에 대한 전문지식 없이도 볼 수 있게 '담'을 낮췄다. 넷째. 이제 첫 걸음마를 땐 무가지여서 광고도 소박하다. 다섯째. 내 생에 처음으로 전국에 살고 있는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터넷의 바다가 아닌, 손에 잡히는 감성적인 '종이'라는 매체로서 내 이름 석 자와 블로그 주소, 머릿속 생각까지 소탈하게 전해주니 마냥 좋다.


 

훈훈한 단비가 되기를
몇 일전 나는 이홍건님에게 바퀴 좀 집으로 빨리 배송해주세요. 라고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그는 일이 너무 바쁘다며, 늦게 보내드려서 죄송하다고 했는데. 나온 결과물(바퀴)을 보니. 참 바쁘실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이리 뛰고 저리뛰는게 눈에 훤하다. 어찌되었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웹진(소싯적 청소년 웹진에 참여한 적이 있다.)이 아닌, 종이로서 내 생각들을 전달한다는 설레임에 처음 사귄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 마냥 부끄럽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바퀴'의 오수환 편집장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자전거 타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고 하신다. 또한,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는 열린 창구가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무슨 일이든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바퀴도 인사말에서 피력한 취지를 잃지 않고. 한국 자전거 문화의 새로운 단비가 되어 10년이고 100년이고 내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한번도 얼굴을 본적이 없는 바퀴를 만들어가는 이들과의 만남도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것은, 이제 세상에 첫 굴림을 한 바퀴의 수줍음과 풋풋함이 책에서 전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그 땐, 필진들 모두가 두 바퀴 자전거를 타고 함께 정감 있는 바퀴를 굴리는 라이딩을 했으면 좋겠다.



http://www.baqui.co.kr (자전거 문화 매거진 : 바퀴)

한국에서 자전거 매장 실장 그리고 월간지 팀장을 엮임 후, 70여년 역사의 캐나다 Ridley's Cycle에서 Senior Service Technician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모든 경험을 녹인 자전거 복합문화공간 <#라이드위드유>를 고향 울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업사이클을 테마로 한 카페이면서 스캇, 캐논데일, 메리다, 콜나고 그리고 브롬톤, 턴, 버디, 스트라이다, 커넥티드 전기자전거 등을 전개하는 전문점이기도 합니다. 두 팔 벌려 당신을 환영합니다. *찾아가기 | 연락하기

이미지 맵

문화의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